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947
그들이 사라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저 멀리서부터 긴 빛이 안개를 뚫고 다가왔다. 그 빛 안에서 모습을 드러낸 한제는 잠시 고민하다가 외부에 대량의 금제를 배치한 뒤에야 균열 안으로 뛰어들었다.
금제의 막에 상처처럼 생겨난 긴 균열은 꾸물거리면서 서로 맞물리기 시작했다. 머지않아 완전히 회복될 것이었으며, 그렇게 되고 나면 다시 파괴하지 않는 이상 세월금 안에 영원히 갇히게 될 터였다.
봉인 안쪽에는 작은 산이 하나 있었다. 창송자는 번개처럼 그 산봉우리로 돌진했고 청의의 여인이 뒤를 따랐다.
산봉우리 중턱에는 길이가 2백 척에 이르는 돌문이 하나 있었는데 문에는 번개 모양의 도안이 새겨져 있었다.
“이곳이 바로 흉수의 혼이 갇혀 있는 곳이네!”
신념을 통해 의사를 전달한 창송자는 문 앞에 이르더니 오른손으로 허공을 움켜쥐어 저물공간에서 번개 모양의 은색 금속 조각 하나를 꺼내 내던졌다. 그러자 금속 조각은 곧장 돌문을 향해 돌진하면서 눈부신 은빛을 번득였고 그와 동시에 돌문에 새겨진 번개 모양의 각인 역시 은빛을 발산하며 호응했다.
그때, 거대한 돌문이 진동하면서 느릿하게 열리기 시작했다. 사방에서 먼지가 피어올랐다.
“키기기긱!”
돌문이 열린 순간, 그 너머에서 영혼을 꿰뚫는 듯한 포효가 터져 나왔다. 흉수의 혼들이 내지르는 분노의 포효는 형용할 수 없는 신념이 되어 확산되었다.
“조 도우, 시간이 긴박하니 자네는 흉수의 혼을 거두고 있게. 난 경전을 보러 가야겠어!”
창송자는 청의의 여인에게 포권을 했다.
“혹 흥미가 있다면 함께 가도 좋네. 깨달음을 얻게 될지도 모르지 않나!”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여인은 천천히 고개를 내저었다.
창송자는 두 번 권하지 않고 산봉우리 꼭대기로 향했다. 이곳에 와본 적은 없었지만 이전에 얻은 지도를 통해 경전이 어디에 있는지는 똑똑히 알고 있었다.
청의의 여인은 멀어져 가는 창송자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미간을 팩 구겼다.
그의 말에 거짓은 없었다. 혼의 파동으로 미루어 동굴 안에는 창송자의 말대로 수많은 흉수의 혼이 봉인되어 있는 것이 분명했으니까.
잠시 고민하던 여인은 동굴 입구로 다가가 신식으로 그 안을 훑어보고는 기이한 눈빛으로 사방에 일련의 금제를 배치한 뒤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한편, 이미 산꼭대기에 이른 창송자는 청의의 여인이 동굴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냉소했다.
“난 거짓말한 적 없네. 그곳에는 분명 흉수의 혼이 아주 많아. 몰래 나를 따라왔다 해도 상관은 없었겠지.”
알 수 없는 말을 남긴 그는 비릿하게 웃더니 오른손으로 결인을 그렸다. 순간 산봉우리 중턱의 동굴 문이 빠르게 닫혔다.
그 안에서 분노에 찬 여인의 목소리와 함께 돌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으나, 창송자는 피식 웃었다.
시간이 많지 않았다. 금제의 막에 난 균열이 맞물려 버리면 이곳을 빠져나가기란 거의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산봉우리에 선 그는 숨을 골랐다.
오랜 시간 고대해 온 날이었다.
그는 두 손을 든 채 천천히 무릎을 꿇더니 하늘을 향해 기이한 소리를 냈다.
의미를 알 수 없는 그 소리가 퍼진 순간, 하늘을 덮은 일곱 색채의 빛은 순간 더욱 빛나면서 안개를 뚫고 산봉우리에 떨어졌다.
창송자의 상공을 맴돌던 빛은 한 줄기 무지개의 다리가 되어 허공으로 뻗쳤다.
창송자는 쿵쾅대는 마음을 애써 다잡으며 다리에 오르더니 이내 달렸다.
머지않아 도착한 다리 끝에는 일곱 색채로 이루어진 회오리가 있었는데 창송자는 곧장 그 안으로 몸을 던졌다.
회오리 안은 혼란스러웠고 일곱 색채의 빛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 빛은 사방에서 전해져오는 것이 아니라 저 앞의 거대한 비석에서 발산되고 있었다.
비석은 빛으로 휩싸인 채 형용하기 어려운 위엄을 드러냈다. 비석을 보는 순간 누구든 무릎을 꿇고 경배할 수밖에 없을 정도의 위용이 느껴졌다.
창송자 역시 바닥에 털썩 꿇어앉아 묵묵히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그의 몸에서 줄기줄기 각인이 떠올라 꿈틀거리더니 봉인이라도 하듯 그의 두 눈에 응집되었다.
잠시 후, 창송자는 번쩍 고개를 들고 거대한 비석을 바라보았다.
비석의 아래에는 상반신만 남은 유해가 한 구 있었는데 두 팔은 일곱 색채의 빛으로 이루어진 못으로 비석에 박혀 있었다.
그것은 어느 수련자의 유해였다. 일곱 색채의 빛으로 가득한 이 세상, 그 빛에 휩싸인 유해는 색이 변하지 않고 온전히 남아 있었지만 눈부신 검은 빛을 발산하고 있었다. 검은 뼈에는 촘촘하게 새겨진 문자가 가득했다.
유해 아래로는 수십 척 길이의 원형 진이 있었다. 그 안에는 수많은 주문이 새겨져 있었고 유해의 잘린 척추 뼈 아래인 진의 중앙에는 옥으로 된 병이 하나 놓여 있었다.
그 옥병을 본 창송자의 눈빛이 광기와 탐욕으로 번득였다.
그는 뼈에 새겨진 문자가 바로 경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경전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었다. 노부인에게 했던 말은 그녀를 현혹하기 위한 속임수에 불과했다.
“경전을 보면 깨달은 자가 되어버리는데 그런 위험을 무릅쓸 이유가 없지.”
그는 입술을 핥으며 중얼거렸다. 창송자의 진정한 목적은 유해 아래에 있는 저 옥병이었다.
한데 그때, 옥병 바로 위, 상반신만 남은 유해의 척추 뼈에서 검은 빛이 번득이더니 피 같은 검은 물방울이 슬금슬금 배어 나왔다. 그러더니 똑 하고 옥병 안에 떨어졌다.
창송자는 곧장 유해를 향해 돌진하더니 옥병을 쥐었다. 하지만 그 순간, 창송자는 온몸을 부르르 떨었고 전신에서 하얀 연기를 피워 올렸다. 그리고 그 연기는 빠른 속도로 옥병에 흡수되었다.
하지만 창송자는 마치 이럴 줄 알았다는 듯 반대쪽 손으로 저물공간에서 원신들을 꺼냈다. 그렇게 꺼낸 원신은 순식간에 1천 개에 이르렀다. 이 원신들은 봉인된 상태였는데 그들의 몸은 얇은 선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었다.
창송자는 기이한 주문을 외면서 원신 중 하나를 손에 넣었다.
순간 원신은 바들바들 떨면서 흩어져 사라졌고 뒤이어 또 하나의 원신이 바들바들 떨기 시작했다. 그렇게 열을 세기도 전에 모든 원신이 흩어져 하얀 연기가 되어 옥병에 흡수되었다.
이어서 혀끝을 깨문 창송자는 피 안개를 형성했다. 뒤를 이어 그의 입에서 튀어나온 네 갈래의 금색 빛은 네 개의 손바닥만 한 금색 단검이 되었다.
단검들이 일제히 옥병 주위의 진법을 찔러 들어간 순간, 창송자가 뿜어낸 피 안개가 검에 녹아들었다.
펑! 펑! 펑! 펑!
무언가 터져 나가는 듯한 소리가 연이어 울려 퍼지면서 네 자루의 단검이 진법의 사방을 힘껏 찔렀다.
그 순간, 창송자는 낮게 기합을 넣으며 옥병을 쥔 오른손을 위로 들어 올리더니 뒤로 물러났다.
“큭! 크크큭! 크하하하하!”
그는 광기에 사로잡힌 듯 웃었다 그러더니. 뒤로 물러나면서 왼손을 휘둘렀고 그러자 네 자루 금빛 단검이 곧장 돌아왔다. 하지만 그대로 그를 지나치더니 저 멀리 일곱 색채의 빛으로 이루어진 세상을 향해 돌진했다.
“조 도우, 구경은 잘했나?”
단검이 노리고 날아간 공간이 왜곡되더니 그 안에서 청의의 여인이 나타났다. 그녀는 두 손으로 결인을 그려 수많은 금제를 소환했다. 그러자 네 자루의 금빛 단검은 곧장 금색 액체로 변하더니 금제의 회오리를 통과해 청의의 여인에게 달려들었다.
여인은 가볍게 안색이 변해 몸을 다시 뒤로 물렸지만 금색 액체는 아예 수많은 금빛 빗방울이 되어 사방에서 그녀에게 돌진했다.
“조 도우가 어떻게 그곳을 빠져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날 따라와서는 안 되는 것이었네! 이곳에는 경전이 있지. 잘 보시게! 크크크.”
창송자는 광기 어린 웃음을 터뜨리며 몸을 훌쩍 날려 무지개의 다리를 따라 산봉우리로 돌아갔다. 그는 곧장 이곳을 떠날 생각이었다. 산봉우리 너머 금제의 막에 난 균열은 거의 맞물린 상태이니 청의의 여인을 남겨둔 채 혼자 떠나면 그만이니까. 이후로는 이곳을 빠져나가려면 육신을 버리고 경전을 깨달아야 한다. 허나 그렇게 되면 깨달은 자의 한 명이 될 뿐이다.
한데 그때, 어디선가 냉랭한 코웃음 소리가 들려오더니 창송자의 전방에 하나의 인영이 나타났다. 바로 청의의 노부인이었다.
“헛! 이것은…?”
창송자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안색이 급변한 창송자의 머릿속에 무언가 번쩍 스쳐 지나갔다. 운해성역의 오래된, 매우 충격적이고 비도덕적인 술법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건 분신이 아니로군. 그렇다면 양음귀조술(陽陰歸祖術)!”
이는 수련하기가 매우 어려워 성공한 사람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창송자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양음귀조는 다른 사람과 혼인해 딸을 가진 여자 수련자가 쓸 수 있는 술법으로 체내에서 자란 아이가 어미와 같은 몸을 쓰게 되는 술법이었다. 이후에 이 딸이 장성해 또다시 딸을 가지고 이 술법을 쓴다면 노파와 어미, 딸 셋이 하나의 몸을 공유하는 것도 가능했다.
이런 식으로 수준이 증폭됨과 동시에 하나의 몸을 공유하는 세 명의 영혼 덕에 신식은 더욱 강력해지는 것이었다.
코웃음을 치며 한 발 앞으로 나선 청의의 노부인은 두 손으로 결인을 그리면서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그러자 흘러넘치는 듯 강력함 흡입력이 발휘됐다.
“헛!”
창송자는 순간 온몸의 생기가 다 빨려 나가는 듯했으나 곧장 침착함을 되찾았다. 양음귀조술에 놀라긴 했지만 그에게는 이곳에서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오른손에 쥔 옥병을 저물공간에 넣고 싶었으나 그럴 상황은 아니었다. 이에 그는 왼손으로 허공을 움켜쥐었고 한 줄기 금빛을 피워 올렸다. 금빛은 수많은 비검이 되어 그의 손짓 아래 곧장 노부인을 향해 달려들었다.
동시에 창송자는 왼손으로 이마를 두드렸다. 그러자 한 줄기 붉은 빛이 정수리에서 날아올랐다. 이 빛은 원영처럼 작은 사람 형태였으나 원영은 아니었다.
“캬오오!”
‘그것’은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검광을 따라 노부인에게 돌진했다.
그 작은 사람을 본 순간 노부인의 표정이 변했다. 그녀는 오른손을 휘둘러 고동색의 그릇을 하나 소환하더니 내던졌다.
그릇은 곧장 회전하면서 작은 사람을 향해 달려들었다. 작은 사람은 핏빛으로 두 눈을 번득이면서 날카로운 소리를 질렀다.
콰쾅!
폭발음과 함께 고동색 그릇은 그대로 무너져 내려 가루가 되어 사방으로 퍼져나갔고 그 사이 수많은 금빛 비검들이 노부인의 곁에 이르렀다. 원영 같은 작은 사람 역시 검광을 뚫고 돌진해왔다.
시간이 촉박했기에 창송자는 이 싸움의 결과를 지켜보지 않고 몸을 훌쩍 날려 허공에 나타난 파문으로 들어가려 했다. 한데 파문에 반 발짝을 들인 순간, 비쩍 마른 팔 하나가 바로 옆의 허공에서 쑥 빠져나와 그의 오른손을 덥석 붙잡았다.
“역시 사조경계(四祖境界)구나!”
두 눈동자가 바짝 졸아든 창송자는 왼손으로 그 비쩍 마른 팔을 때렸다. 하지만 이내 창백해진 얼굴로 낮게 신음했다.
“쇄열기 중기 절정!”
창송자의 왼팔은 시커멓게 변했고 노란 물이 배어 나와 뚝뚝 떨어졌다. 기이한 독에 감염된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청송자는 멈추지 않고 파문 안으로 들어갔다.
한데 그로부터 멀지 않은 허공에서 보다 더 오래된 기운을 풍기는, 마치 관에서 방금 기어 나온 것 같은 노파가 나타났다. 한 올 남김없이 머리카락이 빠진 상태라 더욱 끔찍해 보이는 노파의 두 눈에서는 어스름한 빛이 번득였고 입가에서는 선혈이 흘렀다.
노파는 오른손을 휘둘러 창송자가 남긴 금빛 검광들을 밀어내더니 왼손으로는 핏빛의 작은 사람을 움켜쥐어 봉인하고 곧장 창송자를 뒤쫓았다.
다시 나타난 천운(天運)
창송자의 얼굴은 더없이 창백해진 상태였다. 그는 청의의 노부인이 수준을 숨겨왔으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뿐만 아니라 방금 나타난 노파의 신통력에 배어있는 독은 왼팔을 타고 온몸으로 퍼져 나가려 했기에 가까스로 막고 있었다.
‘균열에서 빠져나가기만 하면 수많은 법보로 충분히 제압할 수 있다!’
파동 안으로 들어선 창송자는 이를 악물고 질주하려 했지만 곧장 노파가 따라붙으며 공격하는 바람에 쉽지 않았다.
그러는 와중에도 끊임없이 이동한 끝에 금제의 가장자리가 시야에 들어왔다. 균열은 20척 정도로 줄어든 상태였고 점점 빠르게 맞물리고 있었다.
창송자는 눈을 번득이며 기이한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하늘을 채운 일곱 색채의 빛이 격렬하게 번쩍이면서 내려와 창송자 주위를 맴돌면서 일곱 자루 장검이 되더니 노파에게 달려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