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791
한제를 죽이려는 생각은 사라진 지 오래였고 오직 어떻게 해야 목숨을 부지할 수 있을지만 생각하고 있었다.
“저⋯⋯ 저건 대체 무슨 신통력이기에 이렇게 상상을 초월하는 규칙의 힘을 가진 거지? 저런 신통력은 정열기 수련자가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야!”
부풍자는 크게 외치며 오른손 손가락 끝에 나타난 원력의 공을 앞으로 냅다 던졌다.
원력의 공은 마치 번개처럼 빠르게 눈앞의 태양을 향해 날아들었다.
‘저 태양을 파괴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어!’
부풍자는 간절한 마음으로 자신이 던진 원력의 공을 응시했다. 그 원력의 공은 눈 깜짝할 사이에 태양 근처에 이르렀다.
하지만 그 순간, 태양에서 무궁무진한 힘이 폭발했다. 그리고 그 힘은 곧장 원력의 공과 충돌했다.
콰콰쾅!
수령성 너머까지 울려 퍼진 거대한 소리와 함께 땅이 쩍 하고 갈라졌다. 그리고 원력의 공은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크윽! 크으… 크흐흐흐. 크하하하! 쿨럭!”
부풍자는 비참하게 웃으며 또 한 차례 피를 토해냈다. 동시에 뭔가가 찢어지는 소리가 들려왔고 그의 몸에 빽빽하게 생겨난 상처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그의 옷은 순식간에 피로 물들었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고통이 뒤따랐다. 그가 오랜 시간 동안 수련을 이어올 수 있었던 만큼 의지가 굳건하지 않았다면 그 끔찍한 고통에 끙끙 앓았을 터였다.
여명에 의해 찢기고 떠밀려 나가는 밤이 된 것 같다는 느낌이 점점 또렷해져서 결국 부풍자는 그것이 환상인지 현실인지조차 구분하지 못하게 됐다.
그는 원신에도 심각한 부상을 입은 상태로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정신을 잃어가는 와중, 부풍자는 해가 마침내 바다로부터 완전히 솟아오르는 것을 보았다. 그 안에는 흐릿한 인영이 깃들어 있었는데 그 인영은 태양이 솟아오를수록 점점 또렷해졌다.
“이한제⋯⋯.”
태양 안의 인영은 다름 아닌 한제였다.
이 순간, 한제는 곧 태양이었다. 번득이는 금빛이 그의 체내에서 발산되었고 너무나 눈부신 이 빛에 다른 사람들은 그 안에 깃든 인영이 누구인지 살필 수도 없었다.
태양 아래의 바다는 한제가 있던 산봉우리 꼭대기를 흐릿하게 비추었다.
이 모든 것을 목격한 부풍자의 눈에는 짙은 두려움이 어렸다. 저것은 태양이 아니라 이한제고 태양이 떠오르고 있는 곳은 바다가 아니라 산봉우리 꼭대기였다.
부풍자는 고통을 참으며 저물대를 두드렸다. 하지만 그 순간, 그의 오른팔은 펑 하고 무너져 내리더니 살과 피로 흩어져 사라졌다.
저물대에서 대량의 법보가 쏟아져 나와 그의 몸을 찢고 있는 그 기이한 힘을 저지하려 했다. 하지만 그 법보들은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펑 하는 소리와 함께 하나하나 폭발해버렸다.
부풍자의 눈이 붉게 변했다. 그의 비대한 몸은 또다시 쪼그라들어 해골처럼 변했다. 그리고 예의 그 거대한 검은 비석이 나타났다.
비석에는 문양들이 새겨져 있었고 그 위로 검은색 거대한 구렁이가 똬리를 틀고 있었다. 머리에 뿔이 달려 있는 것을 보니 곧 용으로 승천할 것 같았다.
“하앗!”
부풍자가 낮게 기합을 넣자 거대한 구렁이는 커다란 입을 쩍 벌리고 한제에게 달려들었다. 그와 동시에 검은 비석이 비스듬히 쓰러지며 한제를 짓누르려 했다. 거대한 비석이 쓰러지는 모습에 마치 하늘이 무너지는 듯했다.
산봉우리 꼭대기에 가부좌를 튼 한제는 미동도 없이 덤덤하게 부풍자를 바라보다가 오른손을 가볍게 휘두르며 외쳤다.
“잔야(殘夜).”
한제가 그 짧은 단어를 외친 순간, 온 세상에 콰르릉 하는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한제는 태양이 되었고 그가 앉아 있던 산봉우리는 넓은 바다가 되었다.
바다 위로 완전히 떠오른 태양은 어두운 밤을 거칠게 몰아내면서 빛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바다 위로 떠오른 해가 새벽을 불러 일으켰다.
어두운 밤은 무너져 내리고 찢겨나갔다.
“캬아아!”
거대한 구렁이는 비명을 내지르면서 몸부림을 쳤고 산산조각이 났다.
비석은 요란한 소리와 함께 산산이 무너져 내렸다.
부풍자는 대량의 피를 뿜어냈다. 이미 많은 상처를 입은 그의 몸에 멀쩡한 곳이라곤 없었지만 육신의 붕괴는 멈춘 상태였다. 그 대신 엄청난 힘에 떠밀려 나가면서 그는 땅바닥에 팽개쳐졌고 주위에는 부연 먼지가 일었다.
어두운 밤도 태양도 이미 사라졌고 세상은 원상태로 돌아와 있었다.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것처럼…
멍하니 이 광경을 바라보던 진도삼자는 허탈할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
“스승님이라 해도 이런 신통력은 사용하지 못하셨을 텐데⋯⋯.”
한편, 대두는 어딘가 복잡한 심정으로 한제를 바라보았다.
‘나와 저자의 차이는 갈수록 벌어지는구나.’
반면 뇌길은 감격 어린 눈으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주인님이 강해질수록 이 뇌길이 거마성을 되찾을 가능성 역시 커지지!”
오직 타산만이 평소와 다름없이 냉랭한 모습이었다.
적막이 찾아왔다. 누구 하나 감히 입을 열 엄두를 내지 못했다.
한제는 밝은 빛이 번득이는 눈으로 묵묵히 하늘에 뜬 태양을 바라보았다.
이윽고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천천히 걸음을 옮겨 부풍자에게 다가가더니 그의 머리카락을 쥐었다. 그리고는 진도삼자를 향해 고개를 살짝 끄덕인 뒤 몸을 훌쩍 날려 사라졌다.
‘두 달의 기다림 끝에 마침내 이 순간이 찾아왔구나. 그 순간 난 마치 당시 요령의 땅에서 만난 고요 배이라의 그 기이한 공간과 비슷한 경계에 빠져든 듯한 느낌을 받았지. 하지만 그 공간과 비교하면 무언가 모자라⋯⋯.’
고민에 빠진 한제는 자신이 머무는 궁전으로 들어갔다.
‘방금 그 경계는 대체 뭐였을까? 아주 잠깐만 머물렀을 뿐인데도 잔야력(殘夜力)을 깨닫게 됐어. 이 신통력은 내 생애 처음으로 직접 만들어낸 신통력이다!’
한제는 부풍자를 한쪽에 던져 놓고 보라색 옥으로 된 방석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생각을 정리했다. 그의 머릿속에는 좀 전의 그 광경이 계속해서 떠올랐고 잔야력을 사용했을 당시의 느낌이 마음속 깊이 새겨졌다.
잠시 후, 부풍자는 몸부림을 치며 일어나 앉아서는 복잡한 표정으로 한제를 바라보았다. 지금 그는 피골이 상접한 모습이 꼭 해골 같아 보였다.
한참이 지난 후에야 그가 거친 목소리로 말했다.
“너⋯⋯ 방금 그 신통술… 네가 만든 거냐?”
가장 강해지는 순간
부풍자는 방금 그를 혼비백산하게 만든 신통술이 과연 한제가 직접 만들어낸 것인지 확신할 수가 없었다.
그저 자신이 평생 본 신통술 중 가장 기이하고 생경했다. 그런 생경함은 신통술 자체에서 느껴지는 것이었다. 마치 반짝거리지만 직접 만져보면 약간 거친 느낌이 드는, 방금 막 세공된 옥 같았다.
한제는 덤덤하게 부풍자를 힐긋 보고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 작은 동작에 부풍자의 마음에는 엄청난 폭풍이 일었다. 머릿속에서 웅 하고 울리는 소리를 들으며 부풍자는 쩍 벌어진 입을 다물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신통술을 만들어내는 것은 절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부풍자의 경험에 의하면 최소한 쇄열기 수준에 이른 자만이 자신만의 신통술을 만들 수 있었다. 또한 그렇게 직접 만든 신통술의 위력은 대부분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력했다.
‘스스로 만든 것이라니⋯⋯.’
부풍자의 표정이 씁쓸하게 변했다. 저자가 직접 신통술을 만들어낼 수 있으리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게다가 그 위력이란…
방금 직접 겪은 그 신통술을 떠올린 부풍자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지금까지도 그의 몸 곳곳의 상처에서는 날카로운 통증이 계속됐고 특히 오른팔은 이미 완전히 사라진 상태였다. 더구나 그가 살아 있는 것은 순전히 한제가 살려두기로 결심했기 때문이었다.
한데 잔야력에 받은 충격은 한제 역시 부풍자 못지않았다.
‘내 수준은 규열기 중기 절정이다. 정열기에 비교하자면 한참 부족해. 한데 그렇게 큰 차이가 있는데도 잔야력을 발휘했을 때 부풍자는 저항조차 하지 못하고 죽음 직전까지 갔다.’
한제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가 오른손을 들어 올리며 눈빛을 기이하게 번득이자 마음속 깊이 새겨둔 잔야력의 그 느낌이 다시 한 번 차오르면서 한 줄기 금색 빛이 오른손에 피어올랐다. 햇살처럼 눈부신 빛이었다.
“헛!”
화들짝 놀란 부풍자는 무의식적으로 몇 걸음 물러났다.
한제가 손을 휘두르자 금빛은 그대로 흩어졌고 그제야 속으로 한숨을 내쉰 부풍자는 공손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 도우가 내 목숨을 살려준 은혜는 내 반드시 기억하겠네! 이 부풍자 스스로의 도를 걸고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을 벌이지 않을 것을 맹세함세!”
부풍자는 이전에 한제에게 패했을 때만 해도 겉으로는 항복하는 척했지만 내심 반란을 일으킬 시기를 노리고 있었다.
허나 잔야력의 위력을 직접 겪었고 그것이 한제가 직접 만들어낸 것임을 알게 된 지금 그가 한 말은 진심에서 우러난 것이었다.
게다가 그는 한제에게 이미 두 번이나 목숨을 빚졌다. 세 번째 기회는 절대 없을 것이 분명했다.
한제는 덤덤하게 부풍자를 힐긋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와 부풍자 모두 도리에 대해 아는 사람이었으니 더 이상의 경고나 협박은 필요치 않았다.
“이 도우, 아마도 머지않아 요령의 땅이 다시 열릴 걸세. 짧으면 몇 달, 길어봐야 반년 후에는 열릴 거야. 그러니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길지 않지. 폐관수련을 통해 부상을 회복시켜야 할 것 같으니 이해해주게.”
한제에게 작별을 고하고 자리를 떠난 부풍자는 그의 궁전 안으로 돌아가 좌선한 채 호흡했다.
부풍자가 떠난 뒤 한제는 자신의 오른손을 바라보며 다시 한 번 잔야력을 발휘했다. 순간 그의 오른손에서는 좀 전과 같은 반짝이는 금빛이 피어올랐다. 한제 체내의 원력은 마치 고삐 풀린 야생마처럼 걷잡을 수 없이 그의 오른손으로 몰려들었다.
눈을 번득이던 한제는 오른손을 흔들어 금빛을 흩어버렸고 그제야 체내의 원력은 느릿하게 원상태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 잠깐 사이에 이미 1할 이상의 원력이 소모됐다.
‘잔야력을 발휘하자마자 체내의 원력이 질주했어. 내 체내의 원력으로 진정한 잔야력의 위력을 발휘하기에는 한참 부족해! 한데 어째서 그 산봉우리 꼭대기에서는 원력의 소모 없이도 엄청난 위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걸까?’
한제는 다시 고민에 빠졌지만 이내 무언가를 깨달은 고개를 번쩍 쳐들었다.
“설마⋯⋯.”
눈 깜짝할 사이 낮이 지나가고 다시 밤이 찾아왔다.
시종일관 궁전에서 깊은 생각에 잠겨 있던 한제는 이튿날 새벽 동이 터오기 직전이 되어서야 자리에서 일어나 한 걸음을 뗐다. 그리고 그 순간 사라지더니 전의 그 산봉우리 꼭대기에서 나타났다.
이른 새벽의 서늘함을 실은 바닷바람이 불어 닥쳤지만 한제에게는 조금의 영향도 미치지 못했다.
한제는 멀리 떨어진 바다 위로 느릿하게 떠오르는 아침 해를 바라보며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그리고는 오른손을 들어 올리며 잔야력을 다시 발휘했다. 그러자 그의 온몸에서 솟아오른 힘은 전부 오른손으로 흘러들었다.
그 순간, 한제의 오른손에서는 금빛이 번득였지만 체내의 원력은 조금도 소모되지 않았다.
오히려 한제는 점점 떠오르는 아침 해에서 응집된 무궁무진한 원력이 자신의 오른손으로 녹아들면서 번득이는 금빛을 더욱 강력하게 만들어주는 것을 느꼈다.
해에서 솟아오른 원력이 더 많이 녹아듦에 따라 한제의 오른손에서 번득이는 빛은 점점 더 짙어졌고 결국 오른손을 타고 흘러들어 온몸으로 뻗어 나갔다.
온몸으로 끝없는 금빛을 발하고 있는 한제는 마치 태양과도 같았고 잠시 후에는 진정한 태양을 대체하여 바다 위로 떠오르는 해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