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851
한제의 온몸이 바르르 떨렸고 이마에서는 많은 땀이 흘렀으며, 체내에서는 폭발적인 힘이 솟아올랐다.
두 눈에서는 하늘을 뒤덮을 듯 강렬한 화염이 이글거렸고 이내 그의 몸에서 형성된 화염의 폭풍은 곧장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그는 이제 한 걸음 만에 이 마기의 바다에서 빠져나갈 힘이 생겼다.
주작과 허상의 화룡이 맴돌면서 화염 폭풍의 기운은 절정에 이르렀고 사방으로 퍼져나가던 이 폭풍은 온 세상을 불태우던 마기의 화염까지 흡수해버렸다. 이에 따라 폭풍은 거대한 소용돌이를 이루며 무서운 흡입력을 발휘했다.
눈 깜짝할 사이 벌어진 일에 타지아도 잠시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였다.
한편, 나후라의 원신에게서는 더 이상 탐욕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는 두려움이 가득한 눈으로 곧장 몸을 물렸지만 하필 소용돌이 가까이에 있었던 터라 순식간에 끌려 들어가 버리고 말았다.
“크아아! 고… 고마님, 저를 살려주…”
나후라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끌려 들어가는 모습에 타지아는 잔뜩 화가 난 듯한 표정으로 허공을 움켜쥐었다. 그러자 나후라의 원신은 그의 손으로 끌려가려 했다.
한편, 배이라의 두 눈에서 요기 어린 빛이 번득였다. 절망에 빠져 있던 그는 뜻밖의 상황이 벌어지며 화염의 회오리 속에서 한제의 몸에 하얀 불이 응집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 순간, 그는 찬 숨을 들이켰다.
‘본원의 화염 씨앗!’
이에 절망감은 곧 탈출의 기회를 노려야겠다는 의지로 바뀌었다.
‘조금만 더 있으면 이한제는 저 불의 씨앗을 완벽하게 응집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 세상 모든 불을 통제할 수 있게 되지. 마기의 화염이 비록 의지를 가지고 있다 해도 타지아는 아직 완벽하게 청림의 몸을 빼앗은 상태가 아니니 기회가 있을 거야!’
순식간에 생각을 정리한 배이라는 이를 악물고 오른쪽 눈동자 속의 일곱 개 별을 급속도로 회전시켰고 이내 그중 하나가 붕괴했다.
고요의 쇄성(碎星)!
그 순간 엄청난 힘이 배이라의 체내를 채웠고 그는 곧장 몸을 날렸다. 사방을 불사르고 있는 마화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지만 어느 정도 신통력을 발휘할 수는 있었다.
그는 멈추지 않고 또 하나의 별을 무너뜨렸다. 그러자 배이라의 몸은 순식간에 거대하게 부풀었고 한 걸음 만에 타지아 앞에 이르렀다. 그러더니 요기의 소용돌이로 변해, 막 나후라의 원신을 거두어들이려던 타지아의 오른손과 충돌했다.
쾅!
거대한 소리와 함께 배이라는 엄청난 요기를 발산했다. 그의 몸은 허약해진 상태였지만 목숨을 걸고 돌진해 나후라의 원신을 고마의 통제에서 벗어나게 했다.
“헛!”
나후라의 원신은 경악하며 다시 도망치려 했지만 한제가 만들어낸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이에 한제는 곧장 손을 뻗어 그 원신을 움켜쥐었다.
“놔라!”
나후라의 원신은 저항하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한제의 손을 따라 분출된 화염이 나후라의 원신을 꽁꽁 감싸더니 곧장 소용돌이 안으로 끌려 들어왔다.
한제는 소용돌이 안에서 살기 어린 눈으로 그 원신을 한입에 집어삼켰다. 그 순간…
쾅!
한제가 흡수한 화룡이 그의 체내에서 나후라의 염룡을 품은 채 주작에 녹아들면서 굉음이 울려 퍼졌다.
세 종류의 불이 한제 체내의 불 속성 원력을 한층 드높이면서 그의 단전에서는 손톱만 한 불의 씨앗이 응결됐다.
그 불의 씨앗이 나타난 순간, 마기의 화염은 모든 움직임을 우뚝 멈추더니 일제히 한제의 소용돌이로 향했다. 그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순식간에 모두 소용돌이 속으로 녹아들었다.
화룡과 염룡 그리고 마기의 화염, 이 세 가지 불의 힘은 주작과 융합됐다. 이어서 주작을 중심으로 변이를 일으키더니 불의 씨앗까지 응결시켰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이를 통해 한제의 체내에서 주작이 두 번째 각성을 하려는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사실이었다.
주작의 표식을 가진 사람은 평생에 걸쳐 여러 차례의 각성을 겪는데 그 횟수에 따라 당사자의 최고 수준이 결정되며, 이는 주작성황이 되는 중요한 기준 중 하나였다.
만약 동시대에 표식을 가진 자 모두가 같은 횟수만큼 각성을 한 경우 결투를 벌여 승자는 성황이, 패자는 장로가 된다.
허나 단 한 명이라도 더 많은 각성을 한 사람이 있다면 그때는 결투 없이 그 사람이 성황이 됐다. 허나 주작성종 역사 이래 세 번째 각성을 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두 번째 각성
한제의 소용돌이는 하늘과 땅을 이을 듯 솟아오른 채 끊임없이 모든 것을 빨아들였다.
그때, 화염의 회오리가 일곱 번째 층의 화산 입구에서 분출되었다. 화산에는 수없이 많은 균열이 일어나더니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콰쾅!
화산이 붕괴하면서 거대한 화염 폭풍은 하늘을 뚫을 듯 솟아올랐고 그 강력한 힘에 일곱 번째 층과 여섯 번째 층 사이의 격벽이 무너졌다.
심지어 여섯 번째 층의 건물들도 순간 와해되었고 수많은 금제들도 전부 갈라지고 찢어졌다.
이에 따라 여섯 번째 층의 하늘과 땅이 시야에 들어왔는데 그곳에는 곤허경의 두 여인이 있었다.
화염 폭풍의 위력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솟구치더니 눈 깜짝할 사이 다섯 번째 층까지 꿰뚫었다.
그곳에서는 의식을 되찾은 이오와 호연 두 사람이 화들짝 놀라 화염 폭풍으로부터 도망쳤다.
화염 폭풍은 계속해서 솟아올라 네 번째 층까지 붕괴시켰다. 이 광경에 사도환은 넋이 나가 있다가 화들짝 놀라 달아났다.
이어서 세 번째 층, 다시 두 번째 층까지 붕괴시킨 화염 폭풍은 첫 번째 층에 이른 후에야 멈췄다.
하지만 흩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부로 수축해 들어가며 끊임없이 응축됐다. 그리고 이 끝없는 화염 폭풍은 점차 사라지듯 가장 깊숙한 곳에 있는 누군가의 체내로 전부 녹아들었다.
한제의 두 눈에 화염은 없었다. 하지만 그의 주위에는 형태 없는 불이 가득 퍼져 있었다. 만약 가까이서 본다면 그의 사방이 일그러져 있으며 그 너머를 볼 수 없다는 사실에 놀라게 될 터였다.
백발을 뒤로 휘날리며 숨을 깊게 들이마신 한제는 주먹을 바르쥐었다. 그의 뒤로 주작의 허상이 나타났는데 이 주작 역시 더 이상 붉은색이 아니라 하얀색이었다. 마치 눈처럼 하얀색이었지만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의 작열감이 느껴졌다.
이 백색 주작은 한제의 주위를 맴돌았다. 마치 세상 모든 생령 중 그 어떤 것도 자신 앞에서는 바로 설 자격이 없다는 듯, 심지어 자신과는 눈조차 마주칠 수 없다는 듯 고고하고 오만한 표정이었다. 그러더니 하늘을 올려다보며 주작의 울음소리인 주작명(朱雀鳴)을 내질렀다.
순간, 온 세상이 진동했다.
주작의 두 번째 각성이었다.
★ ★ ★
허공자는 붕괴한 네 번째 층 어느 구석에 숨어 첫 번째 천쇠를 견뎌내고 있었다.
‘성공하기만 하면 부상도 회복될 테고 수준도 수십 배 증폭될 테지. 두고 보자 이한제!’
그때, 주작의 두 번째 각성을 알리는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헉! 주작의 두 번째 각성!”
허공자는 말 그대로 심장이 멎는 듯했다.
“두 번째 각성은 첫 번째 각성과 의미 자체가 다른 법!”
이제 주작성종은 이한제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터였다.
수련자 연맹 입장에서도 첫 번째 각성을 마친 자라면 신경이 쓰이긴 해도 두려워할 이유까지는 없다. 하지만 두 번째 각성을 마쳤다면 두려워할 수밖에 없는 상대가 된다.
“더구나 이한제는 첫 번째 각성을 마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런 말도 안 되는… 크헉!”
허공자는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원신의 정화를 한 움큼 토해냈다.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졌고 체내의 원력이 요동쳤다. 첫 번째 천쇠의 실패 조짐이 보였다. 천쇠는 워낙 변화막측해 한 번의 작은 실수로도 실패할 수 있는데 그럴 경우 곧장 육신과 정신이 모두 소멸되고 만다.
★ ★ ★
같은 시각, 요령의 땅 밖 거대한 주작진령 역시 거의 동시에 주작명(朱雀鳴)을 냈다. 주작진령 주위에 있던 주작성종 사람들의 눈은 휘둥그레졌고 여섯 명의 쇄열기 수련자들은 깜짝 놀라 찬숨을 들이마셨다.
“두⋯⋯ 두 번째 각성! 벌써 두 번째 각성에 성공하다니!”
“우리 주작성종에 희망이 보인다. 그를 보호해야 해!”
★ ★ ★
주작성종이 있는 연소(燃燒)성역 가장 깊은 곳의 하얀 바위 위. 까마득히 오랜 세월을 살아온 성황의 두 눈이 번득였다.
“두 번째 각성이라⋯⋯.”
노인의 호흡은 거칠어졌다. 그는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가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지만 결국 그 노쇠한 몸은 일어서지 못했다.
“내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군. 그에게 내 남은 시간을 주는 것이 더 가치 있는 일일지도⋯⋯.”
노인은 한숨을 푹 내쉬며 눈을 감았다.
그때 형용할 수 없는 화염의 힘이 그의 체내에서 분출되면서 연소성역이 진동하기 시작했고 펑 소리와 함께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듯했다. 뒤이어 노인의 체내에서 서서히 원신이 떠올랐다.
한데 이 원신은 노인이 아니라 중년 사내의 모습이었다.
고개를 숙여 자신의 육신을 보는 그 사내의 눈빛만은 노련했다.
“원신을 내보내는 것도 아주 오랜만이로군.”
그는 고개를 저으며 앞으로 한 발 내딛었다. 순간 전방의 불바다에서 회오리가 나타났고 원신은 그 회오리 안으로 건너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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