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740
순간, 상상을 초월하는 웅대한 원력이 염뇌자의 체내로부터 한제의 체내로 흘러들었다. 이에 한제의 원력은 점차 안정됐고 부상도 회복됐다. 뿐만 아니라 염뇌자는 원력을 회수해가지 않았기에 한제는 그 풍족한 원력을 모두 가질 수 있었다.
온몸의 원력이 증폭됨에 따라 한제의 원신이 두 눈을 뜨더니 끊임없이 그 원력을 흡수했다. 그리고 한제의 수준은 순식간에 규열기 초기 절정에 이르렀다. 약간의 깨달음만 더 얻는다면 곧장 규열기 중기에 이를 터였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다음 수준으로 넘어가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경지를 깨달아야 할 뿐만 아니라 충분한 원력도 필요하다. 대부분은 이를 위해 엄청난 세월과 노력을 들여야만 했다.
“허목, 큰 공을 세웠구나! 저 극현천은 수련자 연맹의 사존(四尊) 중 우두머리로 순위를 매긴다면 수련자 연맹에서는 9위에 해당한다. 네가 세운 공을 나도 우리 나천성역도 똑똑히 기억할 것이다! 하하핫!”
염뇌자는 호쾌하게 웃었다. 극현천은 당시 그를 쫓아낸 원수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한편, 주위에 모여든 수련자들은 물론이고 열운자와 신공가의 선조 또한 한제를 바라보는 눈빛이 이전과는 달라졌다.
열운자는 대견하다는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고 언제나 냉랭했던 신공가 선조도 빙그레 웃어보였다.
나머지 수련자들 중 흑의의 노인과 백의의 청년은 눈빛이 다소 복잡했으나, 그 안에는 깊은 감탄이 어려 있었다. 자신은 절대 저 허목과 같은 결정을 내리지는 못했을 것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한편 궁복의 여인은 흥미롭다는 듯 한제를 바라보았는데 본래도 아름다운 그녀의 눈빛은 그야말로 매혹적이었다.
“허목, 이 전쟁이 끝나면 뇌수를 돌려줄 뿐만 아니라 방어용 법보도 하나 주겠다! 그 법보가 있으면 이 연맹성역에서는 네 목숨을 해칠 수 있는 자가 몇 되지 않을 것이다!”
염뇌자는 다시 길게 웃다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서더니 흑살마존과 운룡요존을 향해 달려들었다.
한제는 침착한 얼굴로 체내의 원력을 가동했다. 강력해진 힘을 느끼고는 자신의 선택이 옳았다는 생각에 뿌듯해졌다.
그때, 거대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콰르릉!
동시에 참천거목이 연맹성역 북쪽 구역으로 돌진했고 그 충격에 연맹성역 수련자들은 모두 뒤로 물러났다. 망월이 극현천을 집어삼킨 광경에 그들은 잔뜩 겁을 먹었고 전의는 바닥까지 떨어진 상태였다.
“쿠오오!”
망월이 거칠게 포효하며 촉수를 휘둘렀다. 그 촉수에 닿은 연맹성역 수련자들은 하나같이 비참한 비명을 지르며 목내이가 되어버렸다.
한편, 흑살마존과 운룡요존 또한 끊임없이 뒤로 물러나는 중이었다. 그들도 전의를 잃은 채로 최대한 빨리 이곳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때, 돌연 저 멀리 북쪽 구역 허공에서 참천거목에 뒤지지 않는 엄청난 충격과 굉음이 전해져왔다.
콰르릉!
그곳에서는 길이가 1만 척에 달하는 높은 원뿔 모양 탑들이 돌진해오고 있었다. 각 탑에는 1백 명 정도의 수련자들이 서 있었는데 그들이 풍기는 짙은 살기가 사방으로 확산되고 있었다.
빽빽한 탑은 그 수만 해도 근 1백 개는 되어 보였고 속도는 또 어찌나 빠른지 허공을 찢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또한 그 1백 개 정도 되는 탑의 주위에는 네 개의 거대한 수련성도 있었는데 키가 1만 척에 달하는 거인 넷이 그 수련성을 짊어진 채 성큼성큼 걸어오는 중이었다.
이 네 거인의 미간에는 도끼 모양 문양이 찍혀 있었다. 거마족 사람들인 것이다.
거마족들이 짊어진 수련성에서 각각 한 명의 수련자가 날아올랐는데 그중 세 명은 백발이 성성한 노인으로 멀리서 봐도 선인다운 기운과 위엄이 물씬 느껴졌다.
나머지 한 사람은 여인이었다. 청의(靑衣)를 입은 그녀의 머리카락은 양어깨 위로 늘어져 있었고 희고 고운 오른손에는 여덟 개의 꽃잎으로 된 연꽃이 들려 있었다. 그녀는 봉황 같은 눈으로 전방을 주시하는 중이었다.
이들의 등장에 모든 수련자들의 시선이 고정됐다. 특히 연맹성역 수련자들은 기쁜 얼굴로 다급하게 그들에게로 모여들었다.
반면 혈신자를 비롯한 나천성역 수련자들은 냉랭하게 그들을 바라보았다.
백만수혈쇄천신(百萬獸血鎖天神)
염뇌자는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오른손을 휘둘러 불바다를 응집시키더니 돌진했다. 동시에 망월은 포효를 내질러 수많은 파문을 확산시키면서 촉수를 뻗었다.
참천거목 근처의 나천성역 수련자 수만 명은 분분히 날아올라 각자의 신통력과 법보를 준비했다. 거대한 전투가 벌어지기 직전이었다.
그때, 청의의 여인이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
“무동선 선배님을 뵙습니다!”
그 순간, 먼 허공에서 긴 웃음소리가 흘러나오더니 검은 구름이 몰려들었다. 그 위에는 한 중년 사내가 서 있었는데 네모진 얼굴에 보라색 옷을 입은 그의 당당한 태도에 위엄이 풍겼다.
그가 가까이 다가오자 그를 둘러싼 검은 구름이 끝없이 용솟음치면서 천둥소리를 울렸다.
“염뇌자… 그 이름은 오래전부터 들어왔지! 감히 이 무동선과 대적하려 하는가?”
중년 사내가 오만한 말을 내뱉은 순간, 그의 발을 받치고 있던 검은 구름이 염뇌자를 향해 쏘아져 나왔다.
허나 염뇌자의 기억 속에는 무동선이라는 이름이 없었다. 그렇다면 자신이 연맹성역을 떠난 뒤 발탁된 인사일 터였지만 염뇌자는 상대를 절대 얕잡아 보지 않았다. 상대의 몸에서 풍기는 기운에 오히려 더 신중해졌다.
“싸우고 싶다면 덤벼라!”
염뇌자가 차갑게 외치더니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검은 안개 속으로 녹아들었다. 순간 위로 솟구쳐 오르면서 격렬하게 요동치는 안개 속에서 신통술의 불빛이 번득였고 끊임없이 무언가 터져 나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저 망월을 봉인하라!”
청의의 여인이 덤덤하게 입을 열자 주위의 원뿔형 탑들이 귀를 찢을 듯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순식간에 1백 배로 크기가 불어났다. 그러더니 곧장 예리한 검처럼 망월을 향해 달려들었다. 전투는 나천성역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한제는 불길한 기운을 느꼈으나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고 참천거목 위에서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한데 바로 그때, 한 줄기 날카로운 눈빛이 자신의 몸에 꽂히는 것을 느꼈다.
재빨리 돌아보니 청의의 여인의 시선이 먼 거리를 뛰어넘어 그에게 닿아 있었다. 그 눈빛은 어딘가 복잡한 기색이 어려 있었다.
한제는 굳은 눈으로 그녀를 마주보다가 곧 시선을 거두었다. 한제는 그 여인을 본 적도 없었고 낯익은 느낌 역시 전혀 없었다. 다만 여인의 눈빛에 약간 혼란스러웠을 뿐이다.
허나 지금은 그런 고민을 할 때가 아니었다. 한제는 덤덤한 얼굴로 계속해서 뒤로 물러났다.
전방에서는 1백여 개의 원뿔 모양의 탑이 세상을 갈라놓을 듯 쉭쉭거리며 망월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 높은 탑들은 하나하나가 예리한 검처럼 우주를 가로질렀다.
“쿠오오오!”
망월은 분노에 찬 포효를 내지르며 수많은 촉수를 뻗어 탑들을 향해 뻗었다. 가장 먼저 다가오던 탑은 그 촉수에 뒤얽힌 순간, 펑 하고 검은 가루로 무너져 내려 사방으로 흩어져 버렸다.
그 탑 위에 있던 연맹성역 수련자들은 재빨리 튀어 올라 달아났다.
뒤이어 더 많은 탑이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달려들었고 그 대부분은 망월의 촉수에 뒤얽히면서 검은 가루로 변해 흩어졌다.
허나 그 와중에 나머지 탑들은 전보다 몇 배나 빠른 속도로 쏘아져 나갔고 망월의 촉수를 피해 곧장 몸을 찔러 들었다.
쾅!
처음으로 망월을 찌른 탑은 굉음과 함께 꼭대기에서부터 무너져 내리기 시작하더니 미세한 균열들로 뒤덮였고 눈 깜짝할 사이 가루로 부서졌다.
펑! 펑! 펑! 펑!
굉음이 연이어 들려오는 가운데 촉수를 피한 탑들이 모두 망월의 몸을 찌른 뒤 가루가 됐다.
망월은 계속해서 포효를 내질렀고 발광하듯 촉수를 사방으로 휘둘렀다. 이에 미처 피하지 못한 수련자들은 촉수에 닿은 순간 죽음을 맞이했다.
“봉인!”
청의의 여인이 외쳤다. 가볍고 부드러웠지만 모두에게 들릴 정도로 또렷한 목소리였다.
그 순간, 널리 퍼져 있던 검은 가루들이 요사스러운 빛을 번득이며 망월을 감싸더니 구 형태를 이루며 퍼져 나갔다.
그리고 다음 순간, 그 안이 피처럼 붉은빛으로 차올랐고 동시에 수련자 연맹이 선별한 연맹성역 동쪽, 남쪽, 북쪽 구역 내의 1백 개 남짓한 수련성이 눈부신 빛을 발했다.
그중 한 수련성에서는 수련자들이 모여 마수들을 수련성 위에 떠오른 거대한 전송진에 가둬둔 상태였다. 반경 1만 리를 뒤덮은 원형 전송진 안에는 1만 마리 이상의 마수들이 빽빽하게 모여 있었다. 또한, 진 밖의 허공에는 수많은 수련자가 떠올라 있었다. 그 중심에는 지체가 높아 보이는 붉은 머리의 노인이 있었다.
청의의 여인이 외친 ‘봉인’이라는 두 글자는 온 우주를 관통한 듯 아주 먼 곳에 있는 이들에게까지 퍼져나갔고 순간 붉은 머리의 노인이 두 눈을 번쩍 뜨며 한손을 휘둘렀다.
그 손짓에 주위의 수련자들이 망설임 없이 진 안의 마수들을 향해 신통력과 법보의 위력을 발휘했다.
“캬아아!”
“끄아아!”
비참한 포효가 울려 퍼지면서 진 안은 피바다가 됐다. 그러자 진이 회전하면서 마수들의 피와 혼백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머지않아 마수들의 피는 남김없이 사라졌다.
같은 상황이 다른 수련성 안에서도 동시에 벌어지고 있었다.
이는 연맹성역의 10대 진법 중 하나인 백만수혈쇄천신(百萬獸血鎖天神)이었다.
한편, 북쪽 구역에 나타났던 탑들은 특수한 재료에 진법을 더해 만들어진 것으로 1백 개 수련성에서 백만 마리의 마수들이 죽어가면서 망월 체내로 스며든 검은 가루가 짙은 피비린내 어린 기운을 발산했다.
이 기운은 너무나 짙어 냄새를 맡기만 해도 심신이 뒤흔들릴 정도였다.
피의 기운 속에서 검은 가루는 기이하게 요동치기 시작했고 순식간에 응고되며 거대한 구체가 되어 망월을 가뒀다. 이에 마치 검은 조각상처럼 보이는 망월은 그 안에서는 포효를 질러댔으나, 그 소리조차 먹먹하게 들렸다.
이때 원뿔 모양 탑들이 무너져 내리기 전에 피했던 수만 명의 연맹성역 수련자들이 각자의 법보와 신통력으로 나천성역 수련자들에게 달려들었다.
이 광경에 나천성역 수련자들이 받은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열운자와 신공가의 선조는 서로를 마주보다가 곧장 참천거목에서 훌쩍 날아올랐다.
열운자는 오른손으로 허공을 움켜쥐어 그 앞에 대량의 원력을 응집시켰고 그 응집된 원력은 1백 개가 넘는 작은 깃발이 됐다.
그와 신공가의 선조는 나천성역 수련자들의 후방 지원 세력 중 향가 노인과 공손가의 사내를 제외하면 신분이 가장 높은 편이었다.
향가 노인과 공손가의 사내가 오기 전까지 이곳의 지휘권은 열운자와 신공가의 선조에게 있는 셈이었다.
그중 특히 열운자의 사명은 막중했다.
그는 1백 개가 넘는 깃발 중 일부를 들고 옆으로 휘두르며 외쳤다.
“72명의 지살(地煞)들이여, 각자의 수련자들을 이끌고 적들을 말살하라!”
“명 받듭니다!”
사방의 나천성역 수련자들 중 수십 명이 앞으로 나섰다. 이들은 모두 지살이었다.
모든 지살이 이곳에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각자의 깃발을 쥔 그들은 휘하 수련자들을 이끌고 일제히 앞으로 달려들어 탑에서 뛰어내린 연맹성역 수련자들과 교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콰르릉! 쾅!
거대하고 요란한 소리가 사방에서 울렸고 각종 법보가 내뿜는 빛들이 곳곳에서 번득였다. 하늘을 뒤덮을 듯 날카로운 살기가 이곳을 가득 채웠다.
신공가의 선조 역시 수십 개의 깃발을 쥔 채 휘두르며 외쳤다.
“36명의 천강(天罡)이여, 나를 따라 망월의 봉인을 파괴하라!”
말을 마친 그는 앞으로 나서며 곧장 망월을 가둔 봉인에 이르렀다. 그 뒤로 수십 명의 수련자들이 얼른 따라붙었고 이어서 수련자 소대에 속한 이들이 진격했다. 머리 큰 소년 역시 그중 한 명이었다.
“너희 넷은 나를 엄호하라!”
열운자는 한제와 궁복의 여인, 흑의의 노인과 백의의 청년을 훑어보더니 거목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