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865
그리고 이때, 연맹성역 동쪽 사성종 안의 연소성역 깊은 곳에서는 하얀색의 거대한 바위 위에 한 청년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하얀 옷의 평범한 외모였지만 그에게서는 기이한 기운이 풍겼으며, 심지어 선인의 느낌마저 흘렀다.
두 눈을 감고 있는 그의 가슴팍은 규칙적으로 팽창과 수축을 반복했고 코에서는 두 갈래 콧김이 씩씩 뿜어져 나와 그의 주위를 맴돌다가 다시 그의 코와 입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러는 동안 그가 깔고 앉은 바위에서는 대량의 하얀 화염이 솟아올라 그 콧김을 타고 청년의 체내로 흘러들었다.
그가 이곳에 가부좌를 틀고 앉은 지는 벌써 2년째로 그동안 그는 한 번도 이곳을 떠나지 않았다. 바위에서 흘러나오는 화염의 힘을 끊임없이 흡수하며 부상당한 육신과 원신을 치료하는 데 집중했다.
그의 뒤에는 무척 연로한 노인이 있었다. 생기를 거의 잃은 그는 지난 2년간 수시로 청년의 등을 몇 번 두드려 주었다. 그리고 그의 손가락이 청년의 등에 닿을 때면 노인은 몸을 바르르 떨었고 청년 역시 경련을 일으켰다. 그의 하얀 머리카락이 나풀거렸고 체내의 뜨거운 열기는 더욱 짙어졌다.
“주작성종의 모든 성황은 주작구현변(朱雀九玄變)이라는 신통술을 반드시 배워야 한다. 이 신통술은 태고적부터 전승되어 왔으며 오늘날에는 이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신통술 중 하나가 되었지.”
청년은 물론 2년 전 요령의 땅에서 떠난 한제였다.
당시 요령의 땅에서 정신을 잃었다가 다시 깨어났을 때 그는 이 하얀 바위 위에 가부좌를 튼 채였고 그의 뒤에는 주작성황이 있었다.
또한 2년 전부터 한제의 분신과 본체는 분리되어 본체는 주작성종 행성 안에 숨겨져 있었다.
그동안 한제 체내의 불 속성 원력은 대폭 증진되었다. 요령의 땅에서 이미 정열기 수준에 거의 이르렀던 그였지만 그래도 규열기와 정열기의 간극을 뛰어넘기 위해서는 경지의 깨달음이 필요했다.
허나 경지의 깨달음이란 억지로 구하려고 해서 구해지는 것이 아니고 마음을 조급하게 먹을수록 정체되기 마련이었다. 이에 한제는 부단히 불 속성 원력을 흡수했고 이제 체내의 원력은 거의 절정에 이르러 있었다.
“주작구현변(朱雀九玄變) 중 한 번의 변화를 겪을 때마다 그 위력은 몇 배로 높아진다. 다만 이 구현이라는 신통술은 너무나 오묘해서 역대 주작성황 중 절정에 이를 때까지 익힌 이는 소수에 불과하지.”
노인, 주작성황은 오른손으로 한제의 등을 두드리며 말했다.
순간 강력한 원력이 노인의 손을 타고 한제의 체내로 흘러들었다.
“넌 수준도 높고 주작을 두 번이나 각성시켰으며 백색 주작을 나타나게 했을 뿐만 아니라 주작의 화갑(火鉀)까지 가지고 있으니 구현변의 첫 번째 변화를 하기에 충분할 터!”
한제 전신의 화염이 맹렬하게 뻗어 나가면서 펑 하는 소리를 냈다. 그 소리는 멀리까지 울려 퍼져 연소성역의 모든 행성에 이르렀다.
청수의 소식
연소성역의 어느 수련성에는 하늘을 꿰뚫을 듯 높은 산봉우리가 있었다. 이 산봉우리 역시 화염에 휩싸인 채 끊임없이 타올랐는데 놀랍게도 그 아래 산봉우리에는 식물이 있었다. 다만 그 식물들은 초록색이 아니라 보랏빛이 도는 붉은색이었다.
가벼운 바람이 화염의 파도를 일으켰고 나뭇잎은 솨아아 하고 흔들렸다. 그때, 저 멀리서 천둥과 같은 우렁찬 소리가 들려왔다.
이 산봉우리 꼭대기에는 한 사람이 가부좌를 틀고 있었다. 호흡을 하던 그는 그 천둥과 같은 소리에 두 눈을 번쩍 뜨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표정은 한없이 덤덤하고 침착했다.
“주인님의 수련이 아직 계속되고 있군. 나도 최대한 빨리 이 새로운 육신에 적응해야겠어.”
그는 대두였다.
주작성종의 쇄열기 수준 장로들이 불로 살을 나무로 뼈를 세상의 원력을 혈맥으로 삼고 대두의 의지를 융합시켜 요령의 땅에서 무너져 내린 그의 육신을 이전과 똑같이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지난 2년간 새로운 육신에 적응하기 위해 훈련한 끝에 대두는 이전보다도 강해져 있었다.
이 산봉우리에는 그 혼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산봉우리에서 멀지 않은 어느 골짜기에는 가부좌를 튼 채 진땀을 흘리며 호흡하고 있는 뇌길이 있었다. 그의 앞에는 붉은 옥으로 만들어진 병이 여러 개 놓여 있었다. 그가 흡수할 수 있는 단약들이 들어 있는 병들이었다.
하늘에서 들려온 우렁찬 소리는 점차 먼 곳으로 퍼져나갔다.
★ ★ ★
연소성역을 휩쓸며 나아간 그 소리는 저 멀리 떨어진 어느 불규칙적인 형태의 행성에 다다랐다. 이 행성의 붉은 모래로 가득 찬 사막에는 이때 폭풍이 일어난 상태였다.
폭풍은 대량의 모래를 품은 채 사방을 휘저었는데 그러는 동안 서로 부딪치면서 불씨를 일으키며 폭풍은 더욱 뜨거워졌다.
그러나 하늘에서 우렁찬 소리가 울려 퍼진 찰나, 이 폭풍은 우뚝 멈추더니 한 줄기 회오리로 변했다. 뒤이어 그 안 깊은 곳에서 가부좌를 튼 사람의 모습이 드러났다. 너무나 비대하여 자칫 살덩어리로 이루어진 산처럼 보이는 그는 거의 벌거벗은 채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얼굴의 땀을 닦아낸 뒤 하늘을 바라보던 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한제를 만난 뒤 줄곧 운이 나빴지. 요령의 땅에서는 심각한 중상을 입기도 하고. 휴⋯⋯ 녀석이 도리를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서 다행이야. 이곳 주작성종에 온 덕분에 훨씬 안전해졌으니까. 그가 심어둔 봉인은 이미 풀렸지만 감히 덤벼들 엄두는 나지 않는군.”
부풍자는 당시 한제가 요령의 땅에서 발휘한 신통술들을 떠올렸다. 잔야력으로도 모자라 원고 시대의 꿈까지… 거대한 주먹이 하늘에서 떨어지던 모습은 아직도 잊을 수 없었다.
★ ★ ★
계속해서 퍼져 나간 그 소리는 연소성역 가장자리의 수련성에 이르렀다.
크지 않은 이 수련성 지면에는 하늘에 닿을 듯 이글이글 피어오르는 붉은 화염으로 이루어진 진이 있었다.
또한 이 진의 중심에는 한 사내가 가부좌를 틀고 있었는데 고고하고 사악한 기운이 가득한 얼굴로 호흡을 이어가는 동안 그의 몸에서는 살기(煞氣)가 솟아올라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사내의 정수리에는 한기를 발산하는 얼음 한 조각이 떠 있었는데 진이 가동될 때마다 응집된 화염의 일부는 이 얼음 안으로 스며들었다. 이어서 그 안을 한 바퀴 돌며 전환되었다가 다시 발산되어 그 아래에 앉은 사내에게 흡수되었다.
그 기운을 흡수함에 따라 사내의 부상은 점차 회복되었고 이전보다 훨씬 더 강력해졌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의 체내에 깃든 독소가 이 얼음과 화염의 압박에 그대로 고정되었다는 사실이었다.
하늘에서 천둥이 울리듯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을 때, 사내는 두 눈을 번쩍 떴다. 동시에 그의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얼음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곳의 작열감에 그의 등골을 타고 땀이 끊임없이 흘러내렸다.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어!”
사내는 크게 외치며 몸을 훌쩍 날려 그 얼음을 끌어안았다. 그제야 살 것 같다는 듯 미소를 지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저 멀리서부터 냉랭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독의 발작으로 죽고 싶지 않다면 얼른 내려 와!”
“이 빌어먹을 곳은 너무 뜨겁단 말이다! 내 아우가 이곳에 있지 않았다면 진즉 떠났을 거야!”
사내는 얼음을 더욱 꽉 끌어안고는 그 안에서 피어오르는 한기를 덥석덥석 흡수했다.
그때, 갑자기 한 줄기 붉은 빛이 쉭 하고 날아들더니 한 노인이 나타났다. 주작성종의 쇄열기 수준 장로 중 한 명인 이 노인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오른손으로 허공을 후려쳤다.
쾅!
“이 망할 노인네가!”
얼음을 끌어안고 있던 사내는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땅으로 떨어졌다.
“사도환, 난 성황의 명을 받들어 네 체내의 독소를 완전히 해소해야 한다. 그러려면 내 말을 따라야 한단 말이다! 그러지 않으면 따끔히 혼을 내주겠다!”
사내는 바로 사도환이었다. 요령의 땅에서 중상을 입어 체내의 독소가 활성화된 그는 주작성종의 도움이 아니었더라면 여태 견디지 못했을 터였다.
하지만 지난 2년은 그에게 너무나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 고통은 눈앞에 있는 이 악독한 노인에게서 비롯되었다. 도저히 대화가 통하지 않는 노인이었다.
한시도 사도환에게서 1천 척 이상 떨어지지 않았고 조금이라도 호흡을 소홀히 하면 득달같이 달려와 신통술을 부려댔다.
“흥! 쇄열기 수준밖에 안 되는 주제에! 젠장, 기다려라! 언젠가는 네게 찜통에 들어앉은 듯한 이 느낌을 그대로 체험하게 해줄 테니!”
사도환은 투덜거리며 얼음 아래에 가부좌를 틀고 호흡을 이어나갔다.
그제야 노인은 미소를 지었다. 사실 지난 2년 동안 사도환과 함께 지내면서 노인은 그가 퍽 마음에 들었다.
얼음에서 억지로 떼어놓은 것도 다 그를 위한 처사였다. 그래서 그는 상대에게 혼을 내거나 훈계를 할 때도 사도환을 직접적으로 공격하여 그를 다치게 하는 법이 없었다.
불만이 가득한 사도환의 말에 노인은 웃으며 말했다.
“좋다. 그 날을 손꼽아 기다리마.”
“그래, 기다리라고!”
사도환은 눈을 흘겼다. 사실 그 역시 눈앞의 노인이 자신을 위해 힘써주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다만 이곳은 그냥 견뎌내기에는 너무 더웠고 지난 2년간 완전히 속박되어 있었으니 미칠 지경이었다. 왕처럼 살아온 지난날을 떠올릴 때마다 사도환은 한숨을 푹푹 내쉬곤 했다.
‘봉란성, 너희들도 꼼짝 말고 기다려라!’
★ ★ ★
천둥소리는 다시 멀리까지 퍼져나가다가 점차 흩어져 사라졌다.
한제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결인을 그린 두 손을 휘둘렀다. 순간 그가 깔고 앉은 하얀 바위가 더욱 뜨거워졌고 그 열기는 그대로 그의 체내로 흘러들었다.
반면 주작성황의 얼굴은 더욱 창백해졌고 그의 몸에 드리운 죽음의 기운은 갈수록 짙어졌다.
그가 거친 목소리로 말했다.
“난 이제 얼마 버티지 못할 것 같구나. 그전에 네가 구현의 첫 번째 변화를 수련했으면 좋겠다. 그래야만 주작성종 태고의 성물을 통제할 수 있고 나도 마음 놓고 주작성종을 네게 맡길 수 있을 게야.”
한제는 가부좌를 튼 채 손을 거두었다. 뜨거운 열기가 체내의 경맥을 타고 도는 것을 느끼며 길게 뜨거운 숨을 내뱉은 그가 두 눈을 번쩍 떴다.
별처럼 반짝이는 눈 속에는 세상 모든 것이 담겨 있는 듯했고 밝은 빛은 감히 그를 똑바로 쳐다보기도 힘들게 했다. 또한 그 눈빛에는 모든 것을 꿰뚫어보는 듯한 현명함과 지혜도 어려 있었다.
“성황께서는 마음을 놓으십시오.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한제가 덤덤하게 답했다.
“이전에 그랬지, 청룡성황이 우(雨)의 선계에 갇혀 있는 건 아닌지 의심된다고. 사실이라면 큰일이다. 허나 우의 선계를 열고 닫는 것은 수련자 연맹의 손에 달려 있어. 우의 선계의 결정이 있어야만 하니까. 허나 현재 우리 힘으로는 그들과 맞설 수가 없다. 우의 선계의 결정을 손에 넣을 방법은 내가 어떻게든 생각해낼 터이니 청룡성황을 구해오는 일은 네가 맡아야 한다.”
노인의 목소리에서 짙은 피로감이 느껴졌다. 이제 몸도 정신도 지칠 대로 지친 상태였다. 그저 마음 놓고 사성종을 떠날 수 없다는 이유로 이를 악물고 지금까지 버텨온 그는 매일매일 세 번째 천쇠를 겪으면서 끝없는 고통에 시달리고 있었다.
“제 사형인 청수에 관한 소식은 없습니까?”
잠시 후, 한제가 눈을 감고 호흡을 이어나가기 전에 조용히 물었다.
“청수 선군의 이름은 당시에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지. 그의 행적을 찾기 위해 사성종에서는 지금 전력을 다하고 있다. 그가 마지막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이 연맹성역의 중앙이라는 것을 확인했지. 연맹 본부의 범위 안쪽이었어. 어쩌면 수련자 연맹 본부가 지난 2년 동안 봉쇄되었던 것이 청수와 큰 관련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