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745
“우(雨)의 선위(仙衛)!”
그 순간 콰르릉 하는 소리가 사방에 울려 퍼지더니 현보 상인의 앞 허공에 한 줄기의 거대한 균열이 나타났다. 마치 우주에 난 상처 같은 균열은 그 크기가 1천 척은 될 법했다.
뒤이어 엄청난 위압감이 사방에 나타났고 한 줄기 금빛이 번쩍이는가 싶더니 금색 갑옷을 입은 사내가 균열 안에서 걸어 나왔다. 그의 전신에서는 눈부신 금빛이 번득였다.
그 사내가 한 걸음 내딛는 순간, 균열 안에서 또다시 금빛이 번득이더니 금갑(金甲)의 사내 셋이 걸어 나왔다. 곧 네 사내의 몸에서 발산되는 눈부신 금빛이 사방을 뒤덮었다.
한편, 저 멀리서 이들을 본 한제는 벼락이라도 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선위!”
한제는 그 금갑 사내들의 몸에서 타산과 같은 기운이 발산되는 것을 느꼈다. 그들은 선제(仙帝) 청상의 비법으로 제련된 선위가 분명했다.
‘선위는 금, 은, 동, 철 네 개의 급으로 나뉜다. 그렇다면 저들은 분명 금품 선위일 터!’
한제는 멀리서 현보 상인을 힐긋 본 뒤 빠르게 뒤로 물러나 1만 리를 뒤덮고 있는 회오리의 가장자리에 이르렀다.
그때 현보 상인이 가볍게 손을 뻗어 전방을 가리켰다. 순간 네 금갑 선위가 일제히 망월을 향해 달려들었다.
“크오오오!”
망월은 포효를 내지르며 온몸의 촉수를 휘저었고 혈신자 등은 곧장 몸을 날려 네 선위를 향해 돌진했다.
혈신자가 오른손으로 결인을 그리자 신통술로 이루어진 피바다가 곧장 들이닥쳤고 금갑 선위들은 약하게 몸을 떨었다. 허나 그들은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은 듯 순식간에 동서남북 네 방향으로 갈라져 망월과 나천성역 수련자들을 포위했다.
그때 현보 상인이 오른손으로 허공을 움켜쥐었다. 순간 금갑 선위들이 나타난 균열 안에서 흘러넘칠 듯한 위압감과 함께 검은 나비 아홉 마리가 날아올랐다. 온몸이 새카만 아홉 마리 나비는 멀리서 보아도 그 거친 기운이 또렷하게 느껴졌다.
나비들은 나타나자마자 날갯짓을 했고 순식간에 강력한 폭풍이 생겨나더니 돌진했다. 나비들 역시 팔랑팔랑 날갯짓을 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한편, 그 나비들을 본 한제는 다시 한 번 벼락을 맞은 듯 몸을 떨었다.
‘저것은… 사신차의 나비!’
허나 사신차의 나비가 오색찬란하고 반짝거려 매우 아름다운 반면 지금 나타난 아홉 마리의 나비는 온몸이 칠흑처럼 어두워 그 겉모습은 전혀 달랐다.
‘저 노인의 정체는 대체 뭐란 말인가!’
한제는 머리가 저릿해졌다. 청수 앞에서도 이렇게까지 놀라지는 않았다. 심지어 청수와 혈신자의 교전을 멈추게 한 정체불명의 수련자를 봤을 때도 이렇게까지 충격을 받지는 않았다.
“네 명의 금갑 선위와 아홉 마리의 사신차 나비라니…”
깊게 숨을 들이마신 한제는 정신을 차리고는 속도를 높여 흑살마존의 나무 조각상으로 다가갔다. 조각상은 이제 반밖에 남지 않은 상태였지만 여전히 강한 위력이 느껴졌다.
어차피 이곳의 전투는 그가 참여할 수준이 아니었으니 혼란한 틈에 한몫 챙기는 것이 현실적이었다.
허나 이 나무 조각상을 노리는 수련자도 하나둘이 아니었다. 벌써 여러 수련자가 서로 죽고 죽이는 중이었다.
이런 상황에 한제까지 접근해오자 나천성역 수련자들은 포기하거나 망설인 반면 몇몇 연맹성역 수련자는 곧장 덤벼들었다.
한제는 덤덤한 얼굴로 결인을 그린 뒤 손을 휘둘러 광풍을 불러일으켰고 동시에 주먹을 날렸다.
쾅!
그의 주먹질은 굉음과 함께 격렬한 파문을 일으켰고 그 파문은 법술로 소환된 광풍에 녹아들어 한제 고유의 힘을 형성했다. 이 힘에는 법술의 신통력과 고신의 막강한 힘이 섞여 있었다. 이것이 바로 한제가 발휘할 수 있는 가장 기초적인 힘이었다.
지금은 두 가지 힘이 기본적으로 융합됐을 뿐이라 아직 그 진정한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음에도 어지간한 수련자는 감히 저항할 수 없었다.
연맹성역 수련자들은 사방을 휩쓰는 그 힘에 육신과 원신이 격렬하게 떨려왔고 이에 놀라며 빠르게 뒤로 물러났다.
“대체 이게 무슨 신통술이란 말인가?”
한제는 눈을 번득이며 고신의 솥을 꺼내 그중 한 수련자와 위치를 바꾸었다. 이에 다른 수련자들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헛!”
“이게 대체…?”
그들이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한제는 나무 조각상에 다가가가 있었다.
한데 그때, 한 줄기 검기가 나타나 한제에게 달려들었다. 그 안에는 포악한 경지가 깃들어 있어 세상 무엇이라도 소멸시켜버릴 것만 같았다.
‘능천후의 검기?’
한제가 익숙한 검기에 흠칫 놀라는 와중에 날카로운 목소리가 귀를 찔렀다.
“그 법보는 이 대나검종(大羅劍宗) 진룡의 것이다!”
허나 날카로운 협박에도 한제는 아무런 동요의 기색도 보이지 않고 손을 뻗어 반만 남은 조각상을 잡아챈 뒤 몸을 돌렸다. 그리고는 곧장 입을 벌려 18층 지옥이 된 봉선인(封仙印)을 소환했다.
펑!
한제에게 달려들던 검기는 18층 지옥에 부딪힌 순간 펑 하고 무너져 내린 반면 18층 지옥은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은 듯 한제와 함께 뒤로 물러났다.
“당시 혼만 챙겨 겨우 달아난 주제에 또다시 법보를 훔치려 들다니…”
덤덤하게 중얼거린 한제는 진룡을 내버려둔 채 유유히 떠나갔다.
상대에게서 낯익은 느낌은 받았으나 얼굴을 확인하지 못해 누구인지 알지 못했던 진룡은 한제의 목소리를 듣고서야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몸을 바르르 떨었다.
“너는!”
한제는 진룡의 반응에 신경 쓰지 않고 몸을 훌쩍 날려 전장 곳곳을 휩쓸며 죽은 자들의 법보를 챙겼다.
허나 그의 신식은 시종일관 망월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는 단 한 번의 기회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연맹성역 수련자들이 망월과 싸우는 동안 망월의 체내에 들어갈 기회를…
또한 그는 저 멀리 떨어져 있는 청의의 여인도 힐끔거렸다. 처음 자신을 봤을 때 그녀의 표정이 뭔가 이상했기 때문이다.
‘대체 저 여인은 누구란 말인가?’
한편, 금갑 선위들은 금빛을 번쩍거리며 망월을 포위하고 있었고 혈신자 등이 이들을 저지하려는 순간 아홉 마리의 검은 나비가 날아왔다. 나비들이 날갯짓으로 형성한 폭풍에 망월을 중심으로 하늘과 땅을 연결한 듯한 회오리가 생겨났다.
이 회오리를 본 혈신자 등의 얼굴이 굳어갔다. 그들은 더더욱 기운을 끌어올려 신통력을 발휘했고 요란한 소리가 사방에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
한편 두 번이나 포위됐다는 사실에 망월의 분노는 극에 달한 상태였다. 녀석은 발작적으로 포효했고 그 안에는 고신의 언어가 섞여 있었다. 고신의 신통력을 발휘하려는 것이다.
그때, 현보 상인의 두 눈이 번득이더니 돌연 크게 웃기 시작했다. 그는 곧장 오른손으로 허공 어딘가를 가리켰고 그러자 아홉 마리 검은 나비들의 날갯짓이 한층 빨라졌다. 그 날갯짓에 검은 선들이 줄기줄기 나타나 망월을 포위했다.
그때 네 명의 금갑 선위도 낮게 기합을 넣었고 온몸을 부르르 떨더니 급격하게 불어나 1천 척의 거인이 되어서는 일제히 공격을 가했다.
현보 상인이 다시 오른손으로 허공을 움켜쥐었다. 그러자 전방의 균열에서 푸른 기운이 뿜어져 나왔고 반경 수만 리의 모든 수련자는 심신에 깊은 두려움을 느꼈다.
한제 역시 몸을 바르르 떨며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균열 속에서 피어오른 푸른 기운 속에는 화살 하나가 들어 있었다. 길이는 3백 척, 두께는 7척 정도 되는 화살로 푸른색을 띠고 있었으며, 촉은 여섯 개의 각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꼬리 부분에는 보라색 깃털이 붙어 있었고 전체적으로 어두운 핏자국이 있었다.
수련자들의 심신을 떨리게 한 것은 바로 그 핏자국이었다.
화살이 모습을 드러내자 혈신자 등의 얼굴도 크게 변했다. 심지어 무동선과 싸우고 있던 염뇌자 역시 몸을 바르르 떨면서 그 화살로 시선을 돌렸다.
“차공열(次空涅) 화살이다!”
연맹의 장로단
고신의 언어를 이용한 망월의 포효가 울려 퍼진 순간, 망월의 전방에서 균열이 나타나 현보 상인이 있는 쪽으로 뻗어 나갔다.
눈 깜짝할 사이 현보 상인이 있던 곳은 대대적으로 무너져 내렸고 콰르릉 하는 소리가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
허나 현보 상인은 눈빛 하나 깜박하지 않고 여유롭게 손가락 하나를 뻗어 전방에 나타난 화살을 가리켰다.
“공열(空涅)!”
그 순간, 염뇌자의 두 눈동자가 바짝 졸아들었고 표정도 굳어졌다. 그는 그 화살이 수련자 연맹의 중요한 보물 중 하나인 차공열(次空涅) 화살임을 알고 있었다.
그 화살의 내력은 누구도 알지 못하는데 소문에 의하면 선계가 건재했을 때부터 존재했다고 한다. 또한 기이한 피에 오염된 이후로 변화막측한 신통력을 갖게 됐다는 말도 있었다.
연맹성역에 대한 공격을 계획할 때부터 염뇌자는 자신이 아는 연맹성역의 모든 법보에 대한 대응 방법을 마련해둔 상태였다. 때문에 차공열 화살이 나타난 순간에도 그는 속으로 냉소했다.
‘차공열 화살의 위력은 변화막측하다고 했지. 망월과 대적할 때는 어떨지 모르겠군!’
길이가 3백 척에 달하는 화살은 현보 상인의 손짓에 바르르 진동하면서 앞으로 튀어나가 마치 시위를 떠난 것처럼 망월을 향해 돌진했다.
한편, 망월은 그 화살이 들이닥친 순간 강한 위기감을 느끼고는 곧장 입을 쩍 벌려 포효를 내질렀다. 순간 허공으로부터 반짝이는 빛들이 수없이 나타나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다시 한 번 고신의 손가락을 이루었다.
이 고신의 손가락은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화살을 향해 돌진했다.
“크오오!”
망월은 더욱 분노에 찬 포효를 내지르며 입을 벌렸다. 그러자 수많은 망월이 체내에서 튀어나왔다. 1만 척에서 10만 척까지로 길이가 서로 다른 망월들이 튀어나간 순간, 전장은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마치 더 이상 나천성역과 연맹성역의 전장이 아니라 연맹성역과 망월의 전장이 된 것 같았다.
수많은 망월이 퍼져나가는 모습에 연맹성역 수련자들은 굳은 얼굴로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망월에 비하면 한참 뒤떨어지는 속도였다.
연맹성역 수련자들에게 달려든 망월들 주위로 피비린내가 진동했다.
허나 망월들 중에는 나천성역 수련자를 쫓는 놈들도 몇 있었다. 한제 역시 쫓기는 사람 중 하나였다. 길이가 3만 척이 훌쩍 넘는 망월이 달려드는 바람에 한제는 재빨리 몸을 피해야만 했다.
이 소형 망월들이 나타난 목적은 고신의 손가락으로 응집되기 위함이었다.
그때 차공열 화살이 날아들어 고신의 손가락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쾅!
거대한 충돌음이 연맹성역 북쪽 구역 전역에 울려 퍼졌다.
차공열 화살에 붙어 있던 거무튀튀한 핏자국이 순간 보이지 않는 서늘한 기운을 발산하면서 화살 전체를 뒤덮었다. 이에 화살은 고신의 손가락을 그대로 관통하여 망월을 향해 돌진했다.
이 모습에 한제는 화들짝 놀라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망월 역시 처음으로 움찔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다시 포효를 내질렀다.
“캬오오!”
“캬아아!”
찰나의 순간, 주위의 모든 소형 망월들이 분분히 방향을 돌리며 동시에 포효를 내질렀다. 수천수백 마리의 망월이 모체의 명령에 따라 일제히 내지르는 포효였다.
뒤이어 여기저기서 고신의 손가락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동시에 짙은 고신의 힘이 사방을 뒤덮었다.
한제는 온몸의 모공이 활짝 벌어지며 그 짙은 고신의 힘이 흡수되는 것을 느꼈다. 그는 고신의 육신이 한 단계 진화하듯 끊임없이 강대해지고 있음을 깨달았다. 미간의 세 번째 눈 아래 숨겨진 고신의 반점 중 흐릿했던 네 번째 반점이 또렷해질 조짐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