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93
줄곧 교룡의 힘줄에 갇혀 사방 가득한 먹이 냄새를 맡고 있던 마혼은 참기 힘들 지경이었으나, 한제의 명령이 없어 감히 밖으로 나오지는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드디어 한제의 허락이 떨어지자 기다렸다는 듯이 사납게 튀어나왔다.
마혼이 미친 듯이 도망치던 축기 수련자 하나의 몸속으로 들어가자 한동안 경련을 일으키던 수련자의 몸은 급속도로 바짝 말라갔다. 결국 수련자를 해골로 만들고 나서야 빠져나온 붉은 빛의 마혼은 미친 듯이 기뻐했다.
“좋아! 드디어 마음 놓고 삼켜버릴 수 있겠군! 충분히 먹어둬야겠어!”
한제는 마혼을 힐끔 보더니 더는 신경 쓰지 않았다. 대신 그는 고개를 숙여 모완을 바라보았다. 모완은 창백한 얼굴로 마혼을 바라보며 아랫입술을 꼭 깨물고 있었다.
그녀는 그 마혼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하나 그 마혼이 나타난 순간 두려움에 휩싸였다.
그 와중에도 마혼은 잔인한 미소를 지으며 한 수련자를 쫓았다. 그가 막 달려든 순간, 그 수련자의 가슴팍에서 수정이 번쩍였다.
그러자 마혼은 깜짝 놀라 이미 시체가 된 수련자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욕을 내뱉고는 다른 수련자를 뒤쫓았다. 하나 이번 수련자 역시 삼키려고 하는 순간, 수정이 번쩍였다.
마혼이 분노로 길길이 날뛰는 모습을 보며 모완이 한제에게 물었다.
“사형. 저, 저건 뭐야?”
“마혼.”
한제는 짧게 대꾸했다.
그의 반경 1백 리 안에는 살아남은 수련자가 없었다. 모두 그의 손에 죽음을 맞이한 뒤 교룡의 힘줄에 엮여 꼬리처럼 뒤에서 나부낄 뿐이었다. 한제는 이번에 대대적인 학살을 자행한 셈이었다.
지금 그의 뒤에 따라붙은 시체는 이미 1천 구가 넘어 그야말로 하늘을 뒤덮을 듯했다. 이제 생존자들의 눈에 그의 머리 위에서 이전보다 훨씬 붉게 빛나는 글자는 더 이상 매혹적이지 않았다.
한제는 1천 리 밖에서부터 다가오는 두 개의 빛을 힐끗 보더니 고개를 돌렸다.
“셋 다 충분히 봤나?”
냉랭한 목소리에 상관묵과 목남, 목북은 퍼뜩 정신을 차렸다. 상관묵은 몸서리를 치더니 한제의 말뜻을 파악하고는 곧장 그 두 개의 빛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는 지금 매우 혼란스러운 상태였다.
한제가 강하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으나 이 정도일 줄은 짐작도 못 했다. 방금 한제가 보인 힘은 압도적으로 그 앞에서는 그 어떤 법술도 맥을 추지 못했다.
“사주술, 두렵구나. 이렇게 죽을 수는 없지.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지. 젠장, 내게 저런 힘이 있다면 수마해 외곽 지역에서도 우쭐댈 수 있을 텐데…”
상관묵은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강자는 어디에나 있고 다른 사람의 존경을 받기 마련이었다. 수마해에서는 더욱 그랬다.
목남과 목북 형제도 상관묵과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좀처럼 마음을 가라앉힐 수가 없었다. 그저 속으로 상대의 실력에 투사파는 대항할 수 없으리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을 뿐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목숨을 부지하려면 상대에게 완전히 투항하는 수밖에 없었다.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이를 악물고 상관묵의 뒤를 따라 질주했다.
“저건 구양 노인이 아닌가! 오랜만이군.”
상관묵은 다가오는 두 사람 중 한 명을 보고 호탕하게 웃으며 오른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그의 등 뒤에서 검은 검이 날을 드러내며 서늘한 빛을 번득였다.
목씨 형제는 둘 다 결단기 초기에 불과해 초반에 잠시 고전했으나, 연합술에 정통한 덕에 가까스로 다가오던 두 사람 중 나머지 한 사람을 붙잡아두는 데 성공했다.
투룡진(鬪龍陣)
주위를 훑어보던 한제는 1천 리 밖에 모여 있는 몇몇 수련자들을 발견했다.
운 좋게 살아남은 생존자들은 허겁지겁 도망가고 있었다. 그들은 한제의 모습이 뇌리에 각인돼 평생 지워지지 않을 것만 같았다.
1천 리 밖에 모여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네 명의 결단기 중기 수련자 중 백발에 어린 얼굴을 한 수련자는 고개를 저으며 막 방향을 틀어 떠나려 했다. 그런데 그는 결국 행동으로 옮길 수 없었다.
왜냐하면 어느덧 일남일녀가 그의 뒤로 1백 척 정도 떨어진 곳에 나타났는데 남자의 머리 위에는 커다란 주(誅)자가 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머지 수련자들도 낌새를 느끼고 고개를 돌렸다가 삽시간에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들은 분분히 법보를 꺼내며 한제를 바라보았으나, 그 누구도 감히 먼저 달려들지는 못했다.
한제는 네 사람을 훑어보며 차갑게 외쳤다.
“꺼져라!”
네 사람 중 비쩍 마른 노인이 다급한 표정으로 얼른 법보를 거두고 떠났다. 나머지 세 수련자의 얼굴은 창백해졌다가 다시 붉어졌다. 그중 한 사람이 한참 동안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오늘의 일은.”
모완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빨리 떠나지 않고 왜 저런 쓸 데 없는 소리를 하고 있단 말인가?’
역시나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한제는 오른손을 휘둘러 극의 신식을 펼쳤다.
펑-
그와 동시에 무언가 말을 하려던 수련자는 머리가 터져나갔다. 그리고 피에 흠뻑 젖은 금단 한 알이 한제의 손 안으로 날아 들어왔다.
남은 두 명의 수련자는 두 말 않고 몸을 돌려 달아났다. 한제는 극의 신식을 펼쳐 두 사람의 몸에 낙인을 남겼다.
“으아아악!”
그때, 상관묵과 교전하던 수련자가 비명을 내질렀다. 그 수련자는 다급히 달아나려 했으나, 수정 빛과 마혼의 붉은색 빛이 동시에 나타났다. 마혼이 분노한 듯 소리쳤다.
“또 빼앗아가려고? 이번에는 안 돼! 이건 내 거야, 내 거라고!”
하지만 그는 이번에도 한 발짝 늦고 말았다. 수정 빛이 번쩍이는 순간, 그 수련자의 가슴에 사발 입구만 한 구멍이 뚫려 버렸다.
약 1각이 지나자 목씨 형제와 싸우던 결단기 수련자는 상관묵의 기습에 사망했다. 한제는 몸을 움직여 수정 비검을 회수했다. 마혼은 내키지 않아했지만 곧 체념하고는 교룡의 힘줄로 되돌아갔다.
“계속 안내해.”
한제는 수마해에서 편하게 지내려면 악명을 떨칠 필요가 있음을 잘 알았다. 투사파는 그 희생양으로 썩 괜찮은 대상이었다.
이 무렵, 목남과 목북 형제는 이미 한제에게 경외심을 넘어 숭배심에 가까운 심정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목북은 그런 마음을 전혀 숨기지 않았기에 앞으로 나서서 투사파로 안내했다.
한제의 뒤에 빽빽한 시체는 보는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 만들었다. 영패 때문에 꿍꿍이를 가졌던 이들도 그 시체더미를 보고는 마음을 접고 달아나기에 바빴다.
★ ★ ★
방해가 없으니 이동 속도는 자연스레 전보다 훨씬 빨라졌다.
한제는 이동하면서 체내의 신식을 조정했다. 한 차례 전투를 치르는 동안 극의 신식은 약간 소모된 상태였다. 한제는 붉은색 번개를 신식의 바다 깊은 곳에 집어넣어 천천히 회복시켰다.
다음 날 오시(午時) 경 투사파의 본부가 시야에 들어왔을 때, 한제의 신식은 이미 완벽하게 회복된 상태였다. 그는 고개를 들어 눈앞의 거대한 산봉우리를 바라보았다.
산봉우리 꼭대기는 누군가의 법술에 의해 용 모양으로 다듬어져 있어 언뜻 산봉우리 전체를 거대한 용이 휘감고 있는 듯한 형상이었다.
그 용의 머리 위에는 한 사람이 서 있었다. 성성한 백발과 차가운 얼굴. 그는 냉랭한 시선으로 한제를 바라보았다. 뒤에는 분노와 두려움이 뒤섞인 눈으로 한제를 바라보는 열 명의 결단기 수련자가 진을 형성하고 있었다.
챙챙.
이들이 만든 진 중앙에는 열 자루의 비검이 서로 부딪혀 소리를 내며 번개 같은 불빛을 번득이고 있었다.
용머리에 서 있던 노인이 손을 뻗자 용의 눈에서 두 갈래 어스름한 빛이 뿜어져 나오면서 적지 않은 영력이 용의 몸에서 발산됐다.
자세히 보면 용의 비늘 하나마다 한 명의 수련자가 서 있었다. 그들의 비검이 번쩍여, 멀리서 보면 용의 몸 전체가 번쩍거리면서 살아 있는 것처럼 보였다.
“투룡진(鬪龍陣)!”
상관묵이 탄식했다. 그러자 목북이 얼른 설명을 덧붙였다.
“투룡진은 투사파의 방어용 진입니다. 원영기 수련자가 아닌 이상 진을 깰 수 없다는 소문이 있습니다만 그 소문은 거짓입니다. 그러나 투사파 사람들은 남투성을 통틀어 이렇게 강한 진을 가진 문파는 없을 거라고 생각하죠.”
한제는 진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그런데 한참 동안 들여다보고 있으려니 곁에 있던 모완이 불쑥 말했다.
“이건 진이 아니라 기묘한 법술이야. 이 많은 사람이 각자의 영혼을 용머리에 있는 한 사람에게 응집시켜서 일시적으로 그 사람의 실력을 드높여주고 있어.”
이때, 용머리에 있는 그 사람이 눈을 번득이며 입을 열었다.
“만마백일주살 영패의 지정을 받은 도우여, 난 투사파의 장교 해동래다. 투사파 본부의 13562명이 모두 이곳에 모여 있다.
도우가 이 진을 깰 수 있다면 앞으로 우리 투사파는 도우의 명령에 따를 것이다. 그러나 만약 도우가 패배한다면 이 몸이 수단(修丹)을 차지한다고 해도 탓할 수는 없겠지. 덤벼라!”
그의 괄괄한 목소리가 사방에 왕왕 울렸다. 그와 동시에 용의 비늘에 자리한 1만여 명의 수련자들이 일제히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하늘에 짙게 드리워져 있던 안개가 잔잔한 물결이 되어 층층이 흩어졌다.
1만 갈래의 검광이 번쩍거리는가 싶더니 가장 아래쪽에 있는 제자들의 영력이 빠르게 빠져나와 점차 육안으로 볼 수 있는 영력의 고리를 만들었다.
이 고리는 위쪽으로 향했고 용머리에 가까워질수록 점점 커졌으며, 그 영력의 위력도 짙어졌다. 그와 동시에 허공에 떠 있던 열 명의 결단기 수련자가 한제 쪽으로 날아들었다.
휙-
한제는 모완을 내려놓고는 몸을 훌쩍 날리며 눈에서 붉은색 번개를 쏘았다. 열 명의 결단기 수련자는 한제에게 접근하기도 전에 몸서리를 치더니 더 가까이 다가오지는 못하고 제자리에 멈추었다.
이들은 한제의 실력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 상대가 직접 손을 써오니 멈칫거릴 수밖에 없었다.
한제는 그들을 한 번 훑어보며 오른손을 흔들었다. 그의 뒤에 교룡의 힘줄로 매여 있던 1천 구의 시체가 산봉우리의 거대한 용을 매섭게 내리쳤다. 그러나 시체들은 용의 몸에 닿기 직전에 갑자기 나타난 빛의 장막에 가로막혀 피 안개로 변해버렸다. 용을 두르고 있던 방어용 빛의 장막은 순식간에 핏빛으로 물들어 버렸다.
거대한 빛의 고리가 용의 몸에서부터 해동래에게 전달되자 숨길 수 없는 강력한 기운이 그에게서 발산됐다. 해동래의 몸이 몇 배 불어나며 옷이 찢어졌다.
거대한 영력이 마치 성난 파도처럼 그의 몸으로부터 확산됐다. 그의 등급은 결단기 중기 절정에서부터 후기를 지나 거의 원영기 초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엄밀히 따지자면 원영이 생긴 단계는 아니었다.
“으윽…”
해동래는 낮게 포효하며 몸을 공중으로 떠올렸다. 그는 서늘한 눈빛으로 공중에 떠 있던 열 명의 결단기 수련자를 바라보며 외쳤다.
“쓸모없는 쓰레기 같으니, 썩 꺼져라!”
열 명의 결단기 수련자는 분노했으나, 곧 한쪽으로 물러났다.
해동래는 차가운 눈으로 한제를 노려보며 잔혹하게 웃었다.
“하하, 네 소문은 들었다. 원영기 아래 수준으로는 네게 대적할 수 없는 모양이지? 하나 지금 난 원영기에 이르렀다. 자 이제 어쩌겠느냐?”
모완은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한제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한제의 평온한 표정을 본 순간, 그녀는 어째서인지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목남과 목북 두 형제는 경악하고 있었다. 이제 보니 상황이 역전된 것 같았다. 한제가 패한다면 해동래는 배신자인 그들을 아주 잔혹하게 다룰 것이었다.
자신의 혼혈을 맡긴 탓에 한제가 죽으면 자신도 따라 죽게 된 상관묵은 암담한 심정으로 어떻게 투룡진을 파괴할지 궁리했다.
그러나 한제는 차게 웃더니 몸을 훌쩍 날려 3백 척 정도 떨어진 곳에서 무심한 눈길로 해동래를 쳐다보았다.
“사주술을 한다 하지 않았더냐? 어디 한 번 사주술의 위력이나 보자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