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741
우르르!
순간 거목이 진동하더니 더 이상 나아가지 않고 허공에 멈춰 섰다.
열운자는 자리에 앉은 뒤 결인을 그린 두 손으로 미간을 두드렸다. 그러자 그의 미간에서 원신이 번득이며 튀어나왔고 세 개의 전(戰) 족자도 나타나 원신 주위를 맴돌았다.
열운자의 원신은 오른손으로 족자 중 하나를 두드려 신념을 주입했다.
그의 신념이 퍼져나가는 사이, 허공에 떠 있던 열일곱 개의 나부(羅浮) 중 하나가 펑 하고 터지더니 그 안에서 붉은 인영이 걸어 나왔다. 피로 이루어진 혈인(血人)이었다.
“크아아!”
그는 곧장 포효를 내지르며 전장으로 달려들었다.
이때 혈신자 등은 다른 데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흑살마존과 운룡요존이 공격을 퍼부었기 때문이다.
이곳은 더 이상 아군과 적군을 구별하기도 힘든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
혈인이 달려든 곳은 혈신자와 흑살마존이 맞붙은 곳이었다. 그가 가담하자 흑살마존은 점차 뒤로 밀리기 시작했다.
그때, 열운자의 원신은 바르르 경련을 일으키다가 이내 원상태를 회복했다. 그는 염뇌자는 물론 혈신자보다도 수준이 뒤떨어졌으나, 그런 그가 맡은 역할은 매우 컸다.
열여덟 개의 나부는 전가의 소유가 아니었지만 그것을 통제하는 신통력은 오로지 전가에만 이어지고 있었다.
이 신통력은 족자를 통한 깨달음에 약간의 전수가 곁들여져야만 장악할 수 있는 것으로 다른 사람에게 전해질 수 없으며, 전가에서도 단지 몇몇만 발휘할 수 있었다.
사실 나천성역에는 전가 사람이 나부를 건드리지 못하게 하라는 암묵적인 약속이 있었다. 허나 이는 연맹성역과의 전쟁을 준비하면서 깨지게 됐다.
염뇌자와 향가 노인, 그리고 공손가의 사내 등 몇몇 수준 높은 수련자들은 이번 나부의 통제를 열운자에게 맡기기로 결정했다.
원신을 약간 회복시킨 열운자는 망설임 없이 또 한 번 족자를 건드려 신념을 불어넣었다. 그러자 그 족자 안에서 확산된 상상을 초월하는 파문이 사방을 휩쓸었고 남아 있던 열여섯 개 중 하나를 붕괴시켰다. 그리고 무너져 내린 나부 안에서 또 한 명의 혈인이 나타났다.
이 혈인은 곧장 신공가의 선조가 망월의 봉인을 풀기 위해 애쓰고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때, 연맹성역 수련자 사이에서 청의의 여인이 손을 들어 앞을 두드렸다. 순간 그녀 곁에 있던 거마족 하나가 앞으로 걸어 나갔다. 그가 짊어진 수련성의 크기는 일반적인 수련성의 1백 분의 1 정도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크기였다.
거마족은 빠르게 앞으로 달려 나가 그 수련성을 남아 있는 열다섯 개 나부를 향해 힘껏 내던졌다.
그 수련성 위에는 한 노인이 떠 있었는데 그는 두 눈을 번득이며 수련성을 따라 삽시간에 열다섯 개의 나부가 있는 곳에 이르렀다.
이에 열운자의 원신은 두 눈을 부릅뜨고 외쳤다.
“라홍, 주행천, 너희 두 사람은 얼른 나부를 보호하도록!”
한편, 수련성을 내던진 거마족은 곧장 거목 위의 열운자를 향해 돌진했다.
열운자의 명에 흑의의 노인과 백의의 청년은 곧장 나부(羅浮)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열운자는 이를 악물더니 오른손으로 전(戰) 족자를 다시 두드려 신념을 불어넣었다. 순간 열다섯 개 남아 있던 나부 중 또 하나가 무너져 내리면서 혈인이 되더니 곧장 나부를 향해 달려들고 있는 수련성 위의 노인을 향해 돌진했다.
그때 거마족이 큰 보폭으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도중에 나천성역 수련자를 마주칠 때마다 자신보다 수준이 낮을 경우 곧장 그 커다란 손으로 잡아채 으스러뜨린 후 한입에 꿀꺽 삼켜버렸다.
이 거마족은 양의 절정 수준에 불과했으나 강력한 육신 덕에 흡수할 수 있는 원력은 다른 양의 수련자보다 훨씬 많았다. 때문에 그는 실질적으로는 일반적인 규열기 초기 수준 수련자에 능히 대적할 수 있었다.
강력한 육신 덕분에 어지간한 법보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 거마족이 거목 위에 자리한 열운자를 향해 돌진했는데 혼탁한 눈빛 안에 광기가 어려 있었다.
“자폭하려는 거야!”
한제의 귓가에 아름다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궁복 여인의 목소리였다.
한제는 고개를 끄덕이며 열운자의 원신을 힐끔 바라보았다. 열운자는 지금 원신을 회복시키면서 다음 혈인을 소환해내기 위해 집중한 상태였기 때문에 지금은 그를 방해할 수 없었다. 그에게 따로 믿을 구석이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지금은 이를 따질 때가 아니었다.
그때 한제가 눈을 번득이며 말했다.
“내가 가지!”
말을 마친 그는 앞으로 한 걸음 내딛어 곧장 그 거인을 향해 달려들었다.
궁복의 여인이 살짝 웃었다.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그 미소는 눈이 부실 정도였다.
“조심해, 허 도우.”
한제는 그녀의 목소리를 뒤로 한 채 거목의 기이한 역량이 미치는 범위 밖으로 나섰다. 사방에서 울려 퍼지는 굉음과 비명이 들려왔고 여기에 거마족이 돌진해옴에 따라 분노에 찬 고함까지 뒤섞였다.
1만 척 거마족의 붕괴
거마족의 속도는 점점 빨라졌고 그의 몸에서는 파멸적인 기운이 짙게 풍겼다.
어느새 눈앞으로 다가온 거인은 주먹을 날리며 외쳤다.
“물러나라!”
그가 휘두른 주먹으로 강력한 바람이 한제를 휩쓸었다. 그 바람은 강했지만 한제를 뒤로 물러나게 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는 냉랭한 표정으로 마주 주먹을 날렸다.
기이한 광경이었다. 키가 1만 척에 달하는 거인의 주먹에 비하면 한제는 개미만도 못해 보였고 그의 주먹은 티끌 같아 보였다.
하지만 두 사람의 주먹이 가까워지자 거대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 두 사람의 주먹이 가까워질수록 그 굉음은 세상의 모든 소리를 뒤덮을 정도로 커졌다.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천천히 흘러가는 듯했다.
한제와 거인의 주먹은 점차 가까워지다 이내 충돌했다.
콰쾅!
그 순간, 엄청난 굉음이 터져 나오면서 주위의 수련자들은 경련을 일으켰다. 또한 그 소리에 일어난 거대한 파문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수많은 수련자들이 교전을 멈추고 빠르게 물러나기 시작했다. 그들은 충격을 받은 눈으로 한제와 거인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키가 1만 척에 달하는 거인의 몸이 격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는 상대의 작고 보잘 것 없는 주먹을 통해 상상을 초월하는 거대한 힘이 밀물처럼 밀려드는 것을 느꼈다.
이어서 그는 피를 한 움큼 토해냈고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오른손은 피와 살점으로 터져나갔다.
“끄아아악!”
거인은 비참한 비명을 내지르며 생전 처음 겪어보는 엄청난 힘에 뒤로 떠밀렸다. 한제가 가진 고신의 힘은 거마족이라도 감당할 수 없었던 것이다.
붕괴는 거인의 오른팔로 이어서 어깨로 이어지더니 몸의 절반 정도가 순식간에 와해됐다.
거마족의 눈은 충격으로 뒤덮였다.
“크아아!”
고함을 내지른 순간, 그의 몸에서 순간 파멸적인 기운이 피어오르더니 이내 그는 완전히 폭발해버렸다.
양의 절정 수준에 이른 거마족의 폭발로 발생한 힘은 매우 강력해 한제마저 미간을 찌푸리게 할 정도였다.
“우웩!”
한제는 얼굴이 약간 붉게 변하더니 피를 한 움큼 토해냈다. 허나 이는 사실 다른 사람들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억지로 토해낸 것뿐이었다.
이어서 한제는 결인을 그린 오른손으로 하늘을 가리키며 외쳤다.
“호풍(呼風)!”
그 순간, 검은 바람 한 줄기가 소환되어 두 마리 흑룡으로 변했다. 이 흑룡들은 곧장 거인의 몸을 감싸고 덥석덥석 삼켜대며 음산한 바람을 뿜어냈다.
흑룡의 공격에 거인의 몸은 끊임없이 뒤로 밀려났고 눈 깜짝할 사이 저 멀리까지 떠밀려 나갔다. 또한 두 흑룡이 집어삼키는 통에 거인의 폭발로 발휘된 위력은 끝없이 약화됐다.
쾅!
거대한 소리와 함께 그 거인은 결국 완전히 터져나갔고 엄청난 충격이 사방을 휩쓸었다. 이에 전투 중이던 수준 높은 수련자들까지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한제는 약간 창백해진 얼굴로 약간 부상을 입은 것처럼 비틀거리며 거목 위로 돌아왔다. 사실 고신의 몸을 가진 그에게 거마족 하나 죽이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궁복 여인이 웃으며 말했다.
“감탄할 만한 신통력이네. 특히 육신을 응결시키는 법술은 정말 놀라워.”
열운자의 원신은 흡족한 눈으로 그 말에 동의하듯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그리고는 두 번째 족자를 가리키며 흘러넘칠 듯한 신념을 그 안에 녹여 넣었다.
순간 열네 개의 나부 중 또 하나가 급속도로 수축하더니 혈인으로 변해갔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온몸의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을 들게 만드는 신통력을 가진 존재였다.
이 혈인은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근처 수련성 위에서 또 다른 혈인과 백의의 청년이 합세하여 한 연맹성역 노인과 맞붙고 있는 곳으로 향했다.
멀리서 이를 지켜보던 청의의 여인은 미간을 찌푸리며 고운 손가락으로 앞을 가리켰다.
그러자 이번에는 두 거인이 앞으로 달려들었고 그중 하나는 곧장 나부를 향해, 다른 한 명은 참천거목을 향해 돌진했다.
그리고 그들이 짊어지고 있던 수련성 위의 노인들은 곧장 날아올라 두 손으로 결인을 그리더니 오른손으로 허공을 꾹 눌렀다.
순간, 그 노인과 거마족 사이의 수련성이 회전하기 시작하더니 사방으로 파문을 발산했다.
노인은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다 두 손을 앞으로 떠밀며 낮게 외쳤다.
“수련성의 파동!”
그 외침에 수련성은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스스로 날아가면서 더욱 빠르게 회전했고 그러는 와중에 수축하면서 눈 깜짝할 사이에 본래 크기의 절반 정도로 줄어들었다.
동시에 붉은 파문 한 갈래가 돌연 그 수련성에서 발산되더니 노인의 손짓을 따라 날아들었다.
이 파문의 속도는 너무나 빨라 거의 순식간에 나천성역 수련자 여럿을 스쳐 지나갔고 이들은 바르르 경련을 일으키더니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심지어 그들의 저물대도 흩어져 버렸다. 그리고 이 파문의 충격은 곧장 참천거목으로 향했다.
이를 본 한제의 표정이 싸늘하게 변해가던 그때, 열운자가 두 눈을 번쩍 뜨더니 낮게 외쳤다.
“허목, 자인! 너희 둘은 흩어져 각자 싸우도록!”
열운자의 분부가 채 떨어지기도 전에 곧장 뒤로 물러난 한제는 거목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자마자 순간이동으로 멀리 이동했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궁복의 여인 역시 자리를 떴다.
두 사람이 떠나간 순간, 붉은 파문이 거목에 이르렀다. 그러자 원신을 거둔 열운자는 기이한 결인을 그리며 거목 안으로 녹아들어 사라졌다. 동시에 참천거목에 이른 붉은 파문이 나무를 진득하게 훑었다.
한제는 붉은 파문으로부터 멀리 이동했지만 그럼에도 전장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기에 그가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연맹성역 수련자들이 공격을 해왔다.
그는 그 공격을 피할 생각도 하지 않았고 그에게 날아든 검광은 펑 하는 소리와 함께 튕겨나갔다.
그 순간, 한제가 몸을 돌리며 손짓을 했다.
원력과 고신의 힘이 밴 그의 손은 곧장 자신을 기습한 자의 가슴팍을 꿰뚫었다. 상대는 미처 반응할 틈도 없이 피 안개로 터져버렸다. 수련자는 원신만이라도 달아나려 했지만 저 멀리서 다가온 나천성역 수련자의 손에 그대로 으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