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765
손바닥에는 다섯 귀신의 흉측한 얼굴이 드러나 있었는데 매우 강력한 기운을 뿜어내며 삽시간에 돌진해왔다.
허나 한제는 마치 파리를 쫓은 심드렁하게 한 손을 휘둘렀다. 순간, 음산한 바람이 그 손바닥을 향해 불어 닥쳤다.
펑!
격렬한 소리와 함께 손바닥에 드러났던 다섯 귀신은 비명을 내지르며 흩어져 버렸다. 한제는 곧장 한 걸음 나서며 주먹을 휘둘렀다.
콰쾅!
요란한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형성된 폭풍이 사방을 휩쓸었다.
청년은 비록 얼굴은 하얗게 질렸으나 침착한 표정으로 한제를 살피다가 뒤로 물러나며 자신이 타고 있는 거마족 사내를 한 손으로 눌렀다.
그러자 거구의 사내는 몸을 바르르 떨며 얼굴이 고통으로 물들었고 뒤로 물러나면서 결인을 그린 두 손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그 순간, 경련을 일으킨 거마족의 미간이 갈라지더니 그 안에서 어스름한 빛이 번득였다.
하지만 그것은 한제를 공격하는 대신 청의의 청년을 감쌌고 그러자 청년의 뒤편에 회오리가 하나 나타났다. 청년은 곧장 그 회오리 안으로 들어갔다.
“거마족의 천부적인 신통력이로군. 그런다고 도망칠 수 있을 성싶은가?”
한제는 코웃음을 치더니 다시 한 번 주먹을 휘둘렀다. 그러자 전보다 더 짙어진 폭풍이 일어나 회오리 안으로 들어간 청년에게 돌진했다.
그때, 거마족 사내의 얼굴이 더욱 고통으로 일그러지더니 이를 악물었다. 그의 체내에서 원력이 거꾸로 돌며 곧장 원신 안으로 들어갔고 이에 원신은 불안정해졌다. 육신과의 연결도 약해졌다. 그리고 원력의 충격 아래 결국 원신은 폭발했다.
펑!
원신의 자폭으로 일어난 파멸적인 힘에 육신까지도 폭발했다. 그리고 그 놀라운 폭발력이 한데 응집되더니 청년을 뒤쫓으려는 한제에게 달려들었다.
그때, 점차 맞물리며 사라지는 회오리 안에서 청년이 냉소했다.
“네가 누구든 네 이름을 알아낼 것이다! 우리 시음종을 건드린 자는, 죽음으로 갚으리라!”
허나 청년의 모습이 점차 사라져가는 동안에도 한제는 침착했다. 그는 거마족이 자폭을 통해 발휘한 힘이 자신의 앞을 가로막은 순간 저물대에서 아주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세 번째 사신차를 꺼냈다.
사신차는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다채로운 색으로 반짝이며 화려한 문양의 나비가 됐다.
아름다운 나비가 팔락팔락 날갯짓을 할 때마다 오색찬란한 가루가 떨어져 나왔다. 한데 그 옆에는 피처럼 붉은 나비가 한 마리 붙어 있었다. 바로 혈신자의 나비로 지금은 한제의 나비에게 사로잡힌 상태였다.
오색찬란한 나비가 왼쪽 날개를 살짝 흔들자 전방에서 휘몰아치던 자폭으로 인한 힘은 순간 움찔했다.
나비는 왼쪽 날개를 또 한 번 흔들었다.
그러자 규칙의 힘이 솟아올라 그 파멸적인 폭발력을 휘감아 뒤로 밀었다.
나비가 세 번째로 날개를 흔들었을 때, 전방의 허공에서는 세 마리의 나비가 나타났다. 그리고 이 세 마리의 나비가 동시에 날개를 번득이자 거마족의 자폭으로 인한 힘은 순식간에 뒤로 나가떨어지면서 거의 맞물려가는 회오리 안으로 향했다.
“크아악!”
찢어질 듯한 비명과 함께 회오리는 사라졌다.
★ ★ ★
연맹성역에는 외부인은 모르는 곳에 혼해(魂海)가 있고 그 아주 깊은 곳에는 육지들이 떠 있다. 그중 한 육지에는 여러 개의 누각이 세워져 있었다.
한데 그 중앙의 새카맣고 거대한 누각 외부에 돌연 하나의 회오리가 나타났다. 그리고 뒤이어 펑,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대량의 피 안개가 퍼져나갔고 그곳에서는 한 청년의 원신이 두 눈을 꼭 감은 채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듯한 모습으로 흘러나왔다.
그 순간, 누각의 대문이 벌컥 열리더니 안색이 어두운 노인 하나가 튀어나와 곧장 그 청년의 원신에게 달려들었다.
“하, 할아버지… 살려…주세요!”
청년의 원신은 힘겹게 두 눈을 뜨고는 그 한 마디를 남기더니 까무룩 정신을 잃었다. 그 원신은 완전히 무너져 내리지는 않았지만 매우 허약한 상태였다.
★ ★ ★
한제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사신차 나비의 힘이 공격했을 때 청년의 몸에서 한 줄기 검은 빛이 번득이면서 나비의 힘 중 반 이상을 상쇄시켰음을 눈치 챘다. 그 검은 빛은 결국 무너져 내렸지만 청의의 청년은 비록 중상을 입었을지언정 죽지는 않았을 터였다.
‘구명 법보겠지.’
고민하던 한제는 생각을 접고 뇌길에게로 다가갔다. 그는 뇌길의 각 관절에서 발산되는 초록색 빛을 바라보며 그것들을 하나하나 어루만졌다. 그의 손이 닿을 때마다 녹색 빛이 나는 상처에서는 한 줄기 잔혼이 흘러나와 흩어졌다.
잠시 후, 뇌길의 몸에서는 더 이상 초록빛을 발산하는 곳을 찾아볼 수 없게 됐고 이에 뇌길은 존경심과 충성심이 가득한 눈으로 한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잠시 후, 한제는 뇌길의 거대한 몸에 탄 채 우주를 가르며 빠르게 나아갔다. 그의 곁에는 대두가 가부좌를 틀고 치료에 집중하고 있었다.
천운성이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
열흘 뒤, 익숙한 풍경이 펼쳐졌다. 천운성이 가까워진 것이다.
지난 열흘 동안 한제는 천운성에서 해야 할 일을 생각하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현보 상인이 네 가지 색을 발하는 나비를 소환할 때 그린 결인에 대한 생각을 더 많이 할 수밖에 없었다.
한제는 현보 상인의 그 손동작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으나 지난 열흘 동안 여러 차례 그 결인을 그려보아도 아무런 느낌도 받을 수가 없었다.
한제는 자리에서 일어나 전방을 바라보았다.
“대두, 너는 뇌길과 함께 이 부근 수련성에 숨어서 나를 기다려라. 천운성에서의 안전을 확인하면 너희를 부르겠다. 만약 내 부름이 없거든 최대한 멀리 도망쳐라.”
한제도 이제 머리 큰 소년을 자연스레 대두라 부르고 있었다.
그는 말을 마치고는 몸을 훌쩍 날렸다. 하얀 옷과 검은 머리를 흩날리며 날아가는 그의 모습은 꽤나 신선다웠다.
머지않아 한제는 천운성의 세력 범위로 들어섰다.
‘행운과 재난이 동시에 따르는 여정이 되겠지. 그러나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들이 있다. 게다가 내 생각만큼 위험하지는 않을지도 몰라. 모든 것은 사실 그 선부(仙府)의 영패와 관련된 일이니까.’
한제는 생각에 잠긴 채 천천히 앞으로 향했다.
‘그들은 모두 선부의 영패를 원했지. 당시 그것과 혈조가 얽힌 데다가 천운자의 계획까지 더해졌고 그밖에도 여러 일들이 일어난 바람에 떠날 수밖에 없었다. 당시의 내 수준은 보잘것없어 살아남을 수 없었으니까. 물론 지금도 천운자의 상대가 될 수는 없지만 지금이라면 쉽게 죽지는 않을 것이다.’
한제는 미간을 만지작거렸다. 그의 진정한 무기는 법보나 신통력이 아니라 미간의 세 번째 눈이었다.
‘두 번째 전(戰) 족자를 본 뒤 본원의 힘도 한 줄기 늘어났다. 그것이야말로 나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지. 게다가 나는 천운자와 공식적으로 척을 진 적은 없어. 그의 제자와 갈등이 있었을 뿐이지. 또한 그 황룡과 닮은 사람이 난 주작성 사람이며 사성종(四聖宗) 주작 일맥의 제자라고 말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
한제는 입가에 냉소를 드리운 채 손가락 하나로 미간을 두드렸다.
순간 미간의 세 번째 눈이 변화를 일으키더니 고신의 반점 다섯 개로 대체됐다. 그 후 다시 한 번 변화가 일더니 구슬의 허상 하나가 나타났다가 사라지면서 붉은 낙인 하나만이 떠올랐다.
‘염뇌자로부터 엄청난 원력을 받았고 라진으로부터 힘의 유산을 전승받아 5성급 왕족 고신이 된 덕에 체내의 이 낙인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 낙인에는 엄청난 힘이 깃들어 있고 신식을 응집시키면 봉황이 우는 소리가 심신에서 어렴풋하게 울려 퍼지는 것이 느껴져. 아마도 주작과 관련한 것이겠지. 게다가 주작성에 갔을 때만 해도 없었으니 황룡 장문인과 관련이 클 터!’
미간의 주작 표식이 번득일 무렵, 저 멀리 천운성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 눈에 익은 모습에 한제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당시 주작성을 떠나 이곳에 이르러 천운자의 자계(紫系) 제자로 받아들여졌다.
‘벌써 수백 년의 세월이 흘렀구나.’
한제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전방으로 나아갔다.
‘처음 이곳에 왔을 당시 나는 영변기에 불과했지. 두 번째로 찾아온 지금의 나는 정열기 수련자와도 맞붙을 수 있게 됐다!’
한데 어느 순간, 한제는 우뚝 멈춰 서서 형형한 눈으로 천운성을 바라보았다.
천운성에서는 금빛이 번득이고 있었다. 교전 중인 검광으로 인한 빛이었다. 그 검광들이 모두 천운종(天運宗)이 있는 곳에 몰려 있었고 빽빽한 상태인 것으로 보아 그 수는 적지 않을 터였다.
“능천후!”
수많은 검광 중 하나에서 능천후의 기운을 느낀 한제의 표정이 급변했다.
잠시 고민하던 한제는 다시 천운성으로 달려들었다.
등장
천운종 바깥에서는 셀 수 없이 많은 검광들이 부딪히고 있었다. 각 검광마다 한 명의 수련자가 있었는데 모두 대나검종(大羅劍宗) 제자들이었다.
그들 전방에는 머리가 새빨간 기린이 한 마리 있었다. 신비롭고 용맹해 보이는 이 기린은 두 눈을 번득이면서 끝없는 화염을 발했다. 또한 콧구멍에서는 하얀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런 기린의 등에는 무척 마른 노인이 어두운 안색으로 가부좌를 틀고 있었다. 그리고 노인의 등에는 네 자루 검의 허상이 매인 상태로 극강의 기운을 발산했다. 그 노인은 바로 능천후였다.
능천후 주위에는 상당히 수준이 높은 수련자가 네 명 더 있었다. 세 명은 사내였고 한 명은 여인이었는데 세 사내는 모두 백발이 성성했으며 두 눈은 해와 달 같았다.
그중 음양의 도안이 수놓인 흑백의 옷을 입은 사람은 철저히 무표정한 얼굴로 거대한 조롱박 위에 앉아 있었다. 그의 뒤로는 제자들인 듯한 수련자 아홉이 공손하게 서 있었다.
다른 노인은 체구가 거대해 살로 이루어진 언덕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보라색 대나무 의자에 앉은 그의 뒤로는 네 명의 사내가 두 눈을 번득이고 있었다.
파란색 옷을 입은 세 번째 노인은 시체처럼 비쩍 말랐지만 생기만큼은 매우 짙었다. 다른 두 노인과 달리 그는 홀로 냉랭하게 허공에 떠 있었다.
마지막, 유일한 여인은 중년이었고 무척 아름다웠다. 다만 치장이나 장식 따위 없이 마치 일반인 세상의 촌부(村婦)처럼 소박한 옷차림이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에게서는 탈속적인 기운이 느껴졌다.
그녀의 뒤로는 네 명의 여인이 따르고 있었는데 그녀들 역시 절세미인이었다. 특히 왼쪽에 선, 분홍색 옷을 입은 여인의 외모가 단연 빼어났는데 근처의 대나검종 제자들은 그녀를 힐끔거리곤 했다.
“천운자 당시 네 제자 이한제가 내 영패를 가져갔다. 그 후 너는 오늘 하늘의 뜻이 드러날 것이라 했지. 네가 말한 그 하늘의 뜻이 대체 뭔지 봐야겠다!”
능천후가 외쳤다.
당시 그를 비롯한 수준 높은 수련자들은 함께 한제를 추적했으나 끝내 아무런 흔적도 찾지 못했고 심지어 탐랑의 몸에 새긴 낙인도 반 정도는 흩어진 상태였다.
조석의 심연에 있는 선부는 매우 중요한 곳이었기에 그들은 초조함을 이기지 못하고 천운자를 찾아온 것이다. 어쨌든 한제는 천운종 사람이었으니까.
허나 당시 천운자는 침착한 표정으로 단 한 마디 말만을 남겼다.
“보라색과 하늘색 빛이 하늘을 가득 채우는 날, 천운종을 찾아오시게. 그러면 하늘의 뜻을 확인할 수 있을 테니!”
그리고 오늘 아침, 천운성의 맑은 하늘은 돌연 푸른색과 보라색 빛으로 가득 찼다. 화려한 빛들이 천운성 전역을 뒤덮은 듯한 광경이었다.
이에 능천후는 곧장 제자들을 이끌고 천운종으로 찾아왔고 다른 수련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천운자의 예언 능력은 그의 명성만큼이나 유명했기 때문이다.
하얀 옷을 입은 천운자는 얌전히 천운종 광장에 서 있었다. 그의 곁에서는 수많은 천운종 제자들이 다른 종파 수련자들을 냉랭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다만 그들의 눈빛은 대부분 네 명의 절세미녀들에게 집중된 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