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863
“이 주작성황의 의지로 태고의 성물이 하나로 합쳐질 것을 명한다. 정지(丁地)!”
동시에 나머지 세 성종에서 온 통솔자들도 분분히 호령했다.
“을지(乙地)!”
“신지(辛地)!”
“계지(癸地)!”
그 목소리들이 울려 퍼진 찰나, 네 개의 성물은 빛을 번득이면서 주작 성물인 붉은 자루의 검으로 합쳐졌다.
검은 눈 깜짝할 사이에 온 세상을 가를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해졌고 그 뒤로 청룡과 백호, 현무의 성물이 허상으로 나타났다.
붉은 자루의 검은 곧장 고마를 향해 돌진했다. 단지 몇 십 척 이동했을 뿐인데도 요령의 땅은 거대한 소리와 함께 바닥이 깊이 파였다. 마치 거대한 분지가 갑자기 생겨난 것 같은 모습이었다.
타지아는 붉은빛이 번득이는 두 눈으로 이 광경을 노려보았으나, 그 안에 깃든 두려움을 숨기지는 못했다.
한편, 사방의 수련자들은 찬 숨을 들이마시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들 중 사성종의 태고의 성물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자도 있긴 했지만 그마저도 네 성물의 위력이 곤허경에서도 겁낼 만큼 대단하다는 말만 들은 정도였다. 한데 두 눈으로 직접 그 위력을 확인한 성물은 상상 이상이었다.
모은미는 사성종의 성물을 보며 미간을 살짝 찌푸리더니 이어서 한제를 슬쩍 보았다.
한편 여운도는 두려운 눈으로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는 현무의 성물이 뒷받침하지 못해 저 사성종의 성물이 완벽한 상태가 아님을 알고 있었다.
“진정한 현무의 성물은 수련자 연맹에 있겠지. 그 옛날 현무성황의 손에⋯⋯.”
곤허경의 노인이 눈을 번득였다.
타지아의 전신에서 마기가 솟아오르더니 허공에 거대한 마영을 형성했다. 흉악한 마영은 곧장 하늘을 향해 돌진하려 했다.
하지만 붉은 자루의 검이 발산하는 압박감에 마영은 신음을 흘리며 짓눌렸고 그 검이 가볍게 움직인 순간 쾅 하는 소리와 함께 그대로 무너져 버렸다.
타지아의 눈빛은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다른 사람은 이 사성종 성물의 내력을 모르고 있었지만 그는 처음부터 확신하고 있었다.
“태고 천도의 보물!”
그는 찬 숨을 들이마셨다.
마영을 가른 검은 조금의 지체도 없이 곧장 타지아를 향해 떨어져 내렸다.
그때, 천운자가 무언가를 결심한 듯 이를 악물더니 소매를 휘둘러 온몸에서 일곱 빛깔 광채를 번득였다. 숨을 깊게 들이마신 그는 전방을 가리키며 낮게 호령하듯 외쳤다.
“천운칠채(天運七彩), 봉천승운(奉天承運)⋯⋯ 빨강!”
그 말을 외친 천운자는 몸을 바르르 떨었고 동시에 그의 몸에서 번득이던 일곱 빛깔 광채 중 붉은색이 그 검을 향해 날아들었다.
“주황!”
남은 여섯 빛깔 중 주황색 부분도 분리되어 날아갔다.
이어서 천운자의 외침에 따라 그의 몸에서 번득이던 나머지 빛깔의 광채들도 하나하나 날아들어 한 줄기 무지개를 이루었다.
“하나가 된 일곱 빛깔이여, 천운의 괘가 되어라!”
천운자의 검은 머리가 사방으로 나풀거렸다. 그리고 그의 마지막 호령에 그 무지개는 즉각 회전하면서 일곱 빛깔 회오리가 되었다.
회오리 안에서는 세 개의 나무 조각이 떠올랐고 천운자가 힘껏 내던지자 서로 부딪히면서 전방으로 떨어져 하나의 점괘를 나타냈다.
천운자는 그 괘를 보더니 눈을 번쩍 뜨면서 결인을 그린 손으로 나무 조각을 가리켰다.
“운을 빌려 도를 이룬다!”
천운자의 말에 세 조각의 나무는 순간 형용할 수 없는 기운을 퍼뜨렸고 그와 동시에 붉은 자루의 검도 잠시 멈칫했다. 마치 어떤 강력한 힘이 그 세 조각의 나무 안에서 깨어나 튀어나오는 것 같았다.
여운도는 놀란 눈으로 천운자를 바라보았다.
“천운자의 도는⋯⋯ 본디 하늘의 운이 아니었군. 하늘의 운을 빌려 자신의 도를 형성하는 것이었어. 이미 도를 흘깃 보았겠군.”
타지아 역시 큰 충격을 받은 눈으로 천운자를 바라보았다.
한제는 그 세 조각의 나무로부터 흘러나오는 기운을 뚫어져라 보았다. 그의 기억 속에 아주 깊이 새겨져 있는 기운이었다. 선부의 장선지 깊은 곳에서 발견한 8성급 고신의 머리에 있던 결정의 기운과 똑같았던 것이다.
그 나무 조각들에서 풍기는 기운은 갈수록 짙어졌다.
주작성황은 눈빛이 굳어지더니 오른손을 뻗어 주작 성물에만 세 번째 술법을 발휘하게 했다.
“화천(火天)!”
붉은 자루의 검이 웅웅 우는 소리를 내며 화염을 내뿜더니 하늘을 가득 뒤덮었다. 마치 이 순간 세상에 모든 불의 근원이 된 듯한 그것은 요령의 땅에서 벌어진 틈을 타고 우주에 녹아들기까지 했다.
이에 성역의 절반 정도가 활활 타오르는 화염에 휩싸였다. 심지어 그 검에서는 나무 조각에서 솟아오르는 것과 똑같은, 아니 그보다 더 강한 기운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하늘로 향했던 주작성황의 손가락이 아래로 떨어지자 검은 곧장 그 손짓을 따라 휘둘러지면서 그 세 개의 나무 조각을 후려쳤다.
콰콰쾅!
고막을 찢을 듯 요란한 소리와 함께 사방으로 강한 충격이 퍼져나갔고 세 개의 나무 조각은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일곱 빛깔의 회오리 역시 강력한 기세에 찢어져 버렸다.
“커흑!”
천운자는 한 움큼 피를 토해내며 뒤로 물러났다.
그때, 붉은 자루의 검이 곧장 타지아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나를 굴복시킬 수 있을 것 같은가!”
분노에 찬 고함을 내지른 타지아의 미간에 시커먼 안개가 응집되더니 그 안으로부터 고마 진령의 모습이 드러났다.
진령은 하늘을 거스를 듯한 의지를 품은채 곧장 검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것이 바로 고마였다. 세 고족 중 하나이자 하늘을 거스르는 종족.
그가 붉은 자루의 검이 풍기는 압박감에 대항하며 내지른 고함이 사방에 우렁차게 울려 퍼졌다.
하지만 그 진령이 나타난 순간, 붉은 자루의 검은 붉은 빛을 번득였다. 그 빛은 태고 성물의 핏방울이 되어 튀어나오더니 고마 진령의 미간에 떨어졌다.
“이⋯⋯ 이 피는… 태고의 천도가 아닌데⋯⋯?”
그 순간, 고마 진령의 미간이 녹아들었다. 그곳에 떨어진 피가 녹아든 미간을 관통하자 진령은 뒤로 밀려나 청림의 몸으로 되돌아갔고 진령을 관통한 붉은 피는 청림의 미간에 떨어져 선홍빛의 봉인을 형성했다.
타지아는 몸을 바르르 떨면서 픽 쓰러졌다.
그때, 주작성황의 몸이 흐릿해졌다. 원신의 형태로 성물의 위력을 발휘하면서 많은 힘을 소모한 탓이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술법은 다른 사람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지만 세 번째 술법만큼은 사성종에서도 오직 그만이 발휘할 수 있었다. 다만 그 대가는 그에게도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었다.
갈수록 모습이 흐릿해지던 주작성황은 재빨리 오른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붉은 자루의 검은 곧장 도망치고 있던 천운자에게로 날아가 그의 머리를 향해 내리쳤다. 동시에 청룡의 창과 백호의 칼 그리고 현무의 도끼가 나타나 함께 공격을 가했다.
천운자는 표정을 잔뜩 일그러뜨린 채 고개를 맹렬히 쳐들었다. 그리고 머뭇거릴 틈 없이 오른손으로 미간을 뜯어 세 번째 봉인을 반 정도 열었다.
반만 열었을 뿐이었는데도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기운이 뿜어져 나와 사성종 성물들의 공격에 저항하기 시작했다.
쾅! 쾅!
요란한 소리가 사방에 울려 퍼졌고 천운자는 다시 한 번 피를 울컥 토하더니 몸을 날려 눈 깜짝할 사이 하늘을 열고 그 밖으로 사라졌다.
목표를 잃은 주작의 검은 허공에 둥둥 떠 있었다.
주작성황은 침묵한 채 전보다 더 흐릿해진 몸으로 천운자가 도망친 곳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나도 늙은 모양이군. 전성기 때였다면 저자는 두 번째 술법만으로도 충분히 제압했을 텐데⋯⋯.”
그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주위를 한 번 둘러보았다. 그의 시선이 마지막으로 이른 대상은 멀리 떨어져 있는 여운도였다.
이내 그가 입을 열었다.
“오랜 친구여, 오늘 또 한 번 우리 사성종과 적이 될 생각인가?”
여운도는 잠시 침묵하다가 지면에 봉인되어 있는 타지아를 그리고 아직 거두어지지 않은 채 하늘에 떠있는 사성종의 성물을 힐긋 바라보았다.
그가 지금 유일하게 두려워할 대상은 태고의 성물뿐이었다.
“내가 이번에 이곳에 온 것은 당시 청림에게 입은 은혜 때문이다. 고마도 봉인되었으니 더 이상 바랄 것은 없다. 그럼 이만!”
그는 결국 공격을 포기하기로 했다. 사성종의 성물에 대한 두려움이 깊었기 때문이다. 지금 성물의 위력은 당시보다 한참 떨어졌지만 궁지에 몰린 사성종이 혈제기(血祭器)를 사용하기라도 한다면⋯⋯?
속으로 한숨을 내쉰 여운도는 몸을 훌쩍 날려 하늘로 향했고 도중에 모은미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모은미는 말없이 한제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입술을 깨물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한 번만⋯⋯ 보게 해줘. 그거면 돼. 딱 한 번만…”
주작성황은 흠칫 놀라더니 한제를 힐긋 보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모은미의 말이 들려온 순간, 한제의 몸이 경련했다. 그의 눈만 보더라도 그가 지금 큰 고통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제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모은미의 말에도 대답하지 않은 채 주작성황에게 물었다.
“저를 주작성종으로 데려가실 겁니까?”
주작성황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 벗들도 함께 데리고 가 회복하게 해주신다면⋯⋯ 주작성종에서 요구하는 조건을 받아들이겠습니다.”
주작성황은 미소를 지으며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그러자 주위의 사성종 사람들이 흩어져 부상자들을 부축했다. 수련자 연맹의 수련자들은 두려운 눈빛으로 슬금슬금 물러났다.
“제 벗 가운데 많은 이들이 육신을 잃었습니다.”
“사성종에서 그들의 육신을 다시 응집시켜 줄 것이다!”
“제 형님이나 다름없는 사도환은 시음종에 의해 중독된 상태지요.”
“그건 내가 처리해주지!”
“제 은인이신 주일 선배님은 청림의 부활을 원합니다.”
“청림의 육신을 네게 주마! 도움이 필요하다면 사성종에서는 전력을 다해 힘을 보탤 것이다!”
“이 요령의 땅에는 제 직계 제자도 있습니다.”
“사람을 보내 그들 역시 주작성종으로 데려오게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