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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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합이 열린 곳에서는 풍해의 책임 아래 수만 명의 수련자들이 각자 배정된 처소로 흩어지고 있었다.
본래 구석진 곳에 배정되었던 귀원종은 풍해가 직접 나서서 7급 종파를 위한 정원으로 안내했다.
수련성 전체에 배치된 넓은 진이 가동되었다. 이곳은 들어올 때는 제한이 따르지 않지만 영패가 없으면 밖으로 나갈 수 없도록 되어 있었다.
귀원종 사람들과 같이 배정받은 이천매는 정원에 서서 점점 어두워지고 있는 하늘을 바라보며 한제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한편, 그곳에서 1만 척 정도 떨어진 곳에서는 모은미의 흐릿한 그림자가 달빛에 길게 늘어졌다.
쓸쓸함과 외로움을 더하는 밤하늘 아래에 선 그녀는 아랫입술을 꾹 깨문 채 한제를 기다렸다.
한제에게 해야만 하는 이야기가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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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극종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우주, 짙은 안개로 뒤덮인 9급 성역 중심의 거대한 수련성에는 음산한 기운으로 가득한 궁전이 하나 있다.
지금 그 궁전에는 동자 하나가 가부좌를 틀고 있었다. 혈색은 좋았으나 머리는 완전한 백발이었고 반쯤 뜬 눈은 위협적으로 번득였다.
그의 앞에는 각각 누군가의 이름이 새겨진 일곱 개의 옥패가 둥둥 떠 있었다. 그중 세 번째 옥패에 새겨진 이름은 다름 아닌 여자호(呂子浩)였다.
일곱 개의 옥패를 하나하나 건드리던 동자의 손이 마지막으로 그 옥패 위에 멈추었다.
“주인의 기운을 발견한 뒤 신종 사람들을 시켜 운해를 뒤지고 다니도록 한 결과 의심이 가는 일곱 명의 후보가 선정됐다. 그중 마지막까지 남은 것이 바로 여자호다.”
백발 동자의 눈빛이 살기로 번들거리는가 싶더니, 돌연 미간을 찌푸리면서 왼손으로 허공을 움켜쥐었다.
순간 그의 손에는 한 덩이 화염이 쥐어졌다. 세차게 타오르는 화염 안에는 이비선이 보내온 옥패가 들어 있었다.
옥패의 화염은 서서히 동자의 손에 녹아들었고 동시에 그의 머릿속에는 이비선이 기록해둔 장면들이 하나하나 떠올랐다.
그 순간, 동자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자 허공에 떠 있던 일곱 개의 옥패 중 여자호의 것을 제외한 나머지는 전부 무너져 내렸다.
나천성역의 노부자가 보였던 것과 비슷한 기운이 동자의 체내에서 뿜어져 나오더니 수련성을 감싼 안개를 격렬하게 뒤흔들었다.
“그자다! 희생이 따르더라도 의심이 되는 자를 놓칠 수는 없지!”
백발 동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폭풍과 함께 격렬한 소리가 울려 퍼졌고 수련성 너머의 안개가 흩어졌다.
“주인님! 이 수도자 당시 출정에서 몇 차례나 저를 구해주신 주인님의 은혜에 드디어 보답했습니다. 주인님과 저와의 은원은 이것으로 해소되겠지요. 제게 신종을 맡아 달라는 유언을 남기셨지만 주인님이 없는 신종에는 새로운 주인이 필요합니다. 이 수도자가 적합한 자를 찾은 듯합니다. 한데⋯⋯ 주인님은 정말 돌아가신 겁니까?”
혼잣말을 하는 동자의 얼굴이 흉악하게 구겨졌고 안색도 어두워졌다.
“저와 장존, 묘음도존이 전력을 다했고 여기에 당시 원고 선역의 강력한 수련자 몇 명이 함께 공격했으니 본래대로라면 살아남을 가능성은 없었겠지요. 아무리 주인님의 수준이 경천동지할 정도라 해도 말입니다. 한데 저는 어째서 얼마 전에 주인님의 기운을 한 줄기 느꼈을까요? 혹시라도 환생하시어 수련자가 되신 겁니까?”
동자의 얼굴은 점점 일그러졌다. 두 눈에서는 하늘을 뒤덮을 듯 짙은 살기까지 느껴졌다.
몇 개월 전 느꼈던 그 기운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백발 동자는 가늘게 몸을 떨었다.
그 기운이 나타난 순간부터 지난 몇 개월 동안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느낌을 받으면서 하루하루를 두려움에 떨며 지내왔다.
이에 신종 사람들을 보내 상황을 조사하게 했다.
까마득히 오랜 시간 수련을 해온 그가 주인이 죽은 뒤로 이 정도의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처음이었다.
허나 주인이 살아 있는 동안에는 내내 느껴왔던 공포였다. 그렇기에 상대가 죽은 순간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몇 개월 전부터 그 공포가 되살아난 것이다.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백발 동자는 이를 악물고 살기 어린 눈빛을 번득이며 중얼거렸다.
“혹시라도 환생하신 거라면 한 번 더 죽여 드리지요. 당시 원고 시대 선역 수련자들도 천역주를 찾지 못했으니 만약 주인님이 환생한 게 아니라면 천역주 안에 숨어 있는 거겠지요. 저로서는 감히 천역주를 건드릴 수는 없지만 주인님의 혼을 그 안에서 빠져나오게 할 수는 있습니다!”
백발 동자는 다시 가부좌를 틀더니 두 눈을 감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
“여자호! 정신술을 알고 있는 것은 주인님과 청림, 그리고 나뿐이었다. 한데 청림은 당시 그 술법을 얻고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지. 그러니 주인님께 배운 것일 수밖에. 허나 너는 주인님을 따른 시간이 길지 않으니 정신술의 강력함과 위대함도 완벽히 깨우치지 못했겠지. 주인님이 원고 시대 선역에서 가져온 그 원고의 선술을…”
백발 동자는 여자호, 즉 한제가 정신술을 발휘하던 모습을 떠올리며 혼잣말을 이어갔다.
“정신(定身), 정혼(定魂), 정선(定仙), 정원(定元), 정천지운전(定天地運轉), 정성하류창(定星河流淌), 정시광세월(定時光歲月), 정공간변화(定空間變化). 주인님이 없는 이상 그 술법에 대해 나보다 더 많이, 더 잘 아는 사람은 없을 터. 네가 무극종에 있는 동안은 살려주마. 주인님이 부활했건 천역주 안에 숨어 있건, 내가 구면만고윤회경(九面萬古輪回鏡)으로 윤회진을 배치하면 이번에는 절대 도망치지 못할 것이다!”
주인에 대한 두려움을 상기한 그는 만반의 준비를 갖추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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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극종의 노숙산 꼭대기. 한제는 누각에서 찻잔으로 입을 축였다. 그러는 동안에도 고신의 기운은 두 발을 타고 흘러들어 미간에 응집되었다.
무극종의 종주와 태상장로는 이런저런 질문들을 했다. 평소라면 건성으로 넘겼을 것이나 지금은 그럴 수 없었다. 상대로부터 극음의 혼을 받기로 한 데다가 노숙산에서 고신의 기운을 흡수해야 했기 때문이다.
허나 그가 기운을 흡수할수록 이곳에는 점점 변화가 격렬해졌다. 한제는 두 사람이 그 변화를 눈치 채지 못하게 하기 위해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의 대답은 모호하고 어렴풋했지만 그 안에는 분명 어떤 도리가 숨겨져 있었다.
“천도는 마음에 달려 있는 것이지. 마음에 도가 있으면 자연히 만물을 만들어낼 수 있으니 그 만물에 도념을 녹여 넣어 자신의 신통술로 전환할 수 있는 것일세.”
그때, 누각 밖에서 두 갈래의 빛이 날아들어 문 앞에 떨어졌다. 빛에서 나타난 두 중년 사내는 문가에 공손히 섰다. 이어 그중 한 사람이 포권을 하며 말했다.
“종주님, 극음을 가져왔습니다. 확인해주십시오.”
한제는 시간을 끌기 위해 사내의 말을 무시한 채 1각가량 말을 더 이어간 후에야 고개를 돌렸다.
한제의 말을 들은 무극종 종주는 쓰게 웃었다. 상대의 말에서는 확실히 짚이는 바가 없었으나, 뭔가 알 것도 같은 기이한 느낌이 들었다.
그는 헛기침을 한 후, 누각 밖의 중년 사내에게 말했다.
“여 도우에게 보여줘라.”
중년 사내는 공손하게 포권을 하더니 누각 안으로 들어왔다.
한제 앞에 멈춰 선 그는 여섯 개의 작은 깃발을 꺼냈고 한제는 그것들을 받아 들었다.
이어서 신식으로 훑어본 그는 여섯 개의 깃발 안에 순수한 극음의 혼이 하나씩 들어 있는 것을 확인했다.
“정말 고맙네. 어찌 감사의 뜻을 표해야 할지 모르겠군.”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무극종 종주와 태상장로에게 포권을 했다.
무극종 종주도 마주 일어나더니 웃으며 말했다.
“별말을 다 하는군. 닷새 뒤 열릴 8급 성역 종파 시합에서 무극종에게 승리를 안겨줄 거라 믿네. 허허허!”
한제는 덤덤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 말게. 내 전력을 다하지. 귀원종을 떠난 지 벌써 1백 년이 넘은 터라 이만 후배들과 해후를 해야 할 것 같군.”
무극종 종주는 당연하다는 듯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이 아주 많군. 종파 제자들에게 그리 깊은 마음을 갖고 있다니. 나도 더 이상 만류할 수 없겠군. 손덕, 여 도우를 귀원종까지 안내해드려라.”
극음의 혼을 가져온 두 무극종 제자 중 한 사람이 얼른 고개를 숙여 답했다.
“그럼 이만!”
한제는 무극종 종주와 태상장로에게 포권을 해 보인 뒤 손덕을 따라 긴 빛을 그리며 날아갔다.
노숙산으로부터 어느 정도 거리가 멀어지자 한제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산봉우리에서 고신의 기운이 갈수록 강해지면서 이제 하늘과 땅을 진동시키려 한다는 것을 느꼈다.
만약 조금 더 그곳에 머물렀다가는 그 변화를 다른 사람들도 느꼈을 터였다.
한데 고작 1각을 조금 넘게 있었을 뿐인데도 무너져 내렸던 고신의 여섯 번째 반점이 거의 회복된 상태였다.
‘완전히 회복시키지 못한 것이 안타깝구나! 허나 아직 들키지 않았으니 또 기회를 봐서 고신의 기운을 더 흡수해야겠다. 고신의 반점으로 제련된 그 검을 손에 넣을 수 있을지도 알아봐야겠어!’
그가 멀어짐에 따라 산봉우리 안에서 격화되던 고신의 기운은 서서히 약해지다가 결국 다시 잠들었다.
한제는 이 모든 일을 신중히 진행했기에 이 변화를 알아챈 사람은 없었다. 그저 몇몇 강력한 수련자들만이 산봉우리 안팎에서 느껴지는 원력이 약간 변화했다는 정도만 어렴풋이 감지했을 뿐이다.
물고기와 새
한제가 떠나자 무극종 종주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역시 범상치 않군. 저자가 이곳에 온 뒤부터 원력에 변화가 생겼어.”
곁에서 태상장로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신중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다행히 저자는 무극종 산하 귀원종 사람입니다. 저런 자와 틀어져서 좋을 것은 없겠지요. 더구나 8급 성역 종파 간 시합에 나서준다니, 무극종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 아니겠습니까?”
무극종 종주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소매를 크게 휘둘러 자신의 신념을 노숙산 전체에 퍼뜨렸다.
“모든 태상장로들을 소집한다. 상의할 것이 있다.”
그 무렵, 한제는 무극종 제자의 안내에 따라 하늘을 가로질러 금제로 봉인된 다른 수련성으로 향했다.
안내를 맡은 무극종 제자는 시종일관 극히 공손했고 감히 한제보다 앞으로 나서지 못하고 어깨를 나란히 한 채 이동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은 귀원종의 처소에 도착했다.
무극종 제자는 한제를 향해 깍듯이 포권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