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744
사방을 훑어보던 한제의 시선은 멀리 떠 있는 참천거목에 닿았다.
‘저 나무는 어떤 신통력을 발휘할 수 있는 걸까? 저 위에 올라 있는 동안 뭔가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는 했는데⋯⋯.’
두 성역 사이의 전쟁을 통해 한제의 시야는 더 넓어져갔다. 이 모든 것은 그에게 매우 중요했다. 그의 수련 시간은 두 번째 단계에 이른 수련자들 사이에서는 매우 짧은 편이었고 자연히 식견도 더 부족했다.
한제는 이번 전투에서 목격한 신통력과 법보들을 통해 식견과 경험을 넓힘과 동시에 정열기나 쇄열기 수련자들의 전투도 지켜보았다. 만약 이런 전쟁이 발발하지 않았다면 알 수 없는 것들이었다.
한편, 흑살마존이 신통술과 법보로 고신의 손가락을 저지하려 애쓰던 그때, 남은 연시들이 포효를 내지르며 돌진했다. 특히 두 은색 연시의 속도는 놀라울 정도였다.
허나 그 연시들이 다 달라붙는다 해도 고신의 손가락을 저지하기에는 역부족일 터였다.
“캬오오!”
망월은 격렬하게 포효했다. 우주를 뒤흔들 정도로 거대한 소리에 수준이 낮은 수련자들은 곧장 뒤로 물러났다. 자칫하면 중상을 입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한편, 이 포효를 들은 한제는 불길함을 느끼고는 재빨리 두 손으로 결인을 그려 수많은 금제를 소환해 방어막을 만들었다. 게다가 곧장 고신의 솥까지 꺼내며 뒤로 물러났다.
그 순간, 망월의 포효에 수많은 연시와 흑살마존에게 저지당했던 고신의 손가락이 바르르 진동하더니 폭발했다.
콰쾅!
그 손가락이 폭발한 위력은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했다. 사방에서는 비참한 비명이 울려 퍼졌고 반경 1만 리 공간에 거대한 구멍이 뚫리며 수많은 수련자가 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연맹성역이고 나천성역이고 할 것 없이 모든 수련자는 자신이 낼 수 있는 최대의 속도로 도망치기에 바빴다.
폭발의 중심에 있던 흑살마존은 피를 토해내며 저 멀리 나가떨어졌고 수만 년간 쌓아 올렸던 수준은 급격하게 떨어져 내렸다.
육신은 거의 붕괴하기 직전이었다. 그의 얼굴은 창백함과 충격이 뒤섞여 있었고 다시 한 번 피를 토해내고는 재빨리 도망치기 시작했다.
은색 연시를 제외한 나머지 열 구가 넘는 보통의 연시들도 폭발과 함께 터져나가며 허공으로 흩어져 버렸다. 심지어 두 은색 연시들 역시 한참이나 나가떨어졌다. 그들의 몸에 얽혀 있던 쇠사슬은 무너져 내렸고 입으로는 검은 피를 토해냈다. 그중 아름다운 여인의 시체는 한제 쪽으로 튕겨져 나갔다.
‘이런 법보가 내 손에 들어오다니, 고마운 일이로군!’
한제의 눈이 번득였다. 그의 눈에는 여인의 시체뿐만 아니라 반쯤 파손된 나무 조각상도 들어왔다.
미리 이런 상황에 대비를 해둔 덕에 한제는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았다. 심지어 처음부터 은빛 연시(煉尸)를 탐내고 있던 그는 폭발의 순간 고신의 솥을 이용해 특정 위치로 이동하는 여유까지 부렸다. 다른 하나의 은빛 연시는 여인의 시체에 비해 훼손 정도가 심해 굳이 욕심 부리지 않기로 했다.
결심을 굳힌 한제는 여인의 시체를 향해 돌진했다.
물론 그 여인의 시체를 노리고 달려드는 것이 한제만은 아니었다. 양쪽 성역 수련자 일곱이 각기 다른 방향에서 그 여인의 시체를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
한제는 그중 가장 가까운 곳에 있지는 않았지만 속도는 단연 월등해 순식간에 여인의 시체 근처에 이르렀다.
한데 그 순간, 그는 무언가 생각이 난 듯 교묘하게 속도를 조금 늦추었다.
그 순간, 나천성역 수련자 하나가 달려들어 여인의 시체를 잡아채려 했다. 동시에 연맹성역 수련자 한 명도 금세 다가왔다.
그는 입을 쩍 벌려 검광을 토해 앞서 여인의 시체에 다가선 나천성역 수련자를 공격했다.
두 사람의 쟁탈전이 벌어지는 동안 또 한 명의 나천성역 수련자가 근처에 이르렀다. 그는 시체의 팔을 잡더니 곧장 몸을 날려 자리를 벗어나려 했다.
하지만 이내 그 수련자의 눈빛이 충격으로 물들었다.
“크악!”
비참한 비명과 함께 그의 몸은 그대로 오그라들면서 눈 깜짝할 사이 핏덩이로 변해버렸다.
갑작스런 상황에 방금 전까지 싸우고 있던 두 수련자도 크게 놀라 우뚝 멈추었다 그들은 감히 시체를 잡아챌 엄두도 내지 못하고 망설였다. 그때, 한제를 포함한 나머지 세 사람이 시체를 향해 돌진했다.
한제는 고신의 솥을 이용해 한 나천성역 수련자와 위치를 바꾸었다.
“헛!”
그 나천성역 수련자는 흠칫 놀랐으나, 정신을 차린 후 자신에게 신통력을 부린 것인 한제임을 알고는 쓰게 웃으며 몸을 돌려 다른 목표를 노렸다.
여인의 시체로부터 가장 가까운 곳에 있던 두 수련자는 한제가 질주해오는 것을 보고는 이를 악물며 거의 동시에 손을 뻗어 그 여인의 시체를 잡았다.
그러나 그 순간…
“끄악!”
“컥!”
두 사람은 비명을 내질렀고 그들의 몸은 급속도로 말라가며 순식간에 핏덩이가 되어 여인의 시체에 흡수했다. 그러자 여인의 시체 미간에 요사스러운 붉은 빛이 응집됐다.
그때 망포(蟒袍)를 입은 연맹성역 수련자 하나가 근처에 이르렀다. 그는 낄낄대며 오른손으로 허공을 움켜쥐었다. 여인의 시체를 잡으려는 것이 아니라 공격을 하는 것이었다.
한제의 두 눈이 번득였다. 그 연맹성역 수련자와 거의 동시에 도착한 그는 두 손가락을 펼쳐 허공을 두드리며 외쳤다.
“비켜라!”
낄낄대던 연맹성역 수련자는 더욱 빠르게 오른손을 움직이며 낮게 외쳤다.
“뇌선(雷仙) 허목도 이 여인의 아름다움을 탐하는가 보군!”
한제는 대답 없이 다가가 그 연맹성역 수련자가 여인의 시체를 잡아채려는 순간 오른손을 앞으로 뻗었다.
“정(定)!”
그 순간, 연맹성역 수련자는 움찔하더니 그대로 멈추었다.
그 틈을 타 한제는 곧장 여인의 시체를 잡으려 했다. 하지만 무턱대고 잡은 것이 아니라 먼저 체내의 원력을 가동하고 고신의 힘을 응집시킨 뒤 음양의 도안을 여인의 미간에 찍었다.
펑!
폭발음과 함께 여인의 시체가 진동했다. 그러더니 이전에 몇몇 수련자의 피를 흡수하면서 미간에 응집됐던 붉은 빛이 그대로 흩어져 버렸다.
그제야 한제는 여인의 시체를 잡았다. 그리고는 정신술(定身術)로 멈춰놓은 연맹성역 수련자의 가슴팍을 걷어찼다.
“크흑!”
그 수련자의 가슴팍에서는 하얀 빛이 번득였고 이내 그는 그대로 뒤로 나가떨어지면서 대량의 피를 토해냈다. 얼굴은 하얗게 창백해졌지만 죽음은 겨우 면한 그는 한제를 죽일 듯 노려보더니 가슴팍을 움켜쥔 채 빠르게 뒤로 물러났다.
한제는 연시를 바라보았다. 여인의 몸을 뒤덮은 피처럼 붉은 빛은 모두 얼굴로 모여들었다가 미간에 응집됐다.
아까 한제가 속도를 늦춘 것은 이 시체에게서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의 예상대로 처음 이 시체를 노린 수련자들은 그대로 죽음을 맞았다.
한데 그가 이 연시를 포기하려던 순간, 여인의 시체는 세 수련자의 정혈을 흡수한 뒤 약간의 변화를 일으켰다. 이에 한제는 곧장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쟁취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한제는 물러나는 동안 한손으로 결인을 그려 수많은 금제를 찍고 원신의 정기를 한숨 뱉어내 봉인을 마친 후에야 여인의 시체를 저물대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곧장 몸을 날려 1만 리 밖, 우주가 무너진 곳으로 향했다.
크게 무너져 내린 우주는 거대한 회오리가 되어 퍼져나가면서 마치 모든 것을 삼켜버릴 듯한 엄청난 흡인력을 발휘했다.
오직 망월만이 아무렇지 않게 돌아다니며 학살을 자행하고 있었고 주위에서는 연맹성역의 몇몇 수준 높은 수련자들이 망월의 전진을 저지하려 하고 있었다. 심지어 운룡요존도 동참했다.
차공열(次空涅)
한편 나천성역 측에서는 혈신자 등의 수련자들이 망월 주위를 맴돌며 연맹성역 수련자들과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나부에서 만들어진 혈인들도 모습을 드러내며 망월의 곁에서 연맹성역 수련자들을 압도했다.
콰르릉!
거대한 소리와 망월의 포효가 사방에 울려 퍼지는 가운데 그 상공에 있는 염뇌자는 무동선과 교전을 벌이고 있었다. 검은 안개 속에서 벌어지는 두 사람의 교전에 안개는 더욱 격렬하게 용솟음쳤다. 이따금 발산되는 파동은 혈신자 등도 다급히 물러나게 만들 정도였다.
청의의 여인은 여전히 침착한 얼굴로 멀리서 이 상황을 지켜보았다. 그녀 곁에는 용포를 입은 금색 연시가 냉랭한 표정으로 자리를 지켰는데 그 시체의 머리 위로 다섯 장의 부적이 느릿하게 회전했다. 전광이 흐르며 그의 정수리와 연결된 채 끊임없이 부적들을 봉인하고 있었다.
그때 청의의 여인이 오른손을 들어 올려 앞을 가리켰다.
“지현전(地玄殿)의 대장로께 현보 상인을 청합니다.”
여인의 목소리에 이에 순간 긴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크하하하! 하하하하!”
그 웃음에서 높은 수준은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 웃음이 퍼져나간 순간, 수련자들의 법보는 주인의 통제에서 벗어날 듯 바르르 떨렸다.
한편, 도주 중이던 흑살마존은 한시름 놓았다. 그뿐만 아니라 운룡요존 역시 한결 마음을 놓은 듯 교전을 멈추고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이번 전투에 참여한 이들 중 수련자 연맹의 두 전(殿)과 네 존(尊), 여덟 계(界)중 진정한 사존의 일원은 극현천뿐이었다. 사존은 월존(月尊), 운존(雲尊), 현존(賢尊), 약존(藥尊)으로 극현천은 그중 현존이었다.
네 사람은 각각 세 명의 수하를 두고 있었는데 이렇게 사존과 직속 부하까지 합쳐 총 열여섯 명 중 어떻게든 네 명이 묶이면 사존이라 통칭했다. 그러니 엄밀하게 따지자면 이번 전투에 수련자 연맹이 출동시킨 것은 현존과 세 개의 계뿐이었다.
현보(玄寶) 상인(上人)은 지현전(地玄殿)에서 신분이 가장 높은 이들 중 하나로 수련자 연맹의 모든 사람들은 그를 지극히 두려워했다.
그가 연맹성역의 모든 일들을 결정하는 연맹 장로단 중 한 명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 장로단의 구성원이라는 것이 사존보다도 우선적인 직책이었다.
연맹 장로단에 정확히 몇 명이 소속되어 있는지는 구성원 본인들 외에는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
하지만 각 구성원은 연맹성역의 모든 일들을 관장하는 실력자들이었다.
심지어 천운자가 다른 사람들에게 지극한 존경을 받는 것도 그의 생일잔치에 수련자 연맹에서 선물을 보내온 것도 그가 장로단 구성원이기 때문이었다.
이후의 변고로 천운자의 지위는 하락한 상태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장로단의 구성원이었다.
만약 천운자가 마음만 먹었다면 능천후 등은 살아남지도 못했을 터였다. 다만 당시의 변고로 천운자는 더욱 소극적이 되어 마치 스스로를 어딘가에 가둔 듯 장로단 회의에도 거의 참석하지 않았다.
극현천이든 염뇌자와 싸우고 있는 무동선이든 장로단의 구성원은 아니었다. 그러니 이들은 현보 상인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할 수 있었다.
대체 어느 정도나 되어야 장로단의 구성원이 될 수 있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심지어 장로단의 구성원이 되는 기준이 오로지 수준만은 아닐 거라는 말도 있었다.
연맹성역에서 연맹 장로단은 그야말로 가장 높은 존재였으며, 연맹의 모든 비밀과 힘을 장악한 조직이었다. 그리고 그 구성원은 이 연맹성역 안의 진정한 왕이라고 할 수 있었다.
백의의 현보 상인은 약간 마른 사람으로 선인다운 기운을 풍겼고 밝은 두 눈은 한없이 깊어 보였다. 만약 누구라도 그와 눈을 맞춘다면 그 안에 푹 침잠되어 한참이 지나도록 제 빠져나오기 힘들 것 같았다.
선량한 얼굴에 한손에는 총채를 든 그가 청의의 여인 곁에 나타났다.
여인이 공손하게 허리를 숙였다.
“사숙(師叔)을 뵈옵니다.”
현보 상인은 전장을 바라보며 웃었다.
“네 스승이 너에게 이 전장을 관할하게 했고 모두에게 명을 내릴 수 있게 했지. 게다가 또 특별히 이곳을 전장으로 고르기까지 했다. 이런 행운은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가야.”
빙그레 웃던 현보 상인은 전장 상황에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망월에 시선이 닿았을 때는 눈동자가 바짝 졸아들었지만 오히려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우(雨)의 선계의 고서에 기록된 내용이 진실일 줄이야!”
현보 상인은 저 멀리서 여러 나천성역 수련자들에 둘러싸인 채 포효하는 망월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이어서 오른손으로 허공을 휘젓더니 가볍게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