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792
무언가를 깨달은 한제는 번득이던 금빛을 느릿하게 흩어버렸다.
‘과연 그렇구나! 이 신통술은 내 원력만으로 발휘하기에는 부족해. 아침 해가 떠오르는 그 순간 그 원력을 빌려야만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거야.’
한제는 또다시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잔야력에 사신차, 세 번째 눈의 신통력까지 더한다면 쇄열기 초기 수준의 상대와도 붙어볼 만하다. 새벽녘 동이 터오는 그 순간이라면!’
궁전으로 돌아온 한제는 서늘한 눈빛을 번득이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내가 가장 강해지는 순간 나와 맞닥뜨릴 첫 상대가 누가 될지 궁금하군!”
한제는 두 손으로 결인을 그려 금제들을 소환해 궁전을 가득 채웠다.
잠시 후 그가 오른손으로 미간을 두드리자 심금술(心禁術)이 발휘되면서 줄기줄기의 검은 선이 금제가 되어 사방에 떨어지면서 이 궁전 안은 완벽하게 봉인되었다.
작업을 마친 후에도 안심이 안 되는지 한제는 저물대에서 나침반 하나를 꺼냈다. 이것은 파멸금(破滅禁)을 전수받은 사람만 가질 수 있는 것이었다.
한제가 원기를 한 움큼 뱉어내자 나침반은 바늘이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하더니 날아올랐고 동시에 끝없이 확대돼 삽시간에 길이 1백 척 크기로 불어나 상공을 선회했다. 한제는 그 나침반의 중앙에 가부좌를 틀었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이어서 한제는 저물대에서 은색 옷을 입은 연시(煉尸)를 꺼내더니 그 여인의 미간을 빠르게 내리쳤다.
그 순간, 여인의 시체는 두 눈을 번쩍 뜨더니 냉랭한 눈으로 한제를 응시했다.
그녀의 미간에서는 빠른 속도로 회전하는 회오리가 하나 나타나 있었고 이로 인해 한제의 손가락은 여인의 미간에서 1촌 정도 떨어진 곳에 멈춰 있었다.
여인의 시체는 흉흉한 눈빛으로 몸을 빠르게 뒤로 물리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지면의 나침반이 웅웅 소리와 함께 회전했다.
그러자 궁전 안의 모든 금제들이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면서 여인의 시체가 도망치지 못하게 했다.
그녀가 어떤 금제에 닿을 때마다 다른 금제들이 일제히 활성화됐다.
여인의 시체는 무언가를 알아차린 듯 더 이상 물러나지 않고 한 줄기 은색 빛이 되어 곧장 한제를 향해 달려들었다.
여인의 시체는 중상을 입은 상태로 수준은 떨어졌지만 그 거친 성정은 오히려 더 짙어진 상태였다.
한제의 가까이에 이른 그녀는 오른손을 매섭게 움켜쥐었다. 허나 한제는 덤덤한 표정으로 오른쪽의 푸른 눈을 번득였다. 그러자 눈에서 푸른빛이 쏘아져 나가 여인의 손과 그대로 충돌했다.
퍼펑!
“꺄아악!”
여인의 시체는 비명을 내지르며 뒤로 떠밀려 나갔다. 한데 놀랍게도 몸을 살짝 틀어 금제는 하나도 건드리지 않았다.
수십 척이나 밀려난 그녀는 차가운 눈으로 한제를 응시했다. 그리고는 이가 드러날 정도로 입을 쩍 벌리며 낮게 소리를 질렀다.
“캬아악!”
여인의 시체는 매우 아름다웠기 때문에 이런 모습조차 위협적이라기보다는 한 마리 고양이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녀의 어깨와 골반을 칭칭 감고 있는 쇠사슬이 서로 부딪히며 나는 절그럭 소리가 궁전에 울렸다.
한제는 덤덤한 눈빛으로 결인을 그려 나침반을 가리켰다. 순간 궁전 안의 모든 금제가 동시에 폭발하면서 곧장 여인의 시체를 향해 달려들었다.
여인의 시체는 날카로운 비명을 내질렀는데 그 소리에는 귀를 찢을 듯한 충격력이 어려 있어 순간 대량의 금제들이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여인은 초조한 눈빛으로 얼른 뒤로 물러났다.
한제의 푸른 오른쪽 눈이 다시 번득였다. 그러자 청광순(靑光盾)이 소환되어 여인의 뒤를 가로막고 푸른빛을 번득이면서 엄청난 반동력을 발휘했다. 그러자 여인의 시체는 그 힘에 밀려났다.
그 순간, 한제가 오른손을 휘둘렀고 이에 따라 사방의 금제들이 빠르게 응집되면서 여인의 시체를 뒤덮었다.
“캬아아!”
날카로운 비명과 함께 여인의 몸을 옭아맨 쇠사슬이 진동하면서 대량의 검은 기운이 퍼져나가 그녀의 온몸을 감쌌다.
뒤이어, 여인의 벌어진 입에서 붉은 가위 한 자루가 튀어나와 맹렬하게 금제들을 잘라버렸다.
그 순간, 여인은 검은 안개에 휩싸인 채 몸을 훌쩍 날려 위로 튀어 올랐다.
금방이라도 궁전 천장을 뚫고 도주할 것 같은 상황이었으나, 한제는 여전히 냉랭했다. 그는 마음속으로 명령을 내렸고 그 순간 그의 곁에 고신의 솥이 나타났다.
“환위(換位)!”
여인이 궁전의 천장에 거의 이르렀을 그 찰나, 한제의 덤덤한 외침이 울려 퍼지자 그녀의 온몸에서 빛이 번득이더니 바르르 떨렸고 이내 사라졌다. 그리고 다음 순간, 그녀는 방금 전까지 한제가 가부좌를 틀고 있던 나침반 중앙에 다시 나타났다.
한제와 여인의 자리가 바뀐 그 순간, 나침반이 회전하기 시작하면서 수없이 많은 금제들을 발산했고 그 금제들은 일제히 여인의 시체로 몰려들었다.
일전의 중상을 회복하지 못해 수준이 떨어져 있던 여인의 시체는 자신을 둘러싼 대량의 금제에 온몸을 바르르 떨었다. 특히 그녀의 두 다리는 마치 나침반에 달라붙은 듯 떨어질 줄을 몰랐다.
몸부림을 치던 여인의 시체는 계속해서 날카로운 포효를 내질렀고 귀를 찢을 듯 격렬한 그 소리는 사방에 왕왕 울렸다.
한제는 발버둥을 치고 있는 여인의 시체를 주시하다가 차가운 얼굴로 오른손을 들어 올려 전방을 매섭게 움켜쥐었다. 순간 여인의 어깨를 옭아매고 있던 쇠사슬은 쾅 하는 소리와 함께 한제 쪽으로 끌려갔다.
“캬아악!”
여인은 온몸으로 경련을 일으켰고 날카로운 비명도 허약해졌으며, 날선 표정으로 드러냈던 등등한 기세도 꺾이고 말았다. 한제를 향한 그녀의 두 눈에는 깊은 한이 담겼다.
한제가 끌어당긴 쇠사슬은 한 마리 검은 뱀이 되더니 입을 쩍 벌려 독을 품은 송곳니를 드러낸 채 한제에게로 달려들었다. 한데 한제는 피하지 않았고 검은 뱀이 그의 오른팔을 문 순간,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송곳니가 무너져 내렸다.
반면 한제의 팔에는 상흔 하나 남지 않았다. 5성급 왕족 고신의 육신이 이까짓 작은 뱀에 의해 상할 리 없었던 것이다.
한제가 오른손을 움켜쥐자 순간 그 검은 뱀은 경련을 일으키며 그대로 찢겨나가더니 조각난 쇠사슬로 변했다.
한제는 멈추지 않고 다시 한 번 오른손으로 허공을 움켜쥐었다. 그러자 여인의 비명과 함께 그녀의 골반을 옭아매고 있던 쇠사슬 역시 뽑혀 나왔다.
한제는 그 쇠사슬 역시 조각내 버렸고 이어서 입을 벌려 뱉어낸 원신의 기운으로 나침반을 뒤덮었다. 그리고 결인을 그린 두 손으로 앞을 가리키자 나침반은 느릿하게 회전하면서 금제들을 여인의 시체 안으로 점차 녹여냈다.
‘선제(仙帝) 청상의 옥패 안에는 시체에 여러 재료를 배합하여 어떤 통증도 느끼지 못하고 언제든 무너져 내려 그 주인을 보호하는 독으로 변할 수 있는 시체 제련술이 있었지. 이 시위술(尸衛術)에 필요하지만 절멸된 재료들을 찾을 수 없어 시위(尸衛)를 제련해내지는 못했지만 시위를 통제하는 방법은 알고 있지!’
한제는 눈을 감은 채 두 손으로 수많은 결인을 끊임없이 그려냈고 그 결인들은 하나하나 여인의 시체 안에 스며들었다.
납치
시간은 천천히 흘러갔다. 해가 뜨고 또 지는 동안 보름이 지나갔다.
이제 한제가 이 수령성(水靈星)에 머문 지도 벌써 3개월이 다 된 상태였다.
그동안 한제는 산봉우리 꼭대기에서 깨달음을 얻었을 뿐만 아니라 궁전 안에서 여인의 시체를 제련하기도 했다.
여인의 시체를 제련하는 과정은 매우 복잡했고 온 정신을 다 쏟아부어야 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한제는 두문불출한 채 그 일에만 신경을 집중했다.
궁전 안에서는 길이가 1백 척에 달하는 나침반이 여전히 회전하고 있었으며, 여인의 시체는 그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그녀의 온몸에서는 은빛이 발산되고 있었으며 미간에서는 하나의 문양이 번득이고 있었다.
표독했던 여인의 얼굴은 이전과 달리 평온해 보였다. 지금은 아무리 뜯어보고 살펴봐도 그저 아름다운 여인의 시체로 보일 뿐이었다.
★ ★ ★
한제가 수령성에서 수련에 매진하고 있던 그때, 천운성에서는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사건이 하나 발생했다.
사도환이라는 엄청난 수준의 수련자가 나타나 이름을 떨치며 홍분궁(紅粉宮) 궁주에 등극한 것이다.
허나 그의 평판은 썩 좋다고 할 수는 없었다.
지난 3개월 동안 천운성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문파 내의 여제자란 여제자는 모두 그에게 시달린 바 있었다.
사도환은 정열기 수준으로 선술을 전수해주겠다거나 더 높은 수준으로 오를 수 있는 단약을 주겠다는 암시로 적지 않은 여자 수련자들를 모아 홍분궁을 끝도 없이 늘려나갔다.
하루 종일 환락적인 삶을 즐기던 그는 밖으로 나갈 때면 1천 명에 달하는 여자 수련자들을 동행시켰기 때문에 지독하게도 여색을 밝히는 그에 관한 소문은 더욱 널리, 더욱 왕성하게 퍼져나갔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한 말만큼은 확실히 지켰다. 자신의 말만 믿고 홍분궁에 들어온 모든 여자 수련자들에게 단약을 주고 선술을 전수한 것이다.
이에 다른 문파에서도 그의 행적에 대해 불만을 제시하거나 추궁할 수 없었고 결국 다른 종파들도 그를 존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찌됐든 그는 정열기 수준의 수련자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홍분궁 내 여자 수련자들은 갈수록 많아졌고 사도환의 이름 역시 천운성 전역에 퍼져나갔다.
어디에서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진도삼자의 두 여제자 중 하나는 수령체을 타고났고 다른 하나는 냉랭한 아름다움이 지극하다는 소문이 사도환의 귀에 들어갔다.
이에 한나절을 고민하던 그는 결국 홍분궁의 수많은 여자 수련자들을 이끌고 수령성(水靈星)으로 향했다.
사도환을 제외한 대부분은 분홍색 옷을 입은 여인들이었다. 그들의 중앙에는 길이만 수백 척에 달하는 거대한 백옥 침상이 있었는데 그 위에 비스듬히 누운 사도환은 곁에 수많은 여자 수련자들을 낀 채 행복한 듯 웃고 있었다.
개중에는 남색 옷을 입은 중년 사내도 있었다. 외모는 무척 준수했으나 눈빛은 음험하고 사악했다.
그 사내가 아첨하는 듯한 미소와 함께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
“사도 선배님, 수령성의 그 두 여제자가 경국지색의 아름다움을 가졌다는 것은 제가 확실히 보장할 수 있습니다. 조설이라는 여인의 용모는 놀랄 정도이고 영이라는 아이는 타고난 수령체라 단로로 삼기에 아주 좋지요!”
사도환은 그 말에 호쾌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크하하! 좋다. 만약 정말 네 말대로라면 적지 않은 상을 내려줄 것이다. 음⋯⋯ 단로든 선술이든 네 마음대로 골라라!”
중년 사내는 기쁜 표정으로 얼른 고개 숙여 인사한 뒤 또다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이어갔고 사도환은 그 이야기를 들으며 껄껄댔다.
그러나 중년 사내는 속으로 냉소하며 중얼거렸다.
‘조설, 네가 아무리 비싸게 굴어 봤자지. 사도 선배님께서 직접 행차하시는데 네가 따르는지 따르지 않는지 두고 보자! 그리고 영이라는 녀석 역시 이번에는 도망치지 못할 것이다!’
사도환은 껄껄대는 와중에도 중년 사내를 살폈다.
사실 그는 상대의 속을 훤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사도환은 단번에 저자가 수령성의 두 여인에게 어떤 원한을 가졌음을 파악할 수 있었다.
허나 그런 문제까지 자신이 신경 쓸 필요는 없었다.
‘수령체라… 좋지. 그 목석같은 녀석은 아마 그동안 어떤 여인과도 접촉하지 않았을 텐데… 만약 이번에 만날 두 여인이 소문대로라면 납치해서 데려왔다가 한제 그 녀석에게 선물로 넘겨야겠다. 수령체 좋지, 좋아.’
사도환은 사실 내심 실망한 상태였다. 천운성에 머문 몇 달 동안 한제를 찾았지만 어떤 실마리도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천운종도 살펴보았으나 그곳은 거대한 기운으로 뒤덮인 채 봉쇄되어 있는 것 같아 사도환의 수준으로도 마음대로 휘젓고 살피기가 곤란했다.
사실 천운자가 폐관수련에 들어가기 전 천운종을 봉쇄하고 보호진을 가동하라는 명을 내렸다는 사실은 철저히 비밀이었기에 천운성 수련자들은 모두 천운종이 봉쇄된 것에 당황한 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