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763
순간 그의 오른팔이 펑 하고 무너져 내리더니 터져 나온 피와 살점들이 그의 앞에서 급속도로 회전하며 한 줄기 균열을 형성했다.
사내는 망설임 없이 몸을 훌쩍 날려 그 균열 안으로 달려들려 했다.
“내가 아내에게 남긴 유물을 법보로 삼다니, 네놈들 모두를 멸할 것이다!”
이어서 청수는 오른손을 들어 전방을 가리키며 음산한 목소리로 읊조렸다.
“선술, 산붕(山崩)!”
그 순간, 살역계의 대지가 격렬하게 진동하더니 허공에서 여섯 개의 거대한 산봉우리가 나타났으며 흘러넘칠 듯한 위압감이 사방으로 퍼졌다.
이 여섯 개의 높은 산봉우리는 서로에게 달려들며 하나로 합쳐졌고 실체와 다를 바가 없는 진정한 산봉우리가 됐다.
뒤이어 바르르 떨리던 산꼭대기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올라 사방으로 퍼져나갔고 그러는 사이에 한 줄기 암적색 화염이 산봉우리에서 분출됐다.
이 화염은 그야말로 모든 생명을 꺼버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화염 안에서 터져 나온 검은 연기를 피워 올리는 거대한 바위가 하늘에서 떨어져 내렸다.
종말이 닥친 것처럼 대지가 경련했고 독으로 가득 찬 먼지가 하늘을 뒤덮으며 세상 모든 것을 폐허로 만들어 버렸다.
용암은 파도처럼 산꼭대기로부터 아래쪽으로 몰아치면서 눈 깜짝할 사이 살역계 안을 파멸적인 기운으로 가득 채웠다.
그 용암에는 세상 모든 것을 파괴해버릴 듯한 힘이 깃들어 있었다.
수준이 낮은 수련자들은 독을 품은 먼지에 접촉하자마자 절규하며 그대로 오그라들더니 눈 깜짝할 사이 허공으로 사라져 버렸다. 심지어 용암 속에서 몸부림치는 이들도 있었다.
그때, 능운자가 연 균열은 산붕의 충격에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한층 더 창백해진 능운자는 다급하게 뒤로 물러났다.
쇄열기 초기에 해당하는 그가 망가졌다고는 해도 차공열(次空涅) 급 법보의 위력까지 발휘했음에도 지금으로는 그저 빠르게 도망치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살역계 내의 유일한 쇄열기 수련자인 그로서는 이런 낭패가 없었다.
‘정열기 수련자 대부분이 연맹 본부에 소집됐다는 점이 안타까울 뿐이구나. 그러지만 않았다면 그들로부터 힘을 빌려 99개의 검진(劍陣)을 만들어낼 수 있었을 텐데… 하지만 그랬다 해도 이 신통력에는 대항할 수 없었겠지.’
한편, 환허자 역시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빠르게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을 바짝 추격해오는 한제를 보며 속으로 욕설을 뱉었고 아홉 자루의 검이 합쳐진 비검을 내던졌다. 한제가 이 검에 관심을 보였으니 미끼로 쓸 생각이었다.
환허자의 작전이 통한 것인지 한제는 추격을 멈추고 비검을 움켜쥐었다. 검은 그의 손에서 격렬하게 발버둥치기 시작했다.
그때, 청수가 하늘을 뒤덮을 듯 강렬한 살기(煞氣)를 번득이며 두 손을 뻗으며 외쳤다.
“첫 번째 붕괴!”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산봉우리에서 분출된 화염과 대지로 흘러내린 용암이 끓어오르기 시작하더니 땅에서 하늘을 향해 솟구쳐 올랐다.
한데 이 화염과 용암이 갑자기 무너져 내렸고 상상을 초월하는 충격을 온 살역계로 퍼뜨렸다.
순간 화염과 용암에 휩싸인 십여 명의 수련자가 비명을 내지르면서 까만 재로 변해버렸다.
“두 번째 붕괴!”
청수가 다시 한 번 크게 외쳤다. 그러자 살역계는 또다시 격렬하게 떨렸고 거대한 산봉우리 꼭대기가 무너져 내리면서 더 많은 용암과 화염, 그리고 먼지가 분출됐다.
“세 번째 붕괴!”
청수는 결인을 그린 두 손을 산봉우리를 향해 휘둘렀다.
그 순간, 산봉우리가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붕괴하더니 셀 수 없이 많은 돌 조각들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분출된 화염은 하늘을 가르며 쏘아져 나가더니 눈 깜짝할 사이 온 하늘을 뒤덮었다. 이 순간, 하늘에는 오직 화염만이 존재했다.
산봉우리가 붕괴하자 용암은 마치 바다처럼 엄청난 기세로 흘러내리며 삽시간에 대지를 뒤덮었다.
하늘은 화염으로 대지는 용암으로 가득했으며, 허공은 짙은 먼지로 빽빽했다.
순식간에 능운자와 환허자를 제외한 살역계 수련자가 모두 숨을 거두었다. 심지어 건축물들 역시 모두 녹아버려 이제는 단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
환허자 역시 체내의 원력이 거의 바닥난 상태였고 충격에 휩싸여 있었다.
능운자는 쓰게 웃으며 일체의 저항을 포기한 채 복잡한 눈빛으로 청수를 바라보았다. 그는 상대에게 단번에 자신을 죽일 생각은 없음을 알 수 있었다. 만약 그가 그러려고만 했다면 그 보라색 안개 속에서 자신은 죽었을 터였다.
한제는 멍하니 눈앞의 광경을 바라보았다. 산붕이라는 선술이 이렇게 강력한 원력을 발휘할지에 대해서는 상상도 못했기에 충격이 컸다.
청수가 소매를 휘두르자 지면을 채운 용암으로부터 88갈래의 은빛이 튀어나왔다. 청수는 바르르 떨리는 이 88갈래의 은빛을 한 덩어리로 합치더니 한제에게로 던졌다.
“네가 원했던 것이니 네게 주마!”
그 은빛 덩어리를 받은 한제는 그것을 저물대에 집어넣으며 감사의 의미로 포권을 했다.
짧게 고개를 끄덕인 청수는 몸을 훌쩍 날리더니 검은 바람이 되어 환허자와 능운자를 휘감았다. 그리고 그가 앞으로 한 걸음 내딛은 순간, 살역계가 붕괴하기 시작했다.
살역계는 본디 당시 선계의 한 균열에 세워진 곳이었다. 그 공간이 붕괴하면서 살역계는 수많은 조각으로 갈라져 사라져갔다.
그때 허공에 거대한 회오리가 하나 나타났고 청수는 그 안으로 몸을 던졌다.
“사제, 나는 할 일이 남았다. 언제 다시 보게 될지 모르겠구나. 부디 몸 조심하거라!”
그 목소리를 끝으로 그는 환허자와 능운자를 데리고 사라졌다.
한제는 청수가 사라진 곳으로 다시 한 번 포권을 하고는 한 걸음 앞으로 내딛어 회오리 안으로 들어섰다.
다시 우주에서 모습을 드러낸 한제는 한숨을 길게 내쉬며 먼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는 한참 뒤에야 몸을 날려 허공으로 녹아들더니 천운성(天運星)이 있는 곳으로 순간이동을 했다.
도련님
청수는 말없이 앞으로 나아갔다. 그의 뒤로 환허자와 능운자가 풀죽은 얼굴로 바짝 따랐는데 그들의 미간에는 선계의 독특한 노예 낙인이 번득였다.
청수의 손에 든 보라색 비녀를 부드러우면서도 슬픔과 그리움이 어린 눈으로 바라보았다.
‘조물주는 이리도 사람을 놀리시는군.’
청수는 일평생 딱 두 번의 눈물을 흘린 바 있었다. 첫 번째 눈물은 청수국(淸水國)이 멸망하고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당시였다. 어린 수련자였던 그는 구사일생으로 도망치면서 슬픔과 절망감에 눈물을 쏟았다.
그리고 두 번째 눈물을 흘린 것은 뇌의 선계에서 발작하여 자신의 손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죽인 뒤 정신을 차렸을 때였다.
청수는 자신이 백범의 제자가 되던 그날, 그녀에게 이 비녀를 건넸던 기억을 떠올렸다. 여태까지도 그 행복했던 기억을 잊을 수가 없었다.
청수의 눈에서 세 번째 눈물이 흘러내렸다.
“함연⋯⋯.”
청수의 눈앞에 과거 그 당시의 광경이 떠올랐다. 죽어버린 아내의 텅 빈 눈동자와 끝까지 그 오른손에 쥐어져 있던 이 비녀…
비녀의 끝은 여인의 심장에 박혀 있었다. 깊이 박힌 비녀를 타고 그녀의 피가 흘러내려 바닥으로 뚝뚝 떨어져 내렸다.
“청수, 난 당신 때문에 죽는 게 아니야. 나는 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거야. 그러니까 슬퍼하지 마. 평생 슬픔에 잠겨 살아가지 마. 당신은 날 다치게 한 적 없으니까⋯⋯.”
청수가 슬픔에 빠져 자책하는 삶을 살기를 바라지 않았던 여인은 웃는 얼굴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녀의 미소는, 아니, 그 소리 없는 울음은 청수의 기억에 또렷이 남아 있었고 그 모습에 가까스로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내 마음속 남편은 하늘을 떠받치고 땅 위에 우뚝 선 사내야. 절대 한순간의 일로 스스로를 포기하거나 인생을 낭비하지 않아. 오히려 그 모든 힘을 의지로 삼아 이 모든 일의 원인을 찾아내지!”
슬픔에 젖은 눈빛을 드러낸 청수가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함연, 걱정 마. 내가 반드시 그 원인을 찾아낼 테니⋯⋯.”
★ ★ ★
우주를 가르며 나아가던 한제는 곧장 천운성으로 향하는 대신 심신의 감응을 이용해 뇌길과 머리 큰 소년, 그리고 타산을 추적했다. 혼돈의 전장에서는 그들을 살필 여력이 없었고 이후 허무의 공간으로 빠져들면서 흩어진 상태였다.
허무의 공간에서 나온 뒤에도 아직 그들을 찾을 틈은 없었다.
전투 중 타산과의 연계마저 사라진 상태였으나, 선위 봉인을 감지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 타산의 종적을 찾기가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게다가 그 엄청난 전투에서 그들이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았음을 기억했다.
두 눈을 감은 한제는 한참이나 신식을 펼쳐 방향을 확인하다가 동쪽에서 익숙한 파동이 전해져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 순간, 그는 곧장 발아래에서 일어난 파문과 함께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산붕… 정말 강력한 선술이었다. 선제(仙帝) 백범이 고안한 선술 중 후반부의 세 개가 전반부의 세 개보다 더 강력할 것은 짐작했지만 그 정도일 줄이야… 대체 어떤 깨달음을 얻어야 선제 백범처럼 그런 강력한 선술을 만들어낼 수 있는 거지? 난 언제쯤 나만의 신통술을 창조해낼 수 있을까?’
한편, 한제로부터 동쪽으로 아주 먼 곳에는 거대한 바위 하나가 느릿하게 부유하고 있었다.
무너져 내린 어느 수련성의 파편 같은 이 바위에서는 수시로 작은 부스러기들이 떨어져 나갔다.
또한 그 바깥쪽에서는 미세한 법력의 파동이 마치 나선형 연기처럼 끊임없이 퍼져나갔다.
허나 우주에서 이렇게 떠다니는 바위가 희귀한 존재는 아니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이목을 크게 끌지는 않았다.
한제와의 연계가 끊어진 타산은 이 바위를 발견하고는 그 안에 녹아들어 가부좌를 틀고 묵묵히 좌선하고 있었다.
한데 좌선을 하던 타산이 돌연 두 눈을 번쩍 뜨더니 몸을 훌쩍 날려 바위 위에 섰다. 그리고 전방에서 파문이 일어나는가 싶더니 한제가 걸어 나왔다.
한제를 보고도 타산의 표정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반면 한제는 미소를 지으며 타산에게 손짓했다.
타산은 곧장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한제의 그림자로 스며들더니 이내 사라졌다.
한제는 곧장 두 눈을 감고 머리 큰 소년의 낙인을 살폈다.
“녀석의 낙인은 너무 약해. 금방이라도 흩어져 사라질 것 같군.”
한제는 발아래에서 나타난 파문과 함께 허공으로 사라졌다.
★ ★ ★
한 거대한 사내가 우주 공간을 바삐 질주하고 있었다. 그의 몸 곳곳에는 상처가 가득했고 걸음을 재촉할 때마다 더 벌어지면서 점점 많은 피가 흘렀다.
특히 첫 번째 척추 뼈부터 일곱 번째 척추 뼈까지가 있어야 할 곳에서는 음산한 녹색 빛이 흘렀다.
곳곳의 뼈와 뼈가 이어진 부분에도 녹색 빛을 내뿜는 구멍이 나 있었다. 그런 구멍은 수십 개 이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