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848
한제가 크게 외치자 그와 흑의의 사내 몸에서 격렬한 빛이 번득였다.
한편, 흑의의 사내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틈도 없이 한제와 자리가 뒤바뀌려 했고 이 위기의 상황에서는 더 이상 미간의 표식을 숨길 수가 없었다.
그 순간, 그의 미간에서 튀어나온 표식은 온몸에서 화염을 발산하는 한 마리 염룡이 되었다.
“쿠오오오!”
염룡은 긴 포효를 내지르며 흑의의 사내를 에워싸 고신의 솥에서 흘러나온 기이한 힘에 대항했다. 그 덕에 환위에 약간의 지연이 생겼고 이로 인해 고마가 휘두른 칼의 빛은 곧장 청상의 육신을 관통했다.
허나 청림이 새로이 창조한 규칙에 따라 그 칼의 빛은 청상을 조금도 해하지 못했고 결국 전부 한제에게로 쏟아졌다.
그 순간, 한제의 오른쪽 눈에서 푸른빛이 번득이더니 칼에서 뿜어져 나온 빛을 막아섰다.
쾅!
거대한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청광순에는 쩍 하고 한 줄기 금이 갔다. 비록 무너져 내리지는 않았지만 망가진 것만은 확실했다.
이렇게 짧은 시간에 한제는 그 공격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그 사이에 청광순에는 점점 많은 균열이 일고 있었다.
한제는 청상의 육신을 가지고 끊임없이 뒤로 물러났지만 아무리 물러나도 그 칼의 빛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하지만 그 땀은 고마가 휘두르는 칼의 빛에서 흘러나오는 한기에 곧장 얼음으로 변해 날아가 버렸다.
이 끔찍한 위기 속에서는 한제 또한 흑의의 사내처럼 더 이상 정체를 숨길 수 없었다. 이에 그는 하늘을 향해 포효를 내질렀고 미간에서 고신의 반점이 나타났다.
“크아아!”
다섯 개의 반점은 반짝이는 빛을 발산하면서 회전했다. 마치 한제의 미간에서 별빛으로 이루어진 소용돌이가 나타난 것만 같았다.
흘러넘치듯 강력한 고신의 힘이 온몸에 녹아들면서 고신의 솥으로 흘러들었다. 이에 한제와 떨어져 있던 고신의 솥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은 더욱 짙어지면서 공간 전체를 밝혔다.
“이형환위(移形換位)!”
한제는 도망치는 와중에 고함을 내질렀다.
흑의의 사내가 소환한 염룡은 고신의 솥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을 더 이상 견뎌내지 못했고 이에 흑의의 사내는 곧장 뒤쪽으로 도망치려 했다. 하지만 미처 도망치기 전에 그의 몸이 밝게 빛나더니 이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같은 시각, 고마가 발휘한 칼의 힘을 막아내던 청광순이 더 이상 견뎌내지 못하면서 위기에 처했던 한제의 몸 역시 사라져 버렸다.
다시 두 사람의 모습이 나타났을 때 한제는 원래 흑의의 사내가 있던 그 자리에 있었고 흑의의 사내는 고마가 발휘한 칼의 빛 아래에 놓여 있었다.
“헛!”
흑의의 사내는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칼의 빛에 휩쓸렸고 육신이 둘로 갈라지며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그 순간 원신은 한 마리 염룡에 휩싸인 채 빠르게 뒤로 물러났으나 그 빛은 다소 어두웠다. 게다가 아직 위기가 끝난 것도 아니었다.
날카로운 칼의 빛은 흑의 사내의 육신을 파괴한 뒤 그대로 원신을 쫓기 시작했다. 머지않아 그 빛에 원신마저 관통될 상황이었다.
그때, 흑의 사내가 초조함과 두려움이 가득한 목소리로 외쳤다.
“고마님, 전 장존(掌尊) 좌하의 일곱 번째 제자 나후라입니다!”
그 순간, 그를 뒤쫓던 칼의 빛은 우뚝 멈춰서더니 흑의 사내의 곁을 그대로 스쳐 지나가 다시 한제를 뒤쫓기 시작했다. 이에 운선 부부는 몸을 훌쩍 날리며 각자의 신통력을 발휘해 칼의 빛에 대항했다.
절체절명의 위기를 가까스로 넘긴 한제는 도망치면서도 싸늘한 눈으로 고마를 노려보았다.
타지아는 앞으로 한 걸음 나서더니 한제를 쫓는 대신 흑의 사내의 원신을 쥐고 다시 한 걸음 더 움직여 이오와 호연 근처에 나타났다. 그러더니 입을 쩍 벌리며 포효했다.
“캬아아아!”
고대 일족은 각자의 신통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 형태는 서로 달라도 각 신통력은 매우 강력했는데 비록 고신의 그것에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고마의 고함은 체내로 들어가 심신을 격하게 흔들어 놓았다.
타지아 뒤에 외뿔이 달린 거대한 검은 그림자가 하나 나타났다. 세상의 모든 마(魔)의 근원인 듯한 이 검은 그림자는 타지아의 고함에 함께 입을 쩍 벌리고 고함을 내질렀다.
이오와 호연은 몸을 바르르 떨다가 선혈을 한 움큼 토해냈고 온몸의 힘이 쭉 빠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이오는 이를 악물고는 호연을 안은 채 뒤로 물러나면서 결인을 그린 손을 휘둘렀다. 순간 거대한 수막이 앞을 가로막았다.
위기의 순간에 이오가 사력을 다해 만들어낸 엄청난 규모의 수막은 눈 깜짝할 사이 온 세상을 채울 듯 불어났지만 타지아에게는 그저 애들 장난과도 같은 것이었다.
펑! 펑! 펑!
타지아의 고함에 수막들은 차례로 붕괴했고 이오와 호연은 다시 피를 토해내며 한제 쪽으로 물러났다.
호연은 두 손으로 빠르게 금제를 소환해 수막과 융합시켰다. 하지만 그 역시 타지아의 고함에 계속해서 무너져 내렸다.
이 두 사람이 이럴 정도이니 허공자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는 피를 한 움큼 토해내더니 뒤로 물러나면서 두 손으로 결인을 그려 방어용 모래를 소환했다. 하지만 모래들은 채 모습을 갖추기도 전에 무너져 내렸고 오히려 허공자에게로 불어닥치면서 크고 작은 생채기를 냈다.
같은 고대 일족인 배이라만 가까스로 버텨내며 빠르게 후퇴하는 중이었고 한제는 체내에서 펑 하고 터지는 소리와 함께 선혈을 토해냈다. 그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
“크아아아!”
한제 역시 분노에 찬 포효를 내질렀다. 이는 고신의 고함으로 그 순간 한제의 몸은 돌연 불어나기 시작했다. 이제는 더 이상 스스로를 가릴 수도 그럴 필요도 없었다. 순식간에 수천 척에 이른 한제는 하늘을 떠받칠 거대한 기둥 같았다.
다섯 개의 별 모양 반점이 그의 미간에서 급속도로 회전했고. 고신의 힘이 끊임없이 몸 밖으로 흘러나왔다. 게다가 기이하게도 주작의 표식 역시 함께 거대해졌다.
피처럼 붉은 그 문양 중 특히 그 꼬리 부분은 한제의 얼굴에 퍼져 있어 지금의 한제는 고신 같기도 동시에 주작 같기도 했다.
고신의 진짜 모습을 드러낸 한제가 분노에 찬 고함을 내지르자 형성된 폭풍이 고마가 내지른 고함과 부딪혔다.
콰쾅!
그러자 도망치던 배이라는 곧장 멈춰 서서 요사스러운 눈빛으로 이 모습을 지켜봤다.
‘세 고대 일족이 한 자리에 나타났구나. 이런 상황에 도망친다면 어찌 스스로를 고요라 할 수 있겠는가!’
배이라의 요사스러운 눈빛이 더욱 짙어졌다. 그는 훌쩍 몸을 날려 다시금 부풀리더니 수천 척에 달하는 7성급 고요의 모습을 갖추었다. 한제와 거의 비슷한 크기였다.
이제 이곳은 수련자가 아니라 고래(古來)의 존재인 고대 일족끼리의 전장으로 바뀌어 버렸다.
“캬오오오!”
배이라 역시 고함을 내질렀다. 고요의 고함은 형태 없는 충격이 되어 타지아를 향해 날아들었다.
‘과연 왕족 고신이었군!’
타지아는 한제를 죽일 듯 노려보았다. 그는 한제의 미간의 다섯 개의 반점 안에 흐르는 약간의 금빛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그 한 줄기 금빛이야말로 바로 상대가 왕족임을 나타내는 표시였다.
고신, 고마, 그리고 고요가 동시에 내지른 고함은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폭풍이 되어 선제의 동굴 여덟 번째 층을 휩쓸었다. 이에 그곳의 모든 건물들이 무너져 내렸고 심지어는 하늘도 무너져 내릴 듯 균열이 잔뜩 일었다. 그 균열 사이로 작열하는 듯한 기운이 흘러나와 주변을 맴돌았다.
“고신, 나와 함께 고마에 대항하겠는가!”
배이라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크게 외쳤다.
한제는 오른손으로 허공을 움켜쥐며 그 전방에 하나의 거대한 균열을 형성했다. 그 틈으로 튀어나온 보라색 번개는 수천 척 길이에 달하는 멸신모가 되어 번득였다.
한제는 멸신모를 손에 쥔 채 크게 외쳤다.
“하지 못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좋아! 고신, 고요가 함께 고마와 상대하다니, 유쾌하군! 하하하!”
배이라는 길게 웃으며 한제와 마찬가지로 오른손으로 허공을 움켜쥐었다. 그러자 길이가 1천 척에 달하는 거대한 깃발이 나타났다. 배이라는 온 세상을 뒤덮을 듯한 그 깃발을 휘두르며 곧장 고마를 향해 달려들었다.
한제 역시 고마를 향해 돌진했다.
고마는 등이 굽은 칼을 쳐들어 매섭게 휘두르며 차게 비웃었다.
“겨우 5성급 고신과 7성급 고요 주제에 나와 싸우겠다고? 크하하하!”
그의 웃음소리와 함께 날카로운 빛이 날아들었다.
단 두 갈래에 불과한 빛이었지만 첫 번째 빛은 하늘을 훑었고 두 번째 빛은 땅을 스쳤다.
각각 하늘과 땅을 대표하는 두 갈래의 빛은 교차되는 순간 파멸적인 힘을 발휘하게 될 터였다.
배이라는 1천 척 길이의 깃발을 휘둘러 수없이 많은 요기로 바꾸어 퍼뜨렸다. 이 요기들은 곧장 하늘의 빛을 향해 달려들었다.
배이라의 전신에서 피어오르는 짙은 요기는 보는 것만으로도 충격적이었다.
한편, 한제는 멸신모를 크게 휘둘러 보라색 번개를 앞으로 쏘아 보냈다.
멸신모는 그 끝없는 보라색 빛 속에서 지면을 훑던 날카로운 빛과 충돌했다.
콰쾅!
공간 자체가 찢기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충돌로 인해 발생한 충격이 사방을 휩쓸었고 그 순간 대지가 무너져 내리면서 선제의 동굴 여덟 번째 층과 아홉 번째 층은 하나로 합쳐져 버렸다.
고신의 육신을 가진 한제도 엄청난 충격을 느꼈다.
체내에서는 펑, 펑 하는 소리가 연달아 울려 퍼졌고 뼈가 갈라지는 듯한 고통이 느껴졌다. 그는 한 움큼 선혈을 토해냈고 미간의 반점도 약간 어두워졌다.
한편, 고요의 깃발도 하늘의 빛과 충돌했다.
꽝!
그 거대한 충격에 사방으로 고리 형태의 바람과 힘이 퍼져 나갔고 하늘에는 더욱 많은 균열이 생겨났다.
그 너머의 용암 때문인지 이 균열들은 꼭 핏줄처럼 붉고 뜨거웠다. 툭 건드리기만 해도 와르르 무너져 내릴 것만 같은 모습이었다.
“이한제, 너와 내가 저 녀석에게 함께 대항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오늘 우리 중 누구도 이 선부 밖으로 나가지 못해!”
배이라는 그렇게 외치고는 타지아를 향해 몸을 날렸다. 하지만 그 순간, 그는 곧장 방향을 바꿔 하늘 쪽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흐릿한 잔영만 보일 정도였다.
허나 그가 아무리 빠르다 해도 한제의 속도에는 미치지 못했다.
배이라가 크게 외치기 직전에 한제는 이미 이오와 호연을 한 손에 쥐고 두 발을 굴러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사실 그가 배이라보다 한 걸음 빠른 셈이었다.
쾅!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만 같았던 하늘은 한제의 주먹에 붕괴해버렸다. 그러자 그 너머의 끝없는 용암이 와르르 쏟아져 내렸다. 꼭 타오르는 불로 이루어진 비가 내리는 듯했다.
한제는 몸을 훌쩍 날려 그 용암 안으로 들어가 계속해서 위로 올라갔다.
‘저 교활한 녀석!’
배이라는 속으로 욕을 지껄였지만 속도를 늦추지는 않았다.
오랜 시간 수련해온 허공자는 첫 번째 천쇠를 맞은 지금 심신이 혼란스럽긴 했지만 정신은 전에 없이 맑았다.
이에 하늘이 무너져 내린 순간 그는 피를 토해내 혈둔술로 용암에 녹아들었다.
그 뜨거운 온도와 심각한 부상도 개의치 않고 용암에 녹아든 후에도 그는 최대한 빨리 이곳에서 도망칠 방법을 찾느라 여념이 없었다.
어느덧 그의 수준은 쇄열기에서 정열기 후기 절정으로 떨어진 상태였다. 불안함과 비참함에 그의 위풍당당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