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736
“흥! 어디 네 뜻대로 될지 두고 보면 알겠지!”
주천은 냉소하며 두 손으로 결인을 그리더니 허공을 가리켰다. 그러자 그의 뒤에 있던 수많은 허상이 앞쪽에 응집되더니 검은색의 거대한 도끼 하나를 이루었다.
주천은 그 도끼를 움켜쥐더니 매섭게 휘둘렀다.
“만혼탄신(萬魂呑神)!”
한제는 이번에도 가볍게 주먹을 날렸다.
콰르릉!
커다란 굉음과 함께 도끼는 바르르 떨리다가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하지만 그 순간, 수많은 허상으로 분리되어 사방에서 한제를 향해 달려들었다.
한제는 전혀 당황한 기색 없이 오른손으로 하늘을 가리켰고 그러자 천둥번개가 울려 퍼지면서 반경 수만 리의 공간이 그대로 뽑혀나가 응축되면서 사방이 천둥번개의 호수로 변해버렸다.
콰릉!
천둥소리가 울려 퍼지는가 싶더니 줄기줄기 천둥번개가 내리 떨어지면서 1만 갈래가 넘는 허상들은 차례로 무너져 내렸다.
주천은 이를 갈며 두 손으로 결인을 그려 미간을 가리켰다. 그러자 그의 얼굴은 검은 문양으로 뒤덮였다.
“혼(魂), 살(殺)!”
두 글자가 그의 입에서 튀어나온 순간, 얼굴을 뒤덮은 검은 문양이 튀어나가 정수리 위에 검은 고리를 이루더니 곧장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주천
순식간에 확장된 고리가 한제 앞에 이르렀다. 허나 한제는 피할 생각도 하지 않은 채 계속해서 주천을 향해 다가갔다.
검은 고리는 한제에게 닿은 순간 미세한 선으로 변해 그의 체내로 녹아들었다. 하지만 미처 깊은 곳까지 녹아들기도 전에 그대로 소멸되어 버렸다.
한제는 조금도 속도를 줄이지 않고 주천에게 달려들며 주먹을 휘둘렀다.
“크윽!”
표정이 급변한 주천은 몸을 뒤로 물리면서 저물대에서 보라색의 작은 공을 소환하더니 으스러뜨렸다. 그러자 그 공은 보라색 빛을 발산하여 주천을 감쌌다.
펑! 펑!
폭발음이 연달아 울려 퍼지면서 보라색 빛이 무너져 내렸고 이와 동시에 주천은 엄청난 속도로 뒤로 물러났다.
“흥!”
그 순간, 한제는 가볍게 코웃음을 치며 한 발 앞으로 내딛어 세상에 녹아들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주천 앞에 다시 모습을 드러내더니 곧장 걷어찼다.
펑!
그 발길질에 마치 온 우주가 걷어차인 듯 거대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동시에 주천의 육신은 그대로 피 안개로 무너져 내리며 흩어졌다.
하지만 그 순간, 보라색 허상이 갈래갈래 허공에서 튀어나와 한제를 향해 달려들었다.
“네놈의 육신은 이 주천이 가질 것이다!”
부드러우면서도 음산한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사이, 그 보라색 허상은 곧장 한제의 체내로 쳐들어가 그의 원신을 향해 돌진했다.
“마음대로 해봐라.”
한제는 전혀 개의치 않는 듯 중얼거렸고 그러는 사이 보라색 허상은 한제의 원신에 다다랐다.
그리고 그 순간, 한제의 원신이 두 눈을 번쩍 떴고 원신이 착용한 고신의 피갑에서 노련한 기운이 발산됐다.
그 기운은 원신과 융합하여 상상을 초월하는 반동력을 형성했다.
그 반동력에 부딪힌 보라색 허상은 마치 천적을 맞닥뜨린 듯 바르르 떨었고 빠른 속도로 한제의 체내에서 빠져나가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한제의 원신은 태고의 뇌룡과 같은 모습으로 곧장 허상들에게 달려들며 입을 쩍 벌려 그대로 삼켜버렸다.
이때 한제의 몸은 보라색 안개로 뒤덮여 있었고 줄기줄기 보라색 기운이 흘러나와 수백 척 떨어진 곳에 응집되더니 허상의 인영으로 응결됐다.
“새로 깨달은 신통력을 시험해볼 기회로군.”
한제는 덤덤하게 내뱉으며 오른손으로 결인을 그렸다.
한제 체내의 선원이 한 갈래 갈라져 나와 가동되면서 오른손에 응집됐다. 한제가 금빛으로 응결된 선원을 품은 손을 휘두르자 금빛은 수많은 금색 콩처럼 사방에 뿌려졌다.
그 순간, 온 우주가 진동했고 뿌려진 콩알 하나하나가 어떤 허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한제가 처음으로 발휘하는 살두성병(撒豆成兵)이었다. 각각의 허상은 모두 한제가 이전까지 죽였던 이들로 윤회의 굴레로 돌아가지 못한 채 한제의 18층 지옥에 갇힌 혼백의 주인들이었다.
모습을 드러낸 허상들은 짙은 원망의 기운을 사방으로 퍼뜨렸다.
이 광경에 주천은 머리가 쭈뼛 설 지경이었다.
물론 이 허상의 대부분은 주천에게 별다른 위협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중 일부는 주천조차 긴장할 만큼 강력했다. 특히 그중 안색이 무척 어둡고 온몸이 검은 안개로 뒤덮인, 몸에서 강력한 파동을 일으키는 자의 허상을 보며 주천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규열기 수준의 수련자다!’
지금 그의 주위에는 1백 명이 넘는 선인의 혼이 가득했고 그들의 짙은 선기(仙氣)와 원기(怨氣)의 결합으로 형성된 살기가 사방을 가득 채웠다. 평생 혼의 도를 연구해온 그는 당연히도 그들의 정체를 알아볼 수 있었다.
요가 사람들의 혼백도 짙은 살기를 발산하고 있었다.
‘이건 대체 무슨 신통력이란 말인가! 두렵도다! 이토록 많은 혼백을 가둔 채 윤회의 굴레로 돌아가지 못하도록 만들다니, 분명 마도(魔道)의 수단일 터!’
하지만 무엇보다 그를 혼비백산하게 만드는 존재는 그 뒤에 있었다.
사방에 가득한 허상 사이에서 돌연 야수의 포효 같은 고함이 들려왔다. 그 소리에 사방의 모든 허상은 잔뜩 겁을 먹은 듯 흩어지면서 길을 내주었다.
붉은 안개로 뒤덮인 누군가의 인영이 그 길 위를 걷는 동안 그 앞을 가로막아서는 혼백은 단 하나도 없었다. 용솟음치는 듯한 붉은 안개 속에는 한 사람이 들어 있었다.
중년으로 보이는 그의 머리는 붉었다. 얼굴이 잔뜩 일그러진 그의 몸에서는 말로 형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짙고 강한 살기가 발산됐다.
그 사내가 모습을 드러낸 순간, 주천은 넋을 잃고 말았다.
“천운성(天運星)의… 혈조!”
주천은 몸서리치며 당장 뒤로 물러나려 했다. 허목에 대한 살의는 깡그리 사라진 상태였다. 그러나 그것은 상대를 죽이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기 때문이 아니라 상대를 죽일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그의 수준은 규열기 중기였지만 허목은 좀처럼 종잡을 수 없는 상대였다. 다만 깊은 식견을 통해, 저 혼백들이 허목의 손에 죽은 자들의 것이라는 것과 어떤 방법으로인가 모종의 특수한 곳에 감금되어 있는 것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특히 혈조의 혼백을 본 후로는 두려움이 더욱 커졌다.
‘혈조는 정열기 수준 수련자였다. 그런 혈조를 죽인 자를 내가 어찌 당해낼 수 있겠는가?’
그때, 한제가 주천을 가리키며 덤덤하게 말했다.
“저자를 18층 지옥으로 끌고 들어가라!”
그 말에 혼백들이 포효했고 혈조의 혼백이 핏빛 안개를 내뿜으며 곧장 달려들었다.
주천은 창백한 얼굴로 얼른 뒤로 물러나려 했으나, 1백 명이 넘는 선인과 요가 사람들의 혼백에 퇴로가 완전히 차단된 상태였다. 심지어 그 너머로도 수많은 혼백이 에워싸고 있었다.
주천은 혼백들의 우짖는 소리에 눈빛이 점점 광기로 번득였다.
“죽은 놈들은 죽은 놈들답게 얌전히 있으란 말이다!”
주천은 이를 갈며 고함을 쳤고 뒤이어 두 손으로 결인을 그리더니 가슴팍을 가리켰다. 그러자 그의 육신은 그대로 무너져 내려 수많은 허상으로 변하더니 사방으로 흩어져 빠르게 달아나기 시작했다.
주천은 평생 혼의 도를 연구해온 자로 이미 거의 완성에 이른 상태였다.
이제 그의 육신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고 심지어 원신도 혼백에 완벽하게 융합된 상태였다.
덕분에 그는 진정한 혼살(魂殺)의 위력을 발휘할 수 있었으며, 자신보다 수준이 높은 상대조차 위협할 정도의 기습이 가능했다.
그러나 그런 주천도 지금 속으로는 비명을 내지르고 있었다.
한제의 원신이 고신의 피갑을 착용하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던 터라 부상을 입었고 그 와중에 상대의 원신에게 먹힐 지경이었다. 게다가 눈으로 보고도 믿기 힘들 정도의 신통력에 도망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때, 혈조의 혼백이 비릿하게 웃으며 붉은 안개를 사방으로 퍼뜨렸고 1백 명이 넘는 선인의 혼과 요가 사람들의 혼 역시 빠르게 달려들었다.
“캬아아아!”
“크오오!”
비참하게 우짖는 소리가 왕왕 울리는 가운데 혈조의 혼은 두 손을 갈고리처럼 쥐더니 여러 갈래로 갈라진 주천의 허상 대부분을 붉은 안개 속으로 끌어당겼다.
수많은 선인들의 혼 역시 마찬가지였다. 분산되어 있던 주천의 허상은 삽시간에 전부 혼백들에게 잡혀버렸다.
음산한 바람을 쉭쉭 일으키는 혼백들이 짙은 원망의 기운을 퍼뜨리던 이때, 한제는 한쪽에서 덤덤한 표정으로 이를 지켜보았다. 살두성병의 위력을 직접 본 후로 어느 정도 이해도가 높아진 상태였다.
그가 오른손을 들어 하늘을 가리키자 거대한 회오리가 하나 나타났고 사방을 가득 채웠던 혼백들을 모두 흡수했다. 허나 혈조의 혼백만은 붉은 빛이 번득이는 두 눈으로 포효하며 한제를 향해 달려들었다.
한제는 덤덤하게 혈조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쾅!
거대한 충돌음이 울려 퍼지면서 혈조의 원신이 움찔했다. 그 틈을 타 한제는 체내의 선원을 빠르게 가동하여 회오리의 회전 속도를 높였다. 그 거대한 흡입력에 혈조의 혼백은 분노의 포효를 내지르며 결국 회오리로 흡수됐다.
모든 혼백을 흡수한 회오리는 서서히 줄어들어 반짝이는 빛이 됐다. 한제는 그 빛을 한입에 삼켰다.
원신으로 되돌아온 18층 지옥 중 13층에는 혼백이 하나 늘어난 상태였다. 13층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자랑하는 주천의 혼백이었다.
상황이 마무리되자 한제는 덤덤한 눈으로 서자봉을 힐끗 보더니 걸음을 옮겼다. 머리 큰 소년도 이 모든 광경을 덤덤하게 바라보다가 타산과 함께 뒤를 따랐다. 물론 그 뒤로 뇌길이 따라붙었다.
잠시 머뭇거리던 서자봉도 조용히 그들의 뒤를 따랐다.
한편, 그 무렵 한제는 고민에 잠겨 있었다.
‘나천성역과 연맹성역 사이의 교전은 점점 격렬해지고 있다. 뭔가 성과를 보여야만 염뇌자를 안심시키고 나천성역 수련자들 사이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어. 그리고 그래야만 앞으로 천운자나 탁삼을 마주치게 되더라도 염뇌자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사실 나천성역이 연맹성역에 쳐들어온 것은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한제는 결심을 내렸다. 그리고 저물대에서 작은 깃발 하나를 꺼냈다. 호랑이의 도안이 그려진 깃발이었다.
“캬오오오!”
한제가 그 깃발을 휘두르자 그 안에서 호랑이가 튀어나와 온 우주가 울리도록 포효를 내질렀다.
천호기(天虎旗)를 활성화하여 호랑이를 소환한 것은 연맹성역 서쪽 구역에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함이었다.
그 무렵, 한제에게서 멀지 않은 곳에서 양측 수련자들이 맞붙고 있었는데 나천성역 수련자들이 열세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