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836
하지만 이전까지의 허상들과 달리 실재와도 같았고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매섭게 아래로 내리꽂혔다.
쾅!
거대한 소리와 함께 허공자의 분신은 뒤로 밀려났다. 그러나 좀 전과는 다르게 검의 허상은 흩어지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밝게 번득이면서 다시 한 번 공격을 가했다. 그 공격은 앞선 공격과 하나로 연결되었다.
허나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은빛 섬광을 번득이던 거대한 검의 허상은 허공자의 분신과 충돌하자마자 또다시 빛을 번득이면서 공격을 가했다. 또 한 번, 다시 한 번… 검의 허상은 쉴 틈 없이 공격을 했고 심지어 속도는 갈수록 빨라져 이제 눈 깜짝할 사이에 열한 번이나 휘둘러졌다.
한제의 원력은 철검의 허상이 여섯 번째 검기를 발산했을 때 이미 바닥난 상태였다. 그러나 철검은 고신의 육신 속에서 고신의 힘을 흡수해 계속해서 검기를 발산했다.
여덟 번째 검기는 은빛 용처럼 허공자의 분신을 가격했고 뒤이어 아홉 번째, 열 번째, 열한 번째 검기가 쏟아져 나왔다.
기이한 철검의 연속적인 공격에 모두가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은빛 섬광의 공격은 점점 빨라져 순식간에 열아홉 번째… 스물두 번째 검기가 발산됐다.
한제의 피부는 말라가기 시작했고 안색도 어두워졌다. 특히 열일곱 번째 검기 이후로는 그전보다 몇 배는 더 강한 위력을 발휘했고 이에 고신의 힘도 슬슬 바닥이 나고 있었다.
한계에 달한 한제는 스물세 번째 검기가 발산된 순간 두 눈을 번쩍 떴다.
순간 번개가 하늘을 가르며 지나가는 듯하더니 허공자의 분신 속 원신이 있는 곳에 응집되었던 은색 빛들이 우뚝 멈추었다. 그러더니 은색 빛은 전에 없이 밝아졌고 그곳에서는 스물세 개의 은빛 검이 나타나 일제히 허공자의 분신 속 원신을 관통했다.
콰콰쾅!
허공자의 원신으로서는 그 공격을 피할 수가 없었다. 이에 분신의 체내에 녹아들었던 보라색 얼음 조각은 쩌적 소리와 함께 갈라져 흩어졌고 허공자의 분신 속 원신 역시 갈래갈래 갈라져 버렸다.
허나 끝이 아니었다. 스물세 자루의 검은 그물처럼 교차하더니 허공자의 본체를 향해 돌진했다.
“크윽!”
허공자는 피를 토해내며 다급히 뒤로 물러났다.
“이⋯⋯ 이건 일반적인 차공열(次空涅) 법보가 아니야!”
허공자는 경악한 듯 외쳤다. 그는 분신에 녹여 넣은 원신이 무너져 내린 탓에 부상이 더욱 심각해진 상태였다.
그 와중에 저 스물세 자루의 검이 곧장 자신에게 달려들자 머리가 저릿해졌다.
허나 아주 잠시, 딱 열을 셀 정도의 시간만 주어진다면 본원의 힘을 깨달을 자신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물러나고 싶지는 않았다.
여섯 번째 층
“젠장!”
허공자는 그제야 한제가 본원의 힘을 꺼낸 이유를 깨달았다. 자신이 본원의 힘에 눈이 멀어 전력을 다해 싸우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허공자는 저물대에서 손바닥 크기의 검은 거북이 등껍질을 꺼냈다.
형용할 수 없는 위압감이 풍기는 이 등껍질 역시 차공열 법보였다.
수련자 연맹의 중요 인물인 그는 역시 수많은 법보를 가지고 있었다.
그 등껍질을 앞으로 내던진 허공자는 이를 악물더니 이제 모든 것을 하늘에 맡긴채 본원을 깨닫는 데 모든 심신을 집중했다. 이번 기회야말로 그가 그토록 오랫동안 꿈꿔온 세 번째 단계로 들어설 유일한 방법일 것이었다.
거북이 등껍질은 허공에 떠오르더니 저 멀리까지 검은 빛을 폭발시켰다.
한데 그 순간, 스물세 자루의 검이 일자 대형을 이룬 채 달려들었다.
콰콰쾅!
검의 대형과 등껍질이 내뿜은 검은 빛이 충돌하자 공간이 터져나가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거북이 등껍질은 뒤로 끊임없이 밀려났지만 결국 그 검의 위력을 막아내는 데 성공했다.
허나 끝이 아니었다. 두 개를 제외한 스물한 개의 검이 일직선을 이루더니 곧장 다시 달려들었다.
쾅! 쾅! 쾅!
충돌음이 계속되며 끊임없이 뒤로 밀려난 등껍질에는 커다란 균열이 생겨났고 이내 완전히 무너져 내려 산산조각이 나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그 순간, 가장 큰 파괴력을 가진 마지막 두 자루의 검이 곧장 허공자를 향해 달려들었다.
허공자에게는 대항할 틈이 없었다. 그렇다고 본원의 깨달음을 얻을 기회를 포기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위기의 순간, 허공자는 눈빛이 날카롭게 변하더니 두 손을 바깥쪽으로 떠밀었다. 그러자 그의 옷이 광풍에 휘날렸고 체내에서 보라색 바람이 확산돼 회오리를 이루었다.
펑!
회오리는 스물두 번째 검과 함께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마지막 스물세 번째 검이 곧장 허공자의 가슴팍으로 향했다.
지금이 바로 한제가 그토록 기다려온 순간이었다.
그는 철검의 네 군데의 녹슨 부분을 빠르게 문질러 왼손에 녹을 묻히더니 곧장 손가락을 튕겼다.
쾅!
스물세 번째 검의 공격을 받은 허공자는 얼굴이 창백해졌고 가슴팍은 완전히 파헤쳐진 상태였으며, 왈칵 피를 토해냈다. 그러나 그는 멈추지 않았다.
“거의 끝나 간다!”
그의 눈은 광기로 물들어 있었다. 그는 몸 상태도 살피지 않고 그저 본원을 깨닫는 데에만 집착했다.
세 번째 단계에 매우 가까워진 상태로 이제 명확한 깨달음만 얻으면 되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허공자가 오매불망하던 세 번째 단계에 이르려던 그 순간…
“그래, 바로 이…”
한제의 손짓에 가벼운 바람이 불어왔다. 허나 그 바람에 닿은 허공자는 몸을 격렬하게 떨기 시작했다.
뭉그러진 가슴팍에서 피가 사방으로 튀었고 얼굴의 칠규(七竅)에서 피가 줄줄 흘렀다.
동시에 그는 뒤로 밀려나면서 본원의 힘이 깃들어 있던 붉은 빛이 드리운 범위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그 순간, 그전까지 쌓아뒀던 깨달음은 곧바로 흩어져 버렸다.
“안 돼!”
허공자는 광포한 짐승처럼 절규했다. 하지만 그의 육신은 피안개를 내뿜으며 계속해서 뒤로 밀려났다.
그 순간, 한제의 미간에서 세 번째 눈이 번득이더니 본원의 힘이 깃든 빛이 흩어져 사라졌다. 그 안에 깃들어 있던 본원은 거의 사라져 이제 실낱같이 얇은 한 줄기만이 남은 상태였다.
한제는 손에 철검을 쥔 채 차가운 눈으로 중년 여인을 바라보았다. 여인은 방금 한제가 보인 신통력과 법보에 더 이상 그와 눈도 맞추지 못하고 얼른 고개를 돌렸다.
흑의의 사내 역시 한제의 시선이 닿자 충격을 받고는 눈길을 돌렸다.
이 순간 한제의 기세는 그가 여태 봐온 그 어떤 이의 기세보다 더 강력했다.
함정을 팠건 뛰어난 법보를 사용했건,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어쨌든 한제는 쇄열기 수련자를 꺾지 않았는가?
“내 본원을 갖고 싶다면 내 보물이 갖고 싶다면 얼마든지 덤벼라!”
한제는 살기 어린 눈을 번득이며 냉소를 지었다. 그리고 두 조각상의 눈에서 발산된 보라색 빛의 회오리로 점차 녹아들면서 사라져갔다.
대전에 남은 세 수련자가 받은 충격은 오랫동안 흩어지지 않았다.
흑의의 사내와 중년 여인은 한제가 거의 모든 기력을 소진했음을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그에게 감히 덤빌 수가 없었다. 스물세 자루의 검이 발휘한 연속적인 공격을 보고 기가 꺾인 것이다.
‘주작성종(朱雀聖宗)은 저자로 인해 이전의 영광을 넘어서서 더욱 부흥하겠구나. 그에게는 본원이 있으니. 과연 누가 그에게 본원을 준 것인가?’
흑의의 사내는 두려움이 어린 눈으로 몸을 가볍게 떨었다.
바닥에 내려선 허공자의 핏기 없는 얼굴은 비통함으로 가득했다.
“조금만… 아주 조금만 더 시간이 있었더라면… 조금만 더!”
그는 주먹을 바르쥐며 온몸을 떨었다. 육신 곳곳에서 전해져오는 고통과 원신의 반이 사라지면서 입은 심각한 부상으로 그의 수준은 대폭 떨어진 상태였다. 또한 본원을 깨달을 수 있다는 희망이 꺾이면서 그는 좌절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오랜 시간 수련해온 노련한 수련자답게 그는 이내 정신을 차렸다.
‘아주 교활하고 대담한 녀석이다. 그런 녀석이 미래의 주작성황이 되도록 내버려둘 수는 없지! 나의 첫 번째 천쇠(天衰)가 3천 년 더 일찍 오는 한이 있더라도 저놈을 죽이고 본원을 빼앗겠다!’
한편, 중년 여인이 받은 충격은 그 둘보다 더 큰 충격을 받았다. 그들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녀를 경악하게 한 것은 본원이 아닌 그 철검이었다. 그 강력한 법보에 대해 그녀는 이전에 들어본 기억이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곤허경(昆虛境)에서 어느 선배가 이야기해준 지극히 귀중한 보물들에 대해 들었던 기억을 떠올렸다. 세상의 보물은 영(靈), 현(玄), 선(仙), 공(空), 열(涅)의 다섯 종류로 나뉘고 각각은 또 여러 등급으로 나뉜다.
영보(靈寶)와 현보(玄寶)가 가장 흔한 법보로 첫 번째 단계의 수련자들이 사용하는 것들은 대부분 여기에 속했다.
상고 시대 연기사(煉氣士)들이 사용하던 선보(仙寶)는 그보다 드물지만 두 번째 단계에 이른 수련자들에게는 만족스러운 법보가 아니었다. 특히 쇄열기 수련자에게는 선보라 해도 최고급이 아니라면 별로 눈에 차지 않았다.
쇄열기 수준 수련자들은 더 높은 등급의 법보를 원했다. 이에 상고 시대보다 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원고 시대 유적에서 발견할 수 있는 공보(空寶)를 찾았다.
공보는 매우 드물어 쇄열기 수준 수련자들은 이를 매우 아끼고 소중히 여겼기에 쉽사리 사용하지도 않았다. 제작 원리를 알 수 없으니 수리하거나 복구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보통 쇄열기 수련자는 공보를 최고급 법보로 여겨, 그런 법보를 얻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허나 쇄열기 후기 절정에 이른 수련자들은 비록 공보를 소중히 여기긴 해도 이를 위해 목숨을 걸 정도는 아니었다. 그들이 추구하는 것은 전설처럼 떠도는 수련의 세 번째 단계에 이르는 것이기 때문에 법보를 그리 중히 여기지 않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세 번째 단계는 너무나 모호해서 나아가는 방향을 잡기란 쉽지 않았다. 대부분은 그저 다섯 차례의 천쇠(天衰)를 차례로 거쳐 결국 큰 파도에 휩쓸리면서 천천히 사라져갈 뿐이었다.
이들에게 세 번째 단계에 이르는 것은 꿈이나 희망일 뿐만 아니라 삶에 대한 열망과도 같은 것이었다. 세 번째 단계에 이르러야 다섯 차례의 천쇠에 대항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섯 차례의 천쇠는 쇄열기 수준의 수련자라면 반드시 겪어야 하는 재난이었다. 한 차례 천쇠를 겪을 때마다 그 수준과 힘은 몇 배로 증폭되지만 다섯 차례의 천쇠를 무사히 지나 보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일 뿐만 아니라 실패는 곧 죽음을 의미했다.
풍(風)의 선계의 하계에서 우연히 연맹성역에 도착하게 된 수련자가 있었다. 그는 아직 세 번째 단계에는 이르지 못한 채 네 번의 천쇠를 겪은 상태였다. 그가 네 차례의 천쇠를 겪고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어떤 법보 덕이었다. 이 법보는 다름 아닌 열보(涅寶)였다.
열보의 기원은 태고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아직까지 남아 있는 열보는 거의 없었다.
쇄열기 수련자들은 곳곳의 원고 시대 유적에서 공보보다 뛰어나지만 열보보다는 떨어지는 법보들을 발견했는데 그것이 바로 차공열 법보였다.
이런 차공열 법보는 매우 드물었기 때문에 대부분 쇄열기 후기 수련자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또한 차공열 법보를 가지고 있는지의 여부가 연맹 장로단의 기준 중 하나이기도 했다.
약간 모호하지만 보통의 법보처럼 차공열 법보에도 하급, 중급, 상급, 그리고 최고급의 등급이 있다.
허나 이런 법보들은 조상으로부터 물려받는 것일 뿐, 누구도 만들 수 없기 때문에 사실 상세한 구분 자체가 불가했다.
‘수련자의 살의를 흡수하고 허상을 만들고 저토록 강한 위력을 발휘하다니. 저 철검은 최소한 상급… 어쩌면 최고급 차공열 법보일지도 모른다.’
아름다운 중년 여인의 표정이 더욱 어두워졌다.
대전에 남은 세 사람이 각자의 생각에 잠겨 있던 이때, 대전 밖에서 다시 한 번 포효가 들려왔다. 전보다 훨씬 더 가까워진 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