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822
뿔뿔이 흩어지다
청림의 분신을 바라보던 여인이 쓰게 웃으며 말했다.
“내 평생 가장 증오하는 사람은 바로 너다, 청림! 당시 나의 문양 부족은 장존(掌尊)에게 불충을 저질렀기에 어쩔 수 없이 봉계(封界)로 도망쳤다. 그저 분쟁을 피해 살고자 하는 마음뿐이었다. 선계와의 전쟁도 너희가 우리 부족의 본원의 힘을 빼앗으려 시작한 것이 아니더냐! 그 전쟁에서 선계는 수단을 가리지 않았고 너는 우리 부족의 보물인 성스러운 병을 강탈하기 위해 수많은 우리 부족원을 죽였다!”
추요영의 목소리에는 점차 깊은 원한이 담겨갔다.
“전쟁에서 죽음과 부상은 피할 수 없는 것임을 안다. 허나 선제인 네가 4대 선계 최강자인 네가 어찌 거짓으로 나를 속인 것이냐? 넌 나를 너희 부비(符妃)로 맞겠다 했다. 하여 이 추요영은 부족을 배반하고 너의 비가 되려 했다. 내가 원한 대가는 그저 나의 부족이 봉계에서 평화롭게 살아가는 것뿐이었다. 한데…”
그녀의 목소리는 이제 절규에 가까웠다.
“또한 나의 눈이 좋다는 네 말에 나는 그마저 스스로 파내 네게 주었다. 아주 오래전부터의 축적된 태초의 힘이 깃든, 부족의 성조(聖祖)로부터 그 다음 성조에게 대대로 전해지는 유물인 그 눈을 말이다! 그때를 기억하느냐! 나의 두 눈이 피로 물들고 푹 파인 눈구멍이 그 피로 가득 찼던 그때를 말이다!”
그러는 동안에도 청림은 냉랭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다.
“허나 너의 요구는 계속됐고 그때마다 나는 어떻게든 그 요구를 들어주었다. 심지어 네가 이 장선지의 수많은 혼백들을 막고자 나를 이곳에 봉인하겠다 할 때도 나는 따르기로 하지 않았느냐! 네 곁에서 나는 성조가 아니라 그저 너희 비일 뿐이었다. 난 너를… 참으로 사모했단 말이다.”
여인은 처연하게 웃었다. 검은 피는 눈구멍에서 마치 피눈물처럼 계속해서 흘러내렸다.
“왜… 왜 그 모든 것을 해준 나를 속인 것이냐? 우리 부족에게 살아갈 공간을 내어주겠다고… 우리 부족 후손들이 영원히 살아갈 수 있게 해주겠다고… 언젠가 우리 부족을 데리고 다시 봉계로 돌아가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느냐! 난 그 약속만을 믿고 여기서 너를 위해 이 혼백들을 통제해 왔다. 네가 나를 여기 봉인하기 위해 그런 구실을 댔다는 것을 알면서도 난 너를 믿었단 말이다!”
누구도 입을 열지 않는 가운데 여인의 흐느끼는 듯한 목소리는 계속됐다.
“오늘 나의 부족원이 가까이 다가온 것을 느끼지 못했다면 힘겹게 몸을 일으키고 온갖 대가를 들여가며 그 부족원을 보지 못했다면 나는 나의 부족에게 일어난 모든 일을 여태 모르고 있었을 것이다. 더욱이 네가 나의 부족원들에게 찍어놓은 노예의 낙인은 내가 너에게 준 두 눈에 깃든 태초의 힘을 제련하여 만들어낸 것이 아니더냐! 오직 그 낙인만이 우리 문양 부족을 봉인할 수 있으니까! 넌 내 두 눈에서 얻은 태초의 힘을 수많은 노예 낙인에 녹여 넣어 4대 선계 안에서 우리 부족을 개미만도 못한 노예로 만들었다. 대대손손 너희 선인들에게 복종하도록 만든 것이야!”
여인의 검은 피눈물이 끝도 없이 흘러나왔다. 수만 년간의 인내와 믿음을 배신당하면서 하늘을 뒤덮을 듯 강력한 원한이 된 상태였다.
“분신이 있다는 것은 아직 죽지 않았다는 뜻! 당장 모습을 드러내라!”
날카로운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와중에도 그녀는 장선지의 회오리로 끌려 들어갔다. 그리고 그녀가 회오리 안에 완전히 잠식되려는 순간, 고개를 번쩍 쳐든 그녀의 미간에서 문양이 번득이다 떨어져 나왔다.
한제가 있는 곳에서도 가닥가닥 핏줄로 연결된 문양이 그녀의 미간에서 떨어져 나온 것을 볼 수 있었다. 그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일지 한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 고통은 여인의 마음의 상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추요영은 미간의 문양을 잡아채더니 뜯어내 세차게 위로 내던졌다.
여인의 손을 떠난 문양은 솟구치더니 뭔가를 깨달은 듯하면서도 여전히 혼란한 모습의 타산에게로 향해 곧장 그 미간에 찍혔다. 동시에 타산은 온몸으로 극심한 고통이 흐르는 것을 느끼며 발작하기 시작했다.
문양을 내던진 여인은 허약해진 상태로 점점 회오리로 잠겨들면서 텅 빈 눈자위 안의 푸른 기운으로 한제를 바라보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넌 우리 문양 부족을 도왔다. 우리 부족에게 은혜를 베푼 자를 이 추요영은 절대 잊지 않는다.”
말을 마친 그녀는 두 손으로 텅 빈 눈을 쿡 찌르더니 몸을 격렬하게 떨었다. 그녀의 손에는 눈을 대신하던 두 덩어리의 푸른 기운이 들려 있었다.
추요영은 푸른 기운을 힘껏 내던졌고 그 푸른 빛 덩어리를 받아 든 한제는 신식을 통해 여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우리 문양 부족에게는 수명 문양 외에 고부술(枯符術)이라는 것도 있다. 고부(枯符)를 만드는 방법이지. 넌 우리 문양 부족을 보살펴주었으니 후손들로부터 문양의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를 끝으로 여인은 이내 완전히 회오리에 잠겨버렸고 그 순간 사방은 고요해졌다. 수많은 혼백들도 모두 회오리 속으로 녹아들면서 이제는 회오리가 회전하는 소리만 들려올 뿐이었다.
뒤이어 회오리 역시 점차 가라앉기 시작해 금방이라도 지면의 거대한 구덩이 안으로 사라질 것만 같았다.
푸른 빛 덩어리를 쥔 한제는 추요영이 신식으로 전한 말을 떠올렸다. 그녀에 따르면 고부술을 위해서는 문양 부족의 힘이 필요하다. 또한 그녀의 말은 보이지 않는 한 가닥 사슬이 되어 한제와 문양 부족을 하나로 연결했다.
‘그녀가 자부심을 보였을 정도면 고부술은 뛰어난 술법임에 틀림없다.’
한제는 나천성역에서 요가 사람들과의 전투에서 보았던, 원력을 봉인할 수 있는 노란색 부적을 떠올렸다.
‘혹시⋯⋯?’
그때, 고요해졌던 장선지의 회오리가 다시 급격한 변화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동시에 끊임없이 가라앉고 있던 회오리의 중심에서 추요영의 모습이 떠올랐다.
“청림! 난 죽더라도 널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그 목소리가 울려 퍼진 순간, 장선지에서 대량의 혼백이 솟아올랐다. 그 혼백들은 끊임없이 붕괴했고 이에 따라 장선지는 진동하기 시작했다.
“이곳에 갇혀 있던 수만 년 동안 난 이 장선지와 하나로 합쳐진 상태다. 저들이 나를 떠나지 못하게 하고 있듯이 너 역시 나를 떠나지 못하게 할 것이다! 그러니 이곳을 떠나려거든 우리를 모두 죽여야 할 것이다!”
추요영의 악에 받친 목소리에 이어 장선지는 무너지기 시작했고 수많은 혼백이 그대로 찢겨나가면서 와해되더니 줄기줄기 파멸적인 힘이 되어 회오리에 녹아들었다. 그리고 회오리는 끊임없이 스며드는 힘에 놀라운 변화를 일으켰다.
거대한 회오리가 깊은 구덩이에서 하늘을 꿰뚫을 듯 솟구쳐 올랐고 그 바람에 깃든 힘은 일체의 생명을 가루로 부숴버릴 수 있을 만큼 강력했다.
허공자는 표정이 급변하더니 아름다운 중년 여인과 그녀의 제자를 데리고 먼 곳으로 달아났다.
그뿐만이 아니라 장선지의 모든 사람은 몸을 피하며 뿔뿔이 흩어졌다.
회오리가 몰아치자 사방은 거대한 소리와 함께 무너져 내렸다. 동굴의 가장자리 역시 그 힘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때, 회오리가 순간 튀어나가면서 한이 어린 날카로운 웃음소리와 함께 깊은 곳에서부터 뭔가가 점차 위로 떠올랐다.
그것은 길이가 1백 척 정도 되는 검은 연못이었다. 그 안에 가득 찬 검은 피는 음산한 기운을 짙게 발산했는데 기이하게도 그 음산한 기운은 다름 아닌 선기(仙氣)였다.
그 검은 연못의 사방에는 흉측하고 사나운 마수들이 빽빽히 조각되어 있었고 고통으로 일그러진 사람들의 얼굴은 그보다도 더 많이 새겨져 있었다.
장선지!
그것이 나타난 순간 끔찍한 기운이 한 줄기 뿜어져 나왔고 선부 밖의 선령천경(仙靈天境)에서도 바람이 휘몰아쳤으며, 땅과 하늘의 기색이 변했다. 뒤이어 콰르릉 하는 천둥소리도 이 옛 요령의 땅에 울려 퍼졌다.
심지어 요령의 땅 너머 우주에도 변화가 일었다. 동해의 소용돌이가 급속도로 회전하면서 주위의 모든 원력을 빨아들였고 이에 동해의 소용돌이는 사방을 향해 끊임없이 증폭되었다. 근처를 지나던 몇몇 수련자는 그 기세에 그대로 빨려 들어가 육신이 무너져 내렸고 원신도 도망치지 못했다.
이 끔찍한 변화는 수많은 사람들의 주의를 끌었다.
그리고 이때, 선제의 동굴에 있던 이들이 제대로 살피기도 전에 장선지 안에는 한 줄기 균열이 펑 하고 나타났다. 뒤이어 쩌적 하는 소리와 함께 균열이 갈수록 많아졌고 잠시 후 장선지는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꽝!
장선지가 무너져 내리면서 그 안에 있던 혼백들이 찢겨나가며 상상을 초월하는 힘이 사방으로 확산되었다.
허나 청림의 분신은 그 충격을 피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두 눈을 감고 하나의 빛이 되어 동굴 안에서 흩어져 사라졌을 뿐이다.
한제를 포함한 여러 사람들은 이 폭발의 힘에 끝도 없이 떠밀려 나갔다.
허공자 역시 그 충격에 안색이 하얗게 질려 있었고 심지어 부상까지 입은 상태였다. 그는 중년의 여인과 분홍색 옷을 입은 여인을 살필 겨를도 없이 그 엄청난 힘에 떠밀리면서 전방에 있던 선부의 금제에 충돌했다. 이에 충격을 받은 금제가 번쩍였고 동시에 그의 모습은 사라져 버렸다.
아름다운 중년 여인과 그녀의 제자 역시 사방의 금제에 부딪히면서 자취를 감추었다.
천운자는 끊임없이 뒤로 물러나면서도 기이한 보폭을 밟다가 몸을 날렸고 잠시 후 멀리 떨어진 곳의 어느 누각 밖에 있던 금제 안으로 사라졌다.
역시 그 충격에 뒤로 떠밀려 가던 사도환은 성난 고함을 내질렀다. 장선지의 붕괴로 형성된 거대한 힘은 그가 저항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한 움큼 피를 토해낸 그 역시 어느 금제 안으로 사라졌다.
한제는 몸을 바르르 떨었다. 엄청난 충격에 온몸의 뼈가 산산조각날 것만 같았고 극심한 통증으로 피가 뿜어져 나왔다. 그러던 중 지면의 꽃밭에 떨어진 그는 무슨 금제를 건드렸는지 그 자리에서 사라질 듯한 기색을 보였다.
한데 그 순간, 무너져 내린 장선지의 회오리 안에서 한 줄기의 반짝이는 빛이 나타났다. 그 빛은 앞을 가로막는 모든 금제를 파괴하며 엄청난 속도로 달려들더니 한제의 저물대를 관통해 그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순식간에 대전 안의 신비로운 사내에게 받았던 노란색 결정 안으로 스며들었다.
‘청림의 분신!’
한제는 그 결정이 다가온 순간 청림의 분신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장선지의 붕괴로 선제의 동굴은 격렬하게 진동했고 그곳에 들어온 모든 자들은 서로 다른 금제를 건드리면서 각기 다른 지역으로 전송되었다.
한데 이런 것이야말로 하늘의 뜻일까?
한제가 사라지던 그때, 온몸이 요기로 뒤덮여 있고 얼굴에는 상처가 가득한 여인이 충격에 떠밀려 와 한제가 사라진 곳에서 가까운 꽃밭에 쓰러졌다. 그리고 근처의 금제를 건드린 이 여인 역시 한제가 전송된 곳으로 보내졌다.
한참 뒤, 폭발의 충격이 가라앉으면서 그곳에는 폐허만 남게 되었다. 깊이 파인 구덩이에서는 서늘한 기운이 발산되었고 장선지는 셀 수 없이 많은 조각으로 나뉘어 그곳에 들어온 사람들이 그러했듯 곳곳의 금제로 사라졌다.
그리고 적막이 찾아왔다.
얼마나 지났을까? 지면의 거대한 구덩이에서 누군가가 몸부림치듯 일어났다. 머리가 크고 몸은 왜소한 그는 구덩이 밖으로 기어 나오더니 두려움에 질린 눈으로 사방을 둘러보았다.
그의 뒤로 진도삼자를 비롯해 몇 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름다운 중년 여인의 제자 중 죽어버린 한 명과 손선을 제외하면 이전에 회오리로 빨려 들어갔던 이들이 모두 구덩이 밖으로 기어 나왔다.
두려움이 가득한 눈으로 말없이 사방을 둘러보는 그들 중 저 먼 곳에서 성흔 담비가 빠르게 달려들고 있음을 알아챈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성흔 담비는 엄청난 속도로 구덩이를 파고들더니 곧장 아래쪽으로 내달렸다.
담비의 두 눈은 영민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는 그 구덩이의 가장 아래쪽에 그를 발광하게 만드는 기운이 존재함을 똑똑히 느꼈다.
진실과 거짓 사이의 영원한 것
아득한 우주 속에는 반짝이는 성운과 셀 수 없이 많은 운석뿐만 아니라 무궁무진한 먼지도 있었다. 이 먼지들은 보통 매우 미세하여 수련자들은 신식을 통해서도 그 일부만 볼 수 있었다.
이 우주의 한쪽 구석, 쇄열기 수준 수련자가 신식으로 훑는다 해도 감지할 수 없는 먼지들이 있었다. 그리고 이 작디작은 먼지 안에는 또 다른 세상이 존재했다.
요령의 땅이자 옛날에는 선령천경(仙靈天境)이었던 곳이며 선제(仙帝) 청림의 동굴이 있는 것도 이곳이었다.
그리고 그 먼지의 안쪽, 선제의 동굴 정중앙에는 대전이 하나 있었다.
전체적으로 보라색을 띤 이 대전에서는 짙은 위엄이 느껴졌다. 그 안에는 사람이나 가구 따위는 없었고 그저 99개의 촛대가 바닥에 진을 이룬 채 놓여 있을 뿐이었다. 그중 64개의 촛대에 꽂힌 초는 이미 꺼져 있었고 남은 35개의 촛불은 일정치 못한 빛을 발하며 대전 안을 채웠다.
한데 갑자기 바람이 한 줄기 일며 촛대들을 휩쓸었고 불빛이 격렬하게 흔들리면서 23개의 촛불이 크게 일렁이더니 하나하나 꺼져갔다. 촛불이 하나씩 꺼질 때마다 대전은 한층 더 어두워졌다.
불이 꺼진 초에서는 푸른 연기가 피어올라 허공에서 마영(魔影)을 이루었는데 그 마영은 소리 없이 광기 어린 미소를 지었다.
한편, 이 대전의 지하에는 위쪽의 대전과 똑같이 생긴 곳이 있었다. 다만 이곳에는 바닥에 촛대가 아니라 거대한 의자만 하나 있었다. 그리고 그 의자에는 누군가의 인영이 있었는데 위의 대전에서 푸른 연기가 흩어진 찰나 그는 몸을 격렬하게 떨었다. 심지어 칠규(七竅)에서 피를 흘리기까지 했다.
온몸이 검은 안개로 뒤덮인 남자는 덜덜 떨다가 두 눈을 번쩍 떴으나 그의 두 눈은 혼탁했다.
이곳이 한제가 유명인로(幽冥引路)를 발휘했을 당시 방해를 받으면서 이어졌던 곳으로 의자에 앉은 남자는 당시 그에게 노란색 결정을 주었던 바로 그자였다.
“이제12개만 남은 것인가? 추요영, 넌 죽기 직전까지 나를 해치는구나. 내가 네게 그토록 미움을 산 것이냐?”
남자의 얼굴에 씁쓸한 빛이 드리웠다.
“네 문양 부족은 당시 우리와 연맹을 맺기를 원했다. 나는 너희 부족을 위해 하나의 계를 열어 그 안에서 머물 수 있도록 해주었지. 하지만 너희 부족이 도착한 뒤 우리 선계에서 대량의 선인들이 실종되었고 그 실종에 너희 문양 부족이 관련됐다는 정황과 증거들이 발견되었다. 난 믿지 않았으나 부계(符界)에 갔을 때 너희가 우리의 선혼(仙魂)을 취한 것을 직접 보았지. 문양 부족의 성스러운 문양 성부(聖符)를 활성화하기 위한 것이라더군.”
남자의 목소리는 점점 가라앉았다.
“그런 짓을 저지른 너희를 어찌 그냥 두겠느냐? 이 청림이 어찌 노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이냐? 선계에 그토록 참혹한 전쟁이 일어난 것도 선계가 원기를 잃고 무너진 것도 모두 그 때문이었지. 게다가 선계의 붕괴도 사실은 너희 계획 중 하나였다! 문양 부족의 성조(聖祖), 그것은 너의 분신일 뿐. 너의 진정한 정체는 계외(界外) 장존(掌尊)의 딸이다. 네가 우리 봉계(封界)에 온 목적은 네 말과 달리 봉계의 힘 일체를 파괴하기 위함이었지.”
남자의 얼굴은 전보다 더 씁쓸해졌다. 그는 탁한 눈으로 기억을 더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