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937
허나 그는 매우 겸손했기에 그가 그토록 많은 원정을 가지고 있어도 보옥종 종주는 따져 묻지 않았다.
“5만!”
황의의 청년이 자신을 노려보며 가격을 올리자 창송자는 냉소했다. 그는 다른 사람의 의심을 사고 상급 성역의 눈길을 끌게 되더라도 상관없었다.
오늘이 지나면 그는 이곳을 떠날 것이고 어쩌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만약 성공해 수준이 높아진다면 무서울 것이 어디 있겠는가!
“6만!”
창송자는 뒷짐을 진 채 침착하게 말했다. 이에 화가 난 듯 황의의 청년이 따지려다가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 가격을 불렀다.
“7만!”
그때, 창송자는 냉랭한 눈으로 상대를 응시하며 불쑥 말했다.
“끝까지 해보겠다는 건가? 허나 7급 성역까지 돌아가는 길은 짧지 않으니 돌아갈 때 조심해야 할 게야.”
순간 사방이 고요해졌다. 모든 사람들의 시선은 창송자에게 쏠렸다. 감히 7급 성역 사람을 위협하다니,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창송자 저자는 대체 뭘 믿고 저리도 대범하게 군단 말인가!’
한편, 황의의 청년은 창송자를 한참이나 노려보다가 차게 코웃음을 치더니 한 줄기 빛이 되어 저 먼 하늘로 사라졌다.
창송자는 슬며시 미소를 지으며 한제에게 포권을 한 뒤 저물대를 하나 건네고는 경매로 나온 갑주를 자세히 살폈다.
“갑주의 대가 7만 개와 내 일을 돕기로 한 데에 대한 계약금 1만 개까지, 총 8만 개의 원정일세. 자 그럼 이제 출발하겠나?”
한제는 저물대를 받아들고 신식으로 한 번 살피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이자에게는 꿍꿍이가 있겠지. 분명 수준도 높고 행동도 노련하다. 허나 천운자와도 싸운 내가 이런 자를 두려워할 이유는 없지.’
이어서 둘은 긴 빛을 그리며 눈 깜짝할 사이 저 먼 곳으로 사라졌다.
한데 봉래 대륙을 떠난 두 사람이 엄청난 속도로 안개 속을 질주하던 중, 어디선가 피리 소리가 은은하게 들려왔다. 이어서 한쪽의 안개가 꾸물거리더니 이천매가 옅은 미소를 드리운 채 천천히 나타났다.
한제는 그녀를 바라보며 창송자에게 말했다.
“먼저 가시게. 따라갈 테니까.”
창송자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한제에게 옥패 하나를 건넸다.
“옥패에 표시된 곳으로 가게. 함께 갈 벗들과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겠네.”
말을 마친 그는 이천매에게 포권을 살짝 하더니 곧장 질주하여 안개 사이로 사라졌다. 한제가 따라오지 않을 것이라고는 전혀 걱정하지 않는 눈치였다.
“왜 돌아온 건가?”
한제가 이천매를 바라보며 불쑥 물었다.
“가려고 했는데 갑자기 생각이 났지 뭐예요. 저를 배웅해주겠다 하셨잖아요.”
이천매는 싱긋 웃으며 말했지만 한제는 미간을 찌푸리며 답했다.
“여기까지만 배웅하도록 하지. 자네의 수준이라면 위험은 없겠지만 조심하도록 하게.”
“누가 알겠어요? 이렇게 가버리고 나면 다시는 만날 날이 없을지⋯⋯. 스승님의 말씀에 따르면 이번에 나타난 흉수들은 매우 거칠고 흉악하다던데…”
이천매의 푸념 비슷한 말에도 한제는 묵묵히 그녀를 바라보기만 할 뿐 이렇다 할 대답이 없었다. 그러자 이천매는 미간을 살짝 구긴 채 한제를 바라보다가 이내 고개를 저으며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창송자의 행실이 의심스럽네요. 본래는 함께 가려고 했는데⋯⋯.”
이천매는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며 한제를 바라보다가 오른손에 찬 옥색 팔찌를 뺐다.
“전에 질문 하나에 답해줄 때마다 보답을 하기로 했는데 세 번째 질문에 대한 보답은 아직 하지 않았지요. 이건 보호 작용을 하는 법보예요.”
한제는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이천매의 체온이 느껴지는 팔찌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니 팔찌를 돌려주었다.
“어째서 받지 않는 거죠?”
이천매는 한제를 바라보며 침착하게 물었다.
“너무나 귀한 것이라 받을 수가 없군. 다른 일이 없거든 이만 가보겠네.”
말을 마친 한제는 가볍게 포권을 하고는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나가려 했다.
그때, 이천매가 덤덤한 얼굴로 팔찌를 휙 던져 버렸다. 팔찌는 곧장 푸른 빛이 되어 짙은 안개 사이로 사라졌다.
“여 형이 필요 없다면 저도 필요 없어요. 여 형에게 제 물건이 필요 없다면 이전에 받았던 그림도 돌려드리죠.”
말을 마친 이천매는 저물공간에서 한 폭의 그림을 소환해 한제에게 넘겼다.
“강과 호수가 참으로 아름다운 그림이지만 생기가 약간 부족해 제가 조금 고쳤어요.”
그림을 받아 든 한제는 그것을 펼쳐보지도 않고 말없이 이천매를 바라보다가 불쑥 저물공간을 열었다. 그러자 그 안에서 한 줄기 금빛이 튀어나와 한 필의 붓이 되었다.
한제는 붓을 쥐더니 춤을 추듯 움직여 복잡하고도 정교한 문양을 하나 그려냈다.
“이 붓은 선보(仙寶)라 문양을 그려내기에 매우 적합하지. 자네 수준이라면 그 위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을 게야!”
한제가 손을 떼자 금빛으로 휩싸인 붓은 허공을 둥실둥실 떠 갔다.
말을 마친 한제는 더는 이천매에게 눈길을 주지 않고 긴 빛을 그리며 먼 곳으로 사라졌다.
그가 사라진 곳을 멍하니 바라보던 이천매는 문득 혼잣말을 했다.
“세 가지 질문에 답을 해준 여 형을 절대 놓지 않을 거예요.”
그러더니 미소를 띤 채 다시 피리를 입으로 가져갔다. 아련한 피리 소리가 짙은 안개 속에서 널리 울려 퍼졌다.
한제는 그 피리 소리를 들으며 손에 든 그림을 펼쳐보았다. 원래 그려져 있던 강과 호수는 온데간데없이 바짝 말라 있었다. 그리고 원래 강이었던 곳에는 두 마리의 물고기가 찰싹 달라붙어 있었다.
한제는 쓰게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그림을 둘둘 말아 접었다. 그리고는 멀리서 들려오는 피리 소리를 벗 삼아 길을 재촉했다.
한참 뒤에야 피리 연주를 마친 이천매는 허공에 둥둥 떠 있던 금색 붓을 챙긴 뒤 몸을 돌려 사라졌다.
잠시 후, 창송자가 준 옥패에 표시된 곳으로 향하던 한제는 우뚝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 멀지 않은 전방의 안개 속에서 옥색 빛 한 덩어리가 번쩍이고 있었던 것이다.
“팔찌…”
아무렇게나 던진 팔찌가 하필 한제가 가려는 방향으로 날아간 것으로도 부족해 한제가 짙은 안개가 깔린 이곳에서 이를 발견할 거라고는 둘 다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었다.
묵묵히 팔찌를 움켜쥔 한제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 질주했다.
★ ★ ★
5급 성역 봉래 대륙으로부터 멀지 않은 곳에는 아주 작은 황량한 대륙이 하나 있었다. 흉수는 그리 많지 않아 방문하는 수련자 역시 드문 곳이었다. 한데 지금, 그 황량한 대륙에 세 명의 수련자가 가부좌를 틀고 있었다.
“창송자 그 장소는 엄청난 비밀인데 어찌 여 도우와 함께 가려 하는가!”
이 말을 한 것은 한 사람은 얼굴에 흉터가 가득한 그 노인이었다.
창송자는 덤덤한 얼굴로 대꾸했다.
“그가 있으면 성공률이 2할은 더 높아질 테니까. 또한 난 조 도우에게 길을 열어줄 신통력을 발휘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지. 성공하면 약속대로 얻은 모든 물건 중 조 도우가 먼저 세 개를 선택할 수 있게 해주겠네!”
창송자의 눈이 또 다른 사람에게로 향했다. 창송자의 모임에 참여했던 청의의 노부인이었다.
“전력을 다해봄세.”
노부인이 거친 목소리로 말했다.
그때, 황량한 대륙의 안개가 들끓더니 귀를 찌르는 듯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크하하하! 재미있군!”
사방에서 밀려든 안개 사이로 흑백의 도포 차림에 머리에는 도관을 쓴 노인이 나타나 몇 걸음 만에 세 사람 앞에 이르렀다.
노인의 등장과 함께 짙은 피비린내 어린 기운이 진동했다. 그의 뒤쪽 안개 속에 숨은 수많은 음혼(陰魂)들이 수시로 고개를 내밀며 울곤 했다.
“오는 길에 원수 진 가문을 만나 처리하느라 좀 늦었네.”
노인의 얼굴은 매우 창백했지만 두 눈은 음산하면서도 형형하게 빛났다.
“운혼자! 으음…”
얼굴에 흉터가 가득한 노인이 굳은 눈빛으로 침통하게 외쳤다. 그러자 도관의 노인이 얼굴 근육을 약간 비틀어 음침하게 웃었다.
“방 도우, 또 만나는군.”
말을 마친 그는 곁에 있는 청의의 노부인을 훑어본 뒤 물었다.
“창송자 이번에는 이렇게 넷이서 가는 건가?”
“세 명이 더 올 예정이네! 곧 도착할 거야.”
창송자가 답하기가 무섭게 안개가 다시 일렁이는가 싶더니 그 안에서 한 사람이 걸어 나왔다. 백의에 흑발, 냉랭한 눈.
한제는 안개 속에서 걸어 나와 네 사람을 바라보았다.
“허! 창송자 이 일에 정열기 조무래기도 참여하는 건가?”
운혼자가 미간을 팩 찌푸렸다.
“그의 수준은 정열기가 아닐세!”
창송자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허허!”
운혼자가 어이없다는 듯 웃더니 오른손을 휘둘렀다. 순간 그의 뒤쪽에 숨어 있던 수많은 음혼이 쉭 하고 달려들었다.
여러 악한의 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