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921
“파동으로 볼 때 절대 법보는 아니야!”
모두 신중하게 고민에 잠겨 있을 때, 이향동이 먼저 이를 악물고 몸을 날렸다. 아래에 있는 것이 대체 무엇인지 그는 알고 싶었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느껴지는 압박감은 더욱 강해졌고 콰쾅 하는 소리는 고막을 찢어놓을 듯 우렁차졌다.
네 사람은 그 위압감에 심신을 바르르 떨었고 속도는 점점 느려졌다. 그러다 지하 깊은 곳에서 퍼져나가던 또 한 줄기의 광기 어린 기운과 접촉한 순간, 그들은 온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당장 이곳에서 떠나는 것이 좋겠어!”
줄곧 침묵을 지키고 있던 여연비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다른 셋은 대답이 없었지만 이향동이 두 눈을 번득이며 말했다.
“저 아래 있는 것이 대체 뭔지 알아내기 전까지는 떠나고 싶지 않아!”
말을 마친 그는 다시 한 번 아래로 몸을 날렸다.
망설이던 두 노인이 그의 뒤를 따랐고 여연비도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어쩔 수 없이 그들을 쫓았다. 네 사람은 점점 소리의 근원지와 점점 가까워졌다.
이제 예의 그 소리는 천둥보다 더 크게 들려와 심지어 그 소리의 근원까지 들을 수 있었다. 뼈가 부러지는 듯한 소리임을 눈치챈 순간, 온몸이 뻣뻣해졌다.
끊임없이 아래로 내려가던 이들이 소리의 근원지에 거의 접근했을 그 순간, 갑자기 막강한 신식이 지하 깊은 곳에서부터 퍼져 나왔다.
“이곳을 떠나라!”
거대한 신식이 폭풍처럼 강타하자 가장 앞서 있던 이향동은 몸을 바르르 떨며 피를 한 움큼 토해냈다. 체내에서 울리는 펑, 펑 소리를 들으며 망설임 없이 뒤로 물러난 그의 눈에는 짙은 두려움이 어려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곁에 있던 두 노인 역시 몸을 격하게 떨며 피를 토해내더니 창백한 얼굴로 떠밀려 나갔다. 심신이 격렬하게 떨리는 두 사람의 눈에도 두려움과 충격이 깃들어 있었다.
여연비 역시 입가에 피를 흘린 자국이 있었지만 그녀의 두 눈은 전보다 더 밝게 빛났다. 그 목소리를 통해 자신의 추측을 확신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이향동이 뒤로 물러나는 와중 포권을 하며 입을 열었다.
“어느 선배님이시기에 이곳에서 수련을 하고 계신지는 모르겠으나 저는 귀원종의 이향⋯⋯.”
“꺼져라!”
다시 한 번 신식이 그를 휩쓸었다. 전보다 몇 배는 더 강해진 그 위력이 형성한 폭풍은 막라 대륙의 지면까지 격렬하게 진동하게 만들었다.
지하 깊은 곳에서 들끓는 힘에 이향동을 비롯한 네 사람은 그대로 떠밀려 나갔다. 특히 이향동은 한 줄기 빛을 그리며 한없이 떠밀리다가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지표면을 뚫고 나갔다. 그의 몸이 허공으로 붕 떠올랐을 때, 대지에서는 우렁찬 소리와 함께 선혈을 토해낸 두 노인과 여연비가 허겁지겁 빠져나왔다.
허공에 떠오른 네 사람의 눈에는 엄청난 충격의 빛이 어려 있었다. 떨리는 마음을 다잡고 서로를 돌아보던 이때, 여연비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입가에 흘린 피를 닦고 느릿하게 입을 열었다.
“그러게 가지 말라고 했잖아! 사숙조(師叔祖)께서 분노하셨잖아! 그나마 우리를 크게 다치게 하지는 않으셨으니 다행이지.”
“사숙조?”
다른 세 사람은 창백한 얼굴로 멍하니 되물었다. 방금 그들을 휩쓸었던 신식은 낙인처럼 그들의 심신에 남아 그 존재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두려웠다.
“사숙조 여자호. 다들 들어봤을 것 아냐!”
★ ★ ★
한편, 지하 깊은 곳에 있던 한제의 3천 척에 달하는 본체에서는 거의 모든 뼈가 조각조각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콰쾅 소리와 함께 사람 형태의 재만 남아 있을 뿐, 이제는 두개골도 반만 남은 채 붕괴하는 중이었다. 본체와 한제 분신의 심신은 형용할 수 없는 고통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때, 그 반절의 두개골도 쩌적 소리와 함께 다시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끊임없는 붕괴 속에서 뼈는 조각조각 재로 변해 흩어졌고 남은 부분이 갈수록 줄어들어 이제는 손바닥만 해졌다. 3천 척에 달하는 고신에게는 티끌처럼 작은 부분이었고 고통으로 거의 미칠 지경이었지만 한제는 여전히 참고 있었다.
콰쾅 하는 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다.
손바닥만 한 뼈마저 무너지면서 점점 더 작아졌고 찰나의 순간 손톱만큼 남은 뼈까지 붕괴의 여파 속에서 완전히 흩어져 버렸다.
마치 시간이 멈춰버린 듯했다. 그리고 그 순간, 가부좌를 틀고 있던 한제의 분신은 두 눈을 부릅뜨고 오른손으로 앞을 가리켰다.
“정(定)!”
그 한 마디 외침과 함께 한제의 분신은 바르르 떨었고 피를 토해내며 뒤로 나자빠졌다. 동시에 흩어지고 있던 뼈의 재는 그 움직임을 우뚝 멈추었다.
뒤이어 고신의 기운 한 줄기가 지하 깊은 곳에서부터 퍼져나가기 시작했고 막라 대륙의 원력이 순식간에 뚫고 들어와 끊임없이 몰려들었다.
영혼을 관통하는 소리 없는 포효가 순간 지하 깊은 곳에서 울려 퍼져 대지 밖으로 퍼져나가면서 모든 존재의 귀에 닿았다.
한제의 분신이 모든 힘을 다해 발휘한 정신술 아래 본체는 점차 생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흩어지던 뼈의 재는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응집되기 시작하면서 순식간에 손톱만 한 뼈를 형성했다.
막라 대륙의 원력이 몰려들어 녹아들면서 고신의 뼈는 이전보다 훨씬 더 강력하게 응집되고 있었다.
손톱만 했던 고신의 뼈는 점점 커지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7촌에 달했다. 한데 그것만으로도 막라 대륙의 원력 절반을 소모했다.
뼈는 계속해서 커지면서 곧 두개골의 모습을 갖추었다. 그 안에서는 뼈의 겁이 검은 빛으로 번득이면서 끊임없이 응집되고 있는 뼈를 파괴해 나갔다. 응집과 파괴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본체의 뼈는 이전과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고 단단해졌다.
소리 없는 포효가 연달아 울려 퍼지는 사이 5척에 달했던 두개골은 더욱 맹렬히 원력을 흡수했고 머지않아 막라 대륙의 원력을 모조리 흡수했다. 그렇게 완전히 응집된 두개골의 눈구멍 안에서는 붉은 빛이 번득였다.
“난 하늘에도 대적할 고신이다! 겨우 뼈의 겁으로는 날 막을 수 없어!”
본체는 두 눈으로 붉은 빛을 뿜어내며 낮게 으르렁거렸다. 동시에 막라 대륙을 뒤덮은 원력이 몰려들어 대륙의 보호층을 창호지처럼 찢고 들어왔다.
그 순간, 엄청난 원력의 회오리가 귀원종으로 응집됐다. 이미 한쪽으로 대피해 있던 귀원종 수련자들은 하늘에서 내리친 원력의 소용돌이가 귀원종 지하로 뚫고 들어가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심지어 막라 대륙을 덮은 안개까지도 끌려 들어와 원력의 회오리에 휩쓸려 긴 강처럼 흘러 일제히 귀원종 지하로 흡수되고 있었다.
대륙 바깥의 흉수들은 이 광경에 흠칫 놀라더니 주춤주춤 물러났다.
한제의 본체는 대량의 원력과 안개를 빠르게 흡수하면서 금세 목뼈에 이어 상반신도 점점 모습을 드러냈다. 뼈의 겁은 굉장히 강력했지만 한제의 역심 앞에서는 어쩔 수 없었던 것이다.
한제 본체의 상반신 뼈가 완전히 응집되고 하반신이 응집을 이어가면서 이제 막라 대륙 반경 1천 리까지 원력의 회오리가 이어졌고 그 범위는 점차 넓어져갔다.
3천 리, 5천 리, 1만 리, 3만 리⋯⋯ 10만 리, 30만 리⋯⋯.
그리고 급기야 반경 1백만 리의 원력은 빠르게 회오리에 휘말려 귀원종의 지하로 빨려들었다.
한제는 운해성역을 뒤덮은 안개가 무엇인지 알지 못했지만 온몸의 뼈에 원력과 안개를 함께 흡수하면서 기이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 와중에 왼쪽 다리, 머지않아 오른쪽 다리뼈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렇게 전체 뼈가 갖추어지면서 뼈의 겁은 흩어져 사라졌다.
한제의 본체가 뼈를 회복한 순간, 새로 응집된 뼈 위로 줄기줄기 핏줄과 근육이 생겨났다. 하지만 이 살은 그대로 무너져 버렸다. 일손양겁 중 살의 겁이 당도해 자라나는 살을 저지하고 생기를 끊어내려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허나 한제는 이미 대비하고 있었다. 그의 분신은 살의 겁이 강림한 순간 입가의 피를 문질러 닦아낸 손으로 허공을 움켜쥐었다. 그러자 저물공간에서 주먹만 한 피의 결정들이 나타났다. 일손을 겪는 동안 본체의 생기를 보존하는 데 그 결정의 일부만 사용했던 것도 이때를 위해서였다.
피의 결정들은 곧장 본체의 두개골로 스며들었다.
한편, 한제가 피의 결정들을 꺼낸 순간, 막라 대륙 밖에 있던 흉수들이 분분히 움직임을 멈추고 대륙을 응시했다.
“캬오오!”
“키야아아!”
뒤이어 녀석들은 광기에 사로잡혀 포효를 내질렀다. 자신들에게 영약과도 같은 피의 결정 냄새를 맡았기 때문이다.
포효를 내지르던 녀석들은 곧장 막라 대륙으로 달려들었다. 개중에는 5급, 6급 흉수는 물론이고 심지어 7급 흉수도 있었다.
귀원종 수련자들은 연이어 나타난 충격적인 광경에 넋이 나가 있다가 갑자기 달려드는 흉수들을 보고는 화들짝 놀라 정신을 차렸다.
한제의 본체가 피의 결정을 흡수한 순간 줄기줄기 핏줄이 표면에 나타났고 근육과 살이 그 위로 자라났다.
그때, 흉수들의 우렁찬 포효가 들려왔다.
한제의 분신은 두 눈에서 살기가 번득였고 본체의 두 눈 역시 어스름하게 빛났다.
쩌적 하는 소리와 함께 3천 척에 달했던 본체는 곧장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눈 깜짝할 사이 일반인과 같은 크기에 이르렀고 순식간에 분신과 합체했다.
“크아아아!”
분신과 본체가 합체한 순간, 한제는 고개를 번쩍 쳐들며 내달렸다.
펑! 펑!
대지가 진동하는 소리와 함께 그는 한 줄기 빛이 되어 지면을 뚫고 나왔다.
그가 모습을 드러내자 수많은 흉수들이 더욱 포악하게 날뛰었다.
한제는 서늘한 눈빛으로 거대한 문어와 같은 흉수 곁에 나타나더니 주먹을 날렸다.
쾅!
짧은 굉음과 함께 몸을 바르르 떨던 흉수는 온몸에서 피를 뿜어내며 살덩이로 뭉개져 버렸다.
동시에 그 안에서 흘러나온 한 줄기 무형의 기운은 곧장 한제에게 녹아들었다. 이는 흉수의 생기로 지금 한제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었다.
자신에게 녹아든 흉수의 생기가 본체의 살에 흡수되는 것을 느끼며, 한제는 곧장 다른 흉수에게 달려들었다.
잔상을 남기며 움직이는 그는 주먹이 휘둘러질 때마다 막라 대륙 하늘에서 피의 비가 내렸다.
하늘에서는 마수의 포효와 비명, 무언가 터져나가는 소리가 끝없이 이어졌다.
눈 깜짝할 사이 백 마리가 넘는 흉수를 죽이고 생기를 흡수하면서 이전보다 한층 편안해진 한제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또다시 몸을 날렸다.
한편, 이 모습을 지켜보는 수련자들은 두려움에 떨었다.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던 여연비마저 두려움에 몸이 떨려올 정도였다.
“사숙조⋯⋯ 저⋯⋯ 저분이 사숙조란 말인가! 6급 흉수를 주먹질 한 번으로 소멸시켜 버리다니⋯⋯.”
그때였다.
“키야아아!”
한 마리 거대한 흉수가 하늘 끄트머리에서 모습을 드러내더니 포효를 내질렀다. 온몸에 예리한 가시가 잔뜩 달린, 2천 척 가량의 사자 흉수였다. 그리고 녀석이 나타나자 모든 흉수가 재빨리 흩어졌다.
“8급 사자 흉수다!”
이향동의 눈동자가 바짝 졸아들었다. 곁에 있던 두 노인도 탄성을 내질렀고 여연비 마저도 숨을 흡 들이마셨다.
한제는 번뜩이는 눈으로 고개를 쳐들더니 유성처럼 솟아올라 8급 흉수에게로 달려들었다.
순식간에 사자 흉수 곁에 이른 한제는 곧장 오른쪽 발을 매섭게 뻗었다.
콰쾅!
천지가 무너지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지는가 싶더니 짙은 위엄을 풍기는 사자 흉수가 우뚝 멈추었다. 그러더니 이내 쾅 하는 소리와 함께 폭발해 사방으로 피 안개를 뿌렸고 생기는 여지없이 한제의 체내로 녹아들었다. 허공에 뜬 채 8급 사자 흉수의 생기를 만끽하고 있는 그는 수련자들의 눈에는 신처럼 보였다.
사방이 고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