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932
세 번째 물건은 단약이었다. 새카만 단약에서는 아무런 향도 나지 않았으나 범상치 않은 파동이 은은하게 배어나와 한제의 시선을 잠시 사로잡았다.
“첫 번째 보물은 혈정검(血晶劍)이네. 1천 마리의 8급 흉수를 베고 그 피로 제를 지내 만든 것이지. 또한 이 검을 제작할 당시 도야자 선배가 의식을 진행해준 덕분에 위력이 배로 증가했네. 검 안에 흐르는 한 줄기 핏줄은 엄청난 독을 품고 있기 때문에 이 검으로 입은 상처는 원신에도 영향을 미치지.”
“도야자 선배가 의식을?”
지루한 듯 앉아 있던 여인이 손을 휘둘러 혈정검을 끌어당기더니 자세히 살핀 뒤에 손을 뗐다. 비검은 원래의 자리로 돌아갔다.
“두 번째 보물에는 주문이 기록되어 있는데 상당히 파손된 탓에 수련을 할 수는 없다네. 안타까운 일이지. 그리고 세 번째 보물에 대해서는 자네들의 눈썰미를 믿겠네. 원하는 게 있다면 말하게. 알고 있겠지만 난 선옥만 받는다네.”
창송자는 말을 마친 뒤 미소를 띤 채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한제와 청의의 노부인을 제외한 네 사람은 세 개의 보물을 가져다 살폈다. 아름다운 여인은 곧장 혈정검을 사갔는데 구체적인 금액은 신식을 통해 창송자와 따로 대화를 나누었으므로 다른 사람들로서는 알 수가 없었다.
한제는 손을 휘둘러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부러진 갑주를 가져와 신식으로 살폈다. 그러나 그는 그 안에 적힌 공법보다는 갑주의 재질에 집중했다.
‘뼛조각과 비슷하나 뼈는 아니군.’
그 무렵, 문인 느낌의 중년 사내는 단약의 냄새를 맡더니 잠시 망설이다가 창송자에게 말했다.
“창송자 이 단약, 선옥 5백 개에 사겠네!”
창송자는 고개를 젓더니 느릿하게 말했다.
“백 배!”
그 말에 주위 수련자들의 눈빛이 순간적으로 번득였고 중년 사내는 소리 없이 웃음을 터뜨렸다.
창송자가 제시한 가격을 듣고 자신의 추측을 확신한 그는 두 말 없이 단약을 품에 넣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창송자는 미소를 머금은 채 한제에게 물었다.
“도우는 그 물건이 마음에 드나?”
한제는 고개를 들고 망설이는 표정을 드러내며 잠시 고민했다.
“쓸모없는 물건입니다. 하지만 저는 희귀한 물건을 좋아하니 선옥 1백 개에 사겠습니다.”
창송자는 잠시 고민하다가 손을 저으며 웃었다.
“그건 원래는 팔지 않으려 했던 물건이네. 그저 그 물건을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까 하여 내놓은 것이야. 허나 마음에 든다면 그냥 가져가게.”
“감사합니다.”
한제는 포권과 함께 감사 인사를 하고는 조각난 갑주를 챙겼다.
“내 눈도 다됐군. 저 단약이 정말 쇄열기 수련자를 위협할 수 있는 혼원단(混元丹)일 줄이야. 허나 하나만 가지고는 충분한 위력을 발휘할 수 없을 텐데?”
구슬 두 개를 쥔 노인이 심드렁하게 말하더니 뒤이어 오른손을 휘둘러 두 개의 물건을 허공에 띄웠다.
하나는 붉은 깃털이었고 다른 하나는 거대한 공기 방울이었다. 그 공기 방울 안에는 흉수의 혼이 하나 들어 있었는데 몸통의 절반은 용의 형태였고 나머지 절반은 연기로 되어 있었다. 흉수의 혼은 공기 방울에서 벗어나고 싶은 듯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모든 수련자들의 시선은 그 두 개의 물건으로 쏠렸다. 한제 역시 붉은 깃털을 보자마자 심신이 진동했으나, 그런 심정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첫 번째 물건은 주작의 깃털로 추정되는 것으로 진위를 판별하기는 어려우나 저 위에 어린 불 속성 원소는 보기 드물게 짙다네. 그리고 두 번째 물건은 말할 필요도 없겠지. 반절이 안개가 된 12급 흉수의 혼이야. 난 창송자와 달리 무엇으로든 교환이 가능하니 무엇이든지 제시하시게.”
그때, 오청이 공기 방울 속 흉수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안타깝군. 절반만 안개로 변할 수 있는 흉수라니, 안타까워!”
“흥! 온전히 안개로 변할 수 있는 흉수라면 내가 팔 리가 없지 않은가.”
노인은 차게 콧방귀를 뀌었다.
한제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12급 흉수는 구미가 당겼으나 매우 비쌀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여기저기서 신식으로 가격을 제시했으나, 노인은 끝까지 고개를 저었다. 자연히 분위기가 침체되어가던 중, 창송자가 신식으로 의사를 전했다. 그제야 흑의의 노인은 처음으로 표정이 변했으나, 끝내 다시 고개를 저었다.
창송자는 아쉬운 듯 한숨을 내쉬었으나, 다시 가격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그때, 여태까지 어떤 보물에도 관심을 갖지 않았던 청의의 노부인이 옥패 하나를 흑의의 노인에게 던졌다. 노인은 그 옥패를 받아들고 신식으로 살피더니 두 눈을 번쩍 떴다가 한참이나 고민했으나, 끝끝내 고개를 끄덕이지는 않았다.
“거기에 6급 성역의 성도까지 더해주지! 내가 아주 오랫동안 수집해온 성도로 완전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6급 성역의 3할은 알 수 있지. 오직 나만 알고 있는 황량한 대륙 몇 개도 표시되어 있네.”
노부인은 거친 목소리로 느릿하게 말했다.
“성도는 필요 없어. 선옥 1만 개를 더 내시게!”
노인의 단호한 목소리에 노부인은 미간을 찡그렸다.
“선옥은 없네. 오직 그 성도뿐이야!”
그녀는 공기 방울 안에 든 흉수의 혼을 한 번 힐끔거렸다. 너무도 갖고 싶은 존재였다. 자신의 성도라면 그 정도 가치는 충분히 될 것 같은데 상대가 여전히 고집을 피우자 속이 타들어갔다.
그때, 한제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 성도 내가 사지. 선옥 1만 개를 주겠네.”
한제의 목소리에 노부인은 한참이니 그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살짝 끄덕이더니 옥패 하나를 그에게 건넸다.
한제는 선옥 1만 개를 건네고는 성도 옥패를 잘 챙겼다.
흑의의 노인도 거래가 이루어지자 미소를 지으며 한제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한제가 1만 개의 선옥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놀랄 정도는 아니었기에 그 관심은 곧 붉은 깃털로 옮겨갔다.
“주작은 이미 죽었지. 죽었을 당시, 온몸의 깃털이 스스로 타버렸을 테니 이 깃털은 분명 진품이 아닐 거야. 해서 선옥 3천 개부터 시작하겠네.”
얼굴에 흉터가 가득한 노인은 손에 낀 반지를 만지작거리며 느릿하게 입을 열었다.
“선옥 5천 개.”
오청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상당히 예쁜 깃털이니 8천 개 정도는 낼 수 있겠군.”
아름다운 여인이 작게 웃으며 듣기 좋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때, 한제가 다시 한 번 입을 열었다.
“1만 개.”
또 한 번 1만 개의 선옥을 내겠다는 말에 문인 같은 청년이 놀란 눈으로 한제를 살폈다.
아름다운 여인 역시 흥미로운 듯 웃었다.
“저 도우, 선옥을 제법 가진 모양이네. 하지만 난 저 깃털이 무척 마음에 들어. 포기하기 싫은데…”
얼굴에 흉터가 가득한 노인은 한제를 자세히 살피더니 헛웃음을 지으며 가격을 제시했다.
“1만 3천 개.”
그러자 오청이 곧바로 뒤를 이었다.
“1만 5천 개.”
사실 그에게는 깃털이 필요 없었지만 그는 한제가 대체 얼마나 많은 선옥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이전에 객잔에서 중년 사내는 절대 한제를 건드리지 말라고 충고한 바 있었지만 이미 오청은 그 말을 잊은 상태였다.
아름다운 여인은 살짝 웃으며 깃털의 주인인 흑의의 노인에게 신식으로 자신의 의사를 전달했다.
흑의의 노인은 여인을 힐끔 보고는 투덜댔다.
“경매인데 가격을 몰래 제시하는 건 뭔가?”
“2만 개.”
아름다운 여인은 짜증내지도 않고 가격을 제시했다.
그때, 한제가 잠시의 틈도 두지 않고 입을 열었다.
“3만 개.”
그 순간, 방 안은 정적에 휩싸였다. 3만 개의 선옥을 덜컥 낼 수 있는 사람이라면 수준이 부족하더라도 엄청난 세력에 포함된 자일 가능성이 높았다.
잠시 고민하던 아름다운 여인에 이어 다른 사람들도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꼭 필요한 물건도 아닌데 일부러 가격을 높여 상대를 곤혹스럽게 할 이유도 그러고 싶은 마음도 없었기 때문이다.
창송자는 시종일관 미소를 지은 채 상황을 살폈다. 한제가 대량의 선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그는 조금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는 한제가 구양륭에게 계약금으로 수천 개에 달하는 선옥을 지불했음을 들은 후였기 때문이다.
한데 흑의의 노인이 거래를 완료하려는 순간, 오청이 웃음기를 머금은 목소리로 말했다.
“3만 5천 개. 여 도우, 자네의 거래를 방해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야. 저 물건, 내게도 꼭 필요한 거라네.”
한제는 미간을 찌푸리며 다시 입을 열었다.
“4만.”
“4만 5천 개.”
“5만!”
한제의 표정이 점점 차가워졌다.
“5만 5천 개!”
오청은 여전히 웃고 있었다. 한제를 곤란하게 하려는 그의 의도를 이곳의 쇄열기 수련자들은 한눈에 간파할 수 있었다.
아름다운 여인은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그녀뿐만 아니라 다른 수련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이 이곳에 온 것은 거래를 위함이지, 이렇게 의도적으로 상대를 골탕 먹이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오청의 행동은 깊은 원한이 있는 사이가 아니라면 다분히 악의적이었다.
심지어는 창송자까지도 약간 불쾌한 기색이었다.
“오 도우, 보아하니 나와 끝까지 다투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한제는 덤덤한 눈으로 오청을 바라보다가 툭 내뱉었다.
“자네가 갖게.”
뒤이어 말을 마친 그는 눈을 감으며 살기를 억눌렀다.
오청은 눈을 번득이며 웃었다.
“양보해줘서 고맙군.”
말을 마친 그는 깃털을 챙긴 뒤 흑의의 노인과 거래를 마쳤다.
오청의 돌발행동 이후 분위기가 다소 가라앉았지만 어쨌든 거래는 계속됐다.
마지막으로 한제가 몇 가지 물건을 내놓은 뒤 모임은 끝이 났고 사람들도 하나둘 자리를 떴다. 투전 결과는 잠시 후에야 나올 터였으니 굳이 앉아서 기다릴 필요는 없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