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80
결단의 경계 (2)
한제는 축기 수준의 수련자 열 명의 육신을 미끼로 써 이 진을 만들었기 때문에 짧은 시간 동안 결단기 수준의 수련자를 잡아놓는 데에는 문제가 없었다. 만약 그가 결단기 수준 수련자의 육체로 진을 만들었다면 다섯 명만 있어도 결단기 중기 이하의 수련자는 쉽게 죽여 버릴 수 있었을 것이다.
한제의 극의 신식이 보라색 안개 속으로 들어갔을 때, 결단기 수준의 수련자는 그 낌새를 곧장 알아차리고 두 눈을 번쩍 떴다. 한제는 모든 것을 무시한 채 마혼으로 하여금 그에게 달려들게 했다. 그리고 그가 가지고 있던 조롱박과 방어막을 단박에 뚫고 상대의 체내에 들어가 신식의 바다에 진입했다.
신식의 바다 안에서 거인의 모습을 한 상대의 신식은 분노한 눈으로 한제를 노려보았다. 극의 신식은 동등한 수준을 가진 사람에 대해서는 극한의 효력을 발휘했다.
한제가 극의 신식을 발휘하자 붉은 구름이 곧장 여러 갈래의 붉은 번개로 갈라졌다.
우르릉 쾅쾅
그러더니 굉음을 내며 거인의 몸 이곳저곳을 공격했다. 거인은 고통에 찬 표정으로 빠르게 줄어들었다. 그가 포효하며 휘두른 팔에 맞은 붉은 번개는 두 조각으로 잘려나갔다.
이어서 붉은 구름이 갑자기 흩어지더니 더욱 많은 붉은 번개로 변해 다시 거인을 내리쳤다. 거인의 몸은 점점 작아졌지만 그는 여전히 격렬하게 주먹을 휘둘렀다. 그때마다 커다란 번개는 절단돼 붉은 빛을 잃어버렸다.
한제의 지금 수준으로 결단기 초기 수준의 수련자를 죽이는 데에는 무리가 있었다. 만약 그가 축기 후기 수준에만 이르렀어도 눈앞에 있는 결단기 수준 수련자는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한제는 그렇게 경솔한 사람이 아니었다. 완전히 파악하지 못한 일이라면 처음부터 달려들지도 않았을 것이다.
상대방이 집요하게 달려드는 순간, 마혼은 그의 명령에 따라 거인을 향해 내달렸다. 거인은 겁에 질린 표정으로 마혼을 향해 팔을 휘둘러 마혼의 몸을 부수어 버렸다.
그렇게 마혼을 처리한 거인은 한시름을 놓았지만 곧 그의 얼굴에 드리운 두려움의 기색은 더욱 짙어졌다. 그의 팔에서 마혼의 몸이 다시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마혼은 그의 팔을 덥석덥석 베어 물며, 그를 삼키기 시작했다.
아무리 포효하고 팔을 흔들어도 마혼은 마치 그의 몸에서 자라난 듯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결국 거인은 붉은 번개에 대항하는 것을 포기하고 다른 한 손으로 계속해서 마혼을 공격했다. 공격을 받을 때마다 마혼의 몸은 옅어졌지만 그럴수록 마혼은 더욱 빠르게 거인을 삼켜댔다.
사실 마혼 역시 고통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만약 엄살이라도 피웠다가는 한제가 자신을 용서하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었다. 게다가 만약 이 결단기 수련자의 신식을 삼켜버린다면 신통력이 대폭 늘어날 수도 있었다. 그렇게 되면 저 악독한 녀석까지 삼켜버리고 자유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런 기대감에 마혼은 스스로의 마음을 다잡고 거인을 삼키는 데 박차를 가했다. 이 일에 온 힘을 다 쏟아 부었다.
거인의 동작은 갈수록 약해졌고 몸도 빠르게 줄어들어 어느새 금색의 신식이 돼버렸다. 마혼은 이 신식을 단숨에 삼켰다.
그런데 마혼이 미친 듯이 기뻐하며 재빨리 신식을 소화시키려는 순간, 한제의 신식으로 이루어진 붉은 구름이 와르르 달려들더니 마혼을 꽁꽁 감쌌다.
“으아아아악!”
마혼은 발버둥 치며 비명을 질러댔지만 결국 어쩌지 못하고 그 결단기 수련자의 신식을 조금씩 토해냈다.
마혼 체내에서 토해진 신식은 이미 주인이 없는 신식으로 변해있었다. 한제는 약간 떨리는 마음으로 붉은 구름을 이용해 결단기 수준의 신식을 감쌌다. 그리고 붕괴하기 시작한 신식의 바다에서 빠져나왔다. 그렇게 신식의 바다에서 나온 한제는 곧장 자신의 몸으로 돌아왔다.
한제는 두 눈을 번쩍 뜨며 차갑게 웃었다. 신식의 바다 안에서 결단기 수련자의 신식은 그에게 천천히 삼켜지고 있었다.
이때 겉에서 맴돌고 있던 금색 망치는 빛을 완전히 잃고 바닥에 떨어졌다. 한제는 옥패를 챙겨 넣은 뒤 망치도 저물대 안에 넣었다. 그리고는 성큼성큼 나아가 진 밖의 한 구석에 쪼그려 앉아서 땅에 놓인 영석 하나를 집어 들었다.
그가 영석을 움켜쥐자 보라색 연기는 곧장 흩어져 사라졌고 그 안에서 가부좌를 튼 채 이미 죽어버린 결단기 수련자의 육신이 드러났다. 그 육신의 옆에 선 한제가 한손으로 수련자의 미간을 두드리며 낮게 말했다.
“나와. 그러지 않으면 곧장 소멸시켜 버리겠다.”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한 줄기의 붉은 빛이 내키지 않는다는 듯 수련자의 정수리에서 솟아올랐다. 마혼의 모습을 하고 있는 그것은 적대감 어린 눈빛을 드러냈다가 곧 한숨을 내쉬며 한제가 내민 비검 안으로 들어갔다. 한제는 비검도 저물대에 챙겼다.
수련자를 바라보는 한제의 눈빛은 아직도 번득이고 있었다. 한제가 상대의 저물대를 챙긴 후 오른손을 휘두르자 수련자의 몸은 곧장 불에 타올라 한 줌의 재로 변해버렸다. 그 검은 재 속에는 반짝이는 금단 하나가 남아 있었다. 이 금단은 빠르게 줄어들었고 색도 점점 어두워지면서 곧 사라질 듯했다.
한제는 그 금단을 집어 들고 앞뒤 잴 것도 없이 입에 넣었다. 그리고 땅을 박차더니 그 자리에서 사라져 땅속에 숨어들었다.
1만 척 깊이로 숨어든 한제는 그 자리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복용한 금단을 소화시켰다. 금단은 체내에 곧장 녹아들면서 넘칠 듯한 영력으로 한제의 온몸을 채웠다.
심지어 한제의 몸이 그것을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엄청난 영력이었다. 코와 입에서 끊임없이 피가 흘러나왔다. 한제는 미간을 두드려 석주를 나오게 한 뒤 손에 꼭 쥐고 꿈속 공간으로 들어갔다.
꿈속 공간에서 사도환의 원영이 있는 곳으로 향한 한제는 가부좌를 틀고 앉아 눈을 감고 호흡을 했다. 온몸의 핏줄이 울룩불룩 튀어나왔다.
한제는 두 손으로 결인을 하며 한손을 이마에 대고 다른 한손으로는 배를 눌러 순환 고리를 만들었다. 동시에 속으로 묵묵히 주문을 외웠다.
체내의 금단이 발산한 엄청난 영력은 빠르게 그의 몸 곳곳을 돌며 근육과 뼈를 끊임없이 씻어내고 또 강하게 만들었다.
한제가 다시 눈을 떴을 때는 꿈속 공간에서 두 달을 보낸 후였다. 꿈속 공간에서의 두 달은 외부 세계의 열흘에 해당했다.
눈앞은 안개로 뿌연 상태였다. 한참이 지난 후에야 안개가 걷히며 시야도 또렷해졌다.
“사마종의 옥패에는 금단을 복용했을 때 수준이 높아진다고 했는데 거짓이 아닌 모양이군. 안타깝게도 초기 금단인 데다가 대자유수라술만 수련한 상태라 2할 정도밖에 흡수하지 못했지만…”
한제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주먹을 살짝 쥐어 보았다.
‘금단의 영력 중 2할만 흡수했는데도 중기에서 벗어나 축기 후기와 결단기 사이의 수준에 이르게 됐군. 결단기 초기에 이른다면 마혼의 도움이 없어도 충분히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거야!’
한제는 토둔술을 이용해 땅 밖으로 나갔다. 밖은 깊은 밤이었고 굉장히 고요했다.
곧장 전장으로 향한 한제는 땅위에 가득 널린 시체를 볼 수 있었다. 영맥은 사람들의 법술에 의해 땅속에서부터 뽑혀 있었으며, 끝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은 심연이 드러나 있었다.
한 차례 탐색을 마친 그는 재빨리 그곳을 벗어나 화분국이 점령하고 있는 산봉우리로 향했다.
몇 시진 뒤 산봉우리 아래에 도착한 한제는 땅속에서 나와 비검을 밟고 하늘로 붕 떠올랐다.
위로 향하는 도중에도 많은 수련자들이 엄중히 그를 검사했다. 하지만 한제가 들고 있는 옥패에 기록된 죽인 적들의 수를 확인하고는 그들은 더 이상 한제를 막지 않았다.
한제는 곧장 산봉우리의 편전으로 향했다. 그곳은 봉란이 있는 곳이었다.
편전 밖에는 결단기 수준의 여자 수련자 두 명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한제가 그곳에 이르자 두 여자 수련자는 한제를 힐끗 보더니 다시 눈을 감은 채 신경도 쓰지 않았다.
한제는 편전 밖에 서서 소리쳤다.
“사부님을 뵈옵니다.”
“들어오너라.”
봉란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편전 안에서 흘러나왔다.
한제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봉란은 돌 의자 위에 앉아 있었다. 옆에는 중년 문인 주진도 있었다. 그는 한제를 보고 살짝 고개를 끄덕인 뒤 창밖으로 시선을 던졌다.
봉란은 피곤해 보이는 얼굴로 한제를 살피며 말했다.
“무슨 일이지?”
한제는 대답 대신 손에 들고 있던 옥패를 건넸다. 봉란은 흠칫 놀라며 한제를 다시 자세히 살폈다. 그리고 나서야 신식으로 옥패를 살펴보았다. 그녀의 얼굴이 순간 묘하게 변했다.
고개를 돌려 봉란에게서 그 옥패를 받아들고 살피던 주진의 구겨진 미간이 조금 풀어졌다. 그가 웃으며 말했다.
“훌륭하군. 축기 수련자 61명에 결단기 수련자 한 명을 죽이다니, 이대로 계속한다면 천리단도 손에 넣을 수 있겠어. 하지만 정말 궁금하군. 이전에는 축기 중기였는데 어떻게 이렇게 빨리 지금 수준에 이르게 된 거지? 게다가 그렇다고 해도 결단기 수준의 수련자를 죽이는 것은 분명 불가능한 일이었을 텐데?”
그의 말투는 끝에 이르러서는 거의 심문하는 수준이었다. 물론 한제는 이런 질문이 나올 것을 예상했기에 침착하게 답했다.
“그 결단기 수련자는 포위 공격을 당해 중상을 입고 도망치던 상황이었습니다. 그 자를 따라잡았을 때는 이미 거의 죽음에 이르러 있던 상황이었지요. 저는 그 자에게서 금단을 빼앗고 사마종의 탄서법(呑?法)을 이용해 수준을 올릴 수 있었습니다.”
“탄서법이라.”
주진은 눈을 번득이며 한제를 살피다가 그의 체내에 금단의 영력이 맴도는 것을 보고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봉란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한제를 바라보다가 저물대에서 옥패를 꺼내 건네주었다.
“이건 지도의 두 번째 조각이다. 결단기 수련자는 열 명으로 쳐주겠다. 만약 네가 150명의 적을 죽이는 데 성공한다면 지도의 세 번째 조각을 줄 것이다.”
한제는 고개를 끄덕이고 옥패를 받아 든 뒤 신식으로 그것을 살폈다. 틀림없이 지도의 두 번째 조각이었다. 만약 이 두 개의 조각을 하나로 합친다면 화분국 주변에 어떤 나라가 있는지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화분국은 수마해(修魔海)에 붙어서 위치하고 있었다. 지도에서 본다면 화분국이 있는 대륙에 조나라는 없었다. 지도에 따르면 수마해의 다른 한쪽에는 또 다른 대륙이 있었다.
그 대륙의 이름은 표시되어 있지 않았으나, 마지막 조각에는 분명 그 부분에 대한 설명이 있을 것이었다. 지도의 두 번째 조각에는 수마해에 관한 상세한 정보가 적혀 있었다.
한제는 그것을 자세히 살피지 않고 신식을 거두었다.
“선무국의 수련자들이 이미 연합했다. 곧 큰 전쟁이 벌어질 거야. 공적을 쌓고 싶다면 큰 기회가 될 것이다.”
봉란은 칭찬하는 듯한 눈빛으로 한제를 바라보며 웃었다.
한제가 막 입을 열려는 순간, 밖에서 겁에 질린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주진과 봉란의 얼굴이 곧장 어두워지더니 순간 그들의 모습이 사라졌다.
한제는 다급히 편전 밖으로 향했다.
밖에 도착해보니 온몸 가득한 상처에서 끊임없이 영기가 흘러나오고 있는 망가진 원영이 허공에서 소름끼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쇄국용 진이 파괴됐다. 화염 요괴들이… 뚫고 나갔다.”
★ ★ ★
한제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쇄국용 진이 파괴됐다는 소식은 특히 그에게는 결코 좋지 못했다. 그 화염 요괴들의 목표는 한제 자신이었으니까.
하늘을 뒤덮을 듯한 기세로 추격해오던 화염 요괴들을 떠올린 한제는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는 최대한 빨리 천리단과 지도를 손에 넣기로 결심했다. 허나 시간상 150명을 채우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한참 동안 고민하던 한제가 눈을 번득이더니, 신식을 이용해 양웅과 임두 두 사람의 위치를 파악했다. 그리고 뒤로 몇 걸음 물러났다가 빠르게 날아 양웅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산봉우리에 남아 순찰 역할을 맡은 양웅은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경계심 가득한 눈빛으로 사방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그의 눈은 계속해서 산꼭대기를 힐끔거리고 있었다. 방금 파괴된 원영이 그의 곁을 스치고 지나갈 때 양웅은 뭔가 일이 발생했음을 예감했던 것이다.
수마해(修魔海) (1)
양웅은 마음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불안감을 억지로 억눌렀다. 그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서북쪽 방향을 순찰하려다가 순간 심장이 쿵 떨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따라서 그는 방향을 바꾸어 북쪽으로 멀리 떨어진 우거진 숲으로 향했다. 숲속 깊은 곳까지 들어간 그는 공손하게 말했다.
“주인님을 뵈옵니다.”
한제는 어느 나무 뒤쪽에서 돌아 나오며 물었다.
“주자홍은 어디에 있지?”
한제가 왜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인지 의심스러웠지만 양웅은 감히 따지지 못하고 답했다.
“자홍은 제3대대 제4소대 소속인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만 정확하지는 않습니다.”
한제는 양웅을 몇 번 살피다가 말했다.
“주자홍의 영혼은 이미 돌려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