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778
‘다른 사람에게라면 별 의미 없는 실수일지도 모르겠으나 상대는 다름 아닌 천운자다! 그리고 한 번 틀렸다면 두 번도 틀릴 수 있는 법!’
한제의 눈이 차갑게 번득였다.
한편, 회색 옷의 천운자는 시종일관 덤덤하고 냉랭한 모습이었다. 그의 앞에 나타난 열 가닥 살육의 기운은 쉭쉭 소리를 내며 엄청난 속도로 능천후를 향해 달려 들었다.
능천후는 차게 코웃음을 치며 오른손을 들어 올린 뒤 낮게 외쳤다.
“검동배인(劍童背刃)!”
이는 명(明), 동(洞), 파(破) 중 파의 두 번째 형식으로 그가 하늘을 가리키자 하늘에서 콰르릉 하는 거대한 소리가 들려오더니 네 자루의 원신검이 급속도로 회전하면서 하나로 합쳐졌다.
융합한 원신검이 눈부신 빛을 발했고 그 안에서 두 눈을 감은 일고여덟 살 정도의 소년이 걸어 나왔다.
소년의 등에는 강력한 검기를 발산하는, 뱀처럼 구불구불한 보라색의 커다란 검이 매여 있었다. 그 검에서 발산되는 짙은 선기(仙氣)는 검을 맴돌며 어렴풋한 용의 형상을 드러냈다.
그 굽은 칼이 나타난 순간 한제의 두 눈이 번득였다.
“우(雨)의 선검!”
한제는 그 검을 보자마자 내력을 알아차렸다. 당시 우의 선계에서 우의 선검은 네 자루로 나뉘었고 그중 두 자루를 다른 사람에게 빼앗겼다. 그리고 저 검이 그중 하나였던 것이다.
소년이 한 걸음 걸어 나와 회색 옷의 천운자를 마주하고 서자 능천후는 낮게 기합을 넣으며 결인을 그린 손으로 앞을 가리켰다. 그러자 소년은 두 눈을 부릅뜨며 두 갈래의 위협적인 빛을 폭발시켰고 동시에 몸을 훌쩍 날렸다.
순간, 소년의 등에 매여 있던 뱀 모양의 검이 살육의 기운을 향해 돌진했다. 그리고 선검에서 번득이며 튀어나온 검광은 길이가 1만 척에 달하는 거대한 구렁이가 되었다.
“캬오오!”
거대한 구렁이는 포효를 내지르며 짙은 피비린내 나는 폭풍을 일으켰다.
허나 천운자의 표정은 여전히 냉랭했고 살육의 기운은 구렁이가 일으킨 폭풍과 충돌했다.
콰르릉!
하늘을 찢어발길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고 동시에 살육의 기운은 기이한 변화를 일으켰다.
검은 빛이 번득이더니 살육의 기운 열 갈래는 각각 인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남녀노소가 뒤섞인 인영이었으나, 하나같이 잔혹한 표정으로 하늘을 뒤덮을 듯 강력한 살기를 퍼뜨리면서 새빨간 눈으로 폭풍을 향해 달려들었다.
뿐만 아니라 각 인영들에게서는 백만 개 이상의 살육의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이에 하늘에 떠 있던 살육의 기운도 폭발적으로 늘어나, 마치 끝없는 살육의 기운으로 하늘이 전부 뒤덮인 것만 같은 형국이었다.
살육의 기운들은 날카로운 소리를 냈고 그 순간 세상의 다른 모든 기운과 소리는 다 사라져 버렸다.
오직 살육의 기운이 풍기는 끔찍한 기운과 소리만 존재할 뿐이었다.
한제는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살짝 뒤로 피했다.
확산되기 시작한 살육의 기운은 순식간에 한제를 향해 달려들었다. 한제가 뒤로 물러나는 동안 그의 곁을 맴돌던 선계의 조각은 더욱 빠르게 회전하면서 회오리를 형성하여 한제의 몸을 빽빽하게 감쌌다.
살육의 기운이 선계의 조각에 부딪힐 때마다 들려오는 펑, 펑 소리와 함께 한제는 계속해서 뒤로 물러났다.
‘이렇게 많은 살육의 기운이라니… 허나 천운자는 아직도 전력을 다한 것이 아니야!’
한제는 어떻게 이 상황을 벗어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극양을 흡수했을 때 천역주가 한 번 진동했었지.’
한제의 머릿속에서 수많은 생각이 빠르게 스쳐갔다.
‘오행(五行)의 요소를 다 채운 뒤로 천역주에 새겨진 오행의 표식은 다 사라지고 음(陰)과 양(陽)을 뜻하는 해와 달이 하나씩 나타났지.’
한제의 머릿속은 순간 탁 트인 듯 환해졌다.
‘그래, 천역주가 원하는 것은 음과 양이다!’
한제는 지금까지 천역주에 새로이 나타난 음양의 도안을 어떻게 해야 채울 수 있을지 아무리 고민해도 답을 알 수 없었고 실마리조차 찾지 못했다.
‘나천성역에서 마주친 그 세 번째 단계에 이른 수련자조차 천역주의 존재를 알아채지 못했다. 그렇다면 천운자라 해도 내가 천역주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알아내지는 못한다. 내가 이 천역주로 극양을 흡수할 수 있다는 사실도 마찬가지지. 그렇다면 저 자가 예측하지 못하는 이것이야말로 지금의 상황을 벗어날 실마리다!’
한제는 서늘한 눈빛으로 회색 옷의 천운자를 응시했다. 무언가 갈피가 잡혀가는 느낌이었다.
천역주의 음(陰)과 양(陽)
한편, 능천후는 상황의 변화에 점점 흥미가 커졌다. 그가 이곳에 온 것은 한제를 위해서가 아니라 천운자가 하는 일을 방해하고 싶어서였다. 그는 한제가 천운자에게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를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내가 자네를 두려워할 것 같은가?”
능천후가 냉소하며 결인을 그린 오른손을 들어 앞을 가리키더니 낮게 외쳤다.
“파(破)의 세 번째 형식, 검동제령(劍童祭靈)!”
그 순간, 좀 전에 나타난 소년이 온몸에서 날카로운 검기를 발산하며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더니 거대한 구렁이가 된 구불구불한 우(雨)의 선검에 올라섰다. 그 순간, 소년은 맹렬하게 고개를 들고 입을 쩍 벌렸다.
“키야아악!”
소년이 갑작스레 내지른 날카로운 소리는 인간의 것이라 할 수 없었고 이 소리는 날이 선 검처럼 곧장 살육의 기운을 찔러들었다. 그와 동시에 소년의 몸이 펑 하고 무너져 내리더니 커다란 푸른 안개가 되어 곧장 거대한 구렁이 안으로 녹아들었다.
‘제검(祭劍)!’
뱀처럼 구불구불한 우의 선검은 소년의 혼백을 흡수한 듯 바르르 진동하면서 날카로운 소리를 내더니 상상을 초월하는 기세를 발산해 살육의 기운을 향해 돌진했다.
콰쾅!
하늘이 갈라질 듯한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엄청난 폭풍이 사방을 휩쓸었다.
끊임없는 충격에 살육의 기운은 분분히 흩어져 사라졌고 검기가 하늘을 가득 채웠다. 특히 능천후 주위를 맴돌던 검기가 형성한, 하늘과 땅을 이은 듯 거대한 회오리의 바람 소리가 다른 모든 소리를 뒤덮었다.
이 흘러넘치는 것 같은 검기를 본 천운자의 얼굴은 더욱 냉랭하게 변했다. 그는 능천후를 싸늘하게 바라보다가 오른손을 들어 올리며 차갑게 말했다.
“검기가 늘어났군. 이어질 나의 공격마저 받아낸다면 너 능천후 사이의 일에 대해 난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겠다.”
말을 마친 그는 오른손으로 기이한 결인을 그리더니 능천후를 향해 뻗었다.
그 손짓과 함께 거인이 먹물을 뿌린 듯 시커멓게 어두웠던 하늘로부터 아득한 어둠이 용솟음치기 시작했고 찰나의 순간 이 세상의 모든 것이 흑백으로 뒤바뀌었다.
“검으로 지존의 자리에 오른 자네이니만큼 나 역시 검으로 싸우도록 하지. 살육화검(殺戮化劍)!”
회색 옷을 입은 천운자의 목소리는 덤덤했다. 하지만 그가 손을 휘두른 순간 하늘에서는 콰르릉 하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수없이 많은 살육의 기운이 사방에서 천운자를 향해 몰려들었다. 그 살육의 기운은 하나하나가 곧 한 사람의 생명이었다.
한곳으로 몰려든 그 기운들은 유영하는 뱀처럼 천운자의 주위를 맴돌았다. 한제에게 달려들던 살육의 기운들도 하나로 모여들어 천운자가 가리킨 곳으로 질주했다.
삽시간에 융합된 살육의 기운은 천운자 앞에서 길이 7척, 폭 3촌 정도의 붉은 검으로 변했다.
연기를 나선형으로 피워 올리던 그 검은 천운자가 가볍게 오른손을 휘두르자 요란한 소리와 함께 한 줄기 붉은 선이 되어 곧장 능천후의 뱀 같은 선검을 향해 달려들었다.
두 자루의 검은 점점 빨라졌다. 하지만 정면으로 맞부딪히기 직전, 7촌 정도의 여유를 두고 멈추었다.
그 7촌 정도 되는 공간에서는 천둥번개가 일었고 수없이 많은 검기가 교차했다. 그리고 그 작은 공간에는 극강의 힘 또한 집중되어 있었다.
회색 옷의 천운자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말했다.
“나쁘지 않군. 그 사이 제법 수준이 높아졌어. 허나 겨우 이 정도라면 낭패를 면치 못할 걸세.”
그 말에 능천후는 차게 웃더니 두 팔을 휘저었다.
“이 능천후는 오직 검의 도만 수련해 왔다! 그리고 최근 들어서는 검의 규칙을 깨닫게 되었지. 난 자네가 왜 그의 계획에 따르는지 알지 못하나 자네가 오늘 이곳에 나타났다는 것은 당시 우리의 우정을 저버린 것이라고 봐도 되겠지?”
회색 옷의 천운자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능천후는 대답을 기대하지도 않았다는 듯 숨을 깊게 들이마시더니 두 손을 휘둘렀다.
순간, 그의 미간에서 균열 하나가 나타나더니 그 안에서 한 줄기 검은 빛이 튀어나왔다. 이 빛은 능천후의 곁을 맴돌더니 순식간에 그의 온몸을 뒤덮었다.
“내 원신으로 제련한 검신(劍神)이며, 내 육신으로 제련한 검존(劍尊)이다. 내가 곧 검이며, 검이 곧 나다!”
능천후의 기이한 목소리가 울려 퍼진 순간, 검색 빛은 격렬하게 번득이기 시작했다. 그 안에 가부좌를 틀고 있는 능천후의 미간에서는 균열이 끊임없이 벌어졌다 맞물리기를 반복했다. 요사스러운 빛을 번득이던 능천후의 두 눈은 느릿하게 닫혔다.
그 순간, 바르르 경련을 일으킨 능천후의 정수리에서 하나의 허상이 피어올랐다.
그것은 한 자루 검의 허상이었다.
능천후의 원신으로 이루어진 이 검은 그가 수만 년간 제련해온 것이기도 했다.
그 검이 나타난 순간, 온 천운성에 존재하는 모든 검들이 지존을 영접하듯 웅웅 하고 우는 소리를 냈다.
심지어 천운성 내의 모든 검 형태의 법보가 진동하기 시작했고 능천후의 정수리에서 떠오른 검의 허상은 검은 빛에서 튀어나가 곧장 구렁이가 된 우의 선검을 향해 달려들었다.
뱀 모양의 선검은 바르르 경련하더니 붉은 빛을 번득이며 앞으로 돌진했고 그러자 두 검 사이의 7촌 정도 되는 공간은 쩌적 하는 소리와 함께 3촌으로 줄어들었다.
허상의 검이 움직인 순간, 하늘에도 균열이 일어났다.
회색 옷의 천운자는 처음으로 그 냉랭했던 표정에 변화가 일어났다. 그는 허상의 검을 응시하다가 길게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좋아, 능천후 자네가 이 정도 수준까지 이르렀다면 내 7할의 힘으로 자네와 겨루도록 하지!”
말을 마친 회색 옷의 천운자는 뒤로 한 걸음 물러나더니 입을 쩍 벌렸다. 그가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소리 없는 포효를 내지른 순간, 줄기줄기 살육의 기운이 뿜어져 나와 그의 곁을 맴돌다가 곧장 돌진해 살육의 검과 합쳐졌다. 그러자 살육의 검의 위력이 증폭됐다.
그 순간, 두 자루 검 사이의 공간이 무너져 내렸고 이에 두 검은 상상을 초월하는 힘으로 정면충돌했다.
쾅!
그 순간, 어둡던 하늘에 돌연 일곱 빛깔 광채가 나타나 한 줄기의 일곱 빛깔 회오리가 되더니 사방을 휩쓸며 한제를 비롯한 세 사람을 모두 밀어냈다.
회오리에 휩쓸린 이들은 순식간에 천운성 밖 우주로 떠밀려 나온 상태였다.
그 와중에도 날을 잔뜩 세운 두 자루 검은 거세게 충돌했다.
쾅! 쾅! 쾅! 쾅!
두 자루의 검이 끊임없이 충돌하며 흘러넘칠 듯한 폭풍이 형성되어 우주를 휩쓸었다. 그리고 그때, 살육의 검은 뒤로 떠밀려 나가더니 끝에서부터 무너져 내려 수없이 많은 살육의 기운으로 흩어져 사라졌다.
뱀 모양의 선검 역시 쩍 하고 한 줄기 균열이 인 상태로 진동하며 뒤로 나가 떨어졌다.
회색 옷의 천운자는 능천후를 바라보며 크게 웃었다.
“하하하! 정말로 통쾌한 일전이었네. 능천후, 약속대로 이 몸은 자네의 일에 더 이상 신경 쓰지 않도록 하겠네.”
말을 마친 그는 길게 웃으며 몸을 돌려 천운성 쪽으로 돌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