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812
그 마기가 수십만 리까지 확산된 순간, 한제는 오른발을 들어 앞으로 힘차게 내딛었다.
쾅!
거대한 소리와 함께 땅에 거대하고 깊은 구덩이가 나타났고 한제는 번개처럼 곧장 돌진했다. 그와 동시에 그의 얼굴 위로 드러난 검은 혈관이 꿈틀거리면서 체내의 마기가 끊임없이 발산되었다. 뒤이어 그는 화마지의 결인을 그린 오른손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화마지의 힘을 빌려 하늘에 솟은 마기를 통제할 수 있게 된 그는 그 마기가 흩어지는 속도를 살짝 늦추는 동시에 앞으로 이동해 그 마기에 계속 뒤덮인 상태를 유지했다.
보이는 것과 달리 한제의 심신은 맑고 또렷했다.
그는 지금이 매우 중요한 순간임을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을 감싸고 있는 마기는 끊임없이 흩어지고 있었다. 마기가 완전히 흩어지기 전에 신식의 주인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지난 반년간의 고생이 다 물거품이 된다.
한제는 그 누군가의 신식을 향해 유성처럼 달려들었다.
고리 모양의 마기가 빠르게 흩어지면서도 반경 수십만 리를 뒤덮은 채 전방을 향해 나아가는 형국이었다. 그 마기 아래에서 검은 인영이 마치 번개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한제는 지금껏 자신을 스쳐간 신식이 이 검은 사막을 떠나는 방법을 알아낼 관건이라 여겼다. 어째서 상대는 이곳에서 신식을 펼치고도 무사한지 알 수 없었지만 자신은 신식을 사용할 엄두가 나지 않았기에 그저 참고 기다린 것이다.
그렇다고 수십 년을 기다릴 수는 없었다. 그랬다가는 주일을 도울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사도환의 몸에 퍼진 독 역시 해결해줄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은 반년 전 자신의 체내에 응집된 한 줄기 마기를 발견한 것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그 응집된 마기를 부수자 흩어진 마기는 1천 척 반경으로 퍼져나갔고 그때 그 범위 안에 있던 한제는 자신이 마치 허공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 순간 한제는 시험 삼아 신식을 살짝 펼쳐보았는데 그 반경 1천 척 안에서는 아무런 문제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는 그에게 실마리를 안겨주었다.
더 많은 마기를 응집하고 시간을 아끼기 위해 한제는 화마지를 이용하기로 했다. 매일 수십 번씩 화마지를 발휘한 그는 진정한 마도의 수련자처럼 엄청난 속도로 마기를 흡수할 수 있었다.
이것이 그가 짧은 시간에 이런 대량의 마기를 축적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
허나 대가 역시 작지 않았다. 일단 겉모습이 크게 변했을 뿐만 아니라 끊임없이 마기를 흡수한 결과 마념(魔念)을 갖게 되었다.
지금 그는 신식을 반경 수십만 리에 가득 펼쳐놓은 상태였으나 마기가 흩어짐에 따라 신식의 확신 범위도 줄어들고 있었다. 신식이 마기의 범위를 벗어나는 순간 엄청난 위기가 찾아올 터였다.
한제가 펼친 신식은 저 앞에서 빠르게 도망치고 있는 신식에 고정되어 있었다.
하늘을 뒤덮은 채 한제를 따라 이동하는 마기는 그가 화마지를 통해 통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빠른 속도로 흩어져 이제는 처음의 절반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좀 더 빨리!’
한제는 이를 악물었다.
그때, 도망치던 신식이 우뚝 멈춰서더니 갑자기 하늘 위로 튀어 올랐다.
‘끊어졌다!’
허나 한제는 이런 상황 역시 예상하고 있었다. 상대는 신식을 끊어내 자신의 위치를 알리지 않을 생각일 것이다.
그 순간, 한제는 한 움큼의 선혈을 뿜어내 붉게 반짝이는 핏빛 속으로 뛰어들어 혈둔술(血遁術)을 펼쳤다.
핏빛이 반짝임과 동시에 속도를 끓어 올린 한제는 끊긴 신식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고 방향도 바꾸지 않고 돌진했다. 그리고 고리 모양으로 퍼진 마기가 반도 채 남지 않은 그때, 그대로 그 범위를 뚫고 나가면서 신식의 끝자락을 잘라낸 상대의 어렴풋한 기운을 끝까지 물고 늘어졌다.
그리고 그 순간, 저 멀리 거대한 검은 그림자 하나가 한제의 시야에 천천히 나타나기 시작했다.
검은 그림자는 한제의 시야에서 점점 커져가더니 이내 시야를 완전히 뒤덮었다.
그 익숙한 검은 그림자에 한제의 눈동자가 바짝 졸아들었다.
그것은 하나의 검은 탑이었다. 인적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이 검은 사막 위에 우뚝 서서 짙은 마기를 발산하고 있는 그 탑에 가까워지기도 전에 엄청난 기운이 느껴졌다.
한제는 이전에 천요군(天妖郡)에서 이런 탑을 본 적이 있었다. 당시 그의 육신을 무너뜨릴 뻔했던 냉랭한 콧방귀 소리가 떠올랐다.
심지어 선부(仙府)에 들어섰음에도 그 탑이 발휘한 신통력에서 도망칠 수가 없을 정도였다. 만약 승선과(升仙果)의 자극이 아니었다면 당시 그 산마(散魔)의 탑에 본질을 잃고 말았을 것이다.
‘산마! 당시 배이라가 고마(古魔) 좌하에는 아홉 마리의 산마가 있다고 했지. 그리고 난 그중 하나와 맞닥뜨렸어. 유일하게 외계(外界) 요령의 땅에 있던 녀석이었지. 한데 선제(仙帝) 청림의 선부에서 산마탑을 맞닥뜨리게 될 줄이야!’
한제의 얼굴이 약간 붉은 빛을 띠었다. 혈둔술(血遁術)을 발휘했을 때 나타나는 증상이었다.
그가 움직임을 멈추었을 때, 하늘에서 선회하던 마기(魔氣)도 마침내 전부 흩어져 사라졌다.
‘선제의 동굴에도 산마가 있다. 게다가 고요 배이라도 이곳으로 왔지. 또한 화비(花妃)는 선제 청림이 선계가 무너져 내린 뒤 두 명의 하계(下界) 사람과 맞닥뜨리면서 중상을 입고 이곳에서 폐관수련을 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하계 사람이었다던 둘은 분명 고요 배이라와 고마였을 터!’
한제는 검은 탑을 본 순간 머릿속에 번개가 번쩍이듯 갖가지 생각들이 떠올랐다. 몇 가지 실마리를 파악한 것 같았다.
‘고요 배이라는 아홉 조각으로 나뉜 채 아홉 개 군에 각각 봉인되어 있었어. 그러는 동안 원래는 선경(仙境)이어야 했을 이곳은 요기(妖氣)로 뒤덮이게 되었지. 누가 고요 배이라를 봉인한 것이며 어째서 요령의 땅에는 산마는 있는데 고마는 없는 것일까? 고마가 있는 곳에 다섯 번째 선부가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그곳이 바로 선제 청림이 폐관수련을 하는 곳이다!’
한제의 머릿속이 환하게 밝아지면서 끝없는 추측이 이어졌다.
‘지금이라면 산마와 맞붙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한제 체내의 원력이 가동되면서 혈둔술로 인한 증상이 차차 가라앉았다.
그의 눈빛에는 적대감이 가득했다. 반년 이상 억눌러온 데다가 마기의 습격까지 더해지자 살기가 드러났고 이에 지금의 그는 거칠고 사악해 보였다.
한제는 곧장 탑으로 돌진했고 거리는 순식간에 좁혀졌다.
한데 그때, 검은 탑 주위의 대지가 바르르 진동하더니 까마득히 많은 모래알이 사방에서 응집되어 순식간에 수십 명의 모래 인간이 나타났다. 예스럽고 수수한 옷차림으로 보아 오래전 사람들인 듯했다.
그들은 나타나자마자 마기를 발산해 허공에서 응집하더니 기이한 노인의 인영을 형성했다.
노인은 두 눈으로 어스름한 빛을 번득이며 한제를 응시하더니 오른손을 가볍게 뻗었다. 그러자 수십 명의 모래 인간들이 일제히 달려 나갔다.
“으아아!”
“캬아악!”
모래 인간들의 포효와 함께 갖가지 신통술이 하늘을 뒤덮었고 오색찬란한 빛이 번득이며 한제에게로 돌진해왔다.
“겨우 이런 꼭두각시로 날 막을 수 있을 것 같은가!”
한제는 얼굴 가득한 살기와 적대감을 숨김없이 폭발시키며 한 발을 내딛었고 가장 가까이 달려든 모래 인간의 미간을 오른손 검지로 찍었다.
쾅!
바위가 내동댕이쳐진 듯한 소리와 함께 모래 인간은 움찔 굳어버렸다가 그대로 무너져 내려 사막으로 흩어졌다.
한제는 멈추지 않고 곧장 다른 모래 인간의 곁에 나타나 다섯 손가락을 쫙 펼쳐 신통력을 발휘했다. 그의 신통력 아래 모래 인간들이 하나하나 무너져 내렸다.
그 무렵, 수십 명에 달하는 모래 인간들이 발휘한 각양각색의 형태와 빛을 띤 신통력은 이미 한제에게 바짝 다가온 상태였다.
한제의 오른쪽 눈이 파랗게 번득인 순간, 청광순(靑光盾)이 나타났다.
펑! 펑!
모래 인간들의 신통력은 모두 청광순에 막혀 터져나갔다.
한제는 마치 번개처럼 몸을 날려 꼭두각시들 사이를 가로지르며 검지를 휘둘렀다.
쾅! 쾅! 쾅!
한제가 지나갈 때마다 우렁찬 소리가 울렸고 그때마다 모래 인간 하나가 여지없이 무너져 내렸다.
허나 한제의 눈에 담긴 살기와 적개심은 수그러지기는커녕 점점 짙어졌다. 그 상태로 그는 훌쩍 뛰어올랐다. 그러나 결코 2백 척 이상의 높이까지는 올라가지 않았다.
“호풍(呼風)!”
한제는 오른손으로 결인을 그리더니 꼭두각시들의 마기로 이루어진 채 허공에 떠 있는 노인의 허상을 향해 뻗었다.
순간, 노인이 흠칫 놀라는 듯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아무런 반응도 못했는데 학살이 끝난 지금 눈앞에 나타난 악마와도 같은 청년의 모습에 놀란 것이다.
대막고연(大漠孤烟)
한제가 마치 악마처럼 보이는 이유는 이 검은 모래로 뒤덮인 사막에서 반년 동안 마기를 응집시킨 것이 그의 마성(魔性)을 증폭시켰기 때문이지만 노인이 이를 알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때, 호풍이 일으킨 검은 바람은 곧 네 마리의 흑룡으로 변하더니 포효를 내지르며 기이한 변화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네 마리 흑룡의 정수리에는 각각 긴 뿔이 하나씩 있었고 이빨도 본래보다 더 길고 빽빽한 상태라 보기만 해도 소름이 끼칠 지경이었다.
이것들은 더 이상 선술(仙術)로 만들어진 흑룡이 아니라 마룡(魔龍)이었다.
네 마리 마룡은 본래의 흑룡과 달리 음산한 바람을 뿜어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바람을 힘껏 들이마셨다. 이에 주위를 가득 채웠던 음산한 바람이 급속도로 마룡들에게 흡수되었다.
펑! 펑!
마룡들의 체내에서 무언가 폭발하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각 용들의 몸 위에는 검은 갑옷이 생겨났다.
갑옷은 아직 완전하지는 않은 듯 전신의 절반 정도를 뒤덮는 데 그쳤지만 예리한 가시가 잔뜩 돋아 있어 보는 것만으로도 오싹할 정도였다.
이 광경에 한제마저 어안이 벙벙했지만 그는 감상에 빠지는 대신 그저 속으로 탄성을 내질렀다.
‘이건 선술이 아니라 마공(魔攻)이다!’
한제의 손짓에 따라 네 마리 마룡은 쉭쉭 소리를 내며 마기로 이루어진 노인의 허상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자 표정이 급변한 노인은 이를 악물고는 결인을 그리려 했다.
한데 바로 그때, 네 마리 마룡이 일제히 포효를 내질렀다.
“캬오오!”
“크아아아!”
그 순간, 강력한 파동이 일며 검은 모래가 솟아올랐다.
이 파동에는 비할 데 없는 마의(魔意)가 깃들어 있어 노인이 발휘하려던 법술은 그대로 사라져갔다.
이에 노인은 곧장 몸을 돌려 검은 탑을 향해 물러났다.
“쿠오오!”
네 마리 마룡은 노인을 맹렬히 추격했다. 거대한 입에 가득 돋은 날카로운 이빨과 입천장에서 뚝뚝 떨어지는 침이 본능적은 공포심을 자극했다.
한제 또한 살기 가득한 눈으로 뒤를 따랐다. 그도 마룡도 2백 척 높이를 넘기지 않은 상태로 검은 탑을 향해 돌진했다.
노인은 완전히 두려움에 물든 눈으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물러났다. 허나 규열기 초기에 불과한 그로서는 애초에 네 마리 마룡이나 한제의 손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마, 마복(魔僕)님! 살려주십시오!”
노인이 절망감에 물든 목소리로 크게 외쳤다. 허나 그와 동시에 눈앞이 캄캄해졌고 곧이어 몰려든 엄청난 고통에 완전히 의식을 잃고 말았다.
마룡들은 먹이를 두고 다투는 짐승들처럼 달려들어 노인을 물고 뜯기 시작했고 결국은 그중 한 마리가 노인을 한입에 꿀꺽 집어삼켜버렸다.
그러자 검은 탑에서 흑의(黑衣)를 입고 얼굴까지 완전히 가린 수십 명의 인영이 튀어나왔다. 이들은 모두 허공으로 떠올라 마룡들을 차갑게 노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