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782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 두 갈래의 빛은 동시에 돌아왔고 천역주에 스며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천역주는 바르르 진동했다.
표면에 새겨진 표식 중 둥그런 해의 표식은 영성(靈性)을 가진 듯 전보다 더욱 밝게 번득였고 두 갈래 빛과 융합된 뒤에는 느릿하게 회전하기까지 했다.
이 광경은 한제를 제외한 그 누구도 감지하지 못했다.
이때 대나검종의 모든 제자들은 능천후에게 닥친 엄청난 변고로 공황상태에 빠져 있었다.
한제는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았지만 극양을 흡수한 천역주로 인해 체내에서는 엄청난 파도가 일고 있었다.
천역주의 해 모양 도안은 점점 빠르게, 끊임없이 회전하면서 빛의 폭풍을 형성했다. 폭풍은 사방을 휩쓸며 한제의 원신과 신식을 휘젓더니 체내의 모든 것을 뒤덮었다.
허나 이 빛 때문에 불편하기는커녕 오히려 편안한 느낌이었다.
빛이 퍼져감에 따라 떨리던 심신도 안정되어 갔고 체내의 원력이 점점 빠르게 흘러 그의 몸을 돌 때마다 그 빛에 섞여들었다.
이에 따라 한제 체내의 원력에서는 약간의 작열감이 느껴지기까지 했다.
원력이 변화하자 한제의 원신 역시 변하기 시작했다.
빛을 느릿하게 흡수하면서 원래는 태고의 뇌룡과 같은 모습이었던 그의 원신에서는 노련한 기운이 나선형으로 피어올랐다.
느릿하게 회전하는 붉은 기운이 끊임없이 빛의 힘을 흡수하면서 점점 커져갔다.
심지어 육신까지도 점차 변하기 시작했다. 본래도 극강이었던 고신의 육신은 전보다 훨씬 더 강해졌고 피부는 점점 붉어졌으며, 땀이 방울방울 배어 나왔다가 바람에 말라 사라졌다.
그의 반경 1천 척 안에는 작열감이 어린 기운이 한 층 깔려 있었고 이로 인해 아무도 그에게 접근하지 않았다. 가까이 다가왔다가는 그대로 온몸이 소멸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한제는 열흘 동안 꼼짝도 하지 않았고 그동안 그의 마음에서는 천지개벽과 같은 엄청난 변화가 일었다.
그의 수준은 일찍이 나천 성역과 연맹성역의 격렬한 전투를 통해 깨달음만 얻는다면 규열기 중기에 이를 수 있는 상태였다.
지난 열흘 동안 그의 수준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지만 11일째 되는 날, 천역주가 다시 한 번 변화를 일으키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그날 정오, 회전하는 속도가 점점 느려지던 천역주의 해 모양 표식이 완전히 멈추었다. 그때 한제의 미간에서 세 번째 눈이 저절로 열렸고 본원의 힘이 깃든 붉은 빛이 번득이더니 육신을 따라 천역주의 해 모양 표식에 스며들었다.
한제가 가진 본원의 힘 대부분은 전(戰) 족자에서 기인한 것이었고 극히 일부는 주작성의 선유족(仙遺族)으로부터 흡수한 것이었다.
둘은 완벽하게 섞여 세 번째 눈 안에 보존되어 오면서 전투 때마다 한제의 목숨을 보존해주는 신통력으로 사용되었다.
한데 이때, 본원의 힘 중 극소량이 천역주에 녹아들었다. 마치 그것이 천역주를 여는 열쇠이기라도 한 것처럼, 그 순간 천역주가 바르르 진동하며 내부에서 엄청난 힘을 발산했다. 그리고 한제의 신식을 감싸 안고 천역주 안으로 되돌아갔다.
한제는 눈앞이 이지러지는 것을 느꼈고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눈앞에는 낯익은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무궁무진한 허무의 공간과 같은 곳에 거대한 문이 하나 있었다. 하늘에 닿을 듯 높이 솟은 대문 앞에 선 한제는 꼭 개미 같아 보였다.
한제는 멍하니 그 대문을 바라보았다. 이 문을 볼 때마다 그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충격을 느꼈다. 특히 당시 이 문을 열고 그 안을 힐끔 들여다봤을 때, 그리고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그는 본원에 대해 어렴풋하게나마 깨닫게 되었다.
신중하게 생각에 잠겨 있던 한제는 이내 그 문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그가 바로 앞에 이른 순간, 문은 거대한 소리를 내며 천천히, 아주 조금 열렸다.
그 순간, 상상을 초월하는 힘이 문 안에서 쏟아져 나왔다. 그저 느낄 수만 있을 뿐, 조금도 보이지는 않는 힘이 덮쳐들었을 때, 한제는 몸을 바르르 떨더니 정신을 잃었다.
다만 지난번과는 달리 이번에는 그가 정신을 잃자마자 그 문에서 작열감 어린 기운이 발산되었고 그 기운은 한제의 체내에 녹아들더니 그의 심신을 흔들어 깨웠다.
“극양!”
그 작열감 어린 기운이 천역주에 흡수된 극양의 힘이라는 것을 한제는 똑똑히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무언가를 깨달은 듯 한제의 두 눈이 빛났다.
‘오행(五行)의 요소를 가득 채웠더니 이 문이 나타났지. 허나 그저 나타나기만 했을 뿐, 안으로 들어가지는 못했어. 오행을 채운 뒤에는 음양이 나타났다. 그리고 지금 이 천역주는 극양을 흡수하면서 필요한 양의 요소 중 절반 정도를 채운 상태지. 덕분에 난 정신을 잃기 직전 깨어난 거야. 만약 음양을 전부 다 채우면 그때는 어떻게 될까?’
또다시 생각에 잠겨 있던 한제는 살짝 몸을 날렸다.
두 눈은 살짝 열린 문틈에 고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다시 정신을 잃는 일 없이 문에 가까이 다가섰다. 그리고 문틈에서 단 한 걸음 떨어진 곳에 이른 그는 심호흡을 한 후에 그 안으로 발을 들였다.
‘천역주의 진정한 비밀을 알아내겠어!’
그 순간, 한제는 온몸이 진동하는 것을 느꼈다. 서늘한 바람이 불어와 몸을 관통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쾅!
마치 영혼이 떠밀리는 듯한 느낌을 받은 한제는 그 서늘한 바람에 의해 끊임없이 뒤로 밀려나더니 끝없는 허무의 공간에서 사라졌다.
한제는 좀처럼 상황을 파악할 수가 없었다. 그저 자신이 끊임없이 줄어들면서 지난 1천여 년의 세월이 거꾸로 돌아가는 것을 느꼈을 뿐이다. 그리고 결국 그는 어머니 체내의 태아 시절로 되돌아갔다.
쿵쾅! 쿵쾅!
심장 소리가 또렷하게 들려왔고 오래전에 잃은 부모님의 사랑이 느껴졌다. 다만 이 느낌은 순간적이었고 곧이어 서늘한 바람과 함께 한제는 다시 떠밀려 나갔다. 이번에는 기이한 힘이 그의 몸을 받치려 했지만 그 힘은 음산한 바람에 비하면 너무도 약했다.
펑!
무언가 터져나가는 듯한 소리와 함께 그를 받치던 기이한 힘은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그 순간, 한제는 어떤 광경을 목격하고는 매우 당황했다.
“이건⋯⋯?”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한제는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 그 아래 새 한 마리를 보았다.
아름다운 새는 다채로운 색으로 빛나는 깃털을 흩날리며 고고하게 하늘을 활공했다. 하늘에 호를 그리듯 유유자적하게 비행하면서 새는 점점 멀어져 갔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던 한제는 문득 그 새가 자신 같다는 생각을 했다.
‘어딘가 익숙해. 너무나 낯이 익어.’
그가 본 것은 수십 년 정도에 걸친 새의 일생 중 아주 짧은 순간일 뿐이었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 새의 일생은 무료할 수도 있겠지만 한제는 아주 오래전의 기억이 떠올랐다.
‘본원⋯⋯ 저것이야말로 본원이구나!’
한제의 머릿속에서 벼락이 내리치듯 콰르릉 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제야 갈피를 잡은 것 같았다.
그 새가 뱀에게 잡아먹혔을 때, 한제는 마음이 아팠다. 죽기 직전, 모든 것을 통달한 듯한 새의 눈빛은 한제에게 어떤 기억을 열어주었다.
쾅!
한제는 다시 뒤로 떠밀려 나갔다. 서늘한 바람에 휩쓸려 끊임없이 뒤로 나가떨어지는 와중에 기이한 저항력이 다시 한 번 나타났다.
저항력은 이전보다 훨씬 강해져 서늘한 바람과 맞섰다. 두 가지 힘이 끊임없이 충돌하면서 우렁찬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한참 뒤, 펑 하는 소리와 함께 기이한 힘이 형성한 장벽에 한 줄기 균열이 일었다.
한제는 그 균열을 뚫고 뒤로 떠밀리는 순간 붉은 빛을 보았다. 허나 그 눈부신 붉은 빛을 제대로 보기도 전에 상상을 초월하는 힘이 그 안에서 튀어나와 한제의 몸을 떠밀었다.
“크윽!”
한제는 뒤로 떠밀리는 와중에 온몸이 그대로 무너져 내려 조각조각 찢기는 것을 느꼈다.
그 순간, 한제는 두 눈을 번쩍 떴다.
그는 거대한 천역주의 문 앞에 서 있었고 그의 오른발은 대문 안쪽을 밟고 있었다.
숨을 깊게 들이마신 한제의 눈은 충격에서 차차 회복되었다. 방금 전의 모든 것은 그가 오른발을 들어 대문 안쪽으로 들인 순간에 발생한 일이었다.
그때, 천역주의 문이 느릿하게 맞물리더니 결국 허상이 되어 사라졌다.
대나검종 안, 가부좌를 틀고 있던 한제는 느릿하게 두 눈을 떴다. 그는 말없이 한참이나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자리에서 일어난 순간, 극강의 기운이 체내에서 폭발하듯 발산되었다. 그 기운의 강도는 이미 규열기 중기의 절정에 이르러 있었다.
‘그러니까, 이것이 바로 본원이로구나.’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
규열기 중기 절정의 수준은 흘러넘칠 듯한 원력이 되어 이 대나성을 휩쓸며 한제를 중심으로 회오리를 형성했다. 그리고 이 회오리에서 울려 퍼지는 소리는 대나성 전역을 뒤덮었다.
순간, 대나검종 제자들은 산봉우리가 짓누르는 듯한 위압감을 느꼈다. 그들 체내의 원력은 그 위압감에 저항하려 애썼다.
한제는 그 회오리의 중심에서 뒷짐을 진 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의 별을 품은 듯 그의 두 눈이 반짝였다.
대나검종 제자들은 그런 한제를 영원불멸의 존재처럼 느꼈다.
‘그 새는 혹시 나의 전생이었던 걸까?’
한제는 천역주 문에 한 발을 들인 그 찰나에 보았던 것들을 회상했다.
‘본원⋯⋯ 본원이란 무엇인가? 그 새는 내 전생이 아니라 내 심신의 상징이다. 한데 그 새는 결국 뱀에게 잡아먹혔다. 그것은 또 어떤 의미일까?’
도저히 그 의미를 파악할 수는 없었지만 어느 정도의 맥락은 잡을 수 있었다.
‘이번은 천역주가 극양을 흡수한 뒤 약간의 절정에 이른 거였어. 만약 정말로 모든 것을 깨닫고 싶다면 극음까지 흡수하여 음양을 완벽하게 채워야 해. 그때는 모든 답을 알게 될 거야.’
깊은 숨을 들이마시던 한제의 눈이 번득였다.
‘천운자가 나에 대해 예측했건 능천후에 대해 예측했건, 이번에는 틀렸어. 그의 예측이 빗나간 거야!’
한제의 차게 웃으며 몸을 훌쩍 날려 능천후가 있던 거대한 탑을 훑어보았다.
그 거대한 탑의 측면에는 거대한 구멍이 뚫려 있었고 그 안에는 아직도 파동이 된 원력의 여파가 남아 있었다.
‘천역주는 열릴 때마다 거대한 원력을 필요로 한다. 이번에는 사방의 원력에 어떤 변화도 없었지만 능천후는 피를 토하면서 도망쳤어. 천역주에서 발산된 두 개의 빛 덩어리 중 하나는 능천후에게로 달려든 것이 분명해!’
앞으로 몸을 날려 대나성을 벗어난 한제가 우주로 떠올랐다.
‘그렇다면 나머지 하나는 누구를 노렸던 걸까?’
잠시 고민에 잠겨 있던 한제는 피식 웃었다.
“천운자였다면 좋겠군.”
잠시 후, 한제는 생각을 정리하고는 긴 빛이 되어 곧장 우주 깊은 곳으로 내달렸다.
‘천운자의 계획이 틀어진 이상 대나성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다. 다시 한 번 요령의 땅에 갈 준비를 해야겠어. 그곳에 있는 네 개의 선부 중 하나는 내가 점거한 상태이니 다른 사람들도 데리고 들어갈 수 있어.’
한제는 생각을 정리하며 한 줄기 빛이 되어 빠른 속도로 이동했고 머지않아 한 폐허가 된 수련성을 발견했다.
‘저기다!’
우주를 표류하고 있는 그 수련성은 기이하게도 초승달 모양이었고 수시로 돌 조각 따위의 부스러기가 떨어져나갔다.
한제는 곧장 그 수련성으로 들어섰다.
그곳에는 영력(靈力)이라고는 전혀 없었고 가장 바깥층에서 부는 바람도 나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