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944
콰쾅! 콰르릉!
산맥 전체가 격렬하게 진동하기 시작했고 대량의 돌조각이 산맥에서 떨어져 내렸다. 급격하고 요란한 변화에 흉수들조차 깜짝 놀라 날아올랐다.
구보봉천진이 붕괴했다!
“우웩!”
한제는 또 한 번 피를 토해냈다. 진이 붕괴하면서 발휘한 엄청난 반동에 떠밀려 나가는 그를 창송자가 재빨리 다가가 받쳐 들면서 원력과 신식을 상대의 체내에 주입했다. 청의의 노부인이 보는 상황에서 수를 쓸 수는 없었기에 그는 전력으로 한제를 도왔다.
한제의 몸을 돌아 다시 자신에게 돌아온 신식을 통해 창송자는 상대가 심각한 중상을 입어 자신에게 별다른 위협이 되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때, 거대한 포효가 울려 퍼졌다.
“크아아아!”
동시에 산맥에 드리운 안개 속에서 독수리 같은 흉수 한 마리가 나타나 달려들었다.
창송자는 한제를 데리고 진이 붕괴하면서 나타난 통로로 달려들었고 방가 노인과 청의의 노부인이 그 뒤를 바짝 따랐다.
이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질주한 후, 흉수의 포효가 더 이상 들리지 않자 그제야 걸음을 멈추었다.
창송자는 한제를 내려놓고 감개무량한 얼굴로 포권을 했다.
“여 도우가 부상을 무릅쓰고 진을 해제해준 공을 내 절대 잊지 않겠네!”
한제는 창백한 얼굴로 손을 내저으며 쓰게 웃었다.
“아까 그 진은 정말 기이하고 신기했네. 여섯 번째 걸음부터는 뒤에서도 저항력이 전해져 와 뒤로도 나아갈 수밖에 없었지.”
“어찌되었든 이곳에 들어올 수 있게 된 건 여도우 자네의 공이야!”
창송자는 진심어린 표정으로 연거푸 포권을 했고 한제에게 단약을 내어주기까지 했다.
“일단 상처를 치료하면서 좀 쉬게. 자네가 어느 정도 회복된 뒤에 다시 이동하도록 하지.”
한제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지만 상대로부터 받은 단약을 곧장 복용하지는 않고 자신의 단약부터 먹고는 눈을 감고 좌선하기 시작했다.
그때, 방가 노인이 서늘한 눈으로 쳐다보자 창송자가 고개를 살짝 저었다.
시간은 흐른 후, 한제는 눈을 뜨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거친 목소리로 말했다.
“이 부상은 짧은 시간에 회복하기는 힘들 것 같군. 이동하는 것이 좋겠네.”
이에 창송자는 한제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청의의 노부인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지만 별다른 반대는 없었다.
일행은 통로를 따라 걸었다. 이곳은 매우 고요해 이들의 발소리만이 느릿하게 울려 퍼질 뿐이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저 먼 곳에서 빛이 나타났다.
출구를 발견한 창송자는 흥분을 억누르며 다소 서두르는 기색이었다. 그리고 머지않아 출구 앞에 선 창송자는 앞에 펼쳐진 풍경을 바라보며 환하게 웃었다.
전방에는 산맥과 풀밭이 끝없이 이어져 있었다. 싱그러운 향이 가득해 숨을 들이마시는 것만으로도 속이 탁 트이는 것 같았다.
산맥 뒤로는 성벽과 같은 산맥이 연이어 있었는데 전체적으로 고리 형태를 이루어 이곳을 외부와 분리했다.
“저 산맥 너머가 바로 칠채계 내부라네! 사마묵의 동굴은 저 산맥 뒤쪽이 아니라 전방의 어느 산골짜기 안에 있지.”
창송자는 미소를 짓더니 속도를 높였고 청의의 노부인이 바로 따라붙었다.
한제는 여전히 창백한 얼굴로 숨을 깊게 들이마신 뒤 그들 뒤를 따랐다. 방가 노인은 속으로 냉소하며 시종일관 한제 곁에 붙어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창송자의 안내에 따라 어느 산골짜기에 이르렀고 그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동굴이 하나 나타났다.
동굴의 벽에는 풀이 가득 자라 있어 그곳이 아주 오랫동안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내부도 넓지 않고 석실 세 개가 전부였으며, 바닥은 난잡했다. 적지 않은 단약이 여기저기 널려 있었는데 그 대부분은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삭아 가루가 된 상태였다.
창송자는 이 동굴에는 관심이 없는 듯 청의의 노부인을 힐끔거리며 말했다.
“여기서 난 아무것도 가지지 않을 생각이니 다들 마음껏 챙기시게.”
청의의 노부인은 신식으로 동굴을 한 번 훑더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여기까지 온 것은 여 도우 덕인데 어찌 내가 욕심을 부릴 수 있겠는가? 여 도우께서 온전히 즐기시게.”
한제는 사방을 둘러보며 작게 한숨을 내쉬더니 포권을 했다.
“난 더 이상 갈 수 없겠네. 이곳은 퍽 조용하니 상처를 치료하기에 적합하겠어.”
“그래, 여 도우는 심각한 중상을 입었으니 며칠 요양하게. 나와 조 도우가 돌아와 약속한 것들을 주겠네. 그리고 함께 이곳을 떠나는 거야.”
창송자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고맙네!”
한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허나 이곳이 조용하긴 해도 매우 위험하다네. 언제 흉수가 나타날지도 몰라. 방 도우, 내 부탁 하나 하지.”
창송자가 방가 노인을 바라보며 말했다.
“여 도우가 상처를 치료할 동안 방 도우가 지켜주게. 대신 나와 조 도우가 얻은 것의 일부를 챙겨주지. 어떤가?”
방가 노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그래야지!”
둘의 대화를 지켜보던 한제는 미간을 찌푸리며 무슨 말인가를 하려 했다.
“왜? 싫은가?”
창송자가 한제를 돌아보며 물었고 한제는 입을 다물었다.
“여 도우만 괜찮다면 방 도우와 함께 있는 것이 낫지.”
말을 마친 창송자는 청의의 노부인을 힐긋 보았다. 그리고 두 사람은 곧 동굴을 떠나 저 멀리 성벽과 같이 둘러 선 산맥으로 질주했다.
떠나기 직전, 청의의 노부인은 한제를 살짝 훑어보았고 창송자는 방가 노인을 힐끔거렸다.
두 사람이 떠난 뒤 방가 노인은 손에 낀 반지를 돌리며 느릿하게 말했다.
“상처를 치료하는 데 집중하게. 내 자네를 보호해줄 테니까.”
말을 마친 그는 신식으로 거칠게 한제의 몸을 훑어 상대의 부상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고는 동굴 안을 살피기 시작했다.
한제 역시 노인에게서 관심을 끊고는 두 눈을 감고 가부좌를 틀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두 사람이 떠나고 한참이 지났을 때, 세 개의 석실을 꼼꼼히 살피고 돌아온 방가 노인이 씩 웃으며 한제를 응시했다.
“여 도우, 전에 자네가 했던 말 기억하나?”
한제는 눈을 뜨고 덤덤한 눈빛으로 방가 노인을 바라보았다. 그 눈빛에 방가 노인은 흠칫 놀랐지만 곧 침착함을 회복하고는 음산하게 말했다.
“자네, 내게 말조심하라고 했지? 주둥이를 함부로 놀리는 사람치고 명이 긴 자를 못 봤다고…”
한제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지.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네. 그 말을 다시 해줘야 하나? 주둥이를 함부로 놀리면 목숨이 날아가는 법이네.”
“하! 허세를 부리는군! 지금 자네가 내게 그런 말을 할 상태가 아닌 것 같은데? 어떤가? 지금 말조심을 해야 하는 건 내가 아니라 자네가 아닐까?”
방가 노인은 잔인한 미소를 지었다. 얼굴의 흉터가 잔뜩 일그러져 더욱 흉측해 보였다. 그 상태로 그는 손을 들어 올렸다가 힘껏 내리쳤다.
허나 한제의 눈빛은 한없이 덤덤했다. 그는 방가 노인의 손이 코앞으로 다가온 순간, 왼손을 번개처럼 들어 올려 그 손을 움켜쥐었다.
쩌적!
무언가 갈라지는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방가 노인의 눈동자가 바짝 졸아들었다. 끔찍한 고통이 손목을 타고 느껴졌지만 고통을 느낄 정신도 없었다.
풍성한 수확
“너…”
방가 노인은 곧장 몸을 뒤로 물리며 신통술을 발휘하려 했다. 하지만 한제가 한 발 빨랐다. 그는 곧장 노인에게 달려들며 주먹을 크게 휘둘렀다. 주먹에서는 흘러넘칠 듯한 힘이 뿜어져 나갔다.
쾅!
거리가 너무 가까워 미처 피할 수 없었던 노인은 한제의 주먹에 가슴팍을 강타 당하고는 피를 토해내며 밀려났다. 그리고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한제를 바라보았고 그 순간 육신이 폭발해 살덩이로 무너지면서 원신이 튀어나왔다.
“너… 너는 부상을 당하지 않았…”
깊은 두려움으로 물든 방가 노인의 원신이 도망칠 생각도 못 하고 더듬거리며 꺼낸 말은 결국 끝을 맺지 못했다. 한제가 어느새 철검을 소환해 망설임 없이 휘두른 것이다.
번쩍!
검광이 번득인 순간, 방가 노인의 원신은 비명조차 남기지 못한 채 반으로 갈라졌다. 한제는 여유롭게 소매를 휘둘러 그중 하나를 붙잡더니 한입에 삼켰다. 나머지 절반은 거의 투명해진 상태로 도망칠 엄두조차 내지 못한 채 철검 아래에서 덜덜 떨고 있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방가 노인은 법보를 꺼내지도 신통술을 부려보지도 못했다.
“네 저물공간을 열어라. 그럼 목숨만은 살려주지.”
한제는 차가운 눈으로 노인의 반쪽짜리 원신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극도로 허약해 금방이라도 흩어져 사라질 것만 같은 방가 노인의 원신은 상대가 약속을 지킬지 아닐지를 따져볼 겨를도 없이 저물공간을 열었다.
한제는 철검을 휘둘러 노인과 저물공간의 연계를 끊어버린 뒤 저물공간에 들어 있던 것을 모두 거두었다. 그리고는 살기가 가득한 눈으로 노인의 원신을 내려다보았다.
“사… 살려주겠다고 하지 않았는가!”
방가 노인의 원신은 떨리는 목소리로 따지듯 외쳤다.
한제는 피식 웃더니 상대의 원신을 움켜쥔 뒤 그 기억을 마구 뒤졌다. 그렇게 여러 정보와 칠채계와 관련한 내용들까지 어느 정도 파악한 후에야 거의 죽기 직전인 노인의 원신을 저물공간에 집어넣었다.
그는 아직 노인을 죽일 생각은 없었다.
‘이 노인은 창송자와 막역한 관계야. 어쩌면 창송자가 이자의 명간(命簡)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지. 만약 그렇다면 이 노인이 죽는 순간 창송자는 그 사실을 알아차리게 될 테고 경계심만 더욱 커지겠지.’
노인의 기억에서 이 추측을 뒷받침할 만한 단서는 발견하지 못했지만 신중해서 나쁠 건 없었다.
시간을 계산하던 한제는 느긋하게 방가 노인의 저물공간에서 거둔 물건들을 살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