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946
“저들이 시종일관 떠들어대는 것이 경전이라고?”
충격적인 사실에 노부인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되물었다.
“그래, 경전! 내가 이곳에 온 목적이지. 흉수들의 혼은 부차적인 목표일 뿐, 진정한 목적은 경전을 보는 것이네!”
창송자는 기이한 눈빛을 번득이며 느릿하게 말했다.
“깨달은 자들이 이렇게 많은 것을 보니 그 경전이란 절대 만만한 것이 아닌 모양인데. 창송자 자네 혹시⋯⋯?”
청의의 노부인이 무언가에 생각이 미친 듯 말을 흐렸다.
“조 도우, 문정단(問鼎丹)이 없었을 당시 우리 수련자들 사이에 돌았던 소문을 기억하나?”
창송자가 거대한 조각상을 바라보며 물었다.
“도를 듣는 사람은 아침에 태어나 저녁에 죽어도 족하다!”
청의의 노부인이 작게 대답했다.
“가지.”
창송자가 시선을 거두며 질주했고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노부인이 뒤따랐다.
나아갈수록 귓가에 맴도는 복잡하고 기이한 목소리가 늘어났다. 그럴수록 심신은 점점 혼란스러워져 좀처럼 통제되지 않았다. 가까스로 다잡기는 했으나 점점 힘에 부쳤고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몸이 무거워졌다.
창송자는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지만 잔뜩 흥분한 표정이었다.
★ ★ ★
안개가 너무도 짙어 자신들이 얼마나 멀리까지 왔는지도 알 수 없었으나, 그렇게 안개 속을 헤맨 지 사흘이 지나자 전방에 작은 산이 하나 나타났다. 1만 척 정도의 높이로 그다지 높지 않은 산이었다.
산 위에 드리운 검은 광막이 접근을 막고 있었다. 이에 창송자는 청의의 노부인에게 예를 갖춰 포권을 했다.
“조 도우, 금제에 있어서 자네가 탁월하니 부디 이 금제의 막을 거둬주시게! 이 산 너머는 봉인된 땅이라 수많은 흉수의 혼이 있다네. 조 도우가 이 금제를 열여준다면 그 혼들을 다 거두게 해주겠네.”
노부인은 검은 금제의 막을 바라보다가 한 손을 들어 그 위에 대었다. 그러다 한참 뒤, 그녀는 난색을 표하며 말했다.
“세월금의 봉인 금제로군. 세월의 규칙이 가진 힘을 흡수해 시간이 흐를수록 위력이 강해지지. 얼마나 오래된 금제인지도 모르겠는데 열 수 있을 리 만무하지. 이런 금제가 있는 줄 미리 알았더라면 난 오지도 않았을 걸세.”
창송자는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가 저물공간에서 검은 송곳을 하나 꺼냈다. 나선형의 표식이 있는 송곳이 나타나자 엄청난 위압감이 퍼져 나갔다.
“조 도우라면 이게 뭔지 알아보겠지?”
노부인은 그 송곳을 잠시 살피더니 낮지만 놀란 목소리로 외쳤다.
“상고 시대 보물인 파금추(破禁錐)!”
“과연 금제의 대가답게 식견이 넓군. 이게 있다면 저 금제를 파괴할 수 있겠나?”
노부인은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가 물었다.
“파금추를 몇 개나 가지고 있지?”
“네 개!”
“배치된 지 얼마 안 된 세월금이라면 그걸로 충분하겠지. 하지만 이 금제는 배치된 지 매우 오래됐어. 성공 확률은 1할 정도에 불과할 걸세.”
청의의 노부인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러자 창송자는 다시 무언가를 고민하다가 이번에는 저물공간에서 손바닥만 한 검은 나무 조각을 꺼냈다.
그 순간, 형용하기 어려운 강력한 기운이 사방을 휩쓸며 안개마저 밀쳐내더니 반경 1백 척의 회오리를 형성한 채 느릿하게 회전했다.
그 나무 조각을 본 노부인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차공열 법보?”
“이게 있으면 성공률이 얼마나 되겠나?”
창송자는 아무런 설명 없이 물었다.
“4할. 거기에 역령인의 도움이 더해진다면 어쩌면 5할까지도⋯⋯.”
노부인의 불확실한 말에 창송자는 머뭇거리다 다시 저물공간에서 뭔가를 꺼냈다. 이번에 꺼낸 것은 반짝이는 결정으로 그 안에서는 느릿하게 피가 흘렀고 파멸적인 기운을 사방으로 내뿜었다.
“이게 더해진다면 충분하겠지?”
노부인은 거의 경악한 얼굴로 외쳤다.
“대단하군! 이 결정은 이전의 법보들보다 훨씬 더 강력한 것 아닌가! 이 세 가지의 물건이라면 7할 이상의 성공률을 보장할 수 있네!”
노부인의 거친 목소리에 마침내 창송자가 미소를 지었다.
“7할이면 충분하지!”
그는 소매를 휘둘러 네 자루의 파금추를 노부인에게 넘겼다.
“조 도우, 필요한 법보가 있다면 얼마든 말하게.”
노부인은 망설이지 않고 두 손으로 결인을 그려 금제를 소환했다. 동시에 그녀의 전신에서 검은 기운이 피어올라 결인을 따라 움직이더니 파금추에게 달려들었다.
펑! 펑!
청의의 노부인이 소환한 금제가 파금추에 떨어지면서 낮은 굉음이 울려 퍼졌다. 뒤이어 검은 연기가 녹아들면서 파금추는 짙은 검은색으로 번득였다. 하늘을 부수고 금제를 깨뜨릴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기운이 느껴졌다.
노부인은 눈을 번득이며 혀끝을 깨물어 파금추에 피를 뿜어냈다. 파금추는 순간 바르르 진동하더니 훌쩍 날아올라 금제의 막을 향해 돌진했다.
파금추와 가까워짐에 따라 검은 금제의 막이 왜곡되면서 한 줄기 세월의 힘을 발산했다. 그것이 충돌하자 파공추의 송곳이 금방이라도 흩어질 듯 진동했다.
“파괴!”
노부인이 낮게 호령하듯 외치자 파금추가 핏빛으로 번득이며 검은 연기를 뿜어냈다. 그리고는 번개와 같이 금제의 막 한쪽에 꽂히더니 깊이 파고 들어가다가 빠르게 흩어져 사라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노부인의 몸에서는 다시 한 번 검은 기운이 발산되어 두 번째 파금추에 녹아들었다.
그리고 두 번째 파금추 역시 날아가 첫 번째 파금추가 꽂혔던 곳에 그대로 박혔다. 남은 두 개의 파금추도 곧 뒤를 이었다.
쾅!
네 번째 파금추가 날아와 꽂힌 순간 거대한 소리가 울려 퍼졌고 막에 나타난 수많은 파문이 왜곡되었다.
네 개의 파금추는 잔잔한 호수에 던져진 바위처럼 서로 다른 방향으로 물결을 일으키면서 그 표면의 평형을 깨뜨린 상태였다.
그때, 청의의 노부인이 두 손으로 미간을 힘차게 두드리며 한 움큼 검은 기운을 분출했다. 그녀 온몸의 주름이 눈 깜짝할 사이 사라지면서 40대 부인의 모습이 다시 나타났다.
대량의 검은 기운은 검은색 회오리를 형성해 금제의 막과 끊임없이 충돌했다.
쾅! 쾅!
충돌할 때마다 굉음이 울려 퍼졌다.
“검은 나무!”
부인은 눈을 번득이며 외쳤다.
창송자는 망설임 없이 검은 나무 조각을 던져주었다. 그리고 그 나무 조각이 검은 회오리에 이르렀을 찰나, 손가락을 뻗어 앞을 가리켰다.
순간, 나무 조각이 바르르 진동하면서 파멸적인 힘을 폭발적으로 발산하더니 순식간에 붕괴했다.
콰쾅!
하늘과 땅이 뒤흔들렸고 안개가 사방으로 밀려났으며, 상상을 초월하는 충격과 함께 흩어졌다.
청의의 노부인은 그 충격의 위로 올라서더니 두 손으로 결인을 그려 수많은 금제를 소환했다. 이어서 파멸적인 힘을 곧장 금제로 떠밀어냈다.
쾅! 쾅!
연이은 폭발음에 대지가 흔들렸다. 금제의 막 역시 격렬하게 진동했고 그 위의 파문도 점점 늘어났다. 하지만 파손되기는커녕 반발력이 생겨났고 파금추가 무너져 내렸다. 이에 노부인의 안색이 급변했다.
창송자가 곧장 결정석을 내던졌다.
콰쾅!
결정석이 금제의 막과 닿자마자 폭발하면서 거대한 폭풍이 생겨났다.
노부인은 이를 악문 채 두 손으로 결인을 그리고는 다시 미간을 두드려 더 많은 검은 기운을 발산했다. 이제 그녀는 스무 살 남짓한 아름다운 여인으로 변했다.
검은 연기는 그녀의 통제 아래 주위를 맴돌면서 하나하나의 금제가 되었고 폭발한 결정이 분출한 힘에 녹아들어 일제히 금제의 막을 향해 달려들었다.
콰쾅!
다시 한 번 폭발음이 울려 퍼졌고 금제의 막에서 쩌적 하는 소리와 함께 한 줄기 균열이 나타났다. 하지만 균열은 나타나기가 무섭게 사라졌다.
창송자는 이를 악물며 무언가를 결심한 듯 저물공간에서 뭔가를 꺼냈다. 이번에 꺼낸 것은 옥패였는데 그것 역시 차공열 법보의 기운을 발산했다.
‘이것까지 쓰고 싶지는 않았는데…’
이전의 두 법보가 차공열급의 기운만 띤 것과 달리, 방금 꺼낸 옥패는 진정한 차공열 법보였다. 망가져 못쓰게 된다면 너무도 안타까운 일이었다.
이를 본 청의의 여인은 두 눈을 빛냈다. 금제 하나를 파괴하겠다고 벌써 세 개나 내놓다니, 창송자가 도대체 얼마나 많은 차공열 법보를 가졌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흩어져라!”
창송자가 이를 악물더니 낮게 외쳤다.
옥패는 곧장 금제의 막을 찢고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그러자 이전의 두 법보가 발휘한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강력한 기운이 뿜어져 나와 폭풍을 형성했다. 이 폭풍은 1만 척 반경의 안개를 전부 흩어버렸다.
뼈 아래의 병
금제의 막은 비록 무너지지는 않았지만 그 위에 1백 척에 이르는 균열이 나타났다. 이 역시 회복되기 시작했지만 그 속도는 이전보다 확연히 느렸다.
창송자는 곧장 균열 안으로 달려들었고 청의의 여인도 눈을 번득이며 그를 따라 균열 안으로 돌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