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746
한제는 희열을 느끼며 몸을 떨었다.
‘고신의 기운이다! 많지는 않지만 분명 고신의 기운이야! 이곳에서 고신의 기운을 응집시킬 수 있을 줄이야!’
반경 수만 리 내의 수많은 고신의 손가락이 미친 듯 모여들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거의 실체화됐다. 심지어 피부의 균열까지도 매우 또렷했다. 이 광경에 현보 상인조차 흠칫 놀라고 말았다. 표정에 큰 변화는 없었지만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저 망월은 고신에 기록된 내용과는 약간 다르군! 하지만 내게는 차공열 화살이 있어. 망월이 아무리 강하다 해도 이 화살을 피할 수는 없지!’
현보 상인은 차공열 화살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
‘내 차공열 화살은 9품에 불과하지만 만약 저 망월을 거둬 법보로 제련한다면 그에 준하는 보물이 될 터! 그 두 가지를 하나로 섞고 내가 수만 년간 준비해온 것까지 더한다면 8품짜리 공열 법보를 만들 가능성이 8할 이상은 돼! 그러면 장로단 안에서의 내 지위도 중현자와 대등해지겠지!’
차공열 화살은 전혀 줄어들지 않은 속도로 곧장 앞으로 쏘아져 나가 다시 응집된 고신의 손가락과 또 한 번 충돌했다.
콰쾅!
“쿠오오오!”
망월은 포효하며 거대한 몸을 고신의 손가락 뒤로 날렸다. 한데 바로 그때, 차공열 화살이 고신의 손가락과 충돌하면서 연맹성역 북쪽 구역 전체에 엄청난 변화가 일었다.
고신의 손가락은 또다시 무너져 내렸다. 요란한 소리가 귀를 울렸고. 수련자들은 체내에서 피가 울컥 솟는 것을 느끼며 이내 피를 토했다. 심지어 한제도 피를 토해낼 정도였으니 개중에는 그대로 목숨을 잃는 자들도 있었다.
혈신자 등도 이 상상을 초월하는 진동에 깜짝 놀라며 일제히 뒤로 물러났고 이제 망월 주위에 남은 수련자는 절반 아래로 준 상태였다. 그 와중에도 금갑 선위들은 여전히 망월을 단단히 포위하고 있었고 아홉 마리의 검은 나비들 역시 끊임없이 폭풍을 만들어내는 중이었다.
다시 한 번 고신의 손가락이 무너져 내린 순간, 작은 망월도 절반 정도는 그대로 붕괴해버렸다. 붕괴한 망월들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푸른 피로 주위가 푸른색으로 물들 정도였다.
망월이 그렇게 무너져 내리는 광경은 한제로서도 처음 보는 것이었다. 아무리 작은 망월이라 해도 충격적인 모습이었다.
‘공열 화살! 대체 어느 정도의 법보이기에!’
하지만 차공열 화살 역시 무사하지 못했다. 미세한 균열이 잔뜩 일더니 이내 마디마디 부러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현보 상인은 눈을 번득이며 앞으로 나섰다. 그의 예상과는 달랐지만 그렇다고 예상을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었다.
‘저 망월은 내 것이다! 하하하!’
현보 상인은 크게 웃으며 앞으로 튀어나갔다.
부러진 차공열 화살이 완전히 무너져 내린 순간, 한 줄기 검은 빛이 그 안에서 튀어 나갔다.
그 빛 역시 화살이었다. 길이가 단 3촌에 불과했지만 생김새는 공열 화살과 똑같았다. 다만 묻어 있는 핏자국이 선홍색이라는 점은 분명히 달랐다. 마치 방금 묻은 것처럼 선명한 붉은 핏자국이었다.
사실은 이것이 바로 진정한 차공열 화살이었다.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쏘아져 나간 화살은 찰나에 망월의 두 눈 사이를 찔러 들었다. 동시에 화살이 망월의 미간에 파고든 순간 미친 듯한 힘을 발산하며 요란한 폭발음음 냈다.
온 우주가 격렬하게 흔들렸고 망월의 거대한 몸은 처음으로 심한 경련을 일으키며 끊임없이 뒤로 밀려났다. 녀석의 두 눈 사이에서는 검은 회오리가 피어오르며 퍼져나가더니 마구 무너져 내렸고 뒤이어 짙푸른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이 검은 회오리 속에서 화살이 회전하며 좀 더 빠르게, 좀 더 깊은 곳으로 파고들었고 그때마다 붕괴가 일어났다.
“크아아아!”
망월의 비참한 비명이 우주 가득 울려 퍼졌다.
한제는 몸을 가늘게 떨었다. 심장을 에는 듯한 고통이 퍼져나가는 것 같았다.
그는 망월을 주시하며 더욱 빠르게 뒤로 물러났다.
망월로서는 유구한 삶에서 처음 받은 큰 부상이었다. 녀석의 비명에 사방에 남아 있던 작은 망월들은 다시 한 번 무너져 내렸다. 폭발음과 함께 반경 수만 리의 모든 작은 망월들이 죽음을 맞이했다.
망월의 두 눈이 분노로 새빨갛게 물들었다.
이번 분노는 지난 수만 년간 느꼈던 모든 분노를 초월했다. 두 눈 사이를 파고든 화살에 생명까지 위협받은 것이다.
“크아아아!”
분노한 망월의 포효는 절정에 이르렀고 주위에 일곱 개의 별이 흐릿하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별은 둥그렇게 모이더니 회전하기 시작했고 포효가 울려 퍼짐에 따라 그중 하나가 펑 하고 폭발했다. 마치 고신의 반점이 무너져 내리는 것처럼…
이를 본 한제의 눈빛이 번득였다.
그 별이 폭발함에 따라 강력한 힘이 망월의 체내에서 솟아올랐고 그 막강한 힘은 펑, 펑 소리를 퍼뜨리며 망월의 미간에서 피어오른 회오리를 흩어버렸다. 이내 화살 역시 망월의 몸 밖으로 끌려 나왔다.
한편, 근처에 다가와 있던 현보 상인은 이 광경에 낯빛이 크게 변했다.
‘말도 안 돼! 고서에서 본 망월이라면 절대 차공열의 공격에서 살아남을 수 없어! 이 망월은 단순히 몸집만 큰 게 아니란 말인가?’
한편, 염뇌자는 멀리서 이 광경을 보고 냉소를 지었다.
‘선배님께서 말씀하셨지. 저 달 마수를 연맹성역으로 보내는 것은 녀석을 분노하게 하기 위함이라고. 분노하면 분노할수록, 다치면 다칠수록 좋다고!’
실제로 망월의 분노는 절정에 이르러 있었다. 별을 무너뜨려 얻은 힘으로 화살을 몰아낸 녀석은 극심한 고통에 이미 이성을 잃은 상태였다.
두 눈이 붉게 달아오른 그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살의만 가득했다.
망월의 포효가 울려 퍼짐에 따라 수많은 촉수들이 순식간에 뿌리 부분에서부터 끊어졌다. 길이가 10만 척에 달하는 그 촉수들은 일제히 망월의 앞에 모여들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서로 교차하면서 길이가 10만 척에 달하는 팔을 형성했다. 비할 데 없이 거대한 이 팔은 멀리서 봐도 고신의 팔임을 단박에 알 수 있었다.
망월의 분노는 고신의 손짓과 같다. 그리고 지금, 극한에 달한 망월의 분노는 고신의 팔을 이루어냈다.
고신의 팔은 나타나자마자 차공열 화살을 향해 주먹을 뻗었다.
한제는 마치 수만 년 전 원고 시대로 돌아가 고신이 하늘을 거역하는 광경을 보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그는 고신이 분노에 찬 고함과 함께 주먹을 날리는 모습을 보았다. 그 주먹질 한 번에 수련성이 무너져 내렸고 우주는 붕괴했으며, 모든 적들은 산산이 흩어졌다.
망월이 응집해낸 고신의 팔이 휘두른 주먹도 앞을 막는 것들을 거침없이 파괴했다. 차공열 화살은 그 주먹질에 그대로 파괴됐다.
“크헉!”
현보 상인은 곧장 피를 한 움큼 토해냈고 창백해진 얼굴로 빠르게 뒤로 물러나려 했다. 한데 그 순간, 어디선가 극도로 음산한 바람이 훅 불어왔고 그 속에서 한 줄기 붉은 번개가 마치 하늘을 가르듯 달려들고 있었다.
그 붉은 번개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빨랐고 차공열 화살이 파괴되어 현보 상인의 심신이 뒤흔들린 그 순간에 정확히 나타났다.
현보 상인은 숨거나 피할 틈도 없이 적중 당했다.
붉은 번개는 곧장 그의 체내로 뚫고 들어갔고 현보 상인은 또 한 번 울컥 피를 토해냈으며, 눈빛 역시 순간 흐릿해졌다.
뒤이어 하얀 옷을 입은 청수가 나타났다. 냉랭한 얼굴의 그는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오른쪽 눈으로 붉은 빛을 번득였다. 이에 몇 갈래 붉은 번개가 또다시 튀어나와 현보 상인을 공격했다.
“극의 경계!”
현보 상인의 외침과 동시에 체내에서 무언가 터져나가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등에서 피가 분수처럼 분출됐다.
휘청거리던 그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물러났지만 그 몇 갈래의 붉은 번개는 그를 놓치지 않고 쫓았다.
청수는 모습을 드러낸 순간 결인을 그린 손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순간 검은 바람이 한 줄기 불어왔고 그 안에서 나타난 일곱 마리의 흑룡이 포효와 함께 음산한 바람을 발산했다.
모든 생명의 불씨를 꺼버릴 듯한 그 음산한 바람이 현보 상인을 향해 불어닥쳤다.
“현보, 아직 이 몸을 기억하느냐!”
청수는 일찍이 전장에 와 있던 상태였다. 그러나 그의 목적은 오로지 현보 상인이었다.
“청수! 여태 살아있었단 말인가!”
경악한 현보 상인은 빠르게 뒤로 물러나려 했지만 퇴로는 일곱 마리의 흑룡에게 가로막힌 상태였다.
청수의 강림
훅훅 불어닥치는 음산한 바람에 현보는 이를 악문 채 두 손으로 결인을 그려 전방을 가리켰다. 순간 망월을 에워싸고 있던 아홉 마리의 검은 나비가 번쩍 하고 사라졌다가 현보 상인 곁에 나타났다.
“합체!”
그 아홉 마리의 나비는 동시에 날개를 팔랑거리며 검은 빛을 번득이더니 순식간에 한 마리로 합쳐졌다. 또한 아홉 갈래의 검은 빛이 서로 섞여들면서 상상을 초월하는 변화를 일으켰으며, 그 몸에서는 네 가지 색의 다채로운 빛이 번득였다.
하나로 합쳐진 나비가 날갯짓을 하는 사이 네 가지 색의 가루가 사방으로 흩어지면서 현보 상인 곁에 기이한 소용돌이 하나를 만들어냈다. 네 가지 색으로 이루어진 이 소용돌이는 바깥쪽을 휩쓸며 일곱 마리의 흑룡을 가로막았다.
“네 사형 천보(天宝) 상인(上人)이 제작한 법보였다면 나조차도 두려워했을지 모른다. 허나 너는 그럴 자격이 안 돼!”
청수는 차갑게 외치며 두 손으로 결인을 그렸다. 순간 일곱 마리 흑룡이 포효했고 순식간에 수백만에 달하는 빗방울이 응결됐다.
빗방울들은 빽빽하게 밀집된 채 음산한 바람에 현보 상인에게 돌진했다.
펑! 펑!
콰르릉!
요란한 소리가 울려 퍼졌고 현보 상인의 얼굴이 구겨졌다. 그의 정체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수수께끼였지만 청수 앞에서는 숨을 수가 없었다.
현보 상인은 당시 우(雨)의 선계의 선인이었고 사신차를 만든 천보 상인의 사제였다.
“청수, 멋대로 굴지 마라! 선계는 이미 사라졌고 이곳은 연맹성역이다!”
현보 상인은 크게 외치며 두 팔을 펼쳐 체내 깊은 곳에 숨겨져 있었던 선원의 봉인을 해제시켰다. 그러자 무궁무진한 선기(仙氣)가 마치 이곳을 선경(仙境)으로 만들듯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동시에 그는 두 손으로 결인을 그려 전방의 나비를 가리켰다. 그러자 바르르 진동하던 나비의 날개 한쪽이 떨어져 나오더니 마치 꽃잎처럼 전방으로 날아갔고 그 순간 날개는 서로 다른 색의 네 갈래 빛이 되어 회오리를 형성했다.
“공열(空涅)의 규칙!”
현보 상인이 외치자 네 갈래 빛의 회오리를 형성한 나비의 날개는 돌연 쾅 하고 갈라져 네 가지 색의 가루로 흩어졌다.
청수의 호풍(呼風)과 환우(喚雨)는 순간 그 가루에 의해 흩어져 버렸고 사방의 모든 신통술 역시 남김없이 사라졌다.
이어서 현보 상인이 결인을 그린 오른손을 앞으로 뻗자 네 가지 색으로 반짝이는 나비의 다른 한쪽 날개가 떨어져 나왔다. 나비가 흩어져 사라지는 동안 둥실 떠오른 날개가 또다른 변화를 일으켰다.
그 순간, 호풍과 환우가 순간 다시 나타났다. 그러나 이번에 나타난 호풍과 환우는 현보 상인의 신통력이 되어 있었다.
“하앗!”
낮게 기합을 넣은 현보 상인이 두 팔을 양옆으로 벌리자 사방을 맴돌던 호풍과 환우는 망월의 접근을 가로막고 청수를 공격했다. 그리고 그 틈에 현보 상인은 빠르게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그때, 몇 갈래의 붉은 번개가 따라붙었다. 현보 상인은 공열 화살이 있었다면 청수와의 일전도 전혀 두렵지 않았을 것이라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차공열 화살을 떠올리자 마음이 아파 왔다. 망월이 고서에있는 기록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강력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기에 일어난 일이었다.
이런 일이 있을 줄 알았다면 그는 이곳에 오지 않았을 것이고 하나밖에 없는 차공열 법보를 잃을 리도 없었을 것이다.
이제 장로단 내에서의 지위도 대폭 하락할 것이 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