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730
이를 본 한제는 냉소하더니 오른손으로 결인을 그린 뒤 하늘과 땅을 가리켰다. 순간 미친 듯한 바람이 휘몰아쳐 바위가 붕괴하면서 내뿜은 기세와 살기(煞氣)까지도 밀어냈다. 이 틈에 한제는 한 걸음 앞으로 내딛었다.
우비의 혈둔술(血遁術)은 스스로의 수준을 깎아내는 대가로 목숨을 부지하는 술법인 만큼 그 속도는 엄청났다.
허나 그가 3만 리도 도망치기 전에 허공에서 파문이 일며 그 안에서 한제가 나타나더니 곧장 주먹을 휘둘렀고 그 주먹은 허공에 내리꽂히며 붕괴를 일으켰고 사방의 원력이 미친 듯이 회오리쳤다.
우비는 몸을 부르르 떨며 피를 토해냈고 그의 몸을 감싼 핏빛은 무너져 내렸다.
“우웩!”
우비는 두려움에 떨며 이를 악물었고 그의 정수리에서 한 줄기 핏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 짙은 핏빛은 하늘로 솟아올라 살기(煞氣)를 형성하며 퍼져나가더니 1백 척 길이의 검광이 되어 한제를 향해 달려들었다.
이는 우비의 영혼과 연결된 법보였다. 우비는 규열기 중기인 자신의 수준을 이 법보에 모두 불어넣은 뒤 결인을 그려 검광 앞에 피 안개를 소환했다.
꾸물거리며 솟아오른 안개는 1천 척 길이의 요사스러운 구렁이로 변해 거대한 머리를 쭉 내밀며 시뻘건 입을 쩍 벌려 한제를 삼키려 들었다.
우비는 멈추지 않고 저물대에서 대량의 법보를 꺼내 들더니 정혈을 토해내 각 법보에 뿌렸다.
“죽여라!”
우비의 한이 맺힌 외침과 함께 법보들은 곧장 한제를 향해 돌진했다. 그 틈에 우비는 창백한 얼굴로 뒤로 물러났다.
허나 한제의 표정은 여전히 냉랭하고 침착했다. 그는 우비의 영혼과 연결된 법보인 커다란 검이 달려드는 찰나 짙은 영기를 발산했다.
순간 그의 육신은 미친 듯이 불어나 눈 깜짝할 사이에 수백 척에 달하는 거인이 되었다. 이 거대한 육신에서는 노련하고 강력한 기운이 흘러나왔다.
한 걸음 앞으로 내딛은 한제는 상대의 공격을 피할 생각도 하지 않았다
쾅!
붉은 검이 그의 몸을 내리친 순간 굉음이 울려 퍼졌으나 한제는 멀쩡했다.
오히려 그 거대한 검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분신과 본체를 합친 지금의 한제에게 규열기 중기 수준의 법보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특히 그의 체내에는 짙은 원력이 가득한 상태라 체내로 들어온 법보의 기운도 전부 흩어 없앨 수 있었다.
그때, 1천 척 길이의 구렁이가 포효하며 돌진해왔다. 이를 본 한제는 침착하게 오른손을 뻗어 구렁이의 머리를 움켜쥐더니 단박에 으스러뜨렸다.
한데 신기하게도 이 거대한 구렁이에게는 혼이 있었다. 이에 한제는 곧장 황천을 소환하더니 거대한 구렁이를 그 안으로 집어 던졌다. 그리고는 곧장 두 손을 앞으로 휘둘렀다. 그러자 돌진해오던 우비의 법보들은 눈 깜짝할 사이에 펑,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무너져 내렸다.
그 무렵, 도망치던 우비는 영혼과 연결된 법보가 파괴되면서 피를 토해냈고 얼굴은 한층 창백해졌다.
“어쩔 수 없군.”
이를 악문 그는 결단을 내린 듯한 얼굴로 자신의 왼팔을 뜯어냈다.
“크아악!”
비명과 함께 피가 분수처럼 터져 나왔고 그의 얼굴에는 이제 핏기 하나 없었다.
그는 고통을 참으며 복잡한 저주를 외웠다. 그러자 그가 뜯어낸 왼팔이 펑 하고 무너져 내리더니 눈앞에 타원형의 소용돌이 문이 나타났다.
우비는 그 안으로 들어서며 한제를 돌아보았다.
“허목, 네 육신이 아무리 강하다 해도 살역계의 혼살이시(魂殺二侍) 중 혼시(魂侍)의 신통력에는 당해낼 수 없을 것이다!”
그는 하늘을 뒤덮을 정도로 강하고 짙은 원한이 어린 눈으로 한제를 노려보고는 빛을 번득이며 소용돌이 안으로 들어갔다.
그 순간, 한제의 눈에서 싸늘한 살기가 퍼져 나왔다. 먼저 자신을 건드리는 자는 절대로 가만두지 않는 것이 그의 철칙이었다.
이미 소용돌이 안으로 들어간 우비는 빠른 속도로 회전하는 소용돌이에 휩쓸려 점점 작아졌고 금방이라도 그 자리에서 사라질 것만 같았다.
그때, 어디선가 솥을 두드리는 듯한 소리가 들려오더니 높이만 수백 척에 이를 정도로 거대한 솥 하나가 나타났다.
지금까지는 탐랑의 결인이 있어야만 이 고신의 솥을 사용할 수 있었지만 분신과 본체가 합쳐진 지금의 한제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오히려 이전보다 훨씬 강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이형(移形)!”
찰나의 순간, 고신의 솥 안에서 격렬한 메아리가 들려오면서 빠른 속도로 줄어들던 소용돌이가 한제의 앞까지 끌려갔다. 그리고 한제의 몸 역시 기이한 힘에 의해 빠르게 앞으로 나아갔다.
소용돌이와 교차하던 순간, 한제는 참라결과 천둥번개의 위엄, 그리고 음양의 도안을 품은, 고신의 강력한 육신이 발휘할 수 있는 거대한 힘이 실린 그 손까지 빠르게 수축하고 있는 소용돌이 안으로 쑥 집어넣었다.
★ ★ ★
연맹성역 수련자 연맹에 존재하는 두 개의 전(殿)과 네 개의 존(尊), 그리고 여덟 개의 계(界) 중 살역계.
땅에 꽂힌 거대한 검과 같은 모습의 건물 중 하나에서 타원형의 소용돌이가 나타났다. 그 소용돌이 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이한 흡인력에 살역계 수련자들의 이목이 쏠렸다.
그 소용돌이 안에서 빠져나온 것은 우비였다. 창백한 얼굴에 왼팔이 있어야 할 곳에서는 여전히 선혈이 흘러나오고 있는 그가 모습을 드러낸 뒤 뒤쪽의 소용돌이는 빠르게 맞물리기 시작했다.
살역계에 도착한 것을 확인한 우비는 그제야 한시름 놓았지만 여전히 두려운 마음을 안은 채 탑을 향해 뭔가 말하려는 듯 입을 열었다.
바로 그 순간, 엄청난 기운이 그 높은 탑에서 미친 듯이 뿜어져 나옴과 동시에 어떤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비, 피해라!”
그와 동시에 한 줄기 붉은 빛이 높은 탑에서 질주하듯 튀어나와 순간적으로 우비의 곁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미 한 발 늦은 상태였다. 우비가 미처 피하기도 전에 맞물리던 소용돌이 안에서 날카로운 기운이 튀어나왔고 뒤를 이어 강렬한 살기가 담긴 두 개의 손가락이 쑥 뻗어 나와 우비의 등 복판을 찔렀다.
“허목!”
우비는 그 두 글자를 남긴 채 피를 토해내며 매섭게 떠밀려 허공으로 떠올랐고 체내에서 펑, 펑 하는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온몸의 땀구멍에서 피 안개를 분출하더니 순식간에 터져나갔다. 원신 역시 육신과 함께 소멸되었고 심지어 저물대까지 무너져 내렸다.
한데 소용돌이 속에서 쑥 뻗어 나온 두 개의 손가락이 우비의 저물대에서 쏟아진 물건들 중 나뭇가지 하나를 쥐더니 소용돌이 안으로 사라져갔다. 그리고 그 순간, 소용돌이는 완벽하게 맞물리며 사라졌다.
그때, 붉은 빛이 빠르게 내달리더니 비쩍 마른 오른손으로 소용돌이가 사라진 곳을 매섭게 움켜쥐었다. 쩌적 하는 소리와 함께 그곳에서는 왜곡된 파문이 일었고 바짝 말라붙은 붉은 빛 속의 손에는 나뭇가지 반쪽이 쥐어져 있었다.
붉은 빛은 곧 한 사람으로 변해갔다. 매우 나이가 많아 보이는 그는 붉은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가린 채 화가 잔뜩 난 듯 고함을 내질렀다.
“허목!”
지난 수천만 년 동안 살역계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처음이었다. 살역계의 사람이 다른 살역계 수련자들이 눈을 뻔히 뜨고 있는 이곳에서 누군가에게 공격을 당하다니. 이들에게는 더없는 치욕이었다.
“허목!”
성난 포효가 여러 건물들에서 울려 퍼졌다.
온몸에서 짙은 살기를 번득이는 수련자들이 빠른 속도로 날아와 우비가 죽음을 맞이한 곳을 바라보며 한참이나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 침묵은 상상을 초월하는 살기를 형성했으나, 그 살기는 끊임없이 억눌러졌다. 마치 폭발할 때를 기다리듯이…
붉은 머리의 노인은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음산한 눈빛을 번득이다가 이내 소매를 휘둘러 높은 탑 위로 돌아갔다.
한참 뒤, 탑 안에서 냉랭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허목을 추살(追殺)하라!”
떠나다
소용돌이 속으로 집어넣었던 손을 거둔 한제의 몸은 천천히 줄어들었다.
잠시 후 원상태로 돌아온 한제의 표정은 차분했다. 그는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가 손에 남은 반쪽짜리 나뭇가지를 저물대에 집어넣었다. 이것은 위험을 무릅쓰고 가져올 만한 물건이었다.
“이것이 있으니 연맹성역 서쪽 구역을 평안하게 지킬 수 있겠군!”
한제는 몸을 훌쩍 날려 그 자리에서 사라지더니 뇌길의 등 위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제야 머리 큰 소년은 한시름 놓으며 공손하게 뒤에 섰고 우비의 분신과의 교전에서 약간 부상을 입은 타산은 가부좌를 튼 채 좌선했다.
한제는 뇌길의 등에 가부좌를 틀고 앉으며 덤덤하게 말했다.
“뇌길, 비밀스럽고 인적이 없는 수련성을 찾아라. 폐관수련을 해야겠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뇌길은 콰르릉 하는 우렁찬 소리를 내며 나아가 이내 먼 곳으로 사라졌다.
우주를 가르며 나아가는 뇌길의 거대한 몸은 극강의 위엄을 발산했다. 이에 연맹성역 서쪽 구역으로 빠르게 나아가던 그때 수많은 검광이 멀리서 나타났다. 나천성역의 수련자들이었다.
그들을 이끄는 것은 108선인 내 지살(地煞) 중 한 명이었다. 그는 뇌길에게 경계심을 드러냈고 그의 뒤를 따르던 수련자들 역시 엄청난 적을 마주한 듯 신통력을 발휘할 준비를 했다.
한데 그 무리를 이끌던 이는 뇌길의 등에 가부좌를 튼 한제와 소년을 발견했다. 그는 흠칫 놀라더니 공손하게 포권을 했다.
“뇌선을 뵙습니다.”
봉선 의식에서 보인 강력함과 본래 허목이 가졌던 명성 때문인지 상대는 진심으로 한제에게 탄복했다. 지금 그가 보이는 공손함은 분명 진심이었다.
한제는 고개만 살짝 끄덕이고는 나천성역 수련자 무리를 지나쳐갔다.
이를 부러운 눈으로 지켜보던 지살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과연 정뇌선(正雷仙)답구나. 저런 탈것을 이용하다니…’
이곳은 이미 완전히 나천성역에 점령된 것인지, 한제는 그 뒤로도 수차례 나천성역 수련자들을 마주쳤다. 이 수련자들은 한제에게 공손한 모습을 보였다.
허목이 나타났다는 사실은 이들의 입을 타고 순식간에 퍼져 나갔다.
사실 근래에 나천성역 수련자들 사이에서는 허목이 나천성역을 배반한 뒤 연맹성역의 편이 되었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 특히 허정은 몰래 주위를 선동하여 그 소문을 더욱 활발하게 퍼뜨렸다.
이런 소문은 점점 꼬리에 꼬리를 물어 허목이 연맹성역의 첩자였다는 등 더욱 다양한 소문이 갈수록 널리 퍼져나갔다.
다음 날, 뇌길은 상당히 구석진 곳의 어느 황량한 수련성에 멈춰 섰다. 이곳은 영기가 무척 부족해서인지 나천성역 수련자들은 아무런 관심을 갖지 않고 그저 수련자 몇 명만 남겨 지키게 해둔 상태였다.
한제는 이 황량한 수련성을 자세히 바라보았다. 이곳은 나천성역 수련자들에게 점령된 지역 안에 있었지만 그것이 폐관수련에 방해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잠시 고민하던 한제는 뇌길의 등에서 내리더니 수련성으로 향했다. 소년과 타산, 그리고 30척까지 덩치를 줄인 뇌길도 그 뒤를 따랐다.
수련성에 가까이 다가가자 포효가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