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819
생각을 정리한 배이라는 파문에서 몸을 날리며 사라져 이곳을 떠나갔다.
흐릿한 인영이 위로 솟아오르면서 퍼져나간 살기가 모든 사람을 뒤덮었다.
사도환은 두 손으로 결인을 그려 신통력을 발휘하면서 몸을 날렸지만 그 순간 흐릿한 인영이 한 손을 가볍게 흔들자 사방을 뒤덮은 살기가 절정으로 치솟으면서 폭풍을 형성했다.
이에 능천후의 몸이 아래쪽으로 빨려 들어갔고 동시에 사도환도 아래로 가라앉았다.
‘안 돼!’
위로 솟구쳐 오르던 한제는 곧장 체내의 원력을 빠르게 가동하여 불바다로 온몸을 뒤덮었고 열 자루가 넘는 검의 회전으로 일어난 역류와 함께 사도환에게로 돌진했다.
모두가 어떻게든 그 흡입력으로부터 벗어나려 애쓰는 와중 오직 한제만이 반대로 내달렸다.
그 무렵, 사도환의 모든 원력은 완전히 멈춘 상태였다. 그는 점점 가까워지는 흐릿한 인영을 보며 쓴웃음을 짓더니 중얼거렸다.
“난 언제나 운이 좋았건만 여기까지인가!”
그때, 저 멀리서 다가오는 한제의 모습이 들어왔다.
한제는 거대한 흡입력이 자신이 만들어낸 불바다를 끊임없이 삼켜대면서 사도환과 거리가 점점 멀어지는 것을 확인하고는 무언가를 결심한 듯 눈빛을 번득였다.
동시에 이를 악물고는 원력을 폭발시켰고 이를 통해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사도환을 향해 돌진할 수 있었다.
한제가 사도환 곁에 이르렀을 때는 흐릿한 인영으로부터 1만 척도 채 떨어져 있지 않은 상태였다.
재빨리 사도환을 붙잡은 그는 다시 한 번 온몸의 원력을 발휘하여 방향을 바꿔서는 위쪽으로 튀어 올랐다.
그때, 흐릿한 인영의 텅 빈 눈에서 검은 피가 분출되더니 회오리에 녹아들면서 주위가 피바다로 변했고 하늘을 뒤덮을 듯 강력한 기세가 솟구쳤다.
검은 피바다가 회오리를 따라 움직였다. 멀리서 보면 피의 소용돌이가 하늘을 집어삼키려 드는 것 같았고 그 움직임에 따라 짙은 피비린내가 사방으로 풍겼다.
피의 소용돌이는 쩍 벌어진 아가리처럼 기이한 쉭쉭 소리를 내며 끊임없이 솟구쳐 오르면서 한제와의 거리를 단숨에 절반으로 줄였다.
한제는 온몸의 원력을 빠르게 가동하여 순식간에 끝없는 불바다를 소환했다. 뒤이어 왼손으로 결인을 그리자 회오리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던 10여 자루 검이 불바다에 섞여들었다. 그러자 불바다가 일렁이면서 화염으로 범벅이 된 회오리가 하나 생겨나더니 사방에서 밀려드는 피비린내와 살기에 저항했다.
가까이 접근한 살기도 화염에 타올랐다. 만약 저 살기가 조금이라도 체내로 들어올 경우 원력의 가동에 방해를 받을 터였다. 비록 주작성화(朱雀聖火)를 원력에 녹여 넣은 상태라고는 해도 그런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는 않았다.
회오리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는 화염으로 뒤덮인 역류는 한제를 1천 척 정도 위로 올려 보냈고 그 순간 한제는 낮게 기합을 넣으며 오른손을 매섭게 휘둘렀다. 동시에 한 줄기 원력을 사도환의 체내로 쏘아 보냈다.
사도환은 체내로 침입한, 매우 차가운 살기에 원력이 얼어붙은 탓에 한 줄기의 원력도 가동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한데 주작성화로 인해 상상을 초월하는 열기를 품은 한제의 원력이 녹아들면서 순식간에 사도환의 얼어붙은 원력을 녹이기 시작했다.
이 틈을 타 사도환은 얼어붙었던 원력을 억지로 가동시켰고 그의 체내에서는 펑, 펑 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으아아!”
고함을 내지른 사도환은 결인을 그리며 위로 솟구쳐 올랐다.
만약 그 흐릿한 인영이 이곳에 오랫동안 봉인되어 있느라 약해진 상태가 아니었다면 그 한 줄기 살기에도 사도환과 한제는 저항할 수 없었을 것이다.
체내의 원력이 다시 가동되기 시작하면서 사도환의 긴 머리가 바람에 마구 휘날렸다. 완전히 회복된 상태는 아니었으나, 지금은 상처를 치료할 때가 아니었다.
위로 솟구쳐 오른 순간, 사도환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오른손으로 결인을 그리더니 낮게 기합을 넣으며 허공을 꽉 움켜쥐었다.
순간 다섯 손가락으로부터 다섯 갈래의 금색 빛이 뿜어져 나와 한제에게로 향했다. 그 빛들은 순식간에 거대한 그물이 되어 한제를 감쌌다.
사도환은 자신이 발휘할 수 있는 모든 힘을 다해 그물로 감싼 한제를 위로 끌어올렸다.
그 무렵, 한제는 안간힘을 다해 올라오고 있긴 했지만 사도환을 더 위쪽으로 던져주느라 잠시 멈칫한 사이 검은 피바다와의 거리가 1천 척도 채 되지 않았다. 훅 끼쳐온 짙은 피비린내에 한제는 정신이 아찔했다.
문양 부족의 성조(聖祖)
피바다에서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혼백이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들은 피바다를 따라 요동치면서 탐욕스런 눈으로 한제를 노려보았다.
그 모습에 한제는 머리가 저릿했다. 대량의 살기가 피바다를 타고 용솟음치면서 다가왔다.
바로 그때, 사도환의 그물이 한제를 감싸더니 위로 끌어당겼다.
두 사람은 이렇게 서로를 도와가면서 피바다와의 거리를 조금씩 벌려갔다.
이는 서로에 대한 완벽한 이해와 완전한 신뢰가 있어야만 가능한 호흡이었다. 자신이 위험에 빠지면서까지 누군가를 돕는 모습은 보통의 수련자들에게서는 보기가 힘들었다. 그러니 만약 이 둘이 아닌 다른 자들이었다면 이런 방식으로 위기를 벗어날 수 없었을 터였다.
한제와 사도환이 서로를 의지해 위기에서 벗어났을 때, 이들보다 훨씬 수준이 높은 능천후는 저 아래로 뚝 떨어져 버렸다. 그러는 와중에도 사도환과는 달리 한제는 수준을 회복해갔으나, 피바다와의 거리가 너무나 가까웠다. 만약 수준을 완벽하게 회복하지 못한다면 결코 위기를 벗어날 수 없을 듯했다.
한데 그때,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저 위에 있던 천운자가 미간을 살짝 찌푸리더니 소매를 휘둘러 방금 전 한제가 그랬던 것처럼 아래쪽으로 질주한 것이다.
그는 한제보다 훨씬 빨리, 더 수월하게 회오리 깊은 곳의 능천후 곁에 이르더니 한 손으로 능천후를 붙잡고는 곧장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때, 피바다가 크게 일렁이더니 중앙의 흐릿한 인영이 비쩍 마른 팔을 들어 전방을 가볍게 움켜쥐었다. 이에 천운자의 안색이 살짝 변하더니 미간에서 회색 빛을 번득였다. 그러자 그 빛에서 회색 옷의 천운자가 나타나더니 결인을 그리며 앞을 가리켰다.
순간 살육의 수많은 기운이 허공에서 나타나 눈 깜짝할 사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그러더니 회색 옷의 천운자가 가리키는 대로 사방에서 응집되어 한 줄기 기운으로 합쳐져 곧장 흐릿한 인영의 오른손을 향해 돌진했다.
회색 옷의 천운자가 나타난 순간, 저 위쪽에서 중년의 여인과 곤허의 성녀로 추측되는 여인을 데리고 도망치던 허공자가 굳은 얼굴로 중얼거렸다.
“회색 옷⋯⋯.”
회색 옷의 천운자는 냉랭한 얼굴로 오른손을 휘두르며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
“붕괴!”
그 순간, 하나로 융합된 살육의 기운이 무너져 내렸다.
쾅!
거대한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붕괴한 살육의 기운은 강력한 반동을 형성하면서 천운자와 능천후를 위쪽으로 밀어냈다.
피바다 역시 뒤로 밀려났고 그 안에 깃들어 있던 혼백들은 비명을 내지르며 소멸되었다.
한편, 능천후는 천운자가 자신을 구해줬음에도 싸늘한 눈으로 상대를 힐긋 쳐다보더니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천운자는 능천후의 이런 반응에는 신경도 쓰지 않고 위로 오르는 데에만 집중했다.
그때, 저 아래 회오리에서 흐릿한 인영이 고개를 번쩍 쳐들며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튀어 오르더니 오른손을 갈고리처럼 휘두르며 회색 옷의 천운자를 향해 달려들었다.
쐐액!
공기를 찢는 듯한 날카로운 소리에는 엄청난 충격력이 깃들어 있어, 한제와 사도환은 그 힘에 충돌하자마자 피를 토해내면서 더욱 빠르게 도망쳤다. 다른 이들도 체내의 원력을 가동하여 그 충격력에 저항했다.
회색 옷의 천운자는 붉은 빛이 번득이는 눈으로 그 흐릿한 인영을 바라보며 냉소를 짓더니 오른손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살육, 성계(成界)!”
그 순간, 허공에서 콰르릉 하는 거대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동시에 회오리 위쪽의 허공에는 거대한 균열이 하나 나타나면서 살육의 기운이 솟아올랐다.
그때, 회색 옷을 입은 천운자의 포악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살육의 기운 1억 개면 이 수련성 전체를 붕괴시킬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그리고 나는 그 안에서도 무사할 수 있지!”
1억 개에 달하는 살육의 기운이라니… 한제의 심신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진동했다.
심지어 그 거대한 장선지의 회오리조차 이 끝없이 펼쳐진 살육의 기운에 비하면 작아보였다.
회색 옷의 천운자가 오른손을 휘두르자 1억에 달하는 살육의 기운이 순식간에 한데 모여들어 거대한 회오리를 이루었다.
이 회오리는 세상의 모든 장벽을 다 파괴할 듯 거대했고 계속해서 압축되면서 모든 사람들의 머리를 저릿하게 만들 정도로 엄청난 위력을 발산했다.
“살육, 도천(滔天)!”
회색 옷의 천운자가 외치자 흘러넘치는 듯한 위력을 자랑하는 살육의 회오리가 장선지의 회오리와 그 안의 흐릿한 인영을 향해 돌진했다.
콰콰콰쾅!!
하늘을 뒤흔드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소리는 계속 이어졌고 피바다는 다시 한 번 무너져 내리면서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장선지의 회오리 역시 진동하기 시작했다.
그 엄청난 충격에 한제와 사도환은 더욱 빠르게 회오리에서 빠져나와 허공으로 떠올랐다. 그리고는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아래쪽을 바라보았다.
호리병 위의 노인 역시 놀란 모습이었고 흑의의 사내도 눈동자가 바짝 졸아들어 있었다.
“천운자⋯⋯.”
허공자는 복잡한 눈으로 천운자를 바라보았다. 당시 혈혈단신으로 수련자 연맹에 쳐들어와 수준 높은 수련자 여럿을 처리하고 장로단의 구성원까지 몇 명을 패퇴시켰던 천운자의 모습이 떠올랐다. 심지어 천운자는 당시 장로단의 구성원 한 명을 직접 죽이기까지 했다. 그리고 그 강력하고 고고한 모습으로 새로운 장로가 되었다.
‘허나 모든 것을 예측하는 능력이야말로 진정 두려운 것이다. 모든 것을 간파한 듯한 눈빛은 그에 대한 수련자 연맹의 평가를 바꾸어놓았다.’
허공자는 회색 옷의 천운자와 능천후를 구출해 나오고 있는 천운자의 본체를 번갈아 살폈다.
‘사형은 저자를 두려워한 나머지 세 번째 천쇠(天衰)가 오기 전 스스로의 수명을 희생하면서까지 능천후로 하여금 저자의 도심을 파괴하게 했지. 이로 인해 천운자의 도심에는 두 번째 천쇠가 왔을 당시 흠이 생겼고 그의 도심은 수많은 조각으로 무너져 내려 다시는 융합되지 못하게 됐다!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오늘날 천운자는…? 허나 아직 세 번째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 해도 얼마 남지 않은 것이 분명해!’
장선지의 회오리에서 피바다가 무너져 내린 순간, 그 안에 있던 흐릿한 인영이 오른손을 가볍게 휘둘렀다. 순간 여인의 미간에서 자금색(紫金色)의 문양 하나가 번득였다.
그녀의 손짓에 따라 용솟음치던 살육의 회오리가 우뚝 멈추더니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고 1억 개에 달하는 살육의 기운도 순식간에 흩어져 사라졌다.
이 갑작스러운 변고에 모든 사람들의 심신은 바르르 진동했다.
이에 회색 옷의 천운자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다시 신통술을 발휘하려 했다. 한데 천운자의 본체가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
“돌아와라!”
회색 옷의 천운자는 고개를 돌려 싸늘한 눈으로 본체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말없이 뒤로 물러나더니 한 줄기의 회색빛이 되어 본체의 미간으로 들어가 사라져 버렸다.
이 무렵 천운자는 이미 회오리에서 빠져나와 허공에 떠오른 상태였다. 이 허공에는 이미 회오리에 빨려 들어간 이를 제외한 모두가 도착해 있었다.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그들의 시선은 오로지 저 아래에서 올라오고 있는 여인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여인의 두 다리는 붉은 힘줄과 같은 무언가로 단단히 묶여 있었다. 여인이 위로 올라오자 그 힘줄이 팽팽하게 당겨졌다.
그때, 아까 어디론가 사라졌던 성흔 담비가 회오리에서 튀어나와 여인의 발 위에 착지했다. 그리고는 그 붉은 힘줄을 자세히 살피고 냄새를 맡는가 싶더니 눈을 반짝이며 그 위에 엎드려 꼼짝도 하지 않았다.
모여 있는 사람들로부터 2천 척 정도 떨어진 곳에 이른 여인은 우뚝 멈추더니 텅 빈 눈으로 일행을 살폈다. 푹 꺼진 눈자위에서는 여전히 검은 피가 흘러 여인의 뾰족한 턱에 맺히더니 뚝뚝 떨어져 내렸다.
“부족 문양, 그들의 후손은 여태 남아 있나?”
기이한 힘이 깃든 목소리가 여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거칠지만 듣기 좋은 목소리는 메아리치듯 오래도록 흩어지지 않고 울려 퍼졌다.
여인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사람들은 쉽게 답하지 못했다. 한참 후에야 허공자가 공손한 표정으로 포권을 하며 말했다.
“문양 부족의 후손은 적지 않게 남아 있습니다.”
여인은 잠시 조용히 있다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가 온 힘을 다해 장선지의 가장 깊은 곳에서부터 나온 것은 그 질문 하나를 하기 위해서, 그리고 한 사람을 보기 위해서였다.
그녀의 텅 빈 눈 너머의 어둠 속에서 무형의 시선이 한제에게 닿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