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729
말을 마친 그녀는 사내가 있는 방 앞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그곳에서도 그녀는 방에서 흘러나오는 서늘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서늘한 기운이 체내로 흘러들면서 그녀의 얼굴은 더욱 붉어졌다. 그러나 그녀의 마음은 더욱 편안해졌다.
그녀가 수련하고 있는 공법은 한기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진전이 없는 상태였다. 문파 내의 한기가 풍기는 곳에서 수련을 하기에는 그녀의 지위가 낮았기 때문이다.
그러던 차에 우연히 연단실에 들른 그녀는 이곳에 오면 체내의 한기가 적지 않게 증가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에 잔뜩 흥분한 그녀는 틈이 날 때마다 이곳에 왔고 그 방 안에 이한제라는 이름의 내문 제자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연단실에서 잡일을 하는 사람이었는데 그녀는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분명 잡역부라는데 그가 뭔가를 하는 모습은 한 번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녀는 연단실을 책임지고 있는 사숙이 이한제라는 내명 제자에게 매우 공손하게 대하는 것을 본 적도 있었다.
그녀는 저 사형에게는 비밀이 많은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어째서인지 그 비밀을 알아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고 수련에도 상당한 도움이 되었기 때문에 그녀는 거의 매일 이곳에 들렀다.
상대의 냉랭한 태도는 두렵기는커녕 오히려 그의 비밀을 캐내고 싶은 욕구만 더 자극했다. 그녀는 매일 한제의 그 냉랭한 모습을 떠올렸다.
송옥은 가부좌를 틀고 앉은 채 약간 붉어진 얼굴로 호흡을 했다. 다만 이번에는 심장이 어찌나 빠르게 뛰는지 좀처럼 호흡에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품속의 무언가를 만지작거리던 그녀는 잠시 망설이다가 이를 악문 채 방 안을 향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이 사형, 저⋯⋯.”
그러나 그녀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돌연 방문이 벌컥 열리더니 한제가 걸어 나왔다. 그가 밖으로 나오자마자 서늘한 기운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사실 이 한기는 진정한 한기가 아니라 고신이 영기를 삼킬 때 자연스럽게 내뱉게 되는 영기였다.
비록 한제가 보기에 이곳의 영기는 너무나 옅었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굉장히 짙게 느껴질 터였다.
다행히 이곳의 연단방은 본디 영기가 짙은 곳이라 한제의 호흡으로 인한 영기의 존재가 두드러지지 않았다.
송옥은 목구멍까지 튀어나왔던 말을 삼켜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그녀가 머뭇거리는 동안, 그녀의 마음속을 차지한 이 사형은 한 걸음 내딛어 하늘로 솟아오르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져 버렸다.
“아… 이 사형…”
송옥은 어두워진 얼굴로 품에서 꾸러미 하나를 꺼냈다. 그 안에 들어 있는 약초는 그녀가 직접 따고 고른 것으로 마음을 진정시키는 효능이 있었다.
한편, 밖으로 나선 한제의 본체는 곧장 우주로 나아갔다. 머지않아 앞에서 파문이 나타나더니 그 안에서 무표정한 얼굴의 한제가 걸어 나왔다.
분신과 본체는 망설임 없이 하나로 섞여 들었고 푸른 빛과 함께 두 사람은 한 사람이 되었다. 한제의 본체와 분신이 융합한 것은 수백 년 만이었다.
극강의 기운이 그의 몸에서 흘러나와 미친 듯이 사방을 채웠다.
본체와 분신의 융합, 고신과 연기사(煉氣士)의 응집에 따라 한제의 온몸에서 펑, 펑 하는 거대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수많은 천둥번개가 그의 체내에 울려 퍼지고 있는 것처럼 온몸에도 전광이 흘렀다.
한제의 왼쪽 눈에는 해가 오른쪽 눈에는 달이 깃들어 있었으며, 머리카락은 어느덧 보라색이 되어 휘날렸다.
그의 미간에 떠 있던 고신의 반점과 세 번째 눈의 본원도 감춰져 그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한제의 얼굴에는 냉정한 기운이 가득 배어 있었고 피부에는 어렴풋하게 어두운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극강의 기운이 미친 듯이 맴돌며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한제는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발아래에서 일어난 파문과 함께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한편, 우비의 얼굴은 다소 굳어 있었다. 한제가 발아래에서 일어난 파문과 함께 사라진 순간, 그는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축지성촌!’
그는 상대가 축지성촌을 깨쳤으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가 알고 있는 자들 중 축지성촌을 발휘할 수 있는 자는 극히 드물었다.
하물며 규열기 수련자들 중에는 찾아볼 수 없었다. 더구나 그가 받은 허목에 관련된 정보에는 축지성촌에 관한 내용이 없었기에 더욱 당황스러웠다.
그는 곧장 원력을 퍼뜨려 사방을 붕괴시켰으나, 허목의 모습은 찾을 수가 없었다. 사방의 원력을 뒤섞고 교란시켜보기도 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우비의 얼굴은 더욱 무겁게 가라앉았다. 그는 의외의 상황에 분노해 이를 갈았고 살기 어린 눈으로 자신의 분신과 교전 중인 소년을 노려보다가 달려들었다.
‘네 주인이 도망갔으니 너라도 죽여야겠다!’
우비는 분노를 참을 수가 없었다. 규열기 중기 수준인 자신이 규열기 초기 의 상대가 도망치는 것을 두 눈 멀쩡히 뜨고도 지켜볼 수밖에 없다니, 더욱 분노가 치밀었다.
한편, 머리 큰 소년은 우비의 분신과 교전하느라 정신이 없는 와중에 혼자 도망친 한제를 속으로 욕하면서도 자신 또한 도망칠 틈을 노렸다.
허나 그 순간, 잔뜩 화가 난 우비가 달려들었다. 그는 규열기 중기의 압도적인 원력과 수준을 발휘하여 다섯 자루의 붉은 검과 함께 피할 수 없는 죽음처럼 다가왔다.
“죽여라!”
우비의 큰 고함과 함께 다섯 자루의 붉은 검이 다섯 명의 규열기 초기 수준 수련자처럼 돌진했다.
거기다 본래 경합 중이던 분신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의 규열기 초기 수준 수련자가 합심하여 달려든 셈이니 소년으로서는 대항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이렇게 된 거, 혼자 죽을 수는 없지!’
절망적인 상황에 소년은 원신을 자폭시켜서라도 상대의 분신 하나는 없애버릴 생각이었다.
한데 그때, 뒤편에서 싸늘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것이 바로 이 이한제의 기적이다!”
그 냉랭한 목소리가 울려 퍼진 순간, 소년은 자신의 몸이 휘청이는 것을 느꼈고 다음 순간에는 누군가의 힘으로 휙 던져지는 느낌이 들었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곤경에서 벗어난 후였다.
살역계(殺域界)
허공에서 모습을 드러낸 한제는 여섯 자루의 붉은 검을 냉랭한 얼굴로 마주보며 주먹을 휘둘렀다.
엄청난 기세를 품은 주먹질의 위력은 온 우주를 가를 듯했다.
쾅! 콰쾅!
연이은 굉음이 울려 퍼지는가 싶더니 정말로 저 앞의 우주가 쪼개지면서 수많은 균열이 일었다. 그 균열로부터 대량의 한기가 뿜어져 나왔지만 한제는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았다.
우주가 쪼개질 정도이니 여섯 자루의 검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한제의 주먹과 닿은 순간, 그중 한 자루는 격렬하게 진동하면서 산산조각이 났다. 동시에 그 검은 우비의 분신으로 변하더니 피를 한 사발이나 토해내고는 두려움이 담긴 눈으로 한제를 피해 물러나려 했다.
“어딜 가는 게냐?”
한제의 냉랭한 얼굴에서 끝을 알 수 없는 한기가 배어 나왔다.
앞으로 한 걸음 나선 한제는 나머지 다섯 자루의 비검에 대해서는 아예 신경도 쓰지 않고 방금 피를 토해낸 우비의 분신에게 또 한 번 주먹을 날렸다.
쾅!
다시 한 번 우주가 진동하는 듯하더니 그 분신은 결국 펑 하고 무너져 내리면서 피 안개로 변해 완전히 소멸되어 버렸다.
참혹한 죽음, 그리고 완벽한 살육.
한제는 멈추지 않고 곧장 몸을 돌려 나머지 다섯 자루의 비검을 향해 돌진했다. 이어서 잔영이 남을 정도로 빠르게 오가면서 주먹을 휘둘렀다.
그의 주먹이 허공에 떨어지자 우주에서는 쩌적 하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거대한 고랑 하나가 나타났는데 그 모습이 마치 용과도 같았다.
그때, 한 자루 비검이 빛을 번득이면서 돌진해왔다. 이를 본 한제는 오른손으로 가볍게 허공을 움켜쥐었다. 그러자 돌진하던 비검은 몸부림을 치듯 바르르 떨었지만 결국 한제의 손에 들어왔다.
펑!
한제가 오른손에 슬쩍 힘을 주자 그의 손에 쥐어진 두 번째 검도 곧장 무너져 내려 우비의 분신이 되었다. 그리고 도망칠 틈도 없이 한제의 손짓에 따라 떨어져 내린 수많은 천둥번개에 적중당해 순식간에 완전히 붕괴되었다.
그 무렵, 나머지 네 자루 비검이 바짝 다가와 한제의 몸을 찔러왔다.
카캉!
분명 비검이 수련자의 몸을 찔렀건만 놀랍게도 금속끼리 부딪치는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다.
한제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상상을 초월하는 반동력에 네 자루 비검은 그대로 수십 척 밀려나더니 바들바들 떨었다.
이 광경을 멀리서 지켜보던 소년은 입을 쩍 벌렸다. 그의 눈에는 놀라움과 두려움이 동시에 드리웠다.
“저⋯⋯ 저 비검들은 허목을 조금도 다치게 하지 못했어!”
놀란 것은 소년만이 아니었다. 우비 역시 처음으로 표정이 크게 변해 있었다.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눈치 채지 못할 뻔했을 정도였다.
눈 깜짝할 사이에 두 개의 분신이 무너져 내린 광경에 그가 받은 충격은 매우 컸다.
허나 우비가 무슨 행동을 취하기도 전에 한제가 맹렬하게 몸을 돌리더니 입을 쩍 벌리며 포효를 내질렀다.
“크아아아!”
고신의 포효였다. 온 우주에 아주 오랜 세월 나타난 적 없던 고신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순간, 마치 하늘이 갈라질 듯 강력한 기세가 퍼졌다.
아주 오래 전 온 우주를 휩쓸고 장악했던 고신의 목소리에 천둥번개도 굴복했고 온 우주도 바르르 떨었다. 모든 생명들이 굴복했고 모든 힘이 와해되었다.
막 도망을 치려던 우비는 심신이 바르르 떨리는 것을 느끼며 반사적으로 빠르게 뒤로 물러났다.
체내의 원력도 반사적으로 가동되었다. 그러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죽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그의 귓가에서는 웅웅 소리가 울렸고 눈앞의 모든 것이 세상과 단절된 듯했다. 그에게는 지금 오직 자신의 심장 소리만이 들려왔다.
쿵쾅! 쿵쾅!
심장 소리는 갈수록 빨라졌다. 영혼에서부터 기인한, 고신에 대한 본능적인 두려움이 확산됐다. 처음에는 한 줄기에 불과했던 그 두려움이 곧 그를 완전히 잠식했다.
그가 이럴 정도이니 네 자루의 비검은 말할 것도 없었다. 이 비검들은 펑, 펑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무너져 내리며 네 개의 분신으로 변했고 이 분신들 또한 이내 흩어져 소멸되었다.
한 걸음 내딛은 한제는 발아래에서 나타난 파문과 함께 사라졌다가 타산의 곁에 나타났다.
타산과 교전하던 우비의 마지막 분신은 화들짝 놀라 곧장 물러나려 했지만 그 속도는 한제에게 비할 바가 아니었다.
한제가 오른손 두 손가락을 펼치자 끝없는 천둥번개가 사방에서 그 손가락 끝에 응집되었다.
음양의 문양까지 나타난 이 손가락이 뻗어진 순간, 우비의 마지막 분신 역시 쾅 하고 무너져 내렸다.
규열기 수준에 이른 일곱 개의 분신을 처리하는 데 걸린 시간은 한 호흡 정도에 불과했지만 그 충격과 여파는 영원히 남을 것만 같았다.
한제는 넋이 나간 우비를 바라보며 서늘하게 말했다.
“이것이 바로 이 이한제의 기적이다. 만족하느냐?”
우비는 충격과 두려움에 사로잡힌 와중에도 상대의 수준은 규열기 초기에 불과하지만 그 육신의 강도는 자신의 분신으로 이루어진 법보에 대항할 수 있을 정도임을 알아챘다. 하지만 그 점이 오히려 더욱 두려웠다.
무엇보다 그를 혼비백산하게 한 것은 좀 전의 고함이었다. 그 고함은 네 개의 분신을 소멸시켰고 자신조차 저항할 수 없는 두려움을 느끼게 했다.
이미 우비는 전의를 상실한 상태였다. 그는 재빨리 몸을 훌쩍날려 한 움큼 선혈을 토해낸 뒤 그 핏속에 녹아들어 곧장 먼 곳으로 내달렸다.
그 순간, 그가 타고 다니던 거대한 바위가 붕괴하면서 무궁무진한 살기(煞氣)를 풍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