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867
한제는 이를 악물고는 오른팔을 연속으로 세 번이나 더 두드렸다.
다섯 번째, 네 번째, 세 번째 문양!
그의 거침없는 손짓에 총 네 개의 화염이 동시에 튀어나왔고 네 번의 생 동안 모았던 원력은 연소성역 전체를 뒤흔들었다.
이를 지켜보던 주작성황은 두 눈이 바짝 졸아들었다. 그는 한제의 뼛속 깊이 광기 어린 저항심이 어려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1천 년이 조금 넘는 수행으로 이 정도 수준에 이르고 주작을 두 번이나 각성시킨 것은 절대 우연이 아니었구나. 저 거칠고 저항적인 성격과도 관련이 있는 일이었어!’
방금 방출된 원력에 한제 체내와 갑옷에 스며든 원력까지, 총 일곱 번의 생 동안의 원력이 한제의 체내를 뒤덮었다.
쿵!
한제는 짧은 굉음과 함께 피를 토해내더니 오른손을 들어 미간을 두드렸다. 그러자 그의 정수리로부터 백색 주작이 모습을 드러냈고 그 순간 한제 체내의 원력은 대대적으로 그 주작에 스며들었다. 원력을 받은 주작의 몸은 곧장 하늘을 뒤덮을 정도로 거대하게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한제는 이를 악물고 전신의 고통을 참아내며 이를 갈았고 왼손으로 오른팔에 남아 있는 두 개의 문양 중 하나를 두드렸다.
순간 그 문양은 엄청난 원력이 되어 몰려들었고 한제는 자신의 몸 안팎이 모두 불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 자체가 용광로가 되어 끊임없이 제련되는 듯한 느낌이었다.
“크으으…”
한제는 낮게 신음했다.
그는 연소성역의 모든 사람이 신식으로 새로운 성황의 등장을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새로운 성황
뇌길과 대두 역시 모든 것을 멈춘 채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두 사람은 지금 한제가 엄청난 고통 속에서 태어난 봉황이 되어 열반의 경지에 오르려 하고 있다는 것을 은연중에 느낄 수 있었다.
“주인님⋯⋯.”
★ ★ ★
점점 사라지던 사막의 폭풍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부풍자 역시 멍한 얼굴로 하늘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강한 원력이구나. 설마⋯⋯ 설마 지난 3년 동안 수행한 결과를 얻어내고 있는 것인가!”
★ ★ ★
사도환 역시 호흡을 멈춘 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의 곁에 선 주작성종 장로도 기대와 흥분이 뒤섞인 얼굴로 같은 곳을 보고 있었다. 그의 노쇠한 심신에서는 갖가지 감정이 일어나고 있었다.
이 수련성에는 한제가 알고 있는 사람이 두 명 더 있었다. 그중 한 사람은 이 서북쪽에 자리를 잡고 있었는데 이곳에서는 꽃이 바다를 이루고 있었다.
작열하는 듯 뜨거운 온도에서도 살아남는 꽃은 굉장히 드물지만 그렇다고 없는 것은 아니었다. 불바다처럼 붉은 꽃들로만 가득한 이곳에는 한 여인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이 여인은 화비가 아니라 은시였다.
그녀는 기이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지난 3년 동안 그녀는 뭔가를 어렴풋이 기억해낸 상태였다.
이 수련성에 있는 또 다른 사람은 이전에는 연못이었지만 지금은 바짝 말라 갈라진 곳에 있었다.
헐벗은 상반신이 수많은 문양으로 가득 덮인 그는 몇몇의 맹수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하지만 이 맹수들은 모두 죽은 상태였고 그들의 미간 가죽은 모두 벗겨져 있었다.
이 사내는 타산이었다. 검지를 깨물어 어느 짐승 가죽에 그림을 그리던 그는 문득 멈칫하더니 고개를 들어 올렸다.
‘주인님⋯⋯. 폐관수련을 마치신 겁니까?’
★ ★ ★
연소성역 가장자리의 어느 수련성, 가장 높은 산봉우리 꼭대기에는 검은색 돌로 된 조각상이 세워져 있었다.
한제와 똑같이 생긴 이 조각상의 아래에는 한 명의 청년이 가부좌를 틀고 있었다.
1천 번의 낮과 밤이 뒤바뀌던 지난 3년 동안 내내 이곳에 앉아 꼼짝도 하지 않고 이 조각상을 지켜오던 청년도 고개를 들었다. 천둥이 울리는 듯 요란한 포효를 어렴풋이 들은 순간, 청년의 얼굴이 감격으로 물들었다.
“스승님⋯⋯.”
이 청년은 십삼이었다.
연혼종이 기거하는 이 수련성의 다른 한쪽에서는 한 노인이 성벽 위에 앉아 벌컥벌컥 술을 들이켜고 있었다. 씁쓸한 표정의 그는 지난 3년 동안 내내 이 상태였다.
그때, 하늘을 울리는 천둥소리와 함께 짙은 붉은빛이 하늘을 뒤덮었다. 고개를 살짝 들어 하늘을 바라본 노인은 이내 다시 고개를 숙이고 계속해서 술을 마셨다.
“둘째야, 셋째야, 이 큰형이 미안하다.”
노인은 눈물을 흘리며 주전자에 든 술을 모조리 마셔버렸다.
“영이야, 술을 더 가져와라!”
노인은 비어버린 주전자를 아래로 내던지며 소리쳤다.
그의 뒤에 선 아름다운 소녀는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그녀는 진도자의 이런 모습에 속이 상했지만 이내 묵묵히 몸을 돌려 자리를 떴다.
“미안하다, 아우들아⋯⋯.”
노인의 고통에 찬 목소리가 소녀의 귓가에 닿아 오래도록 흩어지지 않았다.
★ ★ ★
연소성역에는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뜨겁지만 형태 없는 회오리가 주변의 화염을 회전시키는 수련성이 있었다.
“대마혼 이한제, 이 무자비한 살인마. 너와 아무런 관련도 없는 나를 어찌 이 끔찍하고 뜨거운 곳으로 데려와 고통스럽게 하느냐!”
“한제님, 부디 저를 좀 내보내 주십시오. 이곳은 너무 견디기 힘듭니다!”
“이한제, 이 할아비를 이렇게 궁지로 몰아넣는다면 나 역시 사력을 다해 너한테 맞설 것이다!”
이런 저주와 간청은 지난 3년간 한 번도 끊긴 적이 없었다. 심지어 때로는 비명소리도 들려왔기 때문에 주작성종 사람들은 이곳을 빙 에둘러 다녔다.
그 중앙에는 한 사람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온몸이 화염으로 뒤덮인 이 사람은 한시도 멈추지 않고 신통술을 발휘해 화염에 저항하고 있었다. 자칫 집중력을 잃기라도 한다면 곧장 그 엄청난 화염에 휩쓸리게 될 것이 분명했다.
이 사람은 다름 아닌 허이국이었다. 상당히 초췌하고 남루한 상태였지만 그의 두 눈에서는 전에 없이 밝은 빛이 번득였다.
3년 전부터 줄곧 이 화염의 위협에 시달리면서 그는 어쩔 수 없이 자신이 얻은 원고 시대 검기의 유산을 흡수하여 가까스로 버텨내고 있는 상황이었다.
가끔씩 검기를 발산해 전방의 화염을 약간 흩어낼 때마다 그의 입에서는 거침없이 욕설이 터져 나왔다. 이런 생활을 무려 3년 동안 이어온 끝에 욕설을 내뱉는 것은 거의 그의 습관이 되어있었다.
“이한제, 이 개자식! 이곳에서 나가기만 하면 절대 용서치 않을 것이다!”
한데 욕설을 내뱉던 허이국의 몸이 순간 바르르 떨렸다. 몸을 홱 틀어 먼 곳을 내다보던 그의 눈에는 충격이 가득했다.
“망할! 살인마 이한제가 폐관수련을 끝낸 것인가! 하늘도 무심하시지. 그 자를 내보내지 말았어야지! 아니야! 그자가 나오지 않으면 난 어떻게 이곳에서 나간단 말인가? 그러니 나오는 편이 낫지. 그럼, 나와야지!”
★ ★ ★
남아 있던 두 개의 화염 문양 중 하나를 개방하여 엄청난 양의 원력을 방출한 한제는 더욱 큰 고통에 시달렸다.
붉은 갑옷을 입고 하얀 머리를 나부끼는 그의 뒤로는 거대한 백색 주작이 선회하며 계속해서 그의 체내에서 흘러나온 원력을 흡수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덟 번의 생 동안 모아놓은 원력을 감당하기는 벅찼다.
온몸이 찢어질 듯한 고통은 갈수록 격렬해졌다. 허나 그 고통도 한제를 굴복시키기는커녕 오히려 그의 저항심에 불을 붙였다.
“크하하! 겨우 구현의 첫 번째 변화에 불과한 것을 이 이한제가 견뎌내지 못할 것 같으냐!”
한제는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면서도 하늘을 올려다보며 광기 어린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더니 왼손으로 오른팔에 남아 있던 마지막 문양을 거세게 두드렸다. 순간 마지막 원력이 폭발하듯 뿜어져 나왔다.
순간 한제는 하나의 화염 공에 둘러싸였다. 그 뜨거움은 도저히 견뎌낼 수 없었고 이에 한제의 몸은 타오르기 시작했다.
“이미 한계에 이르렀다! 네가 최선을 다했음을 나는 안다. 그러니 이제…”
주작성황은 작게 한숨을 내쉬며 오른손을 들어 올려 한제를 향해 손짓하려 했다. 그는 한제가 더는 견뎌내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여덟 번의 생 동안 모은 원력에는 억지로 저항해 낼 수 있다 해도 아홉 번의 생 동안 모은 그 모든 원력에는 저항하지 못할 것이다.
이미 몸이 불타기 시작했으니 곧 완전히 타올라 육체도 영혼도 소멸되고 말 터였다.
한데 그때, 몸을 홱 돌린 한제는 주작성황을 똑바로 주시했다. 그의 거친 목소리가 온몸을 뒤덮은 화염을 뚫고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