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845
뒤이어 진을 이룬 촛대들의 중앙에서 원형의 빛이 떠오르더니 검은 안개를 뿜어냈다.
능천후는 이를 악물고는 그 원형의 빛으로 몸을 던지더니 삽시간에 사라져 버렸다. 뒤이어 한제도 은시를 거두고는 그 빛으로 들어섰다.
한편, 여덟 번째 층의 대전과 똑같이 생긴 아홉 번째 층의 대전의 의자에 앉아 있던, 검은 안개로 이루어진 인영은 그 순간 고개를 번쩍 쳐들었다.
그의 두 눈에서는 갈등의 빛이 드러났고 미간에서는 하나의 점과 같은 빛이 번득였다. 사방에서는 검은 기운이 끊임없이 솟아오르면서 그 빛의 점을 삼키려 들었다.
대전 밖에서는 콰르릉 하는 소리가 계속해서 울려 퍼졌고 이따금 성난 고함도 천둥처럼 울려 퍼졌다. 밖에서 격렬한 전투가 벌이지고 있는 듯했다.
선제의 동굴에 들어온 이들 대부분이 부상을 입은 채로 대전을 에워싸고 있었다. 또한 수없이 많은 마영이 궁전을 둘러싼 채 피에 굶주린 듯이 끊임없이 그들에게 달려들었다.
수련자들이 아무리 강한 공격을 쏟아부어도 이 마영들은 흩어지지 않았다.
허공자는 창백한 얼굴로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검은 선혈을 토해낸 그는 오른손으로 자신의 몸을 몇 번 두드려 부상을 억눌렀다.
그의 곁에는 흑의의 사내가 혈색 없는 얼굴로 가부좌를 틀고 있었다. 그의 두 눈은 전방에 단단히 고정된 상태였다.
천운자는 소매를 휘둘러 엄청난 신통력을 발휘하여 계속해서 마영을 공격했고 어두운 안색의 이오는 물의 장막으로 몸을 감싼 채 미친 듯이 진격해 나갔다.
그가 광기를 드러낸 이유는 두 가지로 하나는 그의 은사인 청림이었고 다른 하나는 호연이었다.
호연이 아홉 번째 층으로 이어지는 입구를 활성화한 순간 그 안으로 빨려들자 이오는 잠시 당황해 정신을 놓았고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배이라가 공격해왔다.
여기에 천운자가 배이라를 도우면서 이오는 심각한 부상을 입었지만 그는 수많은 단약을 복용해 회복하기가 무섭게 배이라와 천운자에게 반격하는 대신 호연을 찾기 위해 아홉 번째 층으로 들어섰다.
한편, 배이라는 다른 한쪽에서 온몸을 요기로 뒤덮은 채 요염(妖焰)을 형성했다. 또한 그는 고요의 허상까지 소환했다.
이 허상은 허상인데도 불구하고 실재하는 듯한 기묘한 기운을 풍겼다. 그가 오른손을 들어 올릴 때마다 발휘되는 신통술이 수많은 마영들을 공격했다.
“타지아! 네 마영법(魔影法)에는 엄청난 마력이 소모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얼마나 버티는지 보자!”
배이라의 말에 답을 해오는 것은 사방에 자리한 모든 이들의 심신을 뒤흔들 정도로 서늘하고 거친 목소리였다. 모호하고 흐릿했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욱 강한 힘이 느껴졌다.
“배이라, 내가 마지막 탈취를 마치면 지금의 내가 얼마나 강한 마력을 가지고 있는지 너도 알게 될 것이다!”
그 말을 듣고 두 눈이 더욱 붉어진 이오는 두 손으로 결인을 그린 뒤 남색 빛을 소환했다.
빛은 눈 깜짝할 사이 망망대해를 이루더니 진짜 바다처럼 파도가 휘몰아치면서 대전을 뒤덮은 검은 안개로 달려들었다.
호리병 위의 노인 역시 신통술을 발휘하여 그 안개 속의 마영을 공격했다.
주일 역시 이곳에 있었으나 그는 너무도 허약해진 채 전방의 검은 안개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 마기는 너무도 강했기에 영체(靈體)인 그는 계속해서 잠식당해갔다.
바로 그때, 한제와 능천후가 이곳에 이르렀다.
아홉 번째 층은 그다지 넓지 않은 데다가 중앙의 궁전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에 두 사람은 곧장 전방에서 벌어지는 격렬한 전투를 목격할 수 있었다.
배이라가 소환한 고요의 허상과 이오가 소환한 망망대해에 시선이 쏠린 그때, 기이한 눈빛을 번득이던 천운자가 오른손으로 하늘을 가리키며 낮게 외쳤다.
“천운일지(天運一指)!”
그 순간, 온 세상을 다 뒤덮을 듯한 이오의 바다에서 거대한 회오리가 하나 나타났다.
뒤이어 엄청난 위압감이 하늘에서 강림하는가 싶더니 거대한 손가락 하나가 바닷속에서 쑥 빠져나와 검은 안개로 뒤덮인 궁전을 매섭게 압박했다.
그때, 배이라가 두 팔을 벌리자 그 뒤에 붙어 있던 그림자가 떨어져 나와 휙 하고 스물세 개의 작은 깃발이 되어 고요의 허상을 에워쌌다.
이어서 고요의 허상이 앞을 향해 손가락을 뻗자 스물세 개의 녹색 깃발에서는 상상을 초월하는 위압감이 발휘되었다.
그러더니 그 안에서 각각 고신과 고마, 심지어 상고 시대의 흉악한 마수까지 나타나 하늘을 가득 채웠다.
온갖 신통력이 하늘에서부터 떨어져 내려 궁전을 둘러싼 안개로 돌진했다.
그때, 이를 악물고 공격을 가하려던 허공자는 한제를 발견하고는 우뚝 멈추었다.
그의 곁에 있던 흑의의 사내의 눈에 탐욕이 드러났다. 궁전을 열면 중상을 입은 선제 청림이 있을 터였다. 비록 고마가 있다고 하나 자신들의 수가 훨씬 많은데다가 대부분 내로라하는 강자들이니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을 터였다.
‘청림의 피 세 방울만 얻으면 임무를 완수할 수 있다. 그럼 주인님께서는 내 수준을 대폭 높여주실 것이다!’
호리병 위의 노인도 탐욕으로 눈을 번득이며 신통력을 거두더니 뒤로 물러났다.
여태까지 천운자의 뒤만 쫓아왔기 때문에 큰 우여곡절을 겪지 않았던 그가 이곳에 온 목적은 청림의 신통한 선술이었다.
천운자와 배이라, 그리고 이오의 신통력이 발휘되자 땅 전체가 요란한 소리와 함께 진동하기 시작했고 수없이 많은 균열이 일며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리려 했다.
그러던 와중에 천운자의 손가락이 강림하자 대지는 완전히 붕괴했고 심지어 선제의 동굴도 격렬하게 뒤흔들렸다.
1층에서 9층까지 모두 그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고요의 녹색 깃발에서 나타난 수많은 허상들로 인한 진동은 선제의 동굴뿐만 아니라 요령의 땅 전체로 퍼져나갔다.
지면의 붕괴는 곧장 이 아홉 번째 층을 거의 폐허로 몰아넣었다.
“이 잡것들이 나의 행사를 방해하려 하다니!”
고요 배이라의 분노 어린 포효와 함께 검은 안개가 세 강자의 신통술과 격돌했다. 그리고…
콰콰쾅!
하늘을 뒤흔들 법한 요란한 소리와 함께 여덟 번째 층 대전에 남은 마지막 촛불이 격렬하게 흔들리다가 꺼졌다.
그리고 그 순간, 아홉 번째 층, 검은 안개에 싸인 대전의 의자에 앉아 있던 그 중년 사내의 미간에서 번득이던 빛이 흩어져 사라져 버렸고 순식간에 사방의 마기가 달려들었다.
이때 고개를 번쩍 든 사내의 두 눈에서 혼탁한 빛이 사라졌고 그 대신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짙은 마염이 드러났으며, 그의 왼쪽 눈에서는 여덟 개의 반점이 급속도로 회전했다.
그는 입가에 음침한 미소를 흘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자리에 앉은 지 수만 년. 그동안 꿈쩍도 하지 못했던 그가 지금, 드디어 움직였다.
그가 일어난 순간 하늘을 뒤덮을 듯 짙은 마기가 발산되었고 대전은 쩌적 소리와 함께 수많은 균열에 뒤덮여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궁전이 붕괴하자 검은 안개는 순식간에 중년 사내의 체내로 뚫고 들어가더니 검은 갑옷이 되어 그의 몸을 감쌌다.
이오는 휘둥그레진 눈으로 궁전에서 나타난 흐릿한 인영을 보며 외쳤다.
“스승님!”
천운자의 눈이 광기로 번득였다. 이날을 얼마나 기다려 왔던가!
다른 한쪽에서는 배이라가 찬 숨을 들이마시더니 외쳤다.
“이제 막 탈취에 성공한 터라 아직 안정적이지 않다! 더 공고해지도록 내버려둬서는 안 돼!”
그 순간, 선제의 동굴 1층에서 8층까지의 모든 금제가 번쩍이는 빛을 발산하면서 무너져 내렸다.
더욱 무서운 것은, 그 사내가 일어난 순간 요령의 땅에도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는 사실이다.
요기가 완전히 사라지고 선령천경이 되었던 그곳의 지면으로부터 끝없는 마기가 발산되더니 곧 선령천경을 뒤덮어 버렸다.
본래의 상태를 회복한 지 얼마 안 된 선수(仙獸)들은 마기에 휩쓸려 순식간에 피에 굶주린 듯 거칠고 난폭한 짐승이 되었다.
그 마기는 요령의 땅이 있는 우주까지 뒤덮었다. 하나의 거대한 허상의 마영이 우주 공간에 나타나 호탕하게 웃었다.
웃음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그 웃음은 순식간에 상상을 초월하는 힘으로 온 연맹성역을 뒤덮었다.
고마(古魔)의 위엄
이 무렵, 연맹성역 북쪽에서는 지난 반년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전쟁이 이어져 오고 있었다. 전사한 수련자의 수는 셀 수 없이 많았지만 무정한 전쟁은 끝나기는커녕 양측 수련자들을 살인귀로 만들어놓은 상태였다.
수많은 나천성역의 수련자들이 몰려들었고 수련자 연맹에서도 대량의 수련자들을 동원했으며, 이곳에서는 피비린내가 진동했다.
염뇌자조차 끝없는 살육과 죽음에 정신을 차리지 못할 지경이었다.
한데 양측이 끝없는 살육을 벌이고 있던 이곳에 그 소리 없는 웃음이 퍼져 나갔다. 그 순간, 염뇌자는 몸을 바르르 떨었다. 그와 교전하고 있던 연맹성역의 장로들도 마찬가지였다.
모든 수련자가 몸을 바들바들 떨었지만 그 이유를 아는 이는 없었다.
그보다 더 먼 곳의 수련자 연맹 본부에는 선계가 붕괴했을 당시 이오와 호연처럼 가까스로 목숨을 구한 이들이 모여 수련자 연맹의 중요한 힘을 이루고 있었다.
바로 이 순간, 연맹성역 북쪽의 전쟁에 가담하기 위해 준비를 하던 이들의 귓가에 그 소리 없는 웃음이 스쳤갔다. 그 옛날 선인이었던 이들은 표정이 삽시간에 크게 변했다.
“이 목소리는⋯⋯?”
“선제 청림!”
수련자 연맹 본부의 깊은 곳, 회오리 위에 떠 있는 별 속 밀실 안의 중년 남자 역시 두 눈을 번쩍 떴다.
그 순간, 밀실 천장에 달려 있던 방울이 팍 하고 깨져버렸다.
“선제!”
같은 시각 곤허경 안. 일전에 한제를 감지했던 노인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그 눈빛은 모든 것들을 관통하여 요령의 땅을 보는 듯했으며 표정은 전에 없이 묵직했다.
노인 곁에 선 곤허의 성녀 모은미 역시 놀란 모습이었다.
‘그가 깨어났군. 아니, 그가 아니야!’
노인의 표정이 순간 바뀌었다. 슬퍼하는 것 같기도 한시름 놓은 것 같기도 한 표정이었지만 실망한 표정은 아니었다.
★ ★ ★
한편 수련자 연맹에서는 금지(禁地)로 지정된 사성종 중 주작성종이 자리한 화해성역(火海星域).
이 성역의 가장 깊은 곳에는 이 불바다를 이루는 화염의 근원인 폭 1백 척 정도의 돌이 있다. 이 돌의 모양은 반듯하지 않았고 눈처럼 하얀 색이었다.
허나 이 돌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뜨거웠다. 지금의 한제라고 해도 이 돌 1천 척 안에 들어선 순간 몸이 녹아내릴 것이고 심지어 주작이라도 순식간에 죽을 수밖에 없을 정도였다.
한데 이 돌 위에는 한 노인이 가부좌를 틀고 있었다. 늘어진 피부에 짙은 죽음의 기운이 드리운 이 노인은 척 보기에도 매우 늙어 보였고 멀리서 보면 시체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하지만 이 노인을 우습게 여길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이 노인이 바로 사성종 주작성종의 주작성황이었다.
당시 우주 전역에 이름을 떨쳤던 그는 만약 선계에 들어갈 수만 있었다면 진즉 선계의 한 지역을 다스리는 패자(霸者)가 되고도 남았을 터였다.
그때, 두 눈을 번쩍 뜬 그는 슬픈 표정으로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