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739
극현천은 잔뜩 구겨진 얼굴로 오른손을 들어 하늘을 가리키며 외쳤다.
“얼음의 규칙!”
순간 끝없는 살기가 그의 손에서 발산되면서 요란한 소리와 함께 1만 척 길이의 빙하들이 염뇌자를 향해 빠르게 뻗어나갔다.
“얼어라!”
극현천은 살기 어린 두 눈을 번득이며 염뇌자를 가리켰다.
순간, 염뇌자의 사방에 돌연 짙은 한기가 나타났다. 규칙을 가진 한기가 응집되자 눈 깜짝할 사이 대량의 얼음벽이 생겨나 염뇌자를 꽁꽁 감쌌다.
바로 그때, 돌연 저 멀리 떨어진 우주에서 커다란 포효가 들려왔다.
“쿠오오오!”
그 강력한 망월의 포효에 사방은 바르르 진동하기 시작했고 연맹성역 수련자들의 표정이 급변했다.
흑살마존과 운룡요존의 얼굴 역시 차갑게 굳었고 이들은 재빨리 뒤로 몸을 물렸다.
“흥!”
극현천은 콧방귀를 뀌더니 오히려 앞으로 한 걸음 내딛으며 곧장 얼음벽에 갇힌 염뇌자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염뇌자의 곁에 이른 순간, 그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오른손으로 그 얼음벽을 눌렀다.
순간 파멸적인 힘이 얼음벽을 뚫고 그 안에서 기이한 방식으로 쌓여 염뇌자에게 충격을 가했다.
한데 그때, 얼음벽 안의 염뇌자가 비릿하게 웃더니 여태 줄곧 숨겨 왔던 수준을 단숨에 폭발시켰다. 그의 수준은 쇄열기 후기에서 끝없이 증폭되어 단숨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치고 올라갔다.
“이게 무슨…?”
극현천은 덜컥 심장이 내려앉는 느낌에 재빨리 뒤로 물러나려 했다.
그러나 그 순간, 염뇌자를 가두고 있던 얼음이 쩌적 소리와 함께 그대로 무너져 내렸고 수많은 얼음 조각이 사방으로 터져나갔다.
“방금 전까지는 사내처럼 달려들더니 이제 계집처럼 도망을 가려는 게냐? 여전히 남자도 여자도 아닌 놈이로군. 크하하하!”
염뇌자는 길게 웃으며 세상에 녹아들었다. 허나 그는 어딘가로 이동한 것이 아니라 그 상태로 온몸의 원력을 발산했다.
순간, 자연에 존재하던 원력이 격렬한 파동을 일으키기 시작했고 직접적으로 축지성촌에 영향을 미쳤다. 동시에 염뇌자는 두 손으로 결인을 그려 붉은 화염을 피워 올렸다. 이 화염은 용처럼 포효하며 극현천의 퇴로를 막아섰다.
뒤이어 염뇌자는 회전하고 있는 선계의 조각을 향해 원신의 정기 한 움큼을 토해냈다. 그러자 선계의 조각들이 진동하더니 전보다 10배는 더 빨리 회전하며 튀어나가 극현천을 가두었다.
조각이 회전하며 형성된 폭풍에 극현천은 더욱 어두워진 얼굴로 두 손을 앞으로 내밀어 대량의 원력을 응집시켜 상황을 벗어나려 했다.
그러나 그 순간, 염뇌자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그의 곁에 이르더니 온몸으로 화염을 피워 올렸다.
화염은 그의 손가락을 따라 사방에서 회전하고 있는 폭풍에 녹아들었고 이에 폭풍은 한 마리 화룡(火龍)이 됐다.
그때, 저 멀리서 거대한 망월이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달려들었다. 수많은 촉수가 하늘거리는 모습만으로도 무시무시할 지경이었다.
그 순간, 양측 수련자들은 전투를 중단하고 사방으로 흩어져 멍하니 눈앞의 광경을 바라보았다.
큰 공훈
망월을 보자마자 머리가 저릿해지는 것을 느낀 흑살마존은 쓰게 웃으며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운룡요존도 마찬가지였다.
극현천은 온몸의 원력을 가동하여 자신을 가둔 것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염뇌자가 놓아줄 리가 없었다. 두 팔을 양옆으로 펼친 염뇌자는 원력을 불바다로 만들어 사방을 단단히 에워쌌다.
멀리서 달려드는 망월의 뒤에는 참천거목도 있었다. 망월이 앞으로 달려들던 순간, 이 거대한 나무는 쉭 하고 방향을 바꾸더니 곧장 염뇌자가 가둔 극현천을 향해 돌진했다.
참천거목이 가까이 다가오기도 전에 기이한 힘이 사방을 뒤덮었고 다가오는 속도는 점점 빨라졌다.
“헛!”
극현천은 눈동자가 바짝 졸아들며 헛숨을 삼켰다. 이대로는 저 거대한 나무가 도착하기 전에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았다.
이 위기의 순간, 그는 두 손으로 결인을 그려 앞쪽을 여러 번 두드렸는데 그의 손이 허공을 두드릴 때마다 남색 회오리가 하나씩 나타났다. 그리고 이내 총 열세 개의 회오리가 깊은 바다와 같은 남색 빛을 발산하기 시작했다.
회오리들은 곧장 불어나더니 순식간에 극현천의 체내로 뚫고 들어갔다. 첫 번째 회오리가 체내로 들어왔을 때, 극현천의 몸에서는 한 줄기 남색 빛이 솟아올랐다.
열세 개의 회오리가 모두 몸 안으로 들어오고 나자 극현천은 눈부신 푸른 빛을 발산하게 됐고 그의 몸은 열세 겹의 푸른 빛으로 뒤덮여 있었다. 이것이 바로 극현천이 파악한 규칙의 힘이었다.
얼음장처럼 차가운 눈빛 역시 푸른빛이었다. 평생에 걸쳐 이 열세 갈래의 푸른빛을 응집시킨 그는 만약 자신이 그 빛들을 한 갈래로 합친다면 자신의 수준이 더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줄곧 생각하고 있었다.
극현천이 열세 갈래의 푸른 빛을 번득이던 그 순간, 참천거목이 그를 덮쳐들었다.
거대한 나무가 달려들면서 형성한 파문은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이 순간, 세상의 모든 것이 사라지고 오직 이 나무만이 남아 앞을 가로막는 모든 생명을 소멸시키고 있는 것 같았다.
어느 누구도 어떤 법보도 설령 하나의 수련성 자체라 해도 이 거목의 충격을 저지하기는커녕 이 나무에 상처 하나 입힐 수 없었다. 당시 원고 시대 선역을 받치고 있던 이 나무는 이제는 세상의 모든 것을 무너뜨리고 있었다.
거목이 일으킨 상상을 초월하는 충격에 우주에도 거대한 구멍이 하나 뚫릴 것만 같았다.
찰나의 순간, 이 커다란 나무는 염뇌자의 회오리에 붙잡혀 있는 극현천에게 이르렀다.
어떤 술수도 어떤 신통력의 빛도 없었다. 거대한 나무는 그저 그대로 회오리 속 선계의 조각과 충돌했다.
쾅!
선계의 조각 하나가 무너져 내렸고 그 부스러기 역시 빠르게 흩어졌다. 뒤를 이어 이 거목에 부딪힌 조각들이 차례로 붕괴했다. 그리고 조각의 붕괴는 한 수련성의 붕괴에 버금가는 충격을 일으켰다. 그리고 수많은 조각의 부스러기들은 모두 회오리에 갇혀 있던 극현천에게로 떨어져 내렸다.
심지어 이 끝없는 충격은 강력한 폭풍을 형성하여 사방으로 퍼져나가기까지 했다.
극현천의 몸을 뒤덮고 있던 푸른 빛은 격렬하게 깜빡거렸다. 조각들이 붕괴하여 흩어지던 그 순간, 거대한 나무는 결국 극현천과도 충돌했다.
쾅!
“크아아!”
극현천은 격렬하게 경련을 일으켰고 그의 몸을 두르고 있던 푸른 빛은 차례차례 무너져 내렸다.
이마저도 끝은 아니었다. 거목이 충돌한 순간 끝없는 충격력이 그 거대한 거목에서 발산되더니 각각이 거대한 파도를 이루어 끊임없이 극현천의 체내로 밀려들었다.
콰콰쾅!
극현천의 몸을 뒤덮고 있던 푸른 빛은 순식간에 하나하나 무너져 내렸고 순식간에 여섯 겹이 사라졌다.
극현천은 뒤로 빠르게 밀려났다. 허나 이는 거대한 나무의 충돌에 떠밀린 것에 불과했다.
그때, 살기 어린 눈으로 바라보던 염뇌자는 온몸을 뒤덮은 화염을 응집시킨 뒤 극현천을 짓눌렀다. 이에 화염이 달려들면서 극현천의 몸을 두른 푸른 빛 중 세 겹이 또 다시 무너져 내렸다.
“말도 안 돼!”
극현천의 눈에 충격이 드리웠다. 너무나 빨리, 순식간에 아홉 개 층이 무너져 내리면서 그는 생사의 갈림길에 서게 됐다.
도망치고 싶었으나, 이때 거목 위에 있던 신공가의 선조와 열운자가 동시에 다가왔다. 그리고 그들이 발휘한 신통력은 무궁무진한 힘이 되어 극현천의 몸에 떨어졌다.
참천거목과 염뇌자 열운자 신공가 선조의 힘까지 더해진 공격이었다. 거기다 염뇌자가 여태 숨겨왔던 진정한 수준은 이미 극현천을 넘어선 상태였다. 이에 극현천은 혼비백산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역시 수만 년을 수련해온 수준 높은 수련자였다. 평생 수많은 위기를 겪어본 그를 단숨에 죽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극현천은 결심을 내린 듯, 아직 네 겹의 푸른 빛이 남아 있음에도 자폭을 선택했다.
퍼펑!
거대한 폭발음이 울려 퍼지면서 열운자는 뒤로 나가떨어졌다. 신공가의 선조 역시 마찬가지였다.
염뇌자는 잠시 망설이다가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뒤로 물러났다. 극현천을 죽이기 위해서라면 부상을 입는 것 역시 불사할 수 있지만 그래봐야 연맹성역 안에서는 불리해지기만 할 터였다.
세 명의 수준 높은 수련자가 밀려나자 극현천은 창백해진 얼굴로 피를 한 움큼 토해내며 빠르게 뒤로 물러나면서 날카롭게 외쳤다.
“염뇌자 이 원한은 반드시 갚을 것이다!”
극현천은 허공을 움켜쥐어 균열을 내더니 곧장 그 안으로 뛰어들었다.
이때, 거목 위에서 극현천의 자폭으로 인한 충격에 체내의 원력이 불안정해지는 것을 느끼고 있던 한제는 공간의 균열로 사라지려는 극현천과 염뇌자를 번갈아 보았다. 그리고는 이를 악물더니 이내 오른손을 앞으로 뻗었다.
“정(定)!”
한마디 외침과 동시에 한제의 체내의 원력이 오른손 손가락을 타고 허공에 녹아들었다.
그는 이번 정신술(定身術)을 발휘하는 데 얼마 남지 않은 선원(仙元) 대신 체내의 원력을 사용했다.
한편, 극현천은 마음이 급했다. 열세 겹의 푸른 빛이 모두 무너져 내린 지금, 그는 생에 가장 허약한 상태였다.
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죽음을 피할 수 없을 터였다.
게다가 어떻게든 이곳을 벗어나 염뇌자의 수준이 이미 쇄열기 후기를 뛰어넘었다는 사실을 중현자에게 알려야만 했다.
‘염뇌자의 수준이 아직 세 번째 단계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그럼에도 쇄열기 후기는 월등히 넘어선 상태야! 두 번째 단계의 절정에 이른 것이다!’
한데 얼른 공간의 균열로 뛰어든 순간, 극현천은 온몸이 보이지 않는 미세한 실로 뒤얽힌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다. 공간의 균열로 들어선 오른발의 움직임도 살짝 굼떠졌다.
이는 평소의 그라면 손짓 한 번에 우두둑 끊어버릴 수 있을 정도로 약했다. 심지어 그 실을 잡아당겨 오히려 이 술법을 발현한 사람을 파멸시킬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잠깐 더뎌진 움직임이 끔찍한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그때, 극현천의 표정이 급변하는 것을 본 염뇌자는 흠칫하더니 곧장 희열에 가득한 얼굴로 달려들었다. 그리고는 곧장 오른손으로 극현천을 후려쳐 공간의 균열 밖으로 끄집어냈다.
그리고 그 순간, 가까이 있던 망월이 입을 쩍 벌려 그를 삼켜버렸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극현천은 심지어 도망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한편, 한제는 격렬하게 몸을 떨며 피를 토하더니 뒤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온몸의 원력은 거의 무너져 내린 상태였다.
극현천에게 술법을 사용한 반작용의 결과로 둘의 차이가 워낙 컸던 탓에 한제의 온몸에서는 펑, 펑 소리와 함께 피 안개가 터져 나왔다.
“염뇌자 선배님, 저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뒤로 밀려나면서 한제가 힘겹게 외쳤다. 그가 위험을 무릅쓰고 이런 행동을 한 것은 염뇌자 등에게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성공만 한다면 나천성역으로부터 전력을 다한 비호를 받을 수 있으니 위험을 무릅쓸 가치가 있었다.
이토록 큰 공훈을 세운 영웅이 위험에 처했을 때 나서서 도와주지 않는다면 나천성역 수련자들의 실망이 엄청날 것이다. 전쟁 영웅을 푸대접하는 성역에 누가 충성을 바치겠는가?
이 모든 것이 한제의 계산이었다. 고신의 육신이 더해졌다 해도 멀쩡한 상태인 극현천을 건드렸다가는 그 반작용에 목숨을 잃을 가능성이 컸지만 지금 상대는 심각한 부상을 입고 도망치는 중이었다. 그러니 자신이 실패한다 해도 목숨까지 잃지는 않을 터였다.
때로는 무모해 보이는 도박을 해야 할 때도 있는 법이다. 그리고 한제는 미래의 더 큰 위기를 위해 대담한 도박을 성공적으로 마친 셈이었다.
“하하하! 잘했네! 아주 잘했네!”
염뇌자는 통쾌하게 웃으며 삽시간에 끊임없이 밀려나고 있는 한제 곁에 이르더니 등 복판을 받쳐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