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949
한제는 차게 코웃음을 치며 삼지창을 휘둘렀다. 그러자 세 마리 흑룡이 삼지창을 따라 움직였고 창송자가 소환한 비검들을 가볍게 밀어냈다.
창송자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저물공간에서 비검 한 자루를 꺼냈다. 수정으로 만들어진 듯 반짝이는 검이 모습을 드러낸 순간, 엄청난 기운이 칠채계 안에 가득 퍼졌다.
‘차공열 법보!’
한제의 두 눈이 바짝 졸아들었다.
그때, 창송자가 낮게 기합을 넣으며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검이 온 세상을 뒤흔들 듯 날카로운 소리를 내면서 한제에게 달려들었다.
쇄열기 중기 수련자와의 전투에 한제의 흥분이 고조됐다.
“흥! 어림없다!”
한제는 피하지 않고 삼지창을 마주 휘둘렀다. 그러자 세 마리 흑룡은 삼지창에서 빠져나와 곧장 수정처럼 반짝이는 검을 집어삼킬 듯 달려들었다. 더구나 흑룡들은 아까 집어삼킨 생사금의 세 갈래 표식을 내뿜어 반경 1만 척 반경을 가득 채웠다.
세상 모든 것을 삼켜 자신의 신통력으로 삼는 것, 이것이 바로 삼지창의 진정한 신통력이었다.
고신 서사는 이 삼지창을 제련하고 만족했으나, 보물에 영혼이 없는 관계로 어느 수련성의 산봉우리가 되어 세월의 흐름을 응집해 혼으로 만들었다. 허나 안타깝게도 그가 묵류분신술 수련에 실패하면서 삼지창은 세월의 흐름 속에 사라져 버렸다.
한참의 세월이 흐른 뒤 천운자는 삼지창을 발견했고 그 위력은 발휘할 수 있었지만 다른 신통력을 삼키는 능력은 발휘하지 못했다. 이는 고신만 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천운자보다 한참 수준이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일손이겁을 통과하면서 진정한 고신족으로 거듭난 한제는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세 마리의 흑룡은 탐식의 용으로 녀석들이 삼킨 생사금은 삼지창 자체의 신통력이 된 상태였다.
수정검은 엄청난 검기를 품은 채 날아들었다. 세상 모든 것을 단칼에 갈라버리겠다는 의지가 담긴 모습이었다. 사실 이 검은 창송자의 가장 강력한 법보로 그런 법보를 꺼냈다는 것은 최대한 빨리 상대를 죽이겠다는 뜻이었다.
콰쾅!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탐식의 용 세 마리는 입을 크게 벌리며 수정검을 완전히 삼켜버렸다. 동시에 용들은 몸을 바르르 떨었고 그중 한 마리의 체내에서는 콰르릉 하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캬오오!”
용은 분노에 찬 포효를 내지르며 몸을 뒤틀었지만 무너져 내리거나 하지는 않았다. 용들은 곧장 한제에게로 돌아와 다시 삼지창이 되었다. 한데 삼지창에서는 수정 빛이 번득였고 수정검의 표식도 느릿하게 드러났다.
이를 지켜보던 창송자는 표정이 급격하게 어두워졌지만 곧장 몸을 날리며 결인을 그리더니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전방에 빛이 번득이면서 눈 깜짝할 사이 수많은 검기가 나타나 하늘을 뒤덮을 듯 강력한 힘을 품은 채 한제를 향해 돌진했다. 뒤이어 그는 저물공간에서 세 개의 구슬을 꺼내 내던지며 낮게 외쳤다.
“소환, 역행자!”
칠채계에 드리운 일곱 색채의 빛이 다시 응집되기 시작하더니 세 개의 구슬 안으로 몰려들었다. 그리고 펑, 펑 하는 소리와 함께 구슬 중 하나가 무너져 내렸고 그 순간 한 줄기 허상의 그림자가 하늘에 나타났다. 매우 흐릿한 허상이었지만 검의 위력이 짙게 드리우는 것만은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허상의 그림자는 오른손을 들어 한제를 가리켰다. 그러자 주위의 일곱 색채의 빛이 그 주변을 맴돌면서 엄청난 기세의 일곱 빛깔 검기를 형성하더니 한제에게 달려들었다.
뒤이어 또 하나의 구슬이 무너져 내리면서 대지가 진동했다. 그러자 멀지 않은 곳의 성벽 같은 산맥이 대대적으로 붕괴하면서 키가 1천 척에 달하는, 돌로 이루어진 사람이 나타났다. 그러더니 곧장 한제에게로 돌진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대지가 흔들렸다.
동시에 세 번째 구슬 역시 폭발했고 일곱 색채의 빛이 하늘에 응집되며 거대한 나침반이 되었다. 허상에 불과했지만 빠르게 돌고 있는 나침반으로부터 흘러넘칠 듯 강력한 힘이 발산됐다.
뛰어난 법보를 연달아 사용한 창송자는 비록 아깝긴 했으나 아직 부족하다는 듯 결인을 그리더니 미간을 두드렸다. 순간 그의 얼굴이 새빨개졌고 미간에서 하나의 핏빛이 튀어나왔다. 청의의 노부인을 공격했던 작은 인영과 똑같이 생긴 존재였다.
“캬아아아!”
원영은 날카로운 소리를 내지르며 핏빛에 휩싸인 채 한제에게 달려들었다.
쇄열기 중기에 달하는 창송자의 강력한 원력이 깃든 신통술과 차공열급 법보에서는 충격적일 정도의 힘이 느껴졌다.
허나 한제의 표정은 침착했고 눈에서는 전의가 불타고 있었다.
그는 우선 거대한 나침반을 향해 삼지창을 내던졌다. 저 나침반이 가장 위협적임을 본능적으로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이어서 곧바로 결인을 그린 오른손을 앞으로 뻗었다. 그러자 일곱 빛깔의 광채가 검은 바람에 뒤덮였고 그 안에서 포효가 들려왔다. 호풍이었다. 여러 마리의 검은 용들은 포효를 내지르며 흩어졌다가 뭉치기를 반복하면서 일곱 빛깔의 검기를 소환해낸 흐릿한 그림자에게 달려들었다.
다음은 환우였다.
한제가 소매를 휘두르자 반경 수만 척에 빗방울들이 나타나 창송자가 소환한 검기를 향해 엄청난 속도로 돌진했다. 그중 일부는 얼음 결정이 되어 돌로 이루어진 사람을 뒤덮기도 했다.
펑! 펑!
타격음이 연달아 울려 퍼지는 가운데 한제는 몸을 날리면서 하늘을 가르며 달려든 일곱 빛깔의 검기에 주먹을 휘둘렀다.
쾅!
천지가 진동했고 일곱 빛깔의 검기 중 여섯 개가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마지막 남은 남색 빛 한 줄기만 한제의 오른손을 뚫고 들어왔다.
“크으으…”
미친 듯한 기운이 팔을 타고 체내로 흘러드는 것을 느끼며 낮게 신음한 한제는 결인을 그린 왼손으로 허공을 두드리더니 입을 벌려 한 줄기 빛을 토해냈다.
그의 입에서 튀어나온 봉선인이 급속도로 회전하면서 전혼들을 쏟아보냈다. 허공자와 천운자 오청의 혼이 전부 튀어나와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핏빛 원영을 향해 돌진했다. 전혼 중에는 선인도 있었고 나천성역 수련자들도 있었으며, 연맹성역의 수련자들도 있었다.
전혼들이 사방으로 퍼져나가면서 내뿜는 포악한 기운에 창송자는 찬 숨을 들이마셨다. 이미 승리를 자신하고 있던 그는 상대에게 이렇게 놀라운 법보가 있을 것라고는 상상도 못 했기에 충격이 더욱 컸다.
그 무렵, 삼지창은 검은 빛을 그리며 거대한 나침반을 향해 날아들다가 7촌 정도의 거리를 앞두고는 일곱 빛깔 전광에 뒤덮여 더 이상 나아가지 못했다. 그러나 삼지창에서 튀어나온 세 마리 흑룡은 일곱 빛깔 전광을 삼키기 시작했고 덕분에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
호풍의 흑룡들은 성난 고함을 내지르며 흐릿한 그림자를 점점 흩어버리고 있었다.
저 멀리서는 돌 거인이 환우의 빗방울에 뒤덮여 거대한 얼음 조각이 된 상태였다.
핏빛에 휩싸인 작은 원영 같은 사람은 허공자 등의 전혼에 휩싸여 벗어나지도 못하고 있었다.
한데 그중 천운자의 전혼은 살두성병의 통제에 따르거나 공격에 나서지도 않은 채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그 이유까지 따질 여유가 없었기에 한제는 곧장 허공을 움켜쥐어 수많은 천둥번개를 소환해냈다.
끝없이 떨어지는 천둥번개가 곧 멸신모의 허상으로 화했다.
“가라!”
한제가 힘껏 내던지자 멸신모는 모든 장애물을 뚫고 거대한 나침반을 향해 전광처럼 날아들었다.
한제는 멈추지 않고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가 내리눌렀다. 동시에 왼손의 두 손가락은 연달아 오른손의 손등을 두드렸다. 그러자 칠채계 내의 원력이 끓어오르면서 순식간에 한제의 오른손에 녹아들었고 거대한 손자국이 나타나 창송자에게로 강림했다.
“이… 무슨…”
창송자는 경악한 얼굴로 이를 지켜보다가 황급히 정신을 차리고는 혀끝을 깨물어 선혈을 한 움큼 토해낸 뒤 오른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그의 정수리를 통해 일곱 개의 원영이 나타나더니 눈 깜짝할 사이 번개 모양의 표식을 형성했다.
이 표식이 형성된 순간, 온 세상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모든 빛이 그 표식에 전부 흡수되어 버린 것 같았다.
“원영 백 개의 피로 봉계 일곱 번째 진의 영을 소환한다!”
창송자가 낮게 외치자 번개 모양의 표식이 번득이더니 거대한 손자국과 충돌했다.
콰쾅!
거대한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손자국이 그대로 무너져 내렸고 그 순간 한 줄기 번개가 튀어나오더니 미처 피할 틈도 없이 한제의 가슴팍에 떨어졌다.
펑!
“크윽!”
깨끗한 타격음과 함께 한제는 몇 걸음 물러났고 신음과 함께 피를 토해냈다. 그의 눈에는 하늘을 뒤덮을 듯 짙은 분노가 피어올랐다.
“감히!”
한제는 곧장 오른손으로 허공을 움켜쥐어 철검을 소환하더니 창송자를 향해 쏘아 보냈다.
창송자는 저물공간에서 일곱 빛깔로 번득이는 못을 하나 꺼냈다. 금제의 막 안에서 유해를 고정해두었던 것과 똑같은 못이었다.
“죽어라!”
창송자는 그 못을 힘껏 내던졌다. 상상을 초월할 만큼 엄청난 위압감을 뽐내는 못에서 느껴지는 위력은 차공열 법보보다도 강력한 것 같았다.
콰쾅!
충돌음에 이어 쩌적 하는 소리와 함께 철검은 반으로 갈라졌다. 못은 그러고도 더 나아가 한제의 오른쪽 어깨에 박혔다.
“크으…”
끔찍한 고통에 한제는 부르르 몸을 떨었다.
그러나 그때, 못에 의해 두 동강이 난 철검 중 하나는 그 상태에서도 돌진해 창송자의 가슴을 꿰뚫고 지나갔다.
“크아악!”
창송자는 피를 뿜어내고는 잠시 비틀거렸으나, 그 상태로도 몸을 홱 돌려 성벽과 같은 산맥 쪽으로 날아갔다. 그러는 동안에도 한제는 여전히 덜덜 떨고 있었다. 어깨에 박힌 못에 원신이 고정된 듯 눈앞은 자꾸 흐릿해졌고 몸은 빠르게 쪼그라들었다. 그러더니 어느새 그는 평소의 모습으로 되돌아왔다.
피를 토해내며 멀어져가는 창송자의 뒷모습을 노려보던 그가 왼손을 들어 올렸다. 뒤이어 머릿속으로 역령인을 떠올리더니 허공을 강하게 후려쳤다.
허공에 나타난 역령인은 세상을 흔들며 순식간에 창송자의 곁에 이르렀다. 허나 무슨 신통력을 발휘한 것인지 창송자는 육신이 붕괴되더니 일곱 빛깔의 안개로 변해 역령인의 공격을 피하고는 눈 깜짝할 사이 산맥 끝으로 사라졌다.
“크윽! 쿨럭!”
한제는 다시 한 번 피를 토해냈다. 그러더니 모든 법보를 거두었다. 전혼에 뒤덮여 도망치지도 못하고 있던 창송자의 붉은 원영들 역시 함께 거둔 그는 갇혀 있는 청의의 노부인은 거들떠도 보지 않고 곧장 떠나갔다.
못이 박힌 오른쪽 어깨에서 대량의 피가 흘러나오고 있는 까닭에 얼굴은 매우 창백했다. 하지만 창송자 역시 엄청난 피해를 입은 상태였으니 손해만은 아니었다.
그때, 하늘에 나타나 있던 거대한 나침반이 한제를 뒤쫓기 시작했다.
나침반 파괴
시야가 흐릿했다. 눈앞의 길이 여러 개로 보였다. 쉬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허나 오른쪽 어깨에서 느껴지는 통증은 그를 혼미하게 하면서 동시에 각성하게 하기도 했다.
거대한 나침반은 여전히 한제를 쫓아오고 있었다. 그것으로부터 느껴지는 위압감이 갈수록 묵직해져서 한제는 점점 기운이 빠졌고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그때, 돌연 콰쾅 하는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나침반이 더욱 빨리 회전하기 시작했다. 하늘에 드리운 일곱 색채의 빛도 나침반에 응집되어 수많은 문양을 이루었다.
‘위험하다!’
본능적으로 위기를 느낀 한제는 혀끝을 힘껏 깨물어 스스로를 각성시켰다. 거의 때를 같이해 나침반 위에 떠오른 수많은 문양이 곧장 한제에게 떨어져 내렸다.
한제는 이를 악물고 왼손으로 허공을 움켜쥐어 삼지창을 꺼냈다. 그러는 동안에도 나침반에서 떨어진 문양들은 비처럼 빠르게 내려오고 있었다.
콰쾅!
거대한 충돌음과 함께 한제는 또 한 번 피를 토해냈고 몸 곳곳에 낙인이 찍히며 깊은 상흔이 생겨났다.
표식이 몸에 닿을 때마다 한제는 바들바들 떨 수밖에 없었다. 동시에 두 눈에는 더욱 큰 분노와 광기가 번득였다.
그는 위기의 순간일수록 더욱 냉정해지고 더욱 광기를 발하는 편이었다. 냉정함과 광기란 상충되기 쉽지만 한제는 냉정하게 판단하고 광기 어린 모습으로 행동했다.
‘나침반을 파괴하지 않는 이상 위기는 계속된다!’
한제는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상처가 악화돼 의식을 잃기라도 하면 낭패다. 그러니 최대한 빨리 저 나침반을 제거하고 어디선가 치료에 전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