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858
이 모습을 본 주작성종의 여섯 노인이 분노에 찬 고함을 내질렀다. 그들은 당장이라도 한제를 도우러 오고 싶었으나, 타지아의 공격을 막아내기에도 벅찬 상황이었다. 그중 세 명은 피를 토해냈고 중상을 입은 듯 안색마저 좋지 않았다. 화염 거인도 힘을 보탰지만 번번이 막혔다.
천운자의 손이 다가오는 것을 보던 한제의 오른쪽 눈이 푸르게 번득였다. 하지만 청광순은 천운자의 손과 충돌한 순간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쪼개지더니 한제의 오른쪽 눈으로 되돌아갔다.
청광순 덕에 잠깐의 시간을 번 한제는 오른손으로 허공을 움켜쥐었다. 더 이상 부상을 신경쓸 겨를이 없었던 그는 이를 악물고 멸신모(滅神矛)를 꺼내 쥐고는 천운자에게 맞섰다.
쾅!
허나 요란한 소리와 함께 멸신모는 바르르 떨리면서 결정의 빛이 되어 흩어져 버렸다. 이 창은 허상으로 만들어진 존재인 데다가 지금 한제는 심각한 부상을 입어 완전한 위력을 발휘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천운자는 오른손에 저릿함을 느끼고는 한제가 얼마나 죽이기 어려운 존재인지 다시금 깨달았지만 그렇다고 절대로 살려둘 마음은 없었다.
멸신모를 희생시켜 약간의 시간을 얻게 된 한제는 광기 어린 눈빛으로 분노에 찬 고함을 내질렀다.
“날 죽이려거든 그에 합당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고함을 내지르는 그의 미간에서 세 번째 눈이 천운자를 향해 번쩍 뜨였다.
한때 사제지간이었던 두 사람은 지금 서로를 향해 강력한 신통술을 발휘하고 있었다. 한 명은 상대를 죽이기 위해, 다른 한 명은 이에 저항하기 위해. 두 사람 모두 한 치도 물러서려 하지 않았다.
한데 그 강력한 천운자조자 치금 이 순간 몸이 가볍게 떨려왔다.
“보… 본원!”
그의 몸은 본원 안에서 곧장 빠르게 흩어졌다가 수천 개의 분신으로 나타났고 몸부림을 치며 저마다 분노에 찬 고함을 내질렀다. 암묵적인 평형이 이 순간 본원의 힘에 의해 깨진 듯한 모습이었다.
천운자가 잠시 멈칫한 순간, 주작성종 여섯 노인 중 중상을 입은 한 노인의 눈빛이 차게 번득였다.
‘만약 각성자가 죽는다면 우리 주작성종의 희망은 사라지는 것이다. 수천만 년간 쌓여온 우리의 한은 여기서 끝나야 한다!’
노인은 다시 한 번 눈빛에 광기가 흐르더니 두 팔을 벌렸다. 그러더니 누가 말릴 틈도 없이 체내의 원신을 폭발시켰다.
콰쾅! 콰릉! 쾅!
쇄열기 수준 수련자의 자폭은 하늘과 땅을 뒤흔들었다. 터지고 깨지고 무너지는 소리가 연달아 울렸고 그 상상을 초월하는 충격에 천운자는 재빨리 미간을 두드렸다. 순간 그의 미간에서 세 개의 획으로 이루어진 표식이 나타났다.
천운자가 힘껏 움켜쥐자 그중 하나의 획이 그대로 뜯겨나갔고 그 순간 그의 수준은 증폭했다. 그 강력한 기운이 형성한 한 줄기 폭풍은 한제가 발현한 본원의 힘과 쇄열기 수련자의 자폭으로 인한 충격까지 저지했다.
한편, 한제는 그 틈을 이용해 뒤로 물러나 천운자와의 거리를 최대한 벌렸다.
표식의 첫 번째 획을 뜯어낸 천운자는 젊어진 상태로 지금 그는 쉰 살 정도로 보였다. 또한 그의 체내에서 발산되는 기운에 주위의 수련자들은 숨이 턱 막혀왔다. 심지어 타지아조차 눈빛이 변했다.
“2만 년 만에 첫 봉인을 풀고 첫 번째 천쇠의 모든 수준을 발휘하게 만들다니. 이한제, 내가 너를 제자로 받아들인 뒤 아무것도 가르치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꼭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구나!”
★ ★ ★
요령의 땅 너머 우주에서는 만 명이 넘는 수련자 대군이 몰려들고 있었다. 이들의 선두에는 하얀 옷의 노인이 있었는데 그의 몸에서는 선기가 짙게 피어올랐다. 또한 그의 뒤로는 거의 1백 명에 달하는 선인이 따르고 있었다.
그들은 당시 우(雨)의 선계에서 살아남은 이들로 하얀 옷의 노인은 당시 청상에 버금갔던 선군이자 수련자 연맹 장로단에서 중현자 다음으로 꼽히는 이였다.
다른 한쪽에서는 허상의 인영이 이곳으로 접근하고 있었다. 일견 느릿해 보이는 움직임이었지만 실제로는 매우 빨라 한 걸음마다 엄청난 거리를 뛰어넘었다. 이 인영은 주작성황의 원신이었다.
같은 시각, 두 사람이 더 이곳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바로 곤허경의 노인과 모은미였다.
★ ★ ★
끝이 없을 정도로 드넓은 성역이 있다. 이곳은 기이하게도 멀리서 보면 환상처럼 보였다.
하늘을 꿰뚫을 듯 우뚝 솟은 거목들과 한없이 펼쳐진 푸른 들판까지, 언뜻 보면 현실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런 풍경이 하나의 수련성 안이 아니라 우주 공간에 뻗어 있다니, 정말로 기이한 일이었다.
덕분에 이 성역에서는 짙은 나무 속성의 원력이 뿜어져 나와 푸른색의 옅은 안개가 성역을 뒤덮고 있었다.
어떤 수련자라도 이곳에 오면 온몸의 원력이 정체되고 심지어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기도 했다.
덕분에 이곳은 수련자 연맹에서 정한 금지(禁地)로 오랜 세월을 살아온 몇몇 강력한 수련자들만이 이곳을 어렴풋이 기억할 뿐이었다.
이곳은 사성종 중 청룡성종의 성역이었다.
이 성역의 아주 멀리서 한 사람이 나타났다. 중년으로 보이는 그는 기억에 잠긴 듯했고 다소 슬퍼 보였다.
그가 손가락으로 앞을 가리키자 주작의 허상이 나타나 날카롭게 울며 푸른 안개를 뚫고 들어가 빙빙 맴돌았다.
이내 푸른 안개 속에서 여러 명의 인영이 나타나 번득였다. 앞장선 세 사람은 모두 백발이 성성하고 온몸에도 세월의 흔적이 여실히 드러나는 이들이었다. 그 뒤로도 여섯 명의 노인이 붙어 있었다.
“주작성황을 뵙습니다.”
아홉 명의 노인은 안개를 빠져나와 중년 사내에게 공손하게 포권을 했다.
“주작성종에 각성자가 나타났다. 너희 청룡성종의 태고 성물을 사용해야 할 것 같구나. 그리고 너희들도 함께 가주었으면 한다!”
중년의 사내는 주작성황의 원신이었다. 이번 출행에 만에 하나라도 실수가 생길 것에 대비해 이미 현무성종과 백호성종까지 다녀온 상태였다.
청룡성종에서 나온 아홉 노인은 서로를 돌아보았고 곧 앞선 세 명 노인 중 한 명이 공손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주작성황의 분부이시니 따르도록 하겠습니다!”
타산의 현신
주작성종 노인의 자폭을 틈타 천운자에게서 멀어진 한제의 두 눈이 붉게 번득였다.
남은 다섯 노인은 각자 법보를 꺼내 타지아의 공격을 막아내고 있었는데 그들의 법보는 모두 주작성종에서 수천만 년간 보존해온 공(空)급 보물이었다. 이런 법보의 힘을 이용해 서로 힘을 합쳤고 화염 거인과 화비의 도움이 더해지자 그럭저럭 견디고는 있었다. 하지만 고마가 신통력을 발휘하면서 점점 밀리기 시작했다.
천운자는 덤덤했다. 미간에서 첫 번째 봉인을 떼어낸 그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력한 기운을 뿜어내며 앞으로 한제에게 달려들었다.
“나의 첫 번째 천쇠 아래 죽는 것은 너에게도 영광일 것이다!”
그때 요란한 바람과 번개가 일어나 한제의 몸을 휘저었다. 한제는 마치 예리한 칼날의 폭풍에 휩싸인 듯 체내를 울리는 펑, 펑 소리와 함께 끊임없이 뒤로 밀려났다.
“크윽!”
한 움큼 피를 토해낸 그는 이를 악물었다. 일평생 강자들을 대상으로 투쟁해왔다. 지금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죽더라도 필사적으로 덤벼볼 생각이었다.
한제는 저물대에서 수십 자루의 거대한 검을 꺼내더니 앞쪽으로 쏘아 보냈고 동시에 세 번째 사신차를 꺼냈다.
이 세 번째 사신차는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펑 하고 나비로 변해 날개를 팔랑거렸다.
천운자는 여전히 덤덤한 얼굴로 서서히 다가왔다. 그리고 그가 다가오는 수십 자루의 검을 보고는 주문을 외듯 입술을 살짝 달싹이자 그 검들은 우뚝 멈춰 섰다. 이어서 요란한 소리를 내며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이내 전부 산산조각이 나며 한제에게로 되돌아갔다.
거기서 끝이 아니라 한제를 향해 돌진하는 동안 하나로 합쳐지더니 거대한 용이 되었다.
“캬오오!”
예리한 칼날들로 뒤덮인 이 용은 포효하며 달려들었지만 곧 사신차 나비가 앞을 막아섰다.
나비가 가볍게 날개를 팔랑인 순간, 거대한 용에게서는 쇠를 긁는 듯한 날카로운 소리가 울렸다. 그리고 다음 순간…
펑!
거대한 용은 가루가 되어 사방으로 흩어졌다.
이 광경에 한제는 머리가 저릿해졌다. 미리 사신차를 꺼내 대비하지 않았더라면 낭패를 봤을 터였다.
나비는 날개를 팔랑거려 규칙의 힘이 어린 바람을 일으키며 천운자를 향해 다가갔다. 그러나 천운자는 아랑곳하지 않는 듯 그저 두 입술을 달싹였다.
그 순간, 쾅 하는 엄청난 소리와 함께 한 층의 파문이 일며 퍼져나갔고 이에 나비는 바르르 진동하면서 금방이라도 무너질 조짐을 보였다.
이 모습을 본 한제는 이를 악물고는 두 손으로 결인을 그림과 동시에 피를 토해내 사신차 나비에게 뿌리고 크게 외쳤다.
“세 번째 봉인 해제!”
그 순간, 사신차 나비가 경련을 일으키더니 다시 한 번 날갯짓을 하면서 위로 솟구쳐 올랐다. 그러자 사방으로 흩어진 꽃잎 네 개가 나타나더니 나비의 날갯짓에 따라 회전하면서 앞으로 날아갔다.
“흐음!”
천운자는 작게 탄식하더니 오른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그 손짓 한 번에 하늘이 붕괴하기 시작한 것처럼 전방의 허공에 거대한 균열이 나타나더니 한제를 향해 돌진했다. 동시에 사신차에서 변신한 나비와 네 개의 꽃잎은 제대로 힘을 써보기도 전에 갈라진 하늘에 떠밀려 사라져 버렸다.
어느새 코앞으로 다가온 천운자는 오른손 검지로 한제의 미간을 힘껏 찔러 들어갔다. 만약 그 손가락에 닿는다면 고신의 육체를 가진 한제라 해도 곧장 무너져 내리고 원신 역시 사라져버릴 터였다.
한제는 거대한 산봉우리처럼 강력한 모습의 천운자에게 저항할 수 없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저항하더라도 결코 살아남지 못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떠오르자마자 한제 자신에 의해 강하게 제압되었다.
“그럴 수는 없지!”
분노가 가득한 한제의 목소리가 사방에 울려 퍼졌다. 동시에 그는 저물대 안에서 검집 하나를 꺼내 곧게 세워들었다.
쾅!
뻗어오던 천운자의 검지와 검집이 충돌한 순간, 거대한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검집에는 쩌적 하고 균열이 일었다. 동시에 한제의 몸은 저 멀리까지 튕겨나갔다.
“크흑!”
한 움큼 피를 토해낸 한제의 눈이 흐려졌다. 원신이 거의 조각조각 갈라진 듯했고 몸 역시 완전히 녹초가 된 상태였다. 지금 그를 붙잡고 있는 유일한 것은 굴복하고 싶지 않다는 의지와 하늘을 거스르겠다는 의지뿐이었다.
천운자는 여전히 덤덤해 보였으나, 사실 그는 방금 칼집으로부터 전해진 진동에 마음 한구석이 서늘해졌다.
천운자는 한 발 나서더니 전보다 더 빠른 속도로 한제 앞에 이르렀고 곧장 오른손을 들어 세차게 내리쳤다.
그 순간, 광기 어린 살의가 요령의 땅 지하 깊은 곳으로부터 폭발하듯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대지가 진동하면서 문양의 빛을 번득이는 인영 하나가 그 안에서 튀어나왔다. 그 인영은 천운자보다 몇 배는 빠른 속도로 그에게 달려들었다.
“나의 주인님을 해치려 한다면 이 타산의 손에 죽을 것이다!”
문양으로 둘러싸인 인영, 타산은 오른손을 휘둘러 짐승의 가죽을 소환하더니 눈 깜짝할 사이 불태워버렸다. 그것에서 피어오른 회색 연기가 타산의 몸을 맴돌았고 이에 그는 더 빠른 속도로 한제 앞을 막아서더니 천운자의 공격을 받아냈다.
콰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