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963
이 노란 빛에 휩싸인 사람들은 윤회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됐고 이전의 생이 눈앞에서 펼쳐져 실제와 분간이 가지 않았다.
법술은 세상의 원력을 통제하고 특수한 방법으로 전환하는 능력으로 그 위력은 수준과 공법에 달려 있었다. 한편 신통술은 이렇게 발휘한 법술의 위력을 증폭시키는 방법으로 원력을 변화시키고 응집시키는 기술이었다.
도술은 이 둘과는 전혀 다른 존재로 오직 도의 경계에서만 깨달을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극의 경계가 극단적인 힘을 시의 경계가 창조의 힘을 의미한다면 도의 경계는 불멸의 위력을 의미했다.
도술을 이용한 공격은 경지를 통한 공격과 비슷하지만 그 본원은 다르다. 경지를 통한 싸움이 서로 깨달은 바를 겨루는 심신의 전쟁이라면 도술은 일종의 승화된 힘을 이용해 상대의 영혼을 말살하는 것이었다.
모든 것을 관통하기에 충분할 만큼 강력한 빛은 한제의 몸에 닿자마자 그의 주위를 두른 전의의 경지를 꿰뚫고 체내로 스며들어 영혼 속 기억에 진입했다.
‘3초면 충분하지!’
백발노인이 눈을 감았다. 모든 생기를 잃은 그는 마치 시체 같았다.
한편, 한제는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것을 느꼈다. 일곱 가지 빛깔의 하늘이 시야에서 빙빙 돌다가 사라지고 시리도록 푸른 하늘과 하얀 구름이 보였다.
대지 역시 빙글빙글 돌았다. 발아래 대지가 층층이 사라지고 저 멀리 산봉우리가 조금씩 줄어드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그렇게 눈앞의 모든 것은 사라지고 푸른 숲만 남았다.
그의 곁에는 작은 길이 하나 나 있었다. 시골길 같은 작은 길 앞에는 푸른 숲이 있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숲의 나무가 솨아아 흔들렸고 바람에서는 흙의 향기가 여실히 느껴졌다.
“잠이⋯⋯ 든 건가⋯⋯.”
한제는 멍하니 앞을 바라보다가 한참 뒤에는 뒤를 돌아보았다. 뒤편의 작은 길 끝에는 평화로운 산촌이 있었다. 밥 짓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마을에서 뛰노는 어린아이들의 웃음소리 사이로 개 짖는 소리도 들려왔다.
“꿈을 꾸었던 것 같은데⋯⋯.”
한제는 머리를 긁적였다. 그는 곁에 놓인 책을 들고 일어나 머 멀리 구름을 뚫을 듯 솟아오른 산봉우리와 그 위에서 한 종파의 누각을 보았다.
“선인이 되어서⋯⋯ 1천 년이 넘는 삶을 사는 꿈이었어. 책을 너무 열심히 읽어서 그런가? 별 이상한 꿈을 다 꿨구나.”
그는 멍하니 중얼거렸다.
“한제야, 아버지께서 찾으신다. 얼른 집에 가지 않고 뭐해?”
어느 중년 사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활을 들고 있는 것으로 사냥꾼인 듯했다. 사내 뒤로는 몇몇 청년이 따라붙었는데 그중 하나가 웃으며 말했다.
“한제야, 공부 열심히 해서 꼭 장원급제해라. 그래야 우리 마을도 덩달아 영광을 누리지.”
사냥꾼과 청년들이 밝게 웃으며 떠난 뒤, 한제도 머리를 긁적이며 마을로 향했다.
“진짜 사실적인 꿈이었어. 홍접, 이모완, 류미, 모은미, 여연비, 이천매⋯⋯ 그리고 운작자 주작자 사도환, 천운자… 주작성황, 청룡성황, 탁삼, 서사… 아, 두 명의 제자도 있었지. 십삼과 사청⋯⋯.”
한제는 여전히 혼란스러웠다.
“주작성에 고신이 있었지? 주작성 밖에는 시음종이 있었고 수련연맹과 사성종도 있었어.”
이어서 꿈에서의 자기 삶을 하나하나 되짚으며 멍하니 걷던 한제가 고개를 들었을 때는 이미 집의 대문 앞에 이른 상태였다. 그는 고개를 내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꿈속에서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돌아가셨지. 정말 끔찍한 꿈이야.”
더는 그 꿈을 떠올리지 않으려는 듯, 한제는 고개를 세차게 털고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아버지가 담뱃대의 재를 털다가 고개를 들어 한제를 노려보았다.
그 엄숙한 눈빛에 한제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한제야, 공부는 잘되고 있느냐?”
“아⋯⋯ 그런대로⋯⋯.”
한제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답했다.
“내년에 과거시험이 있으니 더욱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너는 절대로 나처럼 이 마을에서 평생을 갇혀 사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구나.”
한제의 아버지는 고개를 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 어머니가 밥상을 들고 나타났고 모두 둘러앉아 밥을 먹었다. 식사를 하던 중, 한제는 망설이다가 슬그머니 입을 열었다.
“아버지, 저 아까 꿈을⋯⋯.”
허나 그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밖에서 마차 소리가 들려오는가 싶더니 뒤를 이어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다. 이에 한제는 흠칫 놀랐다. 꿈속에서도 이와 비슷한 상황에 넷째 작은아버지가 찾아왔던 것이 기억났기 때문이다.
“둘째 형, 문 좀 열어주세요!”
무의식적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한제는 대문으로 달려가 문을 열었다. 문밖에는 건장한 사내가 서 있었다. 사내는 호랑이처럼 형형한 눈을 빛내며 한제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피식 웃었다.
“한제야, 반년 만에 보는구나! 그새 키가 더 컸구나.”
한제가 얼빠진 얼굴로 멍하니 있는데 넷째 작은아버지는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향했다.
“형님, 형수님. 긴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올해 대산파에서 새로운 제자를 뽑는다는데 한제가 한번 지원을 해보면 어떨까 합니다. 잘하면 선인이 될 수 있는 기회 아닙니까.”
“서, 선인? 저, 저 녀석이 과연 할 수 있을까?”
한제의 아버지는 잔뜩 흥분하면서도 망설였다.
“선인이 제자를 뽑을 때는 시험을 본다고 하니 일단 시험이나 한번 보게 해보시죠.”
대화를 듣던 한제는 몸을 바르르 떨며 넷째 작은아버지와 부모님을 바라보았다. 순간 눈앞이 부옇게 흐려졌다.
꿈속의 장면 하나하나가 기이한 힘에 이끌리듯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는 자신이 산촌을 떠나는 장면과 대산파의 시험에 통과하지 못하는 장면 친척들의 비웃음 속에서 혼자 산촌을 떠나 낭떠러지에서 쉬던 장면 그러다 갑자기 뒤에서 호랑이가 나타난 탓에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지며 기이한 동굴 안으로 들어가게 된 장면 등을 보았다. 그리고 그 동굴에서 그는 구슬을 하나 발견했다.
그의 오른손이 구슬에 닿은 순간, 그의 귓가에 어렴풋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처, 천역⋯⋯.”
익숙한 목소리였다. 허나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 봐도 어디에서 들었는지 떠오르지 않았다.
그 순간, 그 목소리는 절규로 뒤바뀌었다. 그 또한 익숙한 목소리였다. 엄청난 고통에 시달리는 듯 끔찍한 절규가 귓가에 맴돌던 그때, 한제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이 그대로 무너져 내리면서 일곱 색채의 빛이 어렴풋이 나타났다.
그 순간, 눈앞이 어지러워졌다. 자신의 기억을 통제하는 힘에 문제가 생긴 것 같았다.
몇 년의 시간을 뛰어넘은 듯 주위가 격렬하게 바뀌었다. 어느새 한제는 도망치고 있었다. 눈앞의 숲은 뒤로 밀려났고 그는 자신이 죽을 위기에 처했음을 인식한 채 엄청난 속도로 이동하고 있었다.
“이 등력에게서는 절대로 도망치지 못 한다!”
음침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등 뒤에서는 한 청년이 냉랭한 눈빛을 번득이며 추격해오고 있었다.
생사의 위기 속에서 한제의 의식은 다시 흐릿해졌다. 귓가에 들려오는 절규는 점점 또렷해졌다. 그 목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 떠오를 것만 같았다.
그때, 주위의 환경이 또 바뀌었다. 이제 그는 거대한 산골짜기에 있었다. 전에 없던 비통함과 원통함이 밀물처럼 온몸을 잠식해 그는 하늘을 향해 포효했다. 그러나 마음속 응어리는 조금도 해소되지 않았다.
“내 숨이 붙어 있는 한 언젠가는 너희 등가의 사람들을 모두 죽여 그 피로 강을 이루고 조나라를 물들일 것이다! 너희 등가 사람들 중 누구도 살려놓지 않겠다! 이 맹세를 저버린다면 이 이한제는 영원히 지옥을 떠돌 것이다!”
한제는 무릎을 꿇은 채 광분했다. 그러나 그럴수록 슬픔은 그의 가슴 깊이 파고들었다.
눈물이 끊임없이 흘러내렸고 붉게 충혈된 눈에서는 인간이 가질 수 없는 광기가 드러났다. 그의 머리칼은 하룻밤 사이 하얗게 세었고 그의 주위는 한겨울처럼 서늘했다.
형용할 수 없는 극강의 힘이 체내에서 태동했다. 절정에 달한 살육의 기운, 힘의 극치라 할 수 있는 이 힘의 이름은 극이었다.
“극⋯⋯ 이건 극이구나! 대체 어떤 삶을 살아왔기에 극의 경계를 가지고 있단 말인가! 천역주에 극의 경계까지 가지고 있다니, 이자는 대체⋯⋯.”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목소리는 점점 또렷해지다가 결국 온 세상에 울려 퍼지며 하늘을 무너뜨렸다. 그렇게 무너진 하늘 사이로 일곱 색채의 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하늘과 땅이 무너져 내리는 와중에도 한제는 그 자리에 그대로 꿇어 앉아 있었다. 눈앞의 상황이 어떻든 그의 신경을 전혀 끌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한참이 지나서야 고개를 든 한제의 얼굴은 눈물로 얼룩져 있었지만 두 눈은 매우 맑았다.
“고통스러운 과거를 떠올리게 한 대가는 오직 죽음으로 갚아야 할 것이다!”
가볍지만 하늘을 뒤덮을 듯 짙은 살기가 담긴 한제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 순간, 사방에서 요란한 소리가 울리면서 대대적인 붕괴가 일어났다.
갈라지고 빛을 잃은 하늘에는 일곱 색채의 빛이 드러났다. 대지는 진동하며 무너져 내려 불타버린 폐허가 드러났다. 이는 칠채계의 진짜 모습이었다.
백발노인의 가슴은 피로 물들어 있었고 입에서도 피를 게워냈다. 빛을 잃은 두 눈은 믿을 수 없다는 듯 흔들렸다.
사실 한제의 기억을 살피다가 그 안에서 천역주를 목격한 순간 그의 도술은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한제가 극의 힘을 생성하는 광경까지 본 순간, 백발노인은 피를 토해냈고 온몸이 굳어버렸다.
싸움은 어느새 도술과 극의 싸움, 도술과 천역의 싸움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이라면 그에게 승산은 없었다.
한제는 천천히 노인에게 다가가더니 두 손가락을 노인의 미간에 찍었다.
“크으으…”
노인의 뒤통수에서 피가 뿜어져 나오고 머리가 갈라졌다. 하지만 한제는 멈추지 않았고 총 여섯 번이나 노인의 미간을 찍었다. 그때마다 펑 하는 소리가 하늘과 땅을 흔들 듯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노인의 양팔과 다리는 뭉그러져 흩어졌고 몸통은 터져나가 피 안개로 변해버렸다.
그 순간, 피 안개에서 튀어나온 원신은 날카로운 비명을 내지르더니 일곱 색채의 빛에 휩싸여 도망쳤다.
한제는 싸늘한 눈으로 노인의 원신을 뒤쫓았다. 그가 오른손으로 앞을 가리킬 때마다 노인의 원신을 감싼 일곱 색채의 빛은 격렬하게 경련했고 노인은 비명을 내질렀다.
한제는 자신의 역린과도 같은 오랜 기억을 건드리고 끄집어낸 노인을 살려줄 마음이 없었다.
노인의 원신은 산봉우리 쪽으로 내달리며 겁에 질린 채 마음속으로 끊임없이 외쳤다.
‘존자 살려주십시오!’
눈빛이 더욱 싸늘하게 변한 한제가 오른손을 휘두르자 일곱 색채의 빛이 우뚝 멈췄다. 한제는 일곱 색채의 빛으로 다가가 그 안에 손가락 두 개를 찔러 넣었다.
쾅!
그 한 번의 손짓에 노인의 원신은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듯했다. 하지만 쇄열기 후기 수준 수련자답게 죽음은 면했고 그 상태로 날카로운 비명을 내지르며 다시 도망치기 시작했다.
“도망칠 수 없다!”
한제가 하늘을 향해 분노에 찬 고함을 내지르자 그의 왼쪽 눈에서 남색 화염이 번득이더니 마침내 봉천 문양의 봉인을 파괴하며 뿜어져 나왔다.
그 순간, 한제의 전신은 불바다로 뒤덮였다. 이어서 그가 손으로 앞을 가리키자 하늘을 뒤덮을 듯 화염이 일곱 색채의 빛에 둘러싸인 백발노인의 원신을 휘감았다.
“크아아악!”
날카로운 비명이 다시 울려 퍼졌다. 백발노인의 원신은 급격히 허약해졌고 그를 감싸고 있던 일곱 색채의 빛 중 네 갈래가 흩어져 사라졌다.
두 사람의 거리는 점점 줄어들었다.
그러던 중, 한제의 오른쪽 눈에서 번개 낙인이 번득였다. 그리고 머지않아 봉천 문양의 봉인이 터져나갔고 천둥번개의 힘이 곧장 튀어나와 불바다 속에서 춤을 추었다.
우르릉!
하늘이고 땅이고 할 것 없이 천둥소리로 가득 찼고 셀 수없이 많은 천둥번개가 한제의 통제 아래 노인의 원신을 향해 달려들었다.
콰쾅! 쾅!
곳곳에서 굉음이 울리면서 노인의 원신을 두르고 있던 빛들이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모든 보호막을 잃은 노인의 원신은 이제 남색 화염과 하늘을 뒤덮은 천둥번개에 그대로 노출된 상태였다.
“존자! 살려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