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850
“캬오오!”
하늘이 마화로 뒤덮인 순간, 화룡은 분노한 듯 포효하며 화염을 분출해 마화에 대항하는 한편 그대로 타지아를 향해 돌진했다. 그 거대한 몸이 한 번 움직일 때마다 공간 전체가 휘청거렸다.
“흥! 가소롭군!”
고마는 냉소를 흘리며 하늘로 뻗었던 손을 내려 화룡을 가리켰다. 순간, 하늘을 채웠던 마화가 별똥별처럼 떨어져 내리면서 화룡을 가격했고 눈 깜짝할 사이에 화룡의 온몸을 뒤덮어버렸다.
쾅! 쾅!
천지가 뒤흔들렸고 화룡은 온몸이 마기로 가득 채워진 것 같은 모습으로 몸을 뒤틀었다.
“크아아아!”
분노와 고통에 찬 포효를 터뜨리며, 화룡은 다시 타지아에게 돌진했다. 그러나 타지아가 가볍게 손을 앞으로 뻗자 화룡은 1백 척 정도 떨어진 곳에서 무언가에 붙들린 듯 우뚝 멈춰버렸다.
“캬오오!”
화룡은 몸을 뒤흔들고 포효를 해도 그 힘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벌써 청림의 신통력을 활용하고 그 체내의 형태 없는 힘까지 사용할 수 있다니!’
타지아가 청림의 몸을 빼앗고 심신마저 합쳐지는 경지에 이르렀음을 깨달은 배이라의 눈에 충격이 어렸다. 타지아를 공격하려 했던 그는 그 생각을 접고 곧장 물러났다. 이 동굴 안의 모두가 힘을 합치더라도 타지아를 당해낼 수 없음을 확신한 것이다.
“난 수만 년간 모든 것을 바쳐 청림의 체내에서 분투해왔다. 청림의 육신과 신식, 기억, 그리고 모든 수준을 위해! 크하하하!”
고마는 허공에 화룡을 붙잡아둔 채 광기 어린 웃음을 터뜨렸다.
“고요, 당시 너는 나의 가장 큰 적수였다. 허나 이제 개미만도 못한 존재가 됐구나. 나는 곧 청림이 영겁에 가까운 시간 동안의 수련으로 얻어낸, 세상의 모든 규칙을 깨버릴 수 있는 이 몸을 완전히 통제하게 될 것이다! 그리되면 선조들의 발자취를 거슬러 올라가 진정한 9성급 고마가 되어 선조의 유적에서 진정한 반고의 힘을 손에 넣을 것이다! 크하하! 하하하하!”
타지아는 광기 어린 웃음을 터뜨리며 걸음을 옮겼다.
화룡은 끊임없이 몸부림쳤지만 고마의 손짓 한 번에 곧장 저 먼 곳으로 내던져졌다.
“마지분천자해(魔之焚天煮海)!”
타지아는 두 눈으로 마염을 이글거리며 다시 한 번 청림의 신통력을 발휘했고 그 순간 일곱 번째 층의 지면은 끝없는 마기로 가득 차버렸다. 그러더니 순식간에 실체를 가진 듯 짙은 마기의 바다를 이루었다.
불의 씨앗
성난 파도가 몰아치는 가운데 한제와 허공자 배이라 역시 마기의 바다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경악했다. 심지어 화룡 또한 마기의 바닷속에서 충격에 잠긴 눈으로 포효했다.
마기의 바다는 곧장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뜨겁게 끓어올라 무수한 기포가 생겨났고 그 상태로 하늘을 향해 상승했다.
분천자해는 온 바다가 수증기로 증발해버릴 때까지 끓어오르는 신통력으로 그 안에 잠긴 수련자들로서는 저항할 방법이 없었다.
한제는 타지아가 시간이 지날수록 강해져 이제는 당시 선제 청림을 거의 따라잡았음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선제 청림에게는 신통력이 셀 수 없이 많다는 사실을 떠올리자 머리가 저릿해졌다. 허나 마기의 바다에 잠겨 성난 파도에 이리저리 휩쓸리고 있는 지금은 다른 생각을 할 때가 아니었다.
한편, 하늘을 채운 마기의 화염은 아래로 가라앉으며 해수면을 끊임없이 증발시켰다.
바닷물이 점점 줄어듦에 따라 마기의 화염이 감옥처럼 압박해왔다. 금방이라도 타 죽어버릴 것만 같았다.
그때, 허공자가 비참한 표정으로 이를 악물더니 오른손으로 이마를 두드렸다. 그 순간, 그의 육신은 펑 하는 소리와 함께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이어서 강력한 힘이 사방으로 퍼져나가며 얼마 남지 않은 바닷물에 회오리를 형성했고 하늘에서 내려오던 마기의 화염을 빨아들였다. 그리고 허공자는 육신을 폭발시킨 그 순간 원신을 탈출시켰다.
‘이곳에서 죽느니 첫 번째 천쇠를 마주하는 편이 낫지!’
원신만 대피시킨 허공자는 무언가를 결심한 표정으로 두 팔을 펼쳤다. 그러자 요령의 땅 밖 끝없는 우주 속, 주작진령과 주작성종 사람들이 자리한 곳에서는 순간 다섯 개의 별이 나타나 형용할 수 없는 빛을 발산했다.
그 빛은 우주 전체를 비추었다. 대낮이든 깊은 밤이든, 연맹성역 안이라면 어디에서든 갑작스레 나타난 그 다섯 개의 별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갑자기 그중 하나가 갑작스레 방출한 증폭된 빛이 나머지 네 개의 별빛을 뒤덮었다. 빛이 절정에 이른 순간, 그 별은 하늘에서 떨어지듯 곧장 허공을 향해 돌진했다.
★ ★ ★
우주 공간을 가로지르던 곤허경의 노인과 모은미는 동시에 고개를 들어 먼 곳을 내다보았다.
“누군가가 첫 번째 천쇠를 겪고 있군.”
그 다섯 개의 별 중 가장 밝은 별이 떨어져 내리면서 수련자로서는 불가능한 속도로 주작진령을 지나쳐갔다.
콰르릉!
굉음과 함께 그 별은 찰나의 순간 우주 저 먼 곳으로 사라졌다.
★ ★ ★
우주를 가로질러 요령의 땅으로 들어간 별은 요령의 땅을 채운 마기를 헤집으며 쾅 하고 대지를 뚫고 들어가 곧장 선부로 진입했다.
쾅! 쾅!
요란한 소리와 함께 연달아 여섯 개의 층을 관통한 그것은 일곱 번째 층에 진입하자마자 타오르는 하늘과 들끓는 바닷속에 있던 허공자의 원신에 떨어졌다.
그 순간, 허공자의 수준이 증폭했다. 동시에 그는 고통에 찬 얼굴로 비명을 내질렀다.
“끄아악! 끄으… 큭!”
첫 번째 천쇠를 겪은 순간 얻어낸 힘으로 그는 하늘을 가득 채운 마기의 화염을 뚫고 곧장 앞으로 돌진했다.
별빛에 휩싸인 원신은 빠른 속도로 흩어져 사라졌다. 쇄열기 수준 수련자에게 첫 번째 천쇠는 이제 막 시작일 뿐이었다.
허공자를 붙들려 했던 타지아는 이내 손을 거두었다.
‘중상을 입은 상태로 앞당겨서 첫 번째 천쇠를 겪다니, 죽지 않고 성공한다면 내 첫 번째 산마로 삼을 수 있겠군.’
이때 마기의 바다에 갇혀 있던 배이라와 한제, 그리고 화룡은 생사의 갈림길에 선 상태였다.
선제의 신통력에 고마의 마기까지 더해진 분천자해의 위력은 무서울 정도였다.
바닷물은 계속해서 줄어들었고 온도는 끊임없이 치솟았다. 심지어 한제의 주작과 고신의 육신으로도 견디기 힘들 정도의 뜨거움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몸부림을 치고 애를 써 봐도 이 안에서 빠져나갈 방법은 보이지 않았다.
하늘을 불태우고 있는 마화는 이미 해수면에 거의 닿은 상태로 이제 분천자해의 위력은 거의 절정에 달해 있었다.
꼭 산 채로 삶아지고 있는 느낌에 한제의 얼굴이 씁쓸하게 변해갔다. 일평생 틀린 적이 거의 없었건만 이번에는 자신이 틀렸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만약 아까 운선 부부와 함께 도망쳤더라면 이런 위험에 빠지지는 않았을 터였다.
‘허나 그래봐야 선제의 동굴을 빠져나가기도 전에 결국 타지아에게 따라잡혔겠지. 그러니 결과는 마찬가지다.’
한제는 평생 수많은 위험을 맞닥뜨려왔다. 맨 처음 혈조와 마주했을 때도 요가의 추격을 당했을 때도 결단기 수준으로 고신의 땅에 갔을 때도 그랬다.
한데 이번에는 뭔가 달랐다. 여전히 이 위기에 굴복하지는 않았으나 현실은 잔혹했다.
그러나 이 모든 것도 한제의 도심을 무너뜨리지도 그가 포기하게 하지도 못했다.
한제의 두 눈에서는 밝은 빛이 드러났다. 그에게는 아직 천역주와 본원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아주 작은 기회라도 남아 있다면 한제는 결코 포기하지 않을 터였다.
이제 바다는 거의 흩어져 남은 것은 사방을 가득 채운 끝없는 마기의 화염뿐이었다. 이 화염은 모든 생명을 태워버릴 듯 계속해서 타올랐다.
화룡은 잔뜩 위축되어 점점 줄어들었다. 녀석도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모양이었다.
배이라는 온몸을 요기로 둘러싸고 있었지만 이 역시 헛수고로 보였다.
타지아는 광기 어린 눈으로 마기의 화염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의 어깨에는 작은 사람 하나가 가부좌를 틀고 있었다. 흑의의 사내, 나후라의 잔뜩 줄어든 원신이었다. 또한 그 원신 주위에서는 한 마리 염룡이 맴돌고 있었다.
나후라는 그 마기의 화염 속 화룡을 노려보고 있었는데 그 눈에는 탐욕이 잔뜩 어려 있었다.
“저 화룡은 당시 청림이 제련해낸 것이라 청림에 대한 충성심이 대단하다. 녀석은 내가 청림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채겠지. 나후라, 넌 장존의 제자이니 저 화룡을 삼킬 수 있도록 허락해주마!”
말을 마친 타지아는 손을 들어 어깨 위의 원신을 집더니 내던졌다.
“고맙습니다, 고마님!”
나후라의 원신은 순간 한 마리 염룡이 되어 마기의 화염 속으로 뛰어들어 짙은 탐욕에 물든 눈으로 허약해진 화룡을 향해 달려들었다. 허나 화룡은 굴하지 않겠다는 듯 머리를 번쩍 쳐들고 고고한 눈빛으로 포효했다.
“쿠오오오!”
요란하고 우렁찬 소리가 울려 퍼지자 넘실거리던 마화가 움찔거렸고 염룡이 된 나후라의 원신도 뒤로 한참 물러났다.
하지만 그의 눈은 더욱 탐욕스럽게 변했다. 타지아의 신통력에 저 화룡이 얼마 버티지 못할 것임을 확신한 그는 급하게 굴지 않았다.
사내의 원신은 다른 쪽에서 몸부림 치고 있는 한제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저자의 주작 역시 내 것이다!’
한데 바로 그때, 깜짝 놀랄 만한 일이 일어났다. 화룡이 포효를 내지르며 몸을 날린 것이다.
“캬오오오!”
화룡이 순식간에 거대한 몸을 축소해 눈 깜짝할 사이 1백 척까지 줄이더니 한제에게로 돌진했다.
녀석의 눈에서는 죽음을 결심한 빛이 드러났다. 나후라의 원신에 흡수되느니 차라리 죽기를 택하겠다는 듯한, 죽어야 한다면 차라리 한제에게 죽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적어도 한제에게서는 익숙함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 뜻밖의 광경에 나후라의 원신은 반응조차 하지 못했고 그 틈에 화룡은 한제 앞에 이르더니 그 미간으로 돌진했다.
“쿠오오오!”
화룡이 죽음 앞에서 남긴 마지막 포효화 함께 무궁무진한 화염의 힘이 한제의 원신에 녹아들었고 그 순간 그의 몸에 새겨진 주작 문양이 번득이더니 새로운 힘을 얻은 듯 우렁차게 울었다.
“키야아아!”
화룡의 불 속성 원력과 주작의 화염은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둘 다 그 근원은 하늘의 불이었다.
덕분에 화룡이 원신에 녹아든 순간 한제 체내의 불 속성 원력이 증폭했고 서로 다른 두 가지 불이 섞이면서 변이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타들어가기만 하던 대지에 단비가 내리듯, 꺼져가는 촛불에 기름을 끼얹은 듯한 변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