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75
“잘 왔다. 널 찾고 있었다. 이 일반인들의 영혼은 너무나 맛이 없었거든. 네 맛은 어떨지 모르겠구나.”
말을 마친 마혼은 한제를 향해 맹렬하게 달려들었다.
한제가 이 마혼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은 당초 마혼에게 삼키게 한 짐승들에게 한제가 낙인 신식을 남겨두었기 때문이다.
그러면 한제는 마혼이 더 강해지더라도 자신의 통제에 따를 수밖에 없음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은 시간이 좀 더 필요해 일정 범위 안에서만 상대의 위치를 감지할 수 있었다.
화염 요괴
아무래도 이전에 손유재를 뒤쫓던 중 화염 요괴와 마주치면서 마혼이 튀어나온 모양이었다. 한제는 화산에서 나온 뒤 줄곧 신식을 펼쳐 마혼을 뒤쫓았다.
이때 마혼은 연거푸 열 명 이상의 사람들을 흡수하면서 이미 축기를 꽉 채우고 거의 결단기에 이르러 있었다. 이제 자신이 한제의 통제를 완전히 무시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마혼은 포악하게 한제를 향해 내달렸다.
그러자 한제의 냉정한 눈에서 붉은 벼락이 쏘아졌다.
“아악”
벼락이 번개에 적중한 순간, 마혼은 비명을 내지르며 뒤로 물러나려 했다. 하지만 한제가 곧장 몸을 앞으로 이동하며 오른손을 뻗었다. 그러자 인력술로 만들어진 거대한 무형의 손이 마혼을 단숨에 잡아챘다.
마혼이 애원을 하며 살려달라고 빌었지만 한제는 못 본 체하며 극의 신식으로 끊임없이 마혼에게 고통을 주었다. 신식을 다루는 한제의 실력은 경지에 이르러 있었다.
때문에 마혼에게 죽기 직전까지 고통을 주다가 멈춘 뒤 어느 정도 정신을 차리면 다시 고통을 주었다. 푸른색 연기가 마혼의 몸에서 피어올랐고 비명은 갈수록 약해지다가 결국에는 고분고분해졌다.
마혼의 눈에 깃든 두려움은 이미 정점을 찍은 상태였다. 이번에야말로 한제에 대해 그는 진정한 두려움을 느끼게 됐다.
한제는 냉랭한 눈과 무정한 표정으로 마혼을 노려보며 차갑게 말했다.
“다음번엔 죽는다.”
그러자 마혼은 아무 말 없이 몸을 덜덜 떨었다.
한제는 저물대를 두드려 철조각을 붕 띄워올렸다. 마혼은 한제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붉은 빛으로 변해 그 철조각으로 들어갔고 빛을 몇 번 번쩍인 뒤 저물대로 도로 들어갔다.
한제는 마혼이 흡수하고 남긴 사방의 시체들을 바라봤다. 이전의 한제였다면 순박한 마음으로 이 상황을 대했겠지만 가족의 죽음 뒤에 그런 마음은 완전히 사라졌다.
신선계는 약육강식의 세상이었다. 자신과 가족들의 목숨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없다면 자비를 베풀 여유도 그럴 이유도 없었다.
사도환이 몇 번이고 그를 마도로 전입시키려 했을 때도 한제는 줄곧 그의 말을 듣지 않았지만 한 번 죽음을 겪고 난 뒤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다.
“마도 소속의 신선이 된들 뭐 어떠한가!”
한제는 냉소하며 두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사방에 가득한 시체들이 연기로 흩어져 사라져버렸다. 한제는 몸을 훌쩍 날려 하늘로 날아올랐다.
★ ★ ★
화분국에서 몇 안 되는 보통 산으로 이루어진 산맥을 한 바퀴 돌아본 한제는 적당한 자리를 찾아 내려와서는 철조각으로 동굴을 하나 만들었다. 완성된 동굴로 들어간 한제는 자갈을 이용해 동굴 밖에 자신의 흔적을 감추는 진을 몇 개 설치한 뒤 입구를 봉했다.
모든 조치를 마친 한제는 가부좌를 틀고 앉아 품속에서 손유재와 그 검은 옷의 중년 사내에게서 가져온 저물대를 꺼냈다. 그리고 그것들을 신식으로 살핀 뒤 세 조각의 옥패를 꺼냈다.
첫 번째 옥패를 이마에 붙이고 잠시 살핀 후 한쪽에 내려놓았다. 이 옥패에는 사마종에서 대자유수라술(大自由修羅術)이라 칭하는 수련 공법이 기록돼 있었다.
사마종은 화분국의 마도 종파로 그들이 배우는 공법은 대부분 기이했다. 그중 이 대자유수라술은 총 6단계로 이루어져 있었다.
대자유수라술은 살인을 통해 마음을 가다듬고 가다듬은 마음을 통해 무정의 경지에 이르러야 했다. 그렇게 무정의 경지에 들어가면 수라의 혼을 만들어낸 뒤, 이 수라의 혼으로 원영을 대체하는 수련 공법이었다.
이 공법을 수련할 때에는 시작 단계에서부터 엄격한 조건이 있는데 매일 한 명의 사람을 죽여야 하는 것이다. 한제는 그 검은 옷의 중년 남자가 이 대자유수라술을 익히고 있는 중은 아니었을까 추측했다. 이 옥패가 그의 저물대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었다.
한제는 이 공법에 그다지 큰 흥미를 느끼지는 못했지만 옥패에 기록된 법술들에 대해서는 상당한 흥미를 느꼈다. 마도의 법술은 굉장히 잔인하기는 하지만 꽤나 실용적이기 때문이었다.
두 번째 옥패를 살피던 한제가 희색을 띄었다. 이 옥패에 기록된 법술은 가짜 토둔술이었다.
토둔술은 5행의 은둔술 중 하나로 5행의 은둔술은 매우 유명해 상고시대부터 신통한 능력으로 여겨졌다. 상고시대의 신선계가 소멸되고 수련연맹이 나타난 지금, 5행의 은둔술은 보기 힘들었다.
이 5행의 은둔술은 명성이 자자한 만큼 그 분파도 수없이 많았다. 이 분파들은 대부분 모두 5행의 은둔술이라는 이름을 걸고는 있었지만 진정한 은둔술과 비교해보면 겉만 흉내 낸 것에 불과했다.
이 옥패에 기록된 것 역시 진정한 5행의 은둔술을 흉내 낸 법술이었다. 이런 법술이야 아무리 힘써 익힌다 해도 한계가 명확했다. 허나 한제에게는 지금 이런 법술이라도 필요했다.
은둔술을 연구하는 사이 시간은 천천히 흘러갔다.
다음 날 아침, 느릿하게 눈을 뜬 한제의 얼굴에는 깨달음의 표정이 걸려 있었다. 그는 앉은 채로 두 손을 땅에 내리쳤다. 그러자 그의 몸이 순간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가 10여 장 떨어진 곳에서 다시 나타났다.
한제의 얼굴에 기쁨이 어렸다.
“마량의 몸은 천부적인 자질도 영기의 뿌리도 내 이전 몸보다 훨씬 뛰어나군. 아주 훌륭한 편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중간은 되겠어. 허나 가짜 토둔술 하나도 완벽하게 파악하려면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지.”
그는 저물대에서 영기 액체가 든 나무통을 꺼내 벌컥벌컥 들이켠 뒤 자리에 앉아 호흡을 했다. 반 시진 뒤, 밤새 토둔술을 익히느라 쌓였던 피로가 싹 사라졌다.
한제는 세 번째 옥패를 꺼내 살폈다. 그 안에는 지난 30여 년간 손유재의 일상적인 일들이 기록돼 있었다. 심지어 그가 여러 명의 여자 수련생들과 복잡한 관계를 가졌던 일도 포함돼 있었다.
그의 과거를 대충 살핀 한제에게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손유재가 마지막 십여 년간 복용했던 단약이었다. 모두 계산해보니 이 옥패에는 총 열 가지가 넘는 종류의 단약이 언급돼 있었다.
또한 각 단약을 복용한 후의 반응과 증가한 영력의 정도 빨라진 수련 속도 등에 대해서도 세세하게 기록돼 있었다. 뿐만 아니라 일고여덟 종류의 단약에 대해서는 상당한 호평을 남겨져 있었다.
한제는 계속해서 저물대 안에 있는 물건들을 뒤졌다. 손유재의 저물대 안에는 몇 병의 단약을 제외하고는 어떤 법보도 없었다. 만약 이전의 한제였다면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겠지만 그가 지난 30년 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 완벽하게 파악한 지금은 달랐다.
그는 손유재가 사람을 죽이고 가진 것을 빼앗기를 반복했지만 그렇게 얻은 법보를 모두 단약으로 바꾸어 먹었음을 알고 있었다.
검은 옷 중년 사내의 저물대에 있던 물건 중에는 노란색 종이 한 장이 한제의 시선을 끌었다. 그 종이에는 검은색 부호가 하나 그려져 있었는데 매우 강력한 기운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 역시 이전에 이런 종이를 가지고 있었기에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이는 결단기 고수가 만든 것으로 한 번에 전력을 다한 일격을 발휘하는 단보였다.
한제는 속으로 냉소했다. 만약 그 검은 옷의 중년 남자가 이 종이를 꺼냈더라면 죽지 않았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 단보는 마지막 한 수였을 테니 최대한 아끼려 한 것도 당연했다. 더구나 한제의 신식 앞에서는 이 종이를 꺼낼 틈도 없었을 것이다.
이 단보와 비교해보면 저물대 안의 다른 물건들은 언급할 가치도 없었다.
전리품 정리를 마친 한제가 미간을 매만지자 석주가 천천히 나와 허공에 둥실 떠올랐다. 석주를 바라보던 한제는 쓰게 웃었다. 지금 석주의 표면에는 이전처럼 다섯 개의 잎사귀가 그려져 있었다.
한제는 한참동안 생각에 빠졌다. 석주는 다섯 개 원소를 모두 충만히 채워야만 진정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했다. 지금은 물과 불 두 가지 속성은 다 채웠고 나무 속성은 반 정도 채운 상태였다. 아직 금속과 흙 속성도 남아 있었다.
‘다섯 가지 속성을 모두 다 채운 뒤 이 석주는 대체 어떤 위력을 보여줄까?’
지금으로서 석주는 꿈속 공간에 들어가게 해주는 것 외에는 어떤 작용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주작국 최고 고수인 사도환마저 쟁탈하려다 육신을 잃은 법보이니만큼 그 위력은 절대 범상치 않을 터였다.
석주를 바라보던 한제는 그것을 다시 미간에 집어넣은 후, 저물대를 두드려 옥패 하나를 꺼내 쥔 채 신식을 펼쳤다. 양웅에게서 얻어낸 이것에는 전신전에 존재하는 연기술의 각종 방법과 구결이 기록돼 있었다.
지금껏 여유가 없었던 한제는 이제야 마음을 가라앉히고 이 옥패를 자세히 연구할 수 있게 됐다.
★ ★ ★
그때, 화분국 안의 수많은 화산에서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는 갈수록 짙어지고 있었다. 타오르는 듯한 영력도 화분국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뿐만 아니라 4대 종파 내의 수많은 제자들은 화산 분화구 안에 있는 화염 요괴들을 발견하고 깜짝 놀라 이 소식을 상부에 보고했다.
4대 종파는 화산 봉인 작업에 이미 도가 튼 상태로 화염 요괴의 존재도 이미 알고 있었다. 허나 이는 원영기 고수들만이 알고 있는 비밀이었다.
전신전 대청에는 남자 네 명과 여자 두 명이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이 일에 대해 어떻게들 생각하십니까?”
왼편 가장 앞쪽에 앉아 있던, 백발에 비쩍 마르고 얼굴이 누런 노인이 낮은 소리로 물었다.
“송 사형, 화염 영수는 나도 고서에서만 한 번 봤을 뿐이오. 책에는 영수의 일종이라고 적혀 있었지만 그 정도는 아니라고 봅니다. 녀석이 영수라 해도 처리할 수 있는 존재예요. 우리 여섯이 손을 잡는다면 말입니다. 원영기 수준인 우리가 설마 그런 요괴 한 마리 처리하지 못하겠습니까!”
대답을 한 사람은 귀밑머리를 허리까지 기른 중년의 잘생긴 문인으로 행동에는 교양이 있었다.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어딘가 고고한 느낌을 풍겼다.
“터무니없는 소리! 그 화염 영수는 제가 결단기 수준일 때 사부님과 한 번 마주한 적이 있는데 태생적으로 영기를 가져 불에 관련한 그 어떤 법술도 먹히지 않더군요. 오히려 그런 공격을 받을수록 더 강해지는 듯 했습니다. 오직 차가운 속성의 법술만이 약간의 효력을 냈죠. 분명 어려운 상대입니다.”
한제와 만난 적 있던 아름다운 여인이 조금의 거리낌도 없이 입을 열었다. 중년의 문인은 사랑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간단한 일입니다. 그 화염 요괴의 수명은 매우 길지만 화산을 떠나지는 않으니 별다른 위협이 되지는 않지 않습니까. 그러니 가서 더 강한 봉인을 걸어놓기만 하면 되는 겁니다. 여기서 이러쿵저러쿵 하느니 한시라도 빨리 봉인을 하는 것이 낫지요.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말을 마친 사람이 소매를 휘두르며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려 했다. 6척 3촌에 이르는 큰 키와 시원시원한 이목구비가 잘생긴 남자였다. 침묵을 지키고 있는 다른 사람들을 살피던 송 씨 노인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좋습니다. 화염 요괴가 모습을 드러낸 만큼 봉인에 실패해서는 안 될 겁니다. 이전의 규칙에 따라 각자 소속된 화산을 봉인하도록 합시다.”
이와 비슷한 상황은 낙하문과 사마종, 시음종에서도 일어나고 있었다. 결론 역시 비슷했다.
순간 온 화분국 각 문파의 원영기 고수들이 화산 사이를 배회하며 봉인하는 장관이 펼쳐졌다. 영력의 파동 역시 갈수록 강렬해졌다.
화산을 봉인하는 모든 원영기 고수들을 의아하게 만든 것은 화산마다 가득한 수많은 화염 요괴들이었다.
이 괴물들의 눈빛은 냉랭했지만 괴물들은 봉인을 막지도 않았고 공격을 하지도 않았다. 그저 가만히 원영기 고수들을 지켜보기만 할 뿐이었다.
봉인을 완전히 무시하는 듯한 그들의 표정에 원영기 수련자들은 점점 마음이 무거워졌다. 이전까지 낙관적인 태도를 보였던 사람들도 이제는 생각이 바뀌어가고 있었다.
전국적인 이주
한제는 이런 상황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사실 알고 있었다고 해도 달라질 건 없었다. 임두로부터 지도를 받을 때까지는 어쩔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한제는 철조각 법보를 꺼냈다. 법보는 날아올라 그의 머리 위를 한 바퀴 돈 뒤 머리 위에 떠올랐다. 법보는 지금껏 사용했기 때문인지 크기가 이전의 반 정도로 줄어 있었고 테두리는 이미 검게 변해 있었다. 빠른 속도로 비행하느라 닳은 모양이었다.
생각을 정리한 한제는 두 손을 붙였다가 떼었다. 그러자 두 손 사이에 몇 가닥의 영력이 마치 얇은 실처럼 늘어났다. 이 실들을 만들어내는 것은 전신전 연기술의 첫 번째 단계였다.
전신전의 연기술은 전통적인 방법과 전혀 달라, 영기가 깃든 불로 달구는 방법도 틀로 굳히는 방법도 아니고 간단하게 각종 재료들을 섞는 체계였다.
이 체계에서 중요한 세 가지 과정은 고르기, 섞기, 합치기였다. 동시에 전신전의 연기술에는 매우 중요한 도구가 하나 필요한데 바로 옥패에서 여러 번 언급되는 ‘반응로’였다. 이 반응로는 주로 각종 재료 본연의 속성을 발산시키는 작용을 했다. 반응로를 제작해내기만 하면 전신전 연기술의 첫 단계를 완성한 것이라고 볼 수 있었다.
한제가 두 손을 빠르게 움직이자 영력으로 이루어진 얇은 선들이 끊임없이 늘어나더니 결국에는 하나로 연결돼 마치 두 손 사이에 천 조각이 만들어진 듯 했다. 반짝거리는 영력의 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