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881
고개를 들어 올린 한제가 상공의 구름을 향해 크게 외쳤다.
한편, 청광진 너머의 두 노인과 세 청년은 거의 넋이 나가 있었다.
“처⋯⋯ 천벌을… 삼켰어⋯⋯.”
두 노인의 얼굴에 걸려 있던 비웃음은 씻은 듯 사라진 지 오래였고 그 눈빛에는 충격과 두려움뿐이었다. 특히 방금 아홉 줄기의 번개를 흡수하는 한제의 모습에는 식은땀이 배어나올 지경이었다.
“빨리 진을 배치해라! 서둘러!”
저 뒤편에서 마찬가지로 넋을 놓고 있던 백여 명의 수련자들은 노인의 호통에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는 다급하게 하던 일을 이어갔다. 두 노인 역시 얼른 그쪽으로 돌아가 직접 진을 배치하는 데 가담했다.
“빨리! 최대한 빨리 이 빌어먹을 연맹성역에서 나가야 해! 어째서 이곳에 저런 끔찍한 자가…?”
그 무렵, 상공에서는 천벌의 구름이 다시 응집되더니 흘러넘칠 듯한 위엄을 발산하면서 굵기가 1백 척에 달하는 자색 번개를 쏘아냈다.
그 위력이 어찌나 강력한지,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우주를 가르고 허공에 스며들었다. 그리고 한제로부터 3촌가량 떨어진 곳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내 그의 미간으로 돌진했다.
“와라!”
한제는 물러서기는커녕 두 손을 들어 올려 그 자색 번개를 그대로 안았다.
콰르릉! 쾅!
끝이 아니었다. 천벌은 분노한 듯 자색 번개를 연달아 쏘아 보냈고 이에 한제의 전방에 모인 번개는 공과 같은 형태가 되어 점점 커져 순식간에 1천 척에 이르렀다.
한제의 몸은 그 천둥번개에 조금씩 뒤로 밀려났지만 그의 얼굴에는 광기와 비웃음이 더욱 짙어졌다.
“한 번 더 덤벼보시지!”
그가 하늘을 향해 외쳤다.
쾅!
거대한 소리와 함께 반경 수십만 리의 하늘을 뒤덮은 천벌의 구름에서 사람의 그것과 같은 포효가 울려 퍼졌고 동시에 일곱 빛깔의 번개가 번득였다. 이 번개는 일곱 가지 색깔별로 갈라져 상상을 초월하는 위엄을 풍기며 한제에게로 돌진했다.
쾅! 쾅! 쾅!
연이은 충돌음과 함께 한제는 다시금 뒤로 밀려났고 전방에 응집된 공 모양 번개는 이미 수천 척 크기에 이르렀다. 또한 그 안에는 가히 짐작할 수 없을 정도의 천둥번개의 힘이 응집돼 세상 모든 번개를 감당할 수 있는 한제조차 더 이상 견디지 못했다. 천둥번개를 품은 공의 위력은 온 세상을 뒤흔들 것만 같았다.
그때, 한제는 그 공을 통제하여 청광진을 향해 힘껏 내던졌다. 이에 두 노인의 얼굴은 창백하게 질려버렸다.
“진을 활성화하라!”
한 노인의 고함에 모든 수련자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두 손으로 끊임없이 결인을 그렸다. 자색 옷을 입은 두 노인 또한 가부좌를 튼 채 원신을 녹여내 청광진의 위력을 높였다.
그 순간, 번개 공이 푸른 장막과 충돌했다.
콰쾅!
우주 전체가 터져나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청광진에 엄청난 충격이 가해졌다. 이어서 무궁무진한 전광이 청광진 위에 흐르면서 진은 순식간에 어두워졌고 두 노인은 격하게 피를 토해냈다.
“크헉!”
“끄윽!”
그중 한 노인의 육신은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고 겨우 빠져나온 원신은 날카로운 절규를 내지르며 활성화된 진을 향해 돌진했다.
셀 수 없이 많은 천둥번개가 청광진을 관통해 그 안을 휘저었고 진을 활성화하던 수련자들 중 열 명 이상이 단번에 새카맣게 타버렸다. 이들은 원신조차 빠져나오지 못한 채 죽음을 맞았다.
청광진은 단숨에 파괴되었고 그 충격은 고리 모양으로 넓게 퍼져 나갔다.
흡혈마수는 무언가를 직감한 듯 곧장 몸을 피했다. 그 순간, 자갈성역의 모든 자갈이 그 고리 모양의 충격에 부딪혀 가루로 변해갔다.
눈 깜짝할 중앙의 일부 자갈을 제외하고는 자갈성역의 모든 자갈이 사라져 버렸다.
한제는 곧장 그 안으로 달려들었다. 그때, 상공을 뒤덮은 천벌의 구름에서 1백 줄기가 넘는 일곱 빛깔 번개가 한제를 뒤쫓았다. 그리고 그 번개들 뒤로는 천화(天火)가 떨어졌다. 한제로서는 처음 보는 불 형태의 천벌은 화르르 타오르며 달려들었다.
그때, 자갈로 이루어진 진이 마침내 활성화되면서 느릿하게 회전하기 시작했고 그 안에서는 엄청난 위력이 발산되었다.
중상을 입은 자색 옷의 노인은 동료의 원신을 챙겨 재빨리 진 안으로 들어서면서 목숨을 부지했지만 두려움에 몸이 떨려오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가까운 곳에 있던 수련자들 역시 얼른 진 쪽으로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들이 도망치는 것을 두고 볼 한제가 아니었다. 그가 두 눈을 번득이자 우주를 뒤덮는 거친 파도와 같은 충격이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그 순간, 한제 주위에는 화산의 허상이 하나둘 나타났고 그 허상으로부터 뜨거운 열기와 먹먹한 포효가 끊임없이 퍼져 나왔다.
“산붕(山崩)!”
한제는 살기 어린 눈빛을 번득이며 가볍게 외쳤다.
한제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 순간, 그의 주변에 허상으로 나타난 수많은 화산들이 하나로 중첩되기 시작하더니 순간 융합해 거대한 산봉우리가 되었다. 진짜 산봉우리와의 차이가 거의 없을 정도였다. 1만 척이라는 크기는 우주에서는 그리 크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모두가 그 산봉우리에 압도당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 산봉우리가 나타난 순간 우주에는 격렬한 파문이 일어났고 자갈로 이루어진 진에서는 대량의 돌들이 무너져 내렸다. 또한 화산이 폭발하면서 수많은 돌조각을 사방으로 튕겼고 동시에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와 우주를 채웠다. 뒤이어 한 줄기 암적색 화염도 분출되었다. 이 화염의 엄청난 열기는 일체의 생령을 소멸시킬 듯했다.
운해성역의 수련자 몇몇은 산봉우리에서 튀어나온 거대한 돌에 깔리면서 육신이 뭉개졌고 체내로 스며든 화염에 눈 깜짝할 사이 원신까지도 제련되어 버렸다.
하나의 산, 두 번의 붕괴
검은 연기는 대량의 화독(火毒)을 품은 채 사방으로 넓게 퍼져 나갔다. 진에 발을 들여놓고 떠나려 했던 한 수련자가 연기에 깃든 화독에 닿자 날카로운 비명과 함께 한 줄기 연기가 되어 무너져 버렸고 원신까지도 불타 소멸했다.
여기에 일곱 빛깔 번개가 검은 연기와 화염의 충격 아래 일찍이 터져버렸고 그 충격에 수준이 낮은 수련자들은 원신이 찢겨나갔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산봉우리가 다시 진동하기 시작하면서 성난 파도와 같은 용암이 분출돼 이 공간을 엄청난 열기로 뒤덮어 버린 것이다.
용암으로부터 가장 가까운 곳에 있던 일곱 명의 수련자 중 두 명은 화독에 정신을 잃은 상태에서 숨을 거두었다. 또 한 명은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는 거대한 돌과 충돌해 한 덩이 핏물이 되자마자 용암의 열기에 증발해 사라졌다.
큰 고통을 느끼기도 전에 죽어간 그들은 그나마 운이 좋은 편이었다. 나머지 네 사람은 용암에 뒤덮였고 그 순간 원신이 소멸하고 육신이 곧장 불에 타 사라지면서 새카맣게 타버린 뼈는 죽기 직전의 모습 그대로 굳어버렸다. 허나 그 뼈 역시 금세 재로 흩어졌다.
가장 큰 고통을 겪은 것은 수준이 높은 이들이었다. 그들은 용암을 피하긴 했지만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하고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신통력이나 법보를 사용해도 완벽히 도망칠 수는 없었다.
그 무렵, 멀리 몸을 피했던 흡혈마수가 빠르게 돌아와 동족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곳은 산붕에 의해 모든 구속력을 잃은 상태였는데 어떤 화염도 그 안에 갇혀 있던 흡혈마수들을 위협하지 않았다.
자신들의 왕이 다가오는 모습에 흡혈마수들은 그 뒤에 따라붙어 커다란 대형을 이루어 어딘가로 향했다. 자신들을 이곳으로 꾀어 온 황의의 청년을 찾는 것이었다.
그때, 그 세 청년 중 다리를 다친 자는 하늘에서 떨어진 바위를 가까스로 피했으나 뒤에서 불어오는 광풍에 고개를 돌렸다가 흡혈마수들을 보고는 표정이 급변했다. 허나 물러날 틈도 없이 비명을 내지르며 몸이 산산조각 나고 말았다.
“캬아아아!”
“캬오오!”
피 비린내를 맡은 흡혈마수들은 더욱 광기에 빠져들어 나머지 두 청년을 찾아 나섰다.
이 모든 것은 눈 깜짝할 사이 벌어진 일들이었다.
육신을 잃은 자색 옷의 노인 중 하나의 원신은 가까스로 바위와 화독을 피하고는 이를 악물고 진을 향해 돌진했다. 또 다른 노인은 제자들의 생사도 내팽개치고는 홀로 화독을 피해 빙 둘러 진으로 향했다.
한제는 싸늘한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다가 두 손을 위로 뻗으며 외쳤다.
“산, 첫 번째 붕괴!”
그 순간, 산봉우리가 다시 한 번 진동하면서 산꼭대기의 돌들이 굴러 떨어져 용암에 빠졌다. 그러자 용암이 사방으로 튀면서 수많은 수련자들을 시커먼 재로 만들어버렸다.
그때, 가장 앞서 튀어나간 자색 옷의 노인 원신이 진의 중심에 이르렀다. 허나 이미 망가져버린 진에는 수많은 균열이 생겨 있었고 그 균열로부터 눈부신 빛이 번득였다.
콰르릉!
용암이 하늘로 솟구쳐 오르자 진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와해되었다. 그리고 그 안의 눈부신 빛은 격렬하게 번득이면서 사방을 향해 빠른 속도로 뻗어 나갔다.
콰쾅!
요란한 소리와 함께 진은 결국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안 돼!”
노인의 원신은 절망적으로 절규하며 바들바들 떨었다. 그리고 그 순간,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는 불타는 바위와 충돌했다.
“크윽!”
노인은 원신의 기운을 한 움큼 뱉어내면서 몇 걸음 물러났다. 원신 전체가 활활 불타고 있었지만 위기는 끝이 아니었다. 그가 뒤로 물러난 순간, 화독이 폭풍을 형성했고 그 안에 휩쓸린 노인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크아아악!”
화독과 그 뜨거운 열기에 노인의 고통에 찬 비명이 울렸다. 그는 고개를 번쩍 쳐들어 한제를 죽일 듯 노려보면서 이를 갈았다.
“내 죽더라도 너를 두고 가진 않을 것이다!”
분노에 찬 고함을 내지르며 한제를 향해 몸을 날린 그는 이미 자폭을 결심한 상태였다. 허나 원력까지 발산하며 달려드는 노인을 앞에 두고도 한제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노인의 원신이 다가온 순간, 한제는 가볍게 손을 들어 체내의 선력을 뿜어냈다.
“정(定)!”
한제의 냉랭한 외침에 노인의 원신은 허공에 그대로 멎어버렸다. 동시에 한제는 체내의 불 속성 원력을 동원하여 상대가 반격해오지 못하도록 막으면서 반대쪽 손을 크게 휘둘렀다. 그러자 그의 도념이 녹아든 곤극 채찍이 허공에 나타나 한 마리 뱀처럼 노인에게 달려들었다.
“크악!”
자폭을 하려던 노인의 의지는 그 곤극 채찍의 위력에 사라졌고 비명만이 울려 퍼졌다. 허나 도망칠 틈도 없이 곤극 채찍에 두들겨 맞다 보니 노인의 원신은 어느새 한제 곁에 이르러 있었다.
한제는 곧장 그 원신을 붙잡아 앞으로 내던졌다. 그러자 허공에서 균열이 나타나 노인의 원신을 흡수했다.
멀리서 이 광경을 지켜본 또 한 명의 노인은 몸을 바르르 떨며 도망치려 했다. 허나 그때, 한제가 몸을 훌쩍 날려 노인을 추격하면서 오른손으로 상공을 가리켰다.
“두 번째 붕괴!”
하나의 산, 두 번의 붕괴. 한제가 지금 깨달은 산붕 선술로 해낼 수 있는 최대의 공격이었다. 여섯 개의 산으로 열두 번의 붕괴를 일으켰던 청수에 비하면 한참 부족했으나 황의의 수련자들을 처리하기에는 충분했다.
콰르릉!
온 우주가 그 두 번째 붕괴의 위력에 진동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산 자체만이 아니라 한제의 의지와 선력이 응집되어 만들어진 산혼 역시 붕괴한 터라, 불타는 바위들 또한 무너져 내렸고 수많은 돌들이 사방으로 튀어나갔으며, 무궁무진한 용암과 화독이 우주를 완전히 뒤덮였다.
또한 이 갈라진 산봉우리에서 형성된 불타는 돌과 용암, 지독한 화독은 한제의 손짓에 따라 활활 타오르는 긴 강이 되어 주위를 맴돌았다. 지금의 한제는 마치 하늘을 떠받치고 선 신과도 같았다.
운해성역 수련자들은 그 거대한 진과 함께 이미 와해되어 흩어진 상태라 아직 육신을 부지하고 있는 자색 옷의 노인만이 두 번째 붕괴의 여파에 도망치고 있었다.
한제는 가볍게 손을 휘둘러 자신의 몸을 두르고 있는 화염의 강을 쏘아 보냈다. 그리고는 그 노인을 더 이상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고개를 들어 상공에 몰려 있는 천벌의 구름과 그 안에서 떨어져 내리는 화염 형태의 천벌을 바라보았다.
“불⋯⋯.”
천벌의 화염이 쉭 소리를 내며 달려든 순간, 한제의 한쪽 입꼬리가 올라가는가 싶더니 그의 왼쪽 눈이 번득였다. 동시에 새빨간 갑옷이 그의 몸을 둘러 멀리서 보면 마치 타오르는 화염을 입고 있는 듯했다.
그 상태로 한제는 하늘에서 떨어지고 있는 그 불을 향해 달려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