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842
그때, 능천후가 낮게 고함을 지르며 다섯 갈래의 원신검을 소환해낸 뒤 엄청난 속도로 대문을 향해 달려들었다.
쾅!
거대한 소리와 함께 대문 위의 글자가 격렬하게 번득였지만 그뿐이었다.
“난 열지 못하겠군!”
자존심이 상한 듯 능천후는 그 말을 끝으로 물러났고 아름다운 중년 여인과 호리병 위의 노인도 고개를 저었다.
이오와 호연 역시 미간을 찌푸렸다. 그들 역시 성공하지 못한 상태였다. 이 봉인이 있는 한 궁전 안으로는 들어갈 수가 없었다.
그들도 풀지 못한 봉인을 자신이 열 수 있을 리 만무했기에 한제는 뒤로 물러나 가두 눈을 감고 좌선하기 시작했다. 물론 신식은 펼쳐둔 상태였다.
그의 근처에는 분홍색 옷의 여인이 서 있었다. 그녀는 수없이 많은 눈꽃으로 스스로의 몸을 감싸게 한 채 이곳의 높은 온도를 견뎌내고 있었다. 그녀가 소환한 눈꽃에 그녀의 발아래 바위도 얼어붙기 시작했다.
시간이 천천히 흘러갔다.
한제를 따라온 흑의의 사내도 일찍이 이곳에 이른 뒤 조심스레 한쪽에 서서는 궁전의 대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대문에 적혀 있는 글자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힘이 깃들어 있었다.
수준 높은 수련자들은 번갈아가며 끊임없이 공격을 퍼부었고 그때마다 요란한 소리와 함께 돌 조각들이 떨어져 내렸다. 그리고 이 소리들은 거의 하나로 이어져 이제는 화산 밖에서도 그 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그러다 어느 순간, 배이라의 마지막 일격에 모든 이들의 신통술이 합쳐지면서 형성된 폭풍이 곧장 궁전을 향해 달려들었다.
쾅!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엄청난 소리와 함께 궁전의 대문에 적힌 글자가 무너져 내리면서 대문이 열렸다.
한데 그 순간,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마(魔) 자가 흩어지고 궁전의 대문이 열린 순간, 그 아래쪽에서 바다를 이룬 용암이 격렬하게 용솟음치기 시작했고 음울하고 먹먹한 포효가 그 안에서 터져 나왔다. 그와 동시에 용암의 바다에서 하늘을 뒤덮을 듯한 파도가 위로 솟구쳐 올랐다.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힘이 용암을 위로 떠밀어 올렸다.
마치 화산이 폭발하는 듯 그 용암이 솟구쳐 오른 순간, 주변의 온도는 이전보다 몇 배나 높게 치솟았고 이에 암석들이 쩍쩍 갈라졌다.
허나 조각난 암석들은 떨어져 내리기도 전에 검은 연기가 되어 위로 피어올랐다.
화산 역시 흔들렸고 검은 연기는 이전보다 훨씬 더 강력한 기세로 분화구에서 분출된 뒤 고리 형태를 이루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심지어 연기가 하늘을 뒤덮으면서 대지는 어둠에 잠겨버렸다.
지면의 균열 사이로 흐르는 용암에서 발산하는 붉은 빛만이 어렴풋이 그 주위를 밝힐 뿐이었다.
한편, 궁전의 대문이 열린 순간 곧장 튀어나간 배이라는 용암이 위로 치솟은 그때 그 안으로 들어섰다. 그 뒤를 따라 다른 이들도 재빨리 궁전으로 진입했으나 그들의 속도는 용암의 속도에 미치지 못했다.
용암 자체는 이들에게 아무런 위협이 되는 않았다. 허나 그들이 몸을 날려 용암을 관통한 그 순간, 암적색 용암 안에서 거친 손 하나가 쑥 뻗어 나와 아름다운 중년 여인을 움켜쥐었다.
“꺄아악!”
여인은 비명을 지르며 빠져나오려 했지만 순식간에 화염으로 뒤덮이더니 그대로 끌려 들어가고 말았다.
이 갑작스러운 상황을 목격한 모든 이의 심신이 바르르 떨렸다.
하지만 끝이 아니었다. 용암이 위로 솟구쳐 오르면서 울려 퍼진 성난 포효는 거대한 음파가 되어 사방의 암석들을 다시 한 번 무너뜨렸다.
동시에 바다를 이룬 채 파도를 철썩이던 용암 안에서 자홍색 관 하나가 드러났다.
용암 위로 떠오른 관에서는 더욱 강한 포효가 들려왔다.
“캬아아아!”
그 관에 대해 잘 알고 있던 이오와 호연은 표정이 급변하더니 두 손으로 결인을 그려 서로의 결인을 합쳤다.
순간 두 사람의 모습이 투명해지더니 주변 모든 사람들을 뛰어넘어 곧장 대전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이 부부가 대전 안으로 들어선 순간…
쾅!
거대한 소리와 함께 관이 산산조각 나더니 사방으로 흩어지며 주위의 수련자들에게로 떨어졌다. 그와 동시에 무너져 내린 관 안에서 붉은 옷을 입은 노인이 나타났다.
그 노인에게서는 생기를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그저 죽음의 기운만이 드리워져 있을 뿐이었다.
모습을 드러낸 노인은 곧장 주위의 수련자들에게로 돌진했다.
그때, 천운자가 눈을 번득이며 주문을 외듯 입술을 살짝 달싹였다. 그러자 적의(赤衣)의 노인이 그대로 우뚝 멈춰버렸다.
이어서 천운자는 소매를 휘두르며 대전으로 돌진했다.
한데 바로 그때, 적의의 노인의 몸이 그대로 무너져 내리더니 긴 포효가 울려 퍼졌다. 그 포효에 불바다는 순간 거대한 화룡(火龍)이 되더니 여러 수련자들을 한입에 집어삼킬 듯 달려들었다.
이에 안색이 창백해진 분홍 옷의 여인이 몸을 날려 대전 안으로 들어가려 했지만 그 직전에 화룡이 그녀를 집어삼켰다. 그녀는 한 줄기 반짝이는 빛이 되어 화룡의 체내로 녹아들었다.
수련자들은 각자 최대한 빨리 대전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다른 이를 살필 여유는 없었다.
한제는 자홍색 관이 나타난 순간 곧장 대전으로 달려들었지만 그가 막 대전에 들어서려는 순간 바로 앞서 대전에 진입한 허공자가 몸을 홱 돌리더니 냉랭한 눈으로 그를 노려봤다.
“캬오오!”
아래쪽에 있던 화룡이 궁전 전체를 집어삼킬 수 있을 만큼 거대한 입을 쩍 벌리며 달려들었고 한제는 엄청난 흡입력에 궁전과 함께 화룡의 입속으로 빨려들어갔다.
화룡은 그 모든 것을 삼킨 뒤 몸을 틀어 용암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요동치던 용암은 더욱 격렬하게 출렁였고 점점 더 높게 그리고 점점 더 빠르게 솟구쳐 오르다가 결국 분화구 밖으로 분출되었다.
곤허의 성녀
한참 뒤, 모든 것이 끝나고 화산의 폭발도 멈추었고 검은 연기만이 계속해서 피어올랐다.
화산 내부의 용암은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고 화산 바닥의 용암은 다시금 얌전해졌다. 다만 궁전은 사라진 상태였다.
한데 이때, 화룡이 집어삼킨 궁전이 바다를 이룬 용암 가장 깊은 곳에서 나타났다. 이 궁전은 용암에 아예 잠겨 있었기 때문에 그 안에서도 뜨거운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한제 또한 대전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사방의 용암이 발산하는 열기에 그의 체내에 남아 있던 상처는 빠르게 회복됐다.
또한 그는 굉장히 진득한 이곳의 용암으로부터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진한 불 속성의 원력을 느낄 수 있었다. 그의 몸 위의 주작 문양이 순간 붉은 빛을 발산하면서 날카롭게 울부짖기까지 했다.
한제는 가부좌를 틀고 앉은 채 점점 가라앉다가 바닥에 닿았다.
궁전으로부터 1만 척 정도 떨어져 있는 그는 두 손으로 결인을 그려 사방의 용암으로부터 짙은 불 속성의 원력을 흡수했다. 이에 따라 그의 몸은 붉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시간은 천천히 흘러갔고 한제는 두 눈을 번쩍 떴다. 사방은 고요했다.
이때 한제 체내의 원력은 전보다 더 정진된 상태였다.
잠시 고민하던 한제는 다시 가부좌를 틀고 앉은 채 계속해서 좌선했다.
이 순간은 그에게 귀중한 기회였다. 이곳처럼 불 속성의 원력이 짙은 곳은 다시는 없을지도 모른다.
두 눈을 감은 한제는 계속해서 화염 안의 원력을 흡수했다.
다시 시간은 흘러갔고 한제가 흡수를 이어감에 따라 화산 바닥의 용암은 서서히 줄어들었다.
그동안 한제는 격렬하게 요동치는 용암으로 인한 화산 폭발 때문에 세 차례 깨어났고 그럴 때마다 화산 폭발을 자세히 관찰했다.
네 번째로 깨어났을 때, 한제는 더 이상 호흡을 이어갈 수 없었다.
이곳의 용암에는 아직 많은 원력이 남아 있었지만 그가 계속해서 이곳의 원력을 흡수함에 따라 용암과 혼연일체가 되어가는 듯한 느낌과 함께 이 안에 존재하는 기이한 영(靈)의 존재를 감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너무 많은 원력을 흡수했다가는 그 기이한 영을 방해하게 될 가능성이 높았다.
한제는 그 기이한 영이 모든 것을 집어삼켰던 화룡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한제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 자신과 같이 용암에 잠겨 있던 궁전으로 향했다. 하지만 몇 걸음 가기도 전에 돌연 우뚝 멈춰 섰다. 궁전의 대문 근처에서 기포 하나가 접근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기포 안에는 두 사람이 있었다. 용암과 화룡이 집어삼킨 분홍 옷의 여인과 아름다운 중년 여인이었다.
중년 여인은 현재 의식이 없어 보였고 온몸은 붉게 달아올라 꼭 죽음을 눈앞에 둔 듯했다.
한편 분홍 옷의 여인을 뒤덮고 있던 눈꽃도 사라진 상태였다. 그녀의 미간에만 눈꽃의 흔적이 남은 채 서늘한 기운을 발산하고 있었다. 그 기운이 바로 그 기포 안에서 그녀를 살아남게 한 근원이었다.
그녀는 한제를 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주작이 각성하면서 한제가 화염에 엄청난 저항력을 갖추게 됐음은 알고 있었지만 이 용암 안에서 저토록 평온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당시 사성종(四聖宗)을 그렇게나 두려워했던 것도 당연한 일이구나.’
이 용암에서 몇 개월을 보내는 동안 다행히 중년 여인을 찾아냈지만 그녀는 줄곧 혼수상태에 빠져 있었고 기이하게도 체내에는 화염의 힘이 가득 배어 있었다.
여인을 깨워볼 생각도 했으나, 그러기에는 힘이 부족했다.
사저에게서 받은 법보로 스스로를 보호하고는 있었지만 빠르게 이동할 수도 없어서 몇 개월 만에 겨우 대전을 발견했을 뿐이다.
한데 이곳에서 한제를 맞닥뜨리게 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도 못했기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한제를 본 순간 가슴이 덜컥 내려앉은 그녀는 초조한 마음에 기포를 통제해 속도를 높였다.
허나 이로 인해 기포는 불안정해졌고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조짐을 보였다. 그녀는 이런 것들을 무시한 채 더욱 속도를 올렸다.
한제는 냉랭한 표정으로 두 여인을 감싼 기포가 있는 곳을 향해 돌진했다.
그 모습에 분홍 옷의 여인은 더욱 초조해졌다. 한제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와 중년 여인 사이에 갈등이 있었다는 것만은 알고 있었다. 그러니 어쩌면 이 중년 여인을 죽이려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한제! 허공자와 너 사이에는 문제가 있을지도 모르나 우리 두 사람과 너 사이에는 아무런 원한도 없지 않은가!”
분홍 옷의 여인은 어느덧 수백 척 앞까지 다가온 한제를 보고는 크게 외쳤다.
한제의 표정은 시종일관 냉랭했다. 삽시간에 수백 척 거리를 뛰어넘어 기포 앞에 이른 그는 차가운 눈으로 두 여인을 바라보았다.
분홍 옷의 여인은 잔뜩 경계하는 눈으로 한제를 노려보았고 미간의 눈꽃의 흔적은 끊임없이 번득였다.
그녀는 한제가 행동에 나선다면 막을 방법이 없었다. 유일하게 기댈 것이라고는 대사저에게서 받은 호신용 법보인 이 눈꽃 모양 표식뿐이었다.
“네가 곤허의 성녀냐?”
한제는 신식을 이용해 분홍 옷의 여인에게 물었다. 그의 신식은 곧장 사방을 뒤덮은 용암에 녹아들어 파문으로 울렸고 이에 기포는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듯 격렬하게 진동했다.
여인은 순간 창백해진 얼굴로 입술을 깨물더니 고개를 저었다.
“아니, 곤허의 성녀는 내가 아니라 대사저다.”
“너와 저 여인은 무슨 관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