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814
이 공령술은 고신의 술법 중에도 매우 강한 신통술이었지만 사용자의 수준에 따라 발휘되는 힘도 달라졌다. 만약 9성급 고신이 발휘한다면 우주의 혼을 뽑고 심지어 한 세계의 규칙까지 뽑아내 멋대로 사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천도를 변화시키고 우주를 거꾸로 뒤집을 수도 있었다.
한제는 비록 5성급 고신에 불과해 그 정도 힘을 발휘할 수는 없었지만 대신 왕족 고신이라는 신분 덕에 검은 사막을 뒤흔들 정도는 됐다.
동굴 속 나무다리 위의 존재가 방금 막 이쪽으로 녹아든 힘을 흩어버렸음에도 백옥병은 곧장 다시 흔들리기 시작했다. 마치 어떤 힘이 그 안에서 끊임없이 흡입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처럼 심지어 검은 나무로 된 마개마저 병 안으로 빨려 들어갈 것 같았다.
검은 안개 속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던 존재의 두 눈이 강렬하게 번득였다.
한제가 외친 주문에 검은 모래 폭풍이 일었다. 검은 기운이 사방에서 줄기줄기 차올라 응집되더니 한 줄기의 가느다란 흑선(黑線)이 되었다.
이 두 갈래의 가느다란 선은 교차하여 마름모 문양을 형성했다. 선유족(仙遺族)의 문양보다 훨씬 뛰어났고 현기증이 날 정도로 복잡했다.
“고대 일족을 결합시킨다! 영항지념(永恒之念)!”
한제가 주문의 마지막을 외친 순간, 마름모 문양은 흑백의 빛을 발했고 끊임없이 커져 길이가 1만 척에 달하더니 거대한 벽처럼 밀고 나갔다.
콰르릉!
거대한 소리와 함께 그 문양이 지나친 곳의 하늘은 뒤로 밀려났고 지면의 검은 모래 역시 일제히 떠밀려 나갔다. 마치 그것들의 존재 자체가 지워지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이 거대한 마름모 문양은 온 세상 어디에서나 또렷하게 볼 수 있었고 그것이 이동함에 따라 앞을 가로막는 모든 존재는 완전히 파괴되었다.
한제의 얼굴에는 피로감이 어렸다. 5성급 고신에 불과한 그에게 이 신통력은 다소 무리였다. 지금까지 어떤 위기 상황에서도 이 신통력을 발휘하지 않은 것 역시 그 때문이다.
그때, 작은 백검(白劍)인 방죽 역시 곧장 밀려나면서 웅웅 하는 검명(劍鳴)이 울렸다.
몸을 돌려 검은 탑으로 다가가던 명해가 몸을 바르르 떨며 고개를 돌리더니 서서히 기이한 눈빛으로 자신에게 다가오는 마름모 문양을 보았다.
“네 정체가 무엇이건 상관 않는다. 고신이든 연기사(煉氣士)든 그런 신통력을 발휘할 수 있다면 선제(仙帝)가 하사하신 검의 진정한 위력을 볼 자격은 충분할 터!”
말을 마친 명해는 오른손을 앞으로 뻗었다. 그러자 밀려나던 백검이 한 줄기 검기를 발산하며 하늘로 솟아올랐다.
콰르릉!
하늘이 뒤흔들리는 듯한 소리와 함께 온 하늘이 한 줄기 검기로 뒤덮였다. 동시에 하늘과 땅을 가득 채운 원고 시대 검의 기운은 방죽이라는 이름의 작은 검의 소환을 받고 이 검은 사막에 강림하기 시작했다. 이에 하늘에는 수많은 검의 허상이 나타났고 그 허상들은 하나하나 인영으로 바뀌었다.
척 보기에도 옛사람임을 알아볼 수 있는 그들은 모두 손에 검 한 자루씩을 쥐고 있었다. 이들은 마치 검결(劍訣)을 그리듯 움직였고 이에 강력한 검기가 한순간에 온 세상을 뒤덮었다. 그리고 이 검기는 방죽을 따라 마름모 문양을 향해 돌진했다.
방죽은 순식간에 거대한 마름모 문양에 충돌했다.
쾅!
강렬한 폭발음과 함께 마름모 문양에서는 수많은 파문이 일었다. 그 순간, 하늘을 가득 뒤덮은 검의 허상들이 달려들었다.
콰르릉!
마름모 문양이 크게 진동하면서 대지가 흔들리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고 한제는 몸을 떨더니 피를 한 움큼 토해냈다. 지금 그의 수준으로는 이 공령술(功靈術)의 반동으로 인한 충격이 크게 느껴졌다.
한제는 싸늘한 눈으로 사방을 살폈다. 그의 미간에서 고신의 반점이 급속도로 회전했고 고신의 힘이 체내에서 발산되면서 마름모 문양에 녹아들었다. 이에 문양은 다시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이번에 마름모 문양이 지나간 자리에는 거울 면과 같은 매끈한 땅과 하늘이 드러났다.
쾅! 쾅! 쾅!
방죽이 소환한 원고의 검기로 형성된 검의 허상들은 뒤로 물러났다. 고신의 신통력 아래에서는 원고 시대의 검기도 저항이 불가능했다. 더구나 방죽은 완전한 원고 시대의 검기를 가진 것이 아니었다.
명해의 눈이 다시 한 번 기이하게 번득였다.
“이런 신통력까지 보게 해주다니, 아주 좋구나. 하하하! 네 질문에 답을 해주겠다. 지금 네가 가장 알고 싶어 하는 것은 여기가 대체 어디인가 하는 것이겠지?”
그는 쾌활하게 웃더니 말을 이었다.
“이곳은 총 99개의 계(界)로 이루어진 선제의 동굴 중 1층인 병중계(甁中界)다. 각 계에는 이곳과 같은 검은 사막이 있고 네 동료들은 각기 다른 곳에 떨어져 있지. 병중계라는 이름처럼 이곳은 선제의 보물인 백옥병 안에 존재한다. 허나 당시 선제께서 중상을 입고 신식이 무너져 내린 뒤부터 그분의 신통력인 대막고연(大漠孤烟)이 깃든 신식이 녹아들면서 이곳도 검은 사막으로 바뀌어 버렸지. 너도 겪었을 회색 기운이 바로 선제의 신통력이다.”
한제는 말없이 명해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또한 선제의 신통력인 대막고연은 아홉 폭의 산수도 중 대막고연의 그림을 통한 깨달음에서 비롯된 것으로 그 그림은 바로 이 병중계에 봉인되어 있다. 만약 네게 운이 따른다면 그것을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그것을 원한다면 나를 죽여야만 하지!”
말을 마친 명해는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몸을 훌쩍 날렸고 손가락을 하나 뻗어 하늘을 가리켰다.
“병중계의 계령(界靈)인 이 명해는 선제로부터 하사받은 죽방만이 아니라 선제의 신통력도 하나 가지고 있다! 분천(焚天)!”
그 순간, 빨주노초파남보에 흑과 백까지 아홉 색깔이 뒤섞인 불이 명해의 체내에서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 불이 명해의 손짓을 따라 하늘로 곧장 솟구쳐 오른 순간, 온 하늘은 붉은 빛에 휩싸였다. 또한 그 붉은 빛이 퍼져나가는 와중에 다른 색들 역시 모습을 드러냈고 아홉 빛깔의 화염이 하늘로 솟구쳐 오르면서 순식간에 눈앞의 모든 것이 화염으로 뒤덮였다.
분천이라는 이름 그대로 그야말로 불타오르는 하늘이었다.
이 신통술 아래 어둠은 완전히 사라졌고 그 대신 끝없는 불바다가 나타났으며, 하늘에서부터 뿜어지는 열기에 바닥을 뒤덮은 모래 역시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모래알들은 팡팡 터져나갔고 심지어 녹아내리면서 검은 사막은 삽시간에 검은 바다로 변해갔다.
이 놀라운 광경에 한제는 찬 숨을 들이켰다. 훅 끼쳐오는 열기에 그의 피부는 쩍쩍 갈라졌고 체내의 피가 증발해 모공을 타고 뿜어져 나왔다. 심지어 체내의 원력이 변화를 일으키면서 빠르게 흩어져 사라지는 것 역시 느낄 수 있었다.
하늘을 타고 퍼져나가는 화염은 그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마치 하늘이 남김없이 타올라 재로 변한 후에야 멈출 기세였다.
“쿠오오!”
한제는 아홉 마리의 화룡(火龍)이 포효를 내지르며 하늘을 가로지르는 것을 보았다.
하늘에서는 화염 덩어리들이 떨어져 내렸고 그때마다 대지는 거세게 진동했다. 떨어져 내리는 화염 덩어리의 수는 점점 늘어났고 마름모 문양 근처에서 타올라 사라졌다.
한제는 심신이 뒤흔들렸다.
그때, 명해의 목소리가 사방에 울려 퍼졌다.
“나의 선술은 분천이 되어 세상 모든 것을 파괴해버릴 것이다!”
그 순간, 하늘의 모든 화염이 일제히 마름모 문양을 향해 응집됐다. 아홉 빛깔의 이 화염은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면서 마름모 문양을 둘러쌌고 대지는 불타올랐다. 마치 이 공간 전체가 화염으로 뒤덮인 지옥이 되어 한제와 마름모 문양을 집어삼키려는 것만 같았다.
이미 상당한 원력을 소모한 한제는 창백해진 얼굴로 마름모 문양 위에 가부좌를 틀었다. 한데 그가 깔고 앉은 문양은 화염의 힘을 이기지 못한 것인지 그만 무너져 내렸다.
쾅!
한제는 싸늘한 눈빛을 번득이며 두 팔을 양옆으로 펼쳤고 체내에 남아 있는 모든 원력을 밖으로 거세게 발산했다. 그로 인해 순간 진동이 일면서 마름모 문양은 순식간에 흩어져버렸다. 허나 그 안에 함유되어 있던 고신의 신통력은 그대로여서, 사방으로 퍼지면서 한 차례 폭풍을 일으켰다.
이 폭풍은 화염을 밀어냈지만 오래 버티기는 어려워 보였다. 폭풍이 사라지고 나면 화염은 다시 한제와 모든 것을 불태워버리려 할 터였다.
두 눈이 붉게 물든 한제는 잠시 화염을 밀어낸 틈에 저물대를 두드렸다. 그러자 한 줄기 빛이 튀어나와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오색찬란한 나비로 변했다.
사신차 나비가 나타난 순간, 형태 없는 바람이 모든 규칙의 힘을 파멸시킨 뒤 이 잔해와 같은 검은 사막을 휩쓸었다.
명해의 몸에서 발산되던 안개 역시 이 바람에 의해 흩어졌고 그 아래 회색 갑옷과 투구에 뒤덮인 거대한 체구의 사내가 드러났다.
한제가 손으로 화염 너머의 명해를 가리키자 나비는 오색찬란한 가루를 떨어뜨리며 날개를 퍼덕여 날아갔다.
이 나비를 바라보던 명해의 눈빛이 다소 혼란스러워졌다. 그러더니 이내 저항을 포기한 채 나비만 바라보았다.
사신차 나비가 날개를 다시 한 번 펼치자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명해의 몸을 두른 갑옷의 절반 정도가 무너져 내리면서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나비는 끊임없이 날아가면서 날개를 팔랑거렸고 그때마다 명해의 갑옷은 갈라지고 부서져 나갔다. 특히 투구는 쩌적 하는 소리와 함께 산산조각이 나 떨어져 내렸다. 그러자 그 아래 가려져 있던, 굵고 거친 흑발(黑髮)과 깊이 함몰된 얼굴이 드러났다.
나이가 꽤 들어 보이는 중년 사내의 오른쪽 눈썹부터 한 줄기 긴 상처가 나 있었는데 두개골을 거의 관통하다시피 한 상태였다.
상처 깊은 곳에는 검은색 조각 하나가 박혀 있었고 그 조각으로부터 검은 연기가 피어올라 끊임없이 명해의 머릿속으로 녹아들고 있었다.
청림
“난 아직 살아 있는 건가⋯⋯?”
뒤이어 그는 몸을 훌쩍 날려 순식간에 한제를 향해 달려들면서 결인을 그리고는 하늘을 가리켰다. 그러자 저 멀리 떨어진 곳의 화염이 순식간에 응집되어 흩어진 마름모 문양의 조각들을 삼킨 뒤 뜨거운 기운을 내뿜으며 달려들었다.
한제는 덤덤한 얼굴로 몸을 날리면서 두 손으로 결인을 그렸고 혀끝을 깨물어 피를 뿜어냈다. 그러자 이 피는 한제의 오른손을 맴돌면서 붉은 문양이 되더니 곧장 사신차 나비에 찍혔다.
‘각 사신차에는 다섯 개의 봉인이 걸려 있다. 이 세 번째 사신차를 활성화한 뒤 혼수(魂獸)는 고치가 되었다가 사신차 나비가 되었지. 그러니까 이 나비에게도 역시 다섯 갈래의 봉인이 걸려 있다. 그것을 다 열어야 천보 상인이 제작한, 선신(仙神)마저 멸할 수 있다는 최고의 법보가 돼! 나비가 된 것이 첫 번째 봉인을 푼 것이라 볼 수 있지. 이제 두 번째 봉인을 해제한다!’
한제의 피가 닿자 사신차 나비는 몸을 바르르 떨면서 다채로운 빛을 번득이기 시작했고 곧이어 여섯 번째 색깔이 나타났다.
명해는 앞으로 돌진하면서 화염을 품은 오른손을 들어 올려 힘껏 휘둘렀다. 그러자 다시 한 번 화염이 퍼져나갔다.
그 순간, 한제는 곧장 고신의 솥을 이용해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가 명해의 뒤에 나타나더니 손등에서 자모도고(子母道枯)의 도안을 번득였다. 순식간에 살기(煞氣)와 함께 명해의 발아래에서 회색 빛이 나타났다.
“흐흐. 재미있군.”
명해는 음산한 미소를 지으며 두 팔을 펼쳐 소매를 휘둘렀다. 그러자 선마(仙魔)의 힘이 방출되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동시에 그의 발아래에 나타났던 회색 빛은 곧장 흩어져 사라졌고 엄청난 충격이 한제를 덮쳐들었다.
한제는 손을 거두고는 재빨리 물러서면서 다시 한 번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사신차 나비에게 피를 뿜어냈다.
“세 번째 봉인, 해제!”
그 순간, 나비는 몸을 바르르 떨었다. 그러자 또 하나의 색이 발산돼 이제는 일곱 빛깔을 번득이는 나비가 되었다. 이제 일곱 빛깔이 된 나비는 더욱 화려해진 날개를 팔랑거렸고 그때마다 일곱 빛깔 가루가 흩어졌다.
이 세 번째 봉인을 푸는 것이 지금 한제에게는 한계였다.
명해는 몸을 홱 돌리며 다시 화염을 소환한 뒤 미친 듯이 쏘아댔다.
불바다는 1천 척까지 접근해 와 금방이라도 뒤덮을 듯했고 그 열기에 한제는 피부가 말라붙으면서 더욱 많은 상처가 생겨났다. 하지만 이미 많은 양의 피가 증발되어버린 탓에 상처에서는 피가 거의 흘러나오지 않았다. 심지어 이제 현기증이 느껴질 정도였다.
다행히 원신은 8성급 고신의 가죽으로 만든 고신의 피갑 덕에 큰 상처를 입지는 않았으나 다소 기력이 쇠한 상태였다.
분천의 화염이 사방에서 다가오는 모습에 한제는 다소 초조했으나 이내 마음을 다잡았다. 사신차 나비가 날개를 팔랑거릴 때마다 퍼져나가는 일곱 빛깔의 가루가 간단하게 그 화염을 관통하면서 화염을 뒤로 밀어내는 모습이 눈에 들어오자 한결 마음이 놓였다.
반면 명해는 이 광경에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짓더니 왼손으로 결인을 그려 땅을 가리켰다가 허공을 매섭게 움켜쥐었다. 순간 지면에 파문이 일면서 검은 모래가 화염에 녹아 생겨난 검은 물이 그의 손에서 응집되기 시작했다.
“잔재주가 많은 자로군.”
명해는 재미있다는 듯 말했다.
그때, 사신차 나비가 접근해오면서 적지 않은 일곱 빛깔 가루가 일곱 빛깔의 폭풍이 되어 명해에게 돌진했다.
명해는 왼손에 응집된 검은 물을 내던졌다. 그 순간, 지면의 검은 물이 모두 솟구쳐 올라 방어막을 형성했다.
허나 사신차 나비는 일곱 빛깔의 빛이 되어 폭풍 속에 녹아들더니 그 검은 물을 그대로 관통했다. 이에 검은 물이 뒤로 밀려났고 폭풍은 엄청난 속도로 명해를 향해 달려들었다.
이 무렵 사방을 둘러싼 분천의 화염은 이미 한제에게 5백 척도 떨어지지 않은 곳까지 도달해 있었다.
한제는 서늘한 눈빛으로 화염을 바라보다가 고신의 솥을 이용하여 다시 명해의 뒤에 나타나더니 재빨리 손을 휘둘렀다.
“어딜 감히!”
명해는 표정이 싸늘하게 변하더니 선마의 힘을 다시 한 번 폭발시키려 했다. 그리고 그 순간, 한제기 서늘한 눈빛을 번득이며 크게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