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849
화룡
한편, 한제는 순식간에 일곱 번째 층에 이르자 빠르게 축소되어 곧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오더니 창백한 얼굴로 선혈을 한 움큼 토해냈다.
체내에서 느껴지는 먹먹한 고통에 속도도 느려졌다. 고신의 몸으로 멸신모까지 사용했지만 고마의 공격으로 인한 중상을 피할 수는 없었다.
그때, 호연이 한제와 이오를 붙잡고 곧장 위쪽으로 날아올랐다. 호연은 방금 단약을 먹어 수준을 회복한 상태였다.
쏟아지는 용암이 체내로 계속해서 녹아들자 한제는 약간이나마 정신을 차리고는 신식을 통해 말했다.
“선배님, 먼저 가십시오. 이전에 이곳에서 호흡했을 때 화령(火靈)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어쩌면 그것으로 고마의 발걸음을 붙잡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호연의 눈빛에 망설임이 드러났다. 이전이었다면 이런 상황에서 망설이지 않았겠지만 지금의 한제는 자신과 자신의 부군을 구해준 은인이었다. 그런 은인이 위험해지는 것을 모른 척 할 수는 없었다.
“너⋯⋯.”
그녀는 여전히 갈등하고 있었다.
그때, 한제가 미소를 지어 보이며 고개를 저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다 잘될 겁니다.”
그 말을 끝으로 한제는 몸을 훌쩍 날려 곧장 끊임없이 흐르고 있는 용암 깊은 곳으로 향했다. 호연은 이를 악물고는 이오를 데리고 곧장 위로 솟구쳐 올랐고 이내 두 사람은 사라졌다.
호연이 떠나가는 모습을 보며 한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방금 목숨을 걸고 저 부부를 구해낸 것은 그들에게 마음의 빚을 지우기 위해서였다.
이제 청림이 다시 깨어나지 못하더라도 사도환의 일을 처리하는 데 그 두 사람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터였다. 게다가 주일도 그들과 함께 있으니 그들이 자신에게 느끼는 마음의 빚은 결코 가볍지 않을 것이다.
용암 안에 자리를 잡은 한제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이에 아래로 흘러내리던 용암이 역류하면서 그 안에 있던 불 속성 원력이 체내로 흘러들었다.
허나 지금은 이전과 달리 조심스럽게 흡수할 마음은 없었다. 이에 막대한 원력이 경맥을 타고 흐르면서 한제의 육신은 자양되었고 부상도 회복되기 시작했다. 또한 몸에 새겨진 주작 문양이 허상으로 나타나 주위를 맴돌았다.
그때, 배이라와 허공자가 튀어나왔고 뒤를 따라 타지아가 쫓아왔다. 그 순간, 한제는 용암 안의 원력을 대량으로 흡수했고 그러자 용암이 붕괴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우오오오!”
화산 저 깊은 곳에서 용암마저 진동케 하는 포효가 들려왔다.
동시에 용암 깊은 곳에서 거대한 용이 맹렬히 고개를 들었다.
그 순간, 한제가 미처 흡수하지 못한 용암과 이미 여덟 번째 층으로 흘러든 용암이 살아 있기라도 한 것처럼 그 용을 향해 달려들었다.
눈 깜짝할 사이 일곱 번째 층에 있던 용암은 전부 사라졌고 형용할 수 없는 화룡 한 마리만 남아 이곳에 있는 모든 생령들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 ★ ★
같은 시각, 드넓은 우주. 이 요령의 땅에서 까마득히 멀리 떨어진 곳에서부터 불타는 듯한 행성 하나가 다가오고 있었다.
그 불빛 속에는 거대한 주작이 내지른 날카로운 소리가 점점 다가왔다.
또렷한 의식을 가진 이 주작은 천운성의 동해 입구가 아닌 요령의 땅의 진짜 위치를 찾고 있었다.
수많은 수련자가 이 거대한 주작을 뒤따르고 있었는데 그중 붉은 옷을 입은 선두의 여섯 노인은 하나같이 하늘을 뒤덮을 듯 강력한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이들은 모두 쇄열기 수준의 수련자들이었다.
“진령의 소재에 대한 조사에 따르면 이곳이 그가 각성한 곳이라는군. 기이한 위험이 느껴지는 곳이지만 어떤 위험이 있더라도 그를 보호해야 한다!”
여섯 노인은 서로의 눈에 떠오른 굳건한 의지를 확인했다. 그들을 뒤따르는 주작성종 사람들 역시 결연한 표정이었다.
★ ★ ★
한편, 수련자 연맹 본부 안의 회오리 위에 자리한 별에서는 위엄이 가득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나천성역과의 전쟁을 지연시키고 청림의 동굴을 찾는 데 전력을 기울여라!”
그 목소리가 흘러나온 순간, 수련자 연맹 밖에서 청수의 모습이 허상으로 나타났다. 수련자 연맹 본부를 응시하는 그의 눈에서는 극의 경계가 깃든 붉은 빛이 나타났다.
★ ★ ★
같은 시각, 연맹성역의 곤허 선경.
이전에 한제의 심신을 감지한 적 있던 노인의 안색은 복잡한 안색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한 발 앞으로 내딛고는 모은미를 바라보았다.
“네 아홉 번째 분신은 재난으로 인해 훼손되었다. 그 재난이 이미 강림했는데 어째 계속 숨어 있느냐?”
냉랭한 얼굴의 아름다운 여인은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네가 주은혜라는 여인을 구한 것도 알고 있다. 네 심신은 이미 그 아홉 번째 분신으로 인해 어지럽혀지고 있는 거야.”
노인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허공으로 시선을 던졌다.
“기억해라. 넌 곤허의 성녀 모은미야. 주작성의 흔한 수련자들과 어울리던 류미가 아니란 말이다! 네 어깨에는 곤허경의 광복과 외부 세력으로부터의 안전이 걸려 있어. 계(界)의 경계가 열릴 시간이 이제 얼마 남…”
“그자는 흔한 수련자가 아니야.”
노인의 말이 끝나기 전에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떨릴 만큼 아름다운 냉랭한 여인은 로 노인을 바라보며 말했다.
“너⋯⋯ 설마 아직도 네 잘못을 깨닫지 못한 것이냐!”
노인의 미간이 구겨졌다.
“아니, 사실을 말하는 것뿐이다. 그자는 일반적인 수련자가 아니야!”
모은미의 덤덤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목소리에 노인의 얼굴에 불쾌한 기색이 어렸다.
“좋다. 그자가 일반적인 수련자가 아니고 결국 두 번째 단계의 절정에 이르게 된다 치자. 그래서 뭐가 어떻다는 거냐? 어찌됐든 그는 일개 수련자에 불과할 뿐이다!”
노인은 그 일개 수련자가 주작성종에서 총력을 기울여 보호하려는 각성자이자 고신 서사의 기억에 기대어 고신결을 수행하고 5성급 왕족 고신의 육신을 가진 자임은 알지 못했다. 또한 일개 수련자가 천역주를 가졌다는 사실도 알지 못했다.
“너 역시 한때는 일개 수련자에 불과했지.”
모은미는 차가운 눈으로 노인을 바라보았고 이에 노인은 일순 말문이 막혀 쓴웃음만 지었다.
“걱정할 것 없다. 곤허의 성녀로서 내 책임을 미루지도 떠넘기지도 않을 테니까. 허나 내 사적인 일에는 간섭하지 마라. 그 누구에게도 나와 그 사이의 일에 끼어들 자격도 그럴 필요도 없다!”
여인의 목소리는 타협의 여지도 없을 만큼 굳건했다.
노인은 다시 한 번 속으로 한숨을 내쉬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내 오랜 친구의 육신이 강탈당한 것 같으니 가봐야겠다. 함께 가겠느냐?”
모은미는 잠시 복잡한 표정으로 고민에 잠겼으나, 이내 단호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하지!”
★ ★ ★
선제의 동굴 일곱 번째 층에서는 모든 용암이 응집되어 만들어진 한 마리 화룡이 거대한 머리를 들어 아래쪽의 사람들을 응시했다.
형태 없는 위압감이 사방으로 퍼져나갔고 화룡의 콧구멍에서는 뜨거운 콧김이 씩씩 뿜어져 나왔다.
거대한 두 개의 뿔 역시 새빨갛게 타오르며 짙은 작열감을 풍겼다.
구렁이 같은 몸으로 칭칭 똬리를 튼 채 천하를 오시하듯 내려다보고 있었다.
화룡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한제였다. 그 약소한 몸에서 불 속성의 원력을 느낄 수 있었다.
한편, 한제는 화룡의 눈빛에 심신이 바르르 떨렸다. 하지만 그는 고개를 숙이지 않고 그저 천천히 뒤로 물러났다.
그러자 화룡은 허공자와 고요, 고마에게로 시선을 돌리더니 분노에 찬 포효를 내지르면서 달려들었다.
“캬오오오!”
한제는 한시름 놓고는 재빨리 몸을 뒤로 물렸다.
신식을 통해 그 화룡의 포효와 함께 이 선제의 동굴 일곱 번째 층이 순식간에 불바다가 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짙은 화염이 휘몰아치는 가운데 배이라는 뒤로 물러나는 대신 몸을 돌리면서 두 손으로 결인을 그렸다. 그러자 요기가 사방으로 분출되어 초록색 머리로 응집되더니 뒤에 서 있는 고마를 삼킬 듯 돌진했다.
허공자는 결인을 그려 노란 모래 폭풍을 일으켰다. 모래 폭풍은 그의 전신을 감싸며 1백 척 높이의 장벽을 형성하여 화염을 막았다. 하지만 수준이 떨어진 탓인지 모래 장벽은 화염에 닿은 순간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한편 타지아는 거친 목소리로 모두를 비웃었다.
“흥! 동굴을 지키던 화룡의 영 따위로 이곳의 주인을 삼킬 수 있을 것 같은가?”
동시에 그는 한 걸음 나서며 오른손으로 결인을 그려 하늘을 가리켰다.
“선제 청림의 신통술을 보여주마. 마지분천(魔之焚天)!”
그 순간, 타지아의 손가락을 따라 검은 마화(魔火)가 피어올랐다. 마화는 순식간에 사방으로 퍼져나가면서 짙고 뜨거운 열기로 눈 깜짝할 사이 일곱 번째 층을 가득 채웠다. 심지어 하늘마저 검게 물들였다.
이 마화에는 뜨거운 열과 마기가 포함되어 있어 모든 것을 불태울 뿐만 아니라 체내로 파고들어 그 원신을 무너뜨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