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74
★ ★ ★
이 무렵, 한제는 그를 다 따라잡은 상태였다. 신식을 줄곧 상대에게 고정시킨 탓에 좀 더 빨리 따라잡을 수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손유재가 움직임을 멈춘 그때 한제는 철조각을 가리켰다.
철조각은 즉시 지면을 뚫고 들어가 통로를 내주었다. 한제는 그 통로를 따라 손유재를 뒤쫓았다. 통로의 출구는 손유재가 있는 그 용암 지대로 뚫려 있었다.
화산의 동굴에 진입한 순간, 한제는 아래쪽을 응시하며 넋이 나가 있는 손유재를 볼 수 있었다. 그의 눈이 손유재의 시선을 따라 아래를 향했다. 용암 중앙에 삼각형의 눈동자 한 쌍이 떠 있었다. 한제는 찬 숨을 들이켜며 통로 가장자리로 돌아가 용암에 시선을 고정한 채 꿈쩍도 하지 않았다.
어렸을 때부터 화분국에서 자란 마량의 기억에 의하면 화분국의 화산에는 아무런 생물도 살지 않았다. 만약 있다 해도 아주 오랜 세월 발견되지 않은 상태였다.
손유재는 마치 마혼을 보는 듯 그 한 쌍의 눈동자를 보며 황급히 비검을 거두고 맨발로 뜨겁게 달아오른 바위를 디뎠다. 살이 타오르는 냄새가 풍겼고 단 세 걸음 만에 그의 발바닥은 새까맣게 타버렸다.
가죽이 벗겨져 시커멓게 탄 뼈가 드러났다. 하지만 손유재의 얼굴에서는 어떤 고통의 빛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는 바위 가장자리에 섰다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아래로 뛰어내렸다.
한제는 눈빛을 번득이며 인력술을 발휘해 손유재의 허리춤에 있던 저물대를 잡아챈 뒤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 자리를 떴다. 등 뒤에서 포효하는 소리가 들려왔고 순식간에 사방의 열기가 더욱 짙어졌다. 한제가 도망치는 사이 사방의 통로가 붉게 달아올랐다.
만약 하늘에서 아래를 내려다본다면 곳곳의 크고 작은 화산들이 검은 연기를 피어올리고 있는 광경을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특히 규모가 비교적 큰 화산들의 주변 땅에는 붉은 파문이 확산되었다.
한제는 긴장한 얼굴로 통로를 따라 계속해서 내달리다가 순간 우뚝 멈추었다. 전방에 수많은 화염이 모여들면서 삼각형 모양의 눈 한 쌍을 이루었다. 그리고 이는 온몸에서 불을 내뿜는 생물의 모습으로 변해갔다. 한제를 노려보는 눈빛에는 살기가 어려 있었다.
한제는 곧장 극의 신식을 이용해 그것을 공격했다. 붉은 번개가 한제의 눈에서 쏘아져서는 화염 요괴의 몸에 침투했다. 그러자 요괴의 눈에서 번득이는 화염이 약간 약해지는 듯 싶다가 곧장 원래 상태로 회복됐다. 두 눈 아래 입처럼 벌어진 하나의 긴 틈이 포효하며 한제를 삼키려 달려들었다.
한제는 더욱 긴장한 얼굴로 몸을 돌려 뒤로 물러났지만 그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뒤쪽에도 어느새 또 하나의 화염 요괴가 나타나 있었던 것이다.
좁은 통로의 앞뒤가 두 마리의 화염 요괴에게 막힌 셈이었다. 한제는 이를 악물었다. 철조각 법보가 그의 곁을 맴돌다가 통로를 파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두 마리의 화염 요괴가 포효했고 그것이 무슨 명령이라도 되는 듯 사방의 진흙이 붉게 달아올랐다. 진흙들은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딱딱해지기 시작했고 결국에는 그를 감싸 공 모양의 감옥이 돼버렸다.
감옥은 계속해서 수축되었고 결국에는 쿵 소리와 함께 그를 완전히 감쌌다.
★ ★ ★
이때 땅 위의 진흙에는 층층의 균열이 일어나며 천천히 안쪽으로 무너져 내렸다. 그러더니 곧이어 거대한 분지가 나타났는데 그 중앙에는 검은색의 흙구슬이 자리하고 있었다.
흙구슬 사방에는 삼각형 모양의 눈을 가진 화염 요괴 여덟 마리가 끊임없이 그 흙구슬을 향해 용암을 분출하고 있었다. 불로 뒤덮인 흙구슬이 천천히 줄어들며 원래 크기의 반 정도가 된 후에야 요괴들이 불을 뿜어내던 것을 멈추었다.
그중 한 마리가 그 흙구슬을 메고 빠르게 땅속으로 들어갔고 나머지가 그 뒤를 따랐다.
화염 요괴는 흙구슬을 쥔 채 몸을 훌쩍 날려 다른 동료들과 함께 용암 연못 속으로 사라졌다. 그러자 부글부글 기포를 일으키며 끓고 있던 용암 연못이 천천히 안정을 찾아갔다.
그렇게 사방의 화산에서 피어오르던 검은색 연기도 점점 줄어들었으며 땅 위의 균열도 원래의 모습대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거대한 분지만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을 증명했다. 하지만 그 외의 어떤 것에서도 화염 요괴의 존재는 찾을 수가 없었다. 이런 분지는 화분국 곳곳의 화산 근처에서 흔하게 볼 수 있었다.
화분국의 격변 (2)
한제는 몸을 잔뜩 웅크린 채 끊임없이 전해져 오는 뜨거움을 견뎌냈다. 진흙이 그를 감싸던 순간, 그는 극의 신식으로 온몸을 감싸둔 상태였다.
지금 그의 신식은 천천히 흙구슬을 와해시키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아래쪽으로 가라앉고 있음을 똑똑히 느낄 수 있었다.
한참 뒤, 흙구슬이 진동했다. 한쪽으로 내던져진 것 같았다. 이때 그의 신식은 이미 흙구슬의 마지막 한 층만을 남겨놓은 상태였기 때문에 바깥의 상황도 살필 수 있었다.
이곳은 끝도 없는 용암 속이었다. 위쪽으로는 통로가 수도 없이 뚫려 있었고 그 통로를 통해 흘러나온 용암이 이곳에 자꾸 섞여들었다.
한제의 몸을 감싼 흙구슬은 용암 위에 떠 있었다. 그의 곁에는 일고여덟 개의 비슷한 흙구슬이 눈에 띄었다. 그리고 각각의 흙구슬 위에는 화염 요괴가 한 마리씩 앉아 있었다.
용암 안에는 삼각형 모양의 눈이 무수히 많았다. 한 마리의 화염 요괴가 용암 속에서 튀어 나와 한제가 들어 있는 흙구슬 위에 기어올랐다. 녀석은 한제의 신식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듯했다.
시간이 흐르자 몇 마리의 화염 요괴가 위쪽의 통로에서 나타났다. 그들은 모두 흙구슬을 하나씩 차지했다.
그때, 용암이 갑자기 진동하기 시작했다. 화염 요괴들은 곧장 용암 안으로 흩어졌다. 이어서 거대한 화염 요괴 한 마리가 용암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한제는 신식을 거두고 신중하게 그것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일반적인 화염 요괴는 3척 정도의 높이에 불과했지만 이 화염 요괴는 머리만 해도 벌써 10척이 넘었다. 천천히, 이 화염 요괴의 상반신이 드러났다. 거대한 몸에서 뜨거운 열기와 압박감이 느껴졌다. 녀석의 출현에 사방에 있던 다른 화염 요괴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한제는 가슴이 서늘해졌다. 이 거대한 화염 요괴의 힘은 원영기 고수에 비해서도 결코 뒤처지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어쩌면 그보다 더 강할지도 몰랐다. 하지만 한제는 화신기 고수를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쉽게 판단할 수 없었다.
이 거대한 화염 요괴는 사방을 둘러보다가 천천히 왼편으로 향했다. 이어서 또 한 마리의 비슷한 화염 요괴가 나타났다. 그렇게 뒤를 이어 나타난 거대한 화염 요괴는 총 16마리였다.
이들은 둥그렇게 모였고 그 가운데에서 반투명한 불의 고리가 하나 나타나 일곱 빛깔로 반짝이기 시작했다.
한제는 조심스럽게 집중하여 그것을 살폈다. 불의 고리 아래에서 흐릿한 무언가가 나타나는가 싶더니, 천천히 실체를 갖추며 주먹의 반 정도 되는 크기의 불덩어리가 됐다. 붉고 가느다란 선들이 불의 고리와 불덩어리 사이를 연결했다.
“으아아악”
그 불덩어리가 나타난 순간, 16마리의 거대한 화염 요괴들은 소리를 지르며 용암 속에서 완전히 모습을 드러낸 뒤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와 동시에 모든 화염 요괴들이 낮게 포효하며 분분히 튀어 올라 용암 위에 무릎을 꿇었다.
그 광경을 관찰하던 한제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몸속에 녹아든 석주가 처음으로 제멋대로 그의 미간에서 솟아 나왔기 때문이다. 만약 한제가 때에 맞춰 저지하지 않았다면 석주는 멋대로 흙구슬을 뚫고 밖으로 나갔을 것이었다.
그때, 한 마리의 화염 요괴가 차지하고 있던 흙구슬을 가지고 허공에 떠올랐다. 그와 동시에 불덩어리가 그 흙구슬 안을 뚫고 들어갔다. 무언가를 빨아들이는 소리가 적막한 동굴 안에서 더욱 또렷하게 들려왔다. 비참한 비명 소리가 흙구슬 안에서 들려왔다. 비명소리는 점점 작아지더니 결국에는 사라지고 말았다.
곧이어 붉은 연기가 그 흙구슬 안에서 피어올라 불덩어리 안으로 들어갔다.
흙구슬은 허공에서 뚝 떨어져 용암으로 녹아들어갔다. 한제의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그는 흙구슬 안에 자신만 살아 있는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잠시 후, 네 개의 흙구슬이 떠올랐고 아까처럼 그 불덩어리가 각각의 흙구슬 안에 침투했으며 비명 소리가 이어졌다.
이런 일이 거의 반 시진에 이르도록 계속됐다. 다섯 번째 흙구슬이 용암에 녹아들었을 때 한제가 들어 있는 흙구슬이 천천히 떠올랐다.
동시에 한제의 미간에 있던 석주가 맹렬하게 진동하기 시작하더니 이전에는 보인 적 없는 기세로 한제의 속박에서 벗어났다.
그때, 불덩어리가 흙구슬로 침투했다.
작열하는 듯한 기운이 곧장 흙구슬 안에 퍼졌다. 불덩어리는 익숙하게 중앙을 향해 쳐들어왔지만 바로 그때 석주가 앞으로 치고 나갔다. 이에 불덩어리는 흠칫 놀란 듯 싶더니 곧바로 방향을 되돌렸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은 상태였다.
석주는 번개처럼 불덩어리에 달려들었다. 불덩어리는 비명을 내지르며 발버둥 쳤지만 그마저도 잠시였고 이내 석주에 흡수됐다.
석주의 표면에 원래 그려져 있던 몇 개의 나뭇잎이 곧장 사라지더니 하나의 화염 문양이 나타났다. 그러더니 곧이어 구슬 표면에 그려진 화염이 하나둘 늘어나기 시작했다. 불덩어리는 갈수록 어두워지더니 곧이어 완전히 빛을 잃고 흩어져 사라져버렸다. 석주 표면에서는 화염 무늬 10개가 눈부시게 빛을 발했다.
한제는 멍하니 눈앞의 광경을 바라보았다. 그뿐만 아니라 동굴에 있던 모든 화염 요괴들이 이 변고에 어찌할 줄을 모르고 정신을 놓고 있었다.
석주는 조용히 한제의 곁으로 다가와 다시 그의 미간으로 들어갔다. 한제는 그것을 자세히 들여다볼 생각도 못하고 얼른 몸을 일으켜 인력술로 흙구슬을 통제해 위로 떠올랐다. 그리고 수많은 통로 중 하나를 골라 그 안으로 들어갔다.
이 모든 것은 아주 짧은 순간에 발생한 일이었다. 한제의 흙구슬이 동굴 밖으로 향하자 그제야 화염 요괴들이 반응했다.
“으아아악”
16마리의 거대한 화염 요괴들은 비명을 내질렀다. 이어 그들은 한제가 들어간 통로를 갈기갈기 찢으면서 그를 뒤쫓았다. 수많은 화염 요괴가 분노에 찬 소리를 질러대며 그들을 따랐다.
한제는 흙구슬에 감싸인 채 용암이 흐르는 통로를 거꾸로 거슬러 질주했다. 하지만 원하는 만큼 빠른 속도는 나지 않았다. 반면 그를 쫓는 화염 요괴들은 달랐다. 용암에서 태어난 존재인 그들은 용암 안에서 움직일 때 더욱 빨랐다.
한제는 비록 그 불덩어리가 대체 어떤 존재인지 알지 못했지만 석주의 속성을 단번에 채워준 것만으로도 범상치 않은 존재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게다가 그 화염 요괴들이 불덩어리가 나타났을 때 보인 태도는 분명 숭배에 가까웠다.
그 불덩어리가 사라졌을 때 보인 분노로 미루어 봐도 그 불덩어리가 화염 요괴들에게 얼마나 귀중한 존재인지 추측할 수 있었다. 그 불덩어리는 화염 요괴들의 왕일 가능성이 있었다.
한제의 추측은 정확했다. 이 화염 요괴들은 용암 속에서 태어난 상급 요괴였다. 수련연맹의 호칭에 따르면 그들은 화염 영수(靈獸)로 태어난 순간부터 일정한 지능을 가진 그들은 화분국 땅속의 용암에서 수련을 하고 하루 종일 용암을 마시고 토하면서 힘을 키운다.
그들은 수없이 긴 세월을 보내면서 탈변을 거친다. 아홉 차례의 탈변을 거치면 영수에서 황수(荒獸)로 넘어갈 수 있다. 다만 그들은 한 번의 탈변을 할 때마다 5백 년의 허약기를 거치는데 이 기간에는 어떠한 영력도 가지지 못했다.
그래서 그들은 허약기를 앞두고 영력을 모두 발산해 후손들을 만들어내 자신을 보호하게 만들었다. 그와 동시에 탈변의 횟수가 증가하면서 허약기를 감소시킬 방법으로 수련자들을 삼키기 시작했다.
그들이 필요로 하는 수련자는 많지 않았다. 한 번의 시기를 거치는 동안 몇 명 정도만 삼키면 되기 때문에 스스로 찾아 나서기보다는 실수로 화산 동굴에 들어온 수련자들을 붙잡았다.
허나 이 수련자들이 허약한 상태의 화염 영수를 다치게 할 수도 있기 때문에 붙잡은 수련자들을 진흙으로 감쌌다. 덕분에 화염 영수는 가볍게 수련자들을 삼킬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허약한 화염 영수는 생각지도 못하게 어느 수련자에게 삼켜지고 말았고 이에 그 영수의 후손인 화염 요괴들이 분노한 것이었다. 이들에게 화염 영수는 그들의 왕일뿐만 아니라 그들의 아버지나 다름없는 존재였다. 아버지가 눈앞에서 살해당했으니 그 후손들이 뒤쫓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들과 한제의 거리는 점차 가까워졌다. 가장 앞서 있던 16마리의 거대한 화염 요괴 중 한 마리가 비명을 내지르며 거의 흰색에 가까운 화염을 토해냈다. 적홍의 용암 속에서 확연히 눈에 띄는 이 하얀색 빛이 한제의 흙구슬에 닿자 흙구슬은 이전보다 더 줄어들었다.
한제는 얼굴의 일곱 구멍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상대의 공격에 극의 신식은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는 이를 악문 채 온 영력을 쏟아 앞으로 나아가는 데 집중했다.
화염 요괴들은 통로를 산산이 부수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를 쫓았다. 거리는 점점 더 가까워졌고 여덟 마리의 거대한 화염 요괴들은 함께 하얀색 화염을 내뿜었다. 한제는 몸을 떨며 흙구슬 안에서 튀어나갔다. 극의 신식으로 온몸을 감쌌는데도 상상하기 어려운 열기가 느껴졌다.
다행히 한제는 거의 용암 표면에 이른 상태였다. 그는 그 기세 그대로 용암 밖으로 튀어나갔다.
밖으로 나온 그는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가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 순간 저물대에서 철조각이 튀어나와 그의 발을 받쳤다. 그는 긴 무지개를 그리며 높이 날아올랐다.
“으아아악!”
그의 뒤에서는 16마리의 거대한 화염 요괴들이 분화구 가장자리에 이르러 미친 듯이 포효하고 있었다. 하지만 화염 요괴들은 그 밖으로 나오지는 않았다.
한제는 그제야 한시름 놓고는 힐끔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그 순간 간담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분화구 안, 16마리의 거대한 화염 요괴들 아래에서 수많은 삼각형 모양의 눈이 오직 한제만을 뚫어져라 주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한제는 화산 분화구 안에 가득한 화염 요괴들을 흘낏 보고는 다시 날아갔다. 허나 그의 얼굴은 점점 어두워져 갔다. 이동하는 내내 마주한 모든 화산 분화구에서 화염 요괴들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화염 요괴들은 여전히 냉랭한 눈으로 한제를 주시하고 있었다. 마치 무슨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가 신호가 떨어지기만 하면 화산 분화구에서 곧장 튀어나올 것 같은 기세였다.
한제는 머리털이 쭈뼛 서는 것을 느끼며 이마를 문질렀다. 그리고 지도만 손에 넣으면 곧장 화분국을 떠나 앞으로는 절대 이곳에 돌아오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그는 잠시 멈춰 극의 신식을 펼쳤다. 잠시 주변 상황을 감지하던 그는 눈빛을 번득이며 방향을 틀어 북쪽으로 내달렸다. 그는 더 이상 화산을 내려다보지는 않았지만 냉랭한 눈빛들이 자신을 향하고 있다는 것만큼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 ★ ★
세 시진 뒤, 한제는 어느 길 위에 멈춰 섰다. 길을 한 번 살핀 한제의 얼굴에는 더욱 긴장감이 어렸다.
길에는 수십 구의 시체가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 옆에는 몇 대의 마차가 있었고 말도 몇 마리 쓰러져 있었다. 시체 대부분은 남자였고 모두 고통에 찬 표정이었다. 손에 무기가 들려 있는 것으로 보아 죽기 직전까지 싸운 모양이었다.
한 마차 옆에서 걸음을 멈춘 한제가 오른손을 휘두르자 그 마차는 태풍에 휩쓸린 것처럼 바퀴고 지붕이고 할 것 없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툭’
그 안에 들어 있던 시체가 바닥에 떨어진 순간, 붉은 빛이 하늘에서 내려와 마혼의 모습을 갖추었다. 그 마혼은 한제를 바라보며 잔인한 표정으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