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816
하지만 이번에는 몸이 약간 뜨거워지는 느낌만 들었을 뿐, 체내로 녹아든 불바다는 곧장 흐르는 원력과 융합되면서 하나로 합쳐졌다.
“원력이 어느 정도 늘어났군. 위험하긴 하지만 시도해볼 만한 방법이야!”
숨을 깊게 들이마신 한제는 다시 한 번 두 눈을 감았고 2각 후 자리를 털고 일어나더니 탑 밖으로 한 걸음 내딛었다. 이번에도 역시 불바다는 곧장 솟구쳐 올라 한제에게 돌진해왔다.
한제는 전보다 조금 오래 머물면서 이번에는 갓난아이 주먹만 한 불꽃 덩어리를 쥔 채 탑 안으로 되돌아왔다. 그러더니 곧장 가부좌를 튼 채 그 불덩어리를 냉큼 집어삼켰다.
시간은 천천히 흘러갔고 한제는 같은 방식으로 꾸준히 체내의 원력을 보충해갔다. 한 번씩 반복할 때마다 가져오는 불꽃의 양을 늘려서 이번에는 사람 머리통만 한 덩어리를 가져왔다.
지금 그는 그를 잘 아는 사람이라 해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변한 상태였다. 마기에 침식되면서 얼굴이 바짝 말라 있던 한제는 분천의 힘으로 원력을 보충할 때마다 온몸의 피부에 균열이 일어 점점 끔찍한 몰골이 되어갔다.
무엇보다도 놀라운 변화는 며칠 전부터 그의 미간에서 나타났다. 당시 받았던 주작의 표식으로부터 일어난 변화였다.
“체내의 작열하는 힘까지 늘어날 줄이야⋯⋯. 다만 내 체내의 이 작열하는 힘은 분천의 힘과는 약간 다르다.”
한제는 두 눈을 번쩍 뜨더니 미간을 만지작거렸다.
“의도치 않았는데 화염을 흡수할수록 얻는 게 많군.”
한제는 의미심장하게 웃더니 다시 탑 밖으로 나섰다. 예상했던 대로 불바다는 파도처럼 몰려들어 순식간에 그의 몸을 덮쳤다.
허나 한제는 그 불바다가 자신을 훑고 지나가도록 내버려둔 채 침착한 얼굴로 걷기 시작했다. 만약 능천후가 이 모습을 봤다면 깜짝 놀랐을 터였다. 그라 해도 이 분천의 화염으로 뒤덮인 불바다 속에서 한제처럼 유유히 걸음을 옮길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2각쯤 지났을 무렵, 한제는 우뚝 멈춰 섰다. 지금은 그가 나아갈 수 있는 한계치였다.
저 멀리의 불바다를 바라보던 한제는 자리에 앉아 가부좌를 틀더니 팔을 양쪽으로 펼쳤다. 그러자 두 갈래의 화염이 불바다로부터 갈라져 나와 그의 두 팔을 타고 흘러들더니 사람 몸집만 한 공 모양의 화염을 이루었다.
한제가 숨을 깊게 들이마시자 그 공은 빠르게 줄어들더니 결국 그의 입속으로 남김없이 빨려 들어갔다.
사흘 뒤, 한제가 있던 곳에서는 쾅 하는 소리와 함께 화염이 미친 듯이 확장되었다. 그리고 그 불바다 속에서 한제가 일어났다.
그의 피부에는 균열이 전보다 더욱 많아졌지만 두 눈은 더욱 밝아진 상태였다. 그런 그의 체내에서 발산된 끔찍한 기운은 사방의 불바다에 녹아들면서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뜨거운 열을 냈다.
“아직 뭔가 부족해.”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미간을 만지작거리던 한제는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가 몇 걸음 더 나아갔다. 그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등 뒤의 검은 탑으로부터 점점 더 멀어졌다.
한제는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다가 한계에 봉착할 때면 가부좌를 틀고 앉아 화염의 힘을 흡수했고 충분한 저항력을 갖춘 뒤에는 또 다시 앞으로 나아가기를 반복했다.
눈 깜짝할 사이 네 달이 흘렀다.
그동안 한제는 검은 탑에서 한참 멀리 떠나온 상태였다. 주위는 온통 불바다뿐이었고 모든 생명을 태워버릴 듯한 열기가 광풍처럼 밀려들었다.
한제의 몸에 난 균열은 두 달 전에 급기야 터져버렸고 그 위로 새살이 돋아났다. 허나 그 위로도 또 균열이 계속해서 생겨나면서 지금은 더욱 빼곡하게 균열로 뒤덮인 상태였다.
“이곳의 열이라면 충분하겠군.”
걸음을 멈춘 한제는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전방의 불바다가 순간 급격하게 요동치기 시작하더니 적지 않은 양의 화염이 그의 입으로 흘러들었다.
다만 이번에는 흡수한 화염을 원력에 녹여 넣지 않고 전부 미간에 몰아넣었다. 그러자 몇 달 전부터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한 주작의 표식이 더욱 또렷해졌다.
이 표식은 화염의 힘을 흡수할수록 뚜렷하게 변하며 빠르게 한 마리 주작의 모습을 갖추어갔다. 마치 머지않아 그 표식을 뚫고 나올 것 같았다.
“부족해!”
한제는 한탄하며 두 팔을 뻗어 사방으로 휘둘렀다. 그러자 주위의 불바다가 요동치더니 대량의 화염이 솟아올라 순식간에 한제를 뒤덮었다.
이 화염은 눈 깜짝할 사이 한제 전신의 모공을 통해 빠르게 흡수됐다.
한제는 체내로 들어간 화염을 곧장 미간에 집중시켰다. 그러자 주작의 표식이 짙은 붉은 빛을 띠었다.
그 순간, 한제가 훌쩍 튀어 오르자 불바다 역시 솟구쳐 오르며 끊임없이 그의 몸으로 흘러들었다.
“아직도 부족해!”
한제는 두 손을 뻗어 불바다를 끌어안듯이 손을 꽉 움켜쥐었다. 그 순간 체내의 원력 역시 솟아올랐고 한제 주위의 하늘은 불바다로 뒤덮였다. 허나 이 불바다는 한제 체내의 원력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하늘에 나타난 불바다는 흡입력을 발휘했다. 그러자 대지를 뒤덮은 불바다는 크게 요동치더니 모두 한제에게 달려들었다. 심지어 저 먼 곳의 무궁무진한 불바다까지 용솟음치기 시작했다. 마치 한제가 이 검은 사막을 뒤덮은 분천의 화염을 모두 흡수하고 있는 것 같은 광경이었다.
화염은 끊임없이 한제의 체내로 빨려들어 그의 미간으로 몰려들었고 한제의 미간에서 발산된 붉은 빛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에 이르렀다.
이윽고 그 표식에서 타오르는 듯한 붉은 주작 한 마리가 형성되며 나타났다. 그리고 그 순간…
“크아아아!”
하늘과 땅을 뒤흔들고 공간을 찢어버릴 듯 강렬한 소리가 병중계(甁中界)에 울렸다.
이는 주작의 소리, 주작성종(朱雀聖宗)의 사람이자 주작 서열 중 한 명인 한제를 일깨우는 소리였다.
그 소리가 울려 퍼지자 검은 사막을 가득 메운 분천의 화염이 미친 듯이 솟구쳐 올랐다. 동시에 무궁무진한 화염이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주작을 향해 달려들었다.
주작 서열에 든 사람 중 누구라도 주작을 각성시킨다면 그는 예외 없이 미래의 사성(四聖) 중 하나가 되었다. 허나 표식이 각성되면서 주작의 영(靈)이 나타나는 것은 그 옛날 사성종(四聖宗)에서도 매우 드문 일이었다. 이제 한제는 그를 제외하고 주작 서열에 든 이들이 주작을 깨우는 데 성공하지 못한다면 유일하게 주작을 깨운 인물이 될 터였다.
한편, 주작의 울음소리가 울린 순간, 다섯 번째 선부에 들어온 모든 이들도 그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검은 탑에서 두 눈을 감은 채 좌선하고 있던 능천후는 상상을 초월하는 진동이 일어나는 것을 느끼고는 충격으로 물든 두 눈을 번쩍 떴다.
“주작의 소리!”
그 무렵, 천운자는 하늘을 바라보며 손가락을 꼽고 있었다. 그러던 중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한데 그 순간, 우렁찬 주작의 울음소리가 온 세상을 가득 메우며 울려 퍼졌다. 이에 천운자의 계산은 그대로 무너졌고 그가 있는 계(界)에 격렬한 진동이 일면서 하늘과 땅의 기세가 변했다. 그리고 천운자의 안색 역시 급변했다.
“말도 안 돼!”
불바다
병중계(甁中界) 중 한 곳에는 수련자 연맹의 대장로 중현자의 사제인 허공자가 푸른 구름에 올라타 있었다. 그의 손에는 보라색과 푸른색으로 이루어진 옥패가 하나 쥐어져 있었는데 그 옥패에서 발산된 빛은 반경 수만 리를 뒤덮은 상태였다.
허공자는 혼자가 아니었다. 추측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수준이 높은 그는 근 1년간 수십 개의 계를 통과한 상태였다.
“내 생각이 맞다면 이곳은 청림 선제(仙帝)의 그 유명한 병중계일 터! 소문에 의하면 청림은 막대한 신통력으로 외부에서 온 문양 부족 서른아홉 명을 죽여 빼앗은 성물(聖物)로 이 공간을 만들어 병 안에 녹여 넣었다지. 참으로 기묘한 곳이야. 허나 고서의 기록에 따르면 병중계를 녹여 넣은 병에 청림은 선기(仙氣)의 보물들을 수집해놓았다고 하지. 심지어 그 보물들을 통해 4대성역을 갈라놓은 경계의 진까지 파괴할 수 있다고도 했어.”
허공자는 손에 든 옥패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촌부처럼 수수하지만 아름다운 여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무슨 말인가 하려 했다. 한데 그때, 돌연 돌풍이 일더니 대지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한 줄기 날카로운 소리가 사방에서 울려 퍼졌다. 세상을 쥐고 뒤흔드는 듯한 소리였다.
그 순간, 중년 여인의 표정이 급격히 변했다. 그녀 뒤에 서 있던 분홍색 옷차림의 여인도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허공자조차도 눈동자가 바짝 졸아들었다.
“주작의 소리? 주작이 깨어났단 말인가? 설마 자네가 이전에 말했던 그 주작의 표식이 찍힌 녀석?”
중년 여인은 놀란 얼굴로 얼른 입을 열었다.
“제가 이전에 보았을 때만 해도 그저 주작의 표식을 가지고 있었던 것에 불과했을 뿐, 완전히 봉인되어 있었어요. 이토록 짧은 시간에 각성시킬 수는 없습니다!”
“주작의 각성이라… 사성종(四聖宗)에서는 그야말로 하늘을 뒤흔들 법한, 아주 놀라운 일이지.”
허공자의 눈동자에 살기가 어렸다. 그로서는 사성(四聖)의 각성자가 나타나게 둘 수는 없었다. 만약 수련자 연맹에서 우(雨)의 선계의 유물 대부분을 손에 넣지 못했다면 또한 당시 곤허의 성녀로부터 도움을 받지 못했다면 연맹성역은 존재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대신 사성성역이 있었을 터였다. 심지어 수련자 연맹은 아직까지 사성종을 완전히 처결하지 못한 상태였다.
사성의 끔찍한 위력을 떠올린 허공자의 눈에 살기가 더욱 짙어졌다.
“만약 누군가가 각성에 성공해 선령천경(仙靈天境)을 떠난다면 사성종은 가장 먼저 그를 찾을 거야. 그리고 사성성(四聖星)으로 그를 데려가 유물을 전수하겠지. 절대 그렇게 놔둘 수 없어. 반드시 그전에 처리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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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모래로 뒤덮인 사막. 한 사내가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온몸을 새카만 천으로 두른 그의 주위에서는 검은 모래에서 솟아오른 무궁무진한 마기(魔氣)가 맴돌았고 그 마기는 끊임없이 사내의 칠규(七竅)를 통해 흡수되고 있었다.
그는 이 공간에 이른 순간부터 가부좌를 틀고 앉아 끊임없이 마기를 흡수해왔기에 그의 몸에 드리운 마기는 놀랄 정도로 짙었다.
한데 주작의 소리가 울려 퍼진 그때, 급격한 변화가 일면서 사내의 칠규로 흘러들던 마기는 그대로 무너져 사방으로 흩어졌다.
흑의(黑衣)의 사내는 두 눈을 번쩍 뜨더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순간, 그의 눈이 밝게 빛나더니 미간에 흑룡(黑龍)의 표식이 어렴풋이 나타났다.
“각성한 건가? 살아남는다면 싸워볼 수 있겠군.”
그 말을 끝으로 깊은 생각에 잠긴 남자의 미간에 있던 표식은 검은 기운에 뒤덮인 채 깊은 곳으로 숨겨졌다. 그보다 수준이 훨씬 높은 자라 해도 같은 혈맥을 가지지 않은 이상 그 표식의 존재를 발견하기란 거의 불가능할 터였다.
한편, 사도환 역시 병중계에서 마기를 흡수하고 있었다.
처음 이곳에 도착했을 때 사도환은 마치 성지(聖地)에 도착한 듯 기뻤다. 주위의 검은 모래는 반 이상이 먼지가 된 상태였다. 그는 흘러넘칠 듯한 마기로 이루어진 회오리에 뒤덮인 채 오만하게 웃었다.
회오리의 중앙에 자리한 사도환의 긴 머리카락이 기이하게 휘날렸다. 그가 온몸을 뒤덮은 마기를 흡수하자 사방의 모래와 자갈들이 무너져 내리더니 더 많은 마기로 흩어지면서 그의 온몸으로 흘러들었다.
“좋구나! 이런 마기가 존재하는 곳이라니, 나에게는 아주 좋은 보충제지! 마기가 너무 많아 다 흡수하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뿐. 충분히 흡수하고 나면 한제를 찾으러 가야겠다. 녀석이 지금쯤 어떻게 하고 있을지 모르겠군!”
한데 그때 주작의 소리가 하늘 가득 울려 퍼졌고 그 순간 사도환의 온몸을 뒤덮고 있던 마기의 회오리는 쾅 하고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고개를 번쩍 쳐든 사도환은 거친 눈으로 어딘가를 노려보다가 잠시 후에는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더니 돌연 크게 웃었다.
“크하하하! 한제 이 녀석, 무사했군! 괜한 걱정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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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환과는 또 다른 하나의 계에는 한 대머리가 검은 사막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요사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는 그는 종종 몸을 날려 곧장 하나의 계를 관통하기도 했다.
“대막고연(大漠孤烟)은 분명 이 계들 안에 있겠지. 고마(古魔) 타지아⋯⋯. 이 배이라는 아직 완전치 않은 상태이나 당시의 8할에 이를 정도로 회복했다. 이번에 네놈은 절대 그때와 같은 행운을 누리지 못할 게야!”
배이라의 오른쪽 눈은 동공이 세로로 길게 찢어져 있었고 그 안에는 요기를 발산하는 반점 일곱 개가 빠르게 회전하고 있었다. 고신의 반점은 미간에 고요의 반점은 오른쪽 눈에 고마의 반점은 왼쪽 눈에 있는 법이었다.
배이라는 다음 계로 넘어가기 위해 발을 뗐다. 한데 그때, 주작의 소리가 울려 퍼졌고 공간에 요력의 파동을 일으키려던 배이라는 두 개의 계 사이에 멈춘 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봉계(封界)의 네 신수(神獸) 중 주작의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