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941
“육신은 내가 갖겠어!”
그때, 한제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그럼 원정은 모두 내가 갖겠네.”
말을 마친 세 사람의 시선이 창송자에게로 향했다. 그러자 창송자는 빙긋 웃었다.
“나와 방 도우는 그런 것들에는 관심 없어. 그저 이곳을 통과하고 싶을 뿐.”
상황이 정리되자 단목 동자가 서늘한 눈빛을 번득이며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그리고는 결인을 그린 두 손을 휘두르자 머리카락 휘날렸고 두 눈에서는 어스름한 빛이 번득임과 동시에 한쪽 눈에는 해의 표식이, 다른 눈에는 달의 표식이 떠올랐다.
“하앗!”
낮게 기합을 넣은 그는 왼손으로 미간을 두드리며 오른손으로 앞을 가리켰다.
두 눈의 어스름한 빛이 강렬하게 번쩍이더니 해와 달의 표식이 허상으로 뿜어져 나왔다. 그 순간,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심신이 그 안으로 모두 빨려 들어가는 듯한 착각을 느꼈다.
해와 달의 표식은 서로를 맴돌며 회오리를 형성하더니 곧장 안개에게 달려들었다.
펑! 펑!
회오리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안개와 충돌했다.
“크오오오!”
어디선가 성난 포효가 터져 나오면서 오솔길 양옆의 산이 격렬하게 진동했고 돌조각이 굴러 떨어졌다. 그와 동시에 거대한 교룡의 머리가 안개 속에서 튀어나와 곧장 돌진해왔다. 그 순간, 쇄열기 절정 수련자보다 강력한 위엄이 사방을 뒤덮었고 일행은 심신을 바르르 떨었다.
“흉수따위가!”
동자가 날카롭게 외치며 달려 나가 교룡의 머리에 해와 달의 허상을 둘렀다. 그러자 회오리가 일어나 교룡의 머리를 휘청휘청 흔들어댔다.
“오래 붙잡아 두지는 못해! 서둘러!”
동자는 잔뜩 일그러진 얼굴에 푸른 정맥이 울툭불툭 돋아난 채로 가부좌를 틀더니 7척 길이의 비검을 소환해 검광을 쏘아 보냈다.
진천군은 앞으로 한 발 나서며 결인을 그린 두 손으로 한 줄기 어스름한 빛을 뿜어냈다. 다음 순간, 그는 교룡의 머리에 나타나 가부좌를 틀더니 방금 그려낸 어스름한 빛에 휩싸인 채 교룡의 체내로 녹아들었다.
창송자는 수천 개의 비검을 소환해 교룡을 공격했다.
청의의 노부인은 서늘한 바람을 일으켰고 그러자 쩌적 하는 소리와 함께 좁은 오솔길에 맺히기 시작한 얼음 결정이 곧장 교룡이 있는 곳까지 뻗어 나갔다.
방 씨 노인은 몸을 훌쩍 날리더니 두 손을 흔들어 전광을 일으켰다. 그러자 천둥이 줄기줄기 떨어져 내렸다.
한제는 일직선으로 교룡에게 달려가 주먹을 날렸다.
콰쾅! 펑!
“캬오오오!”
요란한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교룡은 성난 포효를 내질렀다.
단목 동자의 비검에서 뿜어져 나온 검기는 교룡의 육신을 찔러 들었다. 뒤이어 방가 노인이 발휘한 천둥이 떨어져 내리면서 교룡은 더욱 격렬하게 몸부림을 쳤고 그럴수록 녀석의 붙잡고 있는 단목 동자는 힘겨워했다.
“서두르라고!”
단목 동자가 다급히 외쳤다.
이에 창송자가 두 손으로 빠르게 결인을 그려 교룡을 향해 수많은 비검을 날렸고 교룡은 다시 한 번 분노에 찬 고함을 내질렀다.
“캬오오오!”
“크윽!”
단목 동자는 끝내 피를 토해냈고 온몸은 푸른 핏줄로 뒤덮였으며, 두 눈은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조금만 더 버텨!”
청의의 노부인이 소환한 얼음이 순식간에 교룡에게 닿았고 그러자 녀석은 우뚝 멈추더니 이내 얼음으로 뒤덮여 버렸다. 이어서 줄기줄기의 검은 기운이 교룡의 체내로부터 끊임없이 발산되다가 순식간에 얼음층에 흡수됐고 일행들은 흠칫 놀라 얼른 노부인의 기색을 살폈다. 그녀의 신통술로 구현된 얼음이 교룡의 생기를 흡수하고 있음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교룡은 끔찍한 고통에 시달리는 듯 고개를 맹렬히 쳐들었다. 그러자 녀석의 머리를 맴돌던 해와 달의 표식이 무너져 내렸고 단목 동자는 다시 한 번 피를 토해냈다. 그리고 그 순간, 교룡을 붙잡아두고 있던 봉인이 깨져나갔다.
“캬오오오!”
봉인에서 벗어난 교룡은 분노의 포효를 내질렀고 검은 뿔이 달린 머리를 휘두르며 안개에서 빠져나왔다.
녀석을 감싼 얼음은 곧장 무너져 내려 휘몰아치듯 청의의 노부인에게로 돌아가더니 줄기줄기 검은 연기가 되어 그녀의 체내로 흡수됐다. 동시에 노부인의 눈이 한층 더 밝게 빛났다.
‘이 늙은이들, 숨겨둔 수가 있었군. 흥미로워!’
한제는 속으로 차게 웃었다.
그 무렵, 안개가 되었던 교룡의 몸이 원상태로 돌아오면서 주위를 뒤덮었던 안개가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다. 동시에 안개 속 원정이 흩어져 교룡에게 흡수되어 갔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원정이 남아 있었다. 이곳은 수련자들의 출입이 없었기에 원정이 오랜 세월 축적된 것이다.
‘일한 만큼만 거둬야지. 원정을 취하자고 목숨을 걸 수는 없어.’
한제는 전투가 어찌되건 신경 쓰지 않고 곧장 안개 속으로 파고들었다. 그 안에는 대량의 원정이 떠 있었고 심지어 몇 개는 서로 응집되어 있기도 했다.
‘이렇게 쉽게 원정을 거둘 수 있다니!’
한제는 소매를 휘둘러 수백 개의 원정을 거둬들이며 웃었다. 귓가로는 교룡의 울부짖음과 천둥소리가 들려오는 동안 그가 거둔 원정은 수천 개에 달했다.
그 무렵, 사방의 안개가 더욱 격렬하게 요동치며 실체를 갖춰갔고 이에 한제는 손을 멈추고 옆으로 물러섰다. 그러는 동안 안개는 급속도로 응집하더니 순식간에 완전히 흩어져 사라졌고 그 대신 교룡의 꼬리가 나타났다.
교룡의 몸통은 길이만 1만 척에 달했는데 절반은 공중에 떠 있었고 꼬리는 위로 치켜 올려져 있었다.
좁은 길 위, 방가 노인은 가슴팍이 엉망으로 뭉개진 채 창백한 얼굴로 산에 기대어 서 있었다.
움직이지 마
한편 창송자와 청의의 노부인, 단목 동자는 교룡의 머리와 싸우면서 녀석이 위로 떠오르지 못하도록 막고 있었다. 이들은 교룡의 머리에 달린 검은 뿔이 어둡게 번득이며 빛을 뿜어낼 때마다 기겁하며 피해냈다.
교룡은 여기저기 심각한 상처에서 피를 철철 흘렸고 비늘이 후드득 떨어져 내렸다.
“캬아아아!”
어느 순간, 교룡이 지축을 뒤흔들 법한 포효를 내질렀고 그러자 사방의 산맥에서 거대한 굉음과 함께 거대한 바위들이 떨어져 내렸다. 뒤이어 교룡의 검은 뿔에서 눈부신 빛이 뿜어져 나와 검은색 그물을 이루더니 순식간에 반경 1천 척까지 퍼져나가며 세상의 원력과 일곱 색채를 띤 빛을 흡수했다.
“크아아아!”
동시에 우렁찬 포효가 울려 퍼지더니 사방에 교룡의 허상들이 나타났다.
“헛!”
“맙소사!”
수많은 교룡이 내뿜는 기세에 창송자와 일행은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 틈에 교룡은 다시 한 번 위로 솟아오르려 했다. 녀석이 완전히 떠오른다면 칠채계 내에서는 높이 날아오르지 못하는 수련자들로서는 더욱 상대하기 어려워질 터였다.
그때, 한제가 고신의 힘을 폭발시킴과 동시에 훌쩍 뛰어올라 거대한 교룡의 꼬리를 끌어안았다.
“내 허락 없이는 가지 못한다!”
한제는 거칠게 내뱉더니 교룡을 힘껏 끌어당겼다. 그의 온몸에서는 고신의 힘이 맴돌았다.
“캬아악!”
교룡은 성난 포효를 내지르며 몸부림치다가 돌연 고개를 홱 돌려 한제를 집어삼키려 들었다. 허나 한제는 피하기는커녕 고신의 힘을 더욱 끌어올렸다.
“내려와라!”
주위의 수련자들이 놀란 눈으로 지켜보는 가운데 한제는 교룡의 몸을 한 바퀴 돌려 매섭게 내리쳤다. 교룡은 거대할 뿐만 아니라 그 몸은 여러 신통술에 대항할 수 있었으며, 쇄열기 절정에 달하는 힘을 가진 존재였다.
허나 교룡이 허물을 벗고 완전한 용이 된다고 할지언정 고신인 한제에게는 비교 대상조차 되지 못했다. 이에 교룡은 포효를 내지르면서도 저항조차 하지 못했다.
한쪽에 기대어 서 있던 방가 노인은 교룡의 몸에 깔릴 처지가 되자 화들짝 놀라 몸을 피했다.
콰콰쾅!
대지가 진동했다. 동시에 산 전체가 휘청댔고 수많은 바위와 돌조각이 와르르 쏟아져 내렸다.
“크르르…”
교룡은 꿈틀거리며 낮게 신음했고 이내 검은 연기로 변해 머리부터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교룡의 체내로 스며들었던 진천군도 튀어나와 재빨리 물러섰다.
창송자도 단목 동자도 청의의 노부인도 모두 찬 숨을 들이마시며 멍하니 교룡과 한제를 번갈아 보았다. 특히 하마터면 거대한 교룡의 몸에 압사당할 뻔했던 방가 노인은 몸서리를 쳤다.
돌가루와 바위조각이 내려앉은 후, 차분히 주위를 돌아보던 한제는 유해 곁으로 다가가 옥패와 단약을 움켜쥐었다. 그는 옥패를 챙기고 단약은 단목 동자에게 건넸다.
“고맙네!”
단약을 받은 동자는 한제를 향해 정중히 포권을 했고 그러는 동안 한제는 자리에 앉아 신식으로 옥패를 살폈다.
창송자는 부상당한 방가 노인에게 다가가 단약을 하나 건넨 뒤 곁에 가부좌를 틀고는 기이한 눈으로 한제를 힐끔거렸다.
한편, 단목 동자는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 눈으로 윤회단을 살피더니 저물공간에 챙겨 넣었다. 그러고는 가부좌를 튼 채 호흡을 하며 상처를 치료했다.
진천군도 가부좌를 틀고는 자신의 수확을 살폈다. 전부 흡수하지는 못했지만 다른 사람들이 밖에서 교룡과 싸우는 동안 체내로 스며들어 흡수한 교룡의 혼은 상당해 사실상 가장 큰 수확을 거둔 상황이었다.
청의의 노부인은 교룡의 시체로 다가가 한 손을 위에 얹더니 눈을 감은 채 호흡을 했다. 그러자 검은 연기가 교룡의 시체로부터 피어올라 그녀의 오른손으로 스며들었다.
일행은 두 시진 정도 휴식을 취하며 부상을 치료했다. 그 사이에 교룡의 시체는 가죽과 뼈만 남은 상태로 변한 반면 청의 노부인은 몇 년쯤 젊어진 듯했다.
“이런 위험한 12급 화무(化霧) 흉수가 이곳에는 넘쳐난다네. 하지만 위험이 클수록 수확도 큰 법이지.”
창송자가 일행을 둘러보며 조용히 임을 열자 그 사이 안색이 한결 나아진 방가 노인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가보도록 하지.”
창송자가 앞장서고 청의의 노부인과 진천군이 뒤를 따랐다. 한데 단목 동자는 어째서인지 망설이는 듯하더니 잠시 후에야 따라나섰다.
일행과 조금 떨어져 앉아 있던 한제는 일행이 다가오는 것을 보며 옥패에 새겨진 내용을 되새겼다. 옥패 안에는 칠채계와 관련한 일이 기록되어 있었다.
‘원래 이곳은⋯⋯.’
그때, 한제는 알 수 없는 불길함에 고개를 번쩍 쳐들고는 일행의 뒤쪽을 살폈고 눈동자가 바짝 졸아들었다. 그와 동시에 창송자와 단목 동자도 우뚝 멈춰 섰고 뒤이어 청의의 노부인과 진천군도 뭔가를 알아차렸다. 반응이 가장 늦은 것은 방가 노인이었다.
“움직이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