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Hero’s Older Brother RAW novel - Chapter (1)
용사의 형으로 산다는 것 1화
1화 광명
셰인.
그는 자신의 심장에 성스러운 기운이 담긴 검이 꽂힌 순간, 말로 형언할 수 없는 해방감을 느꼈다.
“아아. 이제야…….”
7대 죄악 중, 질투에 속하는 타락의 힘.
오랜 시간 동안 자신을 속박해 오던 그 힘이 비로소 사라져 갔기 때문이다.
다름 아닌 심장에 박힌 성검에 의해.
이내 그간 아무리 많은 생명을 죽여도 찾아오지 않던 광명이 그의 눈에 새겨졌다.
“형…… 님?”
반쯤 부서진 가면 너머로, 자신의 동생이자 인류의 희망, 용사 클라인의 얼굴이 보였다.
용사가 악당을 무찌른 순간이건만.
녀석의 표정은 어찌 저리 당혹에 차 있을까.
셰인은 오래 지나지 않아 그 이유를 깨달았다.
“클라인…… 너는, 여전히 빛나는구나.”
“형님……? 형님이 어째서…….”
스윽-
셰인의 덜덜 떨리는 손이 클라인의 볼을 쓸었다.
하나 그것도 잠시, 힘에 부친 듯 점점 아래로 처졌다.
타락의 힘이 그의 몸에서 빠져나가는 만큼, 생명력 또한 스러져 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10년…… 만이구나.’
한때의 욕심이 불러온 참사.
그 이후로, 셰인은 단 한시도 평안하지 못했다.
질투라는 이름의 타락에 빠져, 자신 이외의 모든 것을 파괴하고.
‘조직’과 함께 수많은 왕국을 불구덩이에 처넣었으니까.
지금에 이르러, 한 줌 남은 인류는 한 사람을 주축으로 모여 저항군을 결성했다.
그 사람은 셰인이 질투한 대상이자 증오해 마지않던 동생, 클라인이었다.
그러나 셰인은 맑은 정신으로 10년만에 보게 된 동생에게 조금의 증오도 느끼지 않았다.
지난 10년간 자유라곤 조금도 쥐어지지 않던 타락의 안에서 살았기 때문일까.
아니면 동생의 검에 담긴 신성한 힘 때문일까.
본래 증오만 가득했어야 할 그 자리에는 죄책감만이 남았다.
셰인은 뭐라 입을 열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하고 싶은 말은 많았다.
그러나 그는 죄인이다.
씻을 수 없는, 결코 용서 받을 수 없는 죄인.
그의 명령으로 무너진 수많은 왕국과, 그 안에서 죽어 간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삶의 터전은 물론이요 그들의 가족, 친우, 연인마저 빼앗아 버린 최악의 악당.
그게 바로 자신, 클레이튼 R 셰인이었다.
최후의 최후.
셰인은 주체할 수 없는 슬픔에 잠긴 자신의 동생, 클라인을 올려다봤다.
“어,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어떻게!”
제 형의 정체를 이제야 알아본 동생.
녀석이 이렇게 슬퍼할 줄 알았다면, 가면을 보다 더 튼튼하게 만들어 둘 것을.
아니. 애초에 스스로의 의지대로 움직이지도 못했을 몸, 이제 와서 무슨 소용이 있을까.
셰인은 형이 된 사람으로서 마지막으로 그런 동생을 위로해 주고 싶었다.
비록 세상 모든 사람들의 분노와 저주를 받아 마땅한 악당이지만.
그럼에도.
“미안해하지 말거라. 죄인은 네가 아닌 나였으니.”
인류의 희망인 용사이자 동생에게, 형으로서 그 어깨에 올려진 짐을 조금이나마 덜어 낼 수 있지 않겠는가.
그렇게, 셰인은 두 눈을 감았다.
마치 동생에게 조금의 죄책감도 느끼지 말라는 듯.
평온한 얼굴로.
* * *
눈을 뜨자 보인 것은 커튼 너머로 들어오는 따스한 햇살이었다.
그런 햇살의 온기를 담은 이불은 서늘함과 포근함을 함께 선사했고, 머리를 감싸고 있는 베개 또한 따스한 아침을 맞이하기에 최고로 푹신했다.
“또 그 꿈이구나.”
잠에서 깬 셰인은 조용히 몸을 일으켰다.
몸이 그 포근함에서 벗어나기 싫다 앙탈을 부렸으나, 셰인은 상관치 않고 일어나 창문을 열었다.
울창한 나무로 가득한 저택의 뒷동산이 보였다.
아침의 시작을 알리는 새들의 지저귐이 들려왔다.
모두, 그가 평소 보아 왔던 풍경과는 완전히 상반된 모습이었다.
죽음으로 가득한 고성의 정상에서 지내 왔던 나날들.
어디를 보더라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죽음의 땅.
그러나 지금은 어디를 보더라도 생명의 기운으로 가득한 세상이지 않나.
셰인은 잠시 시선을 돌려 방 한쪽 구석에 배치된 거울 앞에 섰다.
검은 머리카락과 로즈베리 빛깔의 눈동자.
여기까지는 예전과 다를 바 없었으나.
거친 피부와 깡마르기만 한 얼굴은 온데간데없이, 깨끗한 어린 피부와 훤칠하기만 한 얼굴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젠 인정해야겠군.”
클레이튼 R 셰인.
조직 ‘무명’의 7대 죄악을 담당하던 간부 중 ‘질투’를 대표하던 그는, 15년 전 과거로 회귀했다.
* * *
마리아는 걱정이 가득한 표정으로 찻잔에 차를 우리고 있었다.
걱정의 이유는 다름 아닌 자신이 모시는 도련님이자 클레이튼 가문의 장남인 셰인 때문이었다.
“하아…….”
매일 아침마다 자신이 모시는 도련님에게 차를 가져다주는 것.
모든 귀족가의 고용인들이 하는 일상적인 일이지만, 마리아는 하루 일정 중 그게 가장 힘든 일이었다.
그런 마리아를 보며 그녀의 동료 하녀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마리아. 요즘 왜 그렇게 죽을 표정이야?”
“어? 아…… 별거 아냐.”
“아항. 셰인 도련님 때문에?”
동료 하녀가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말하자, 마리아는 가뜩이나 안 좋은 기분이 더더욱 우울해지는 것만 같았다.
알면서 물어보긴 왜 물어봐?
클레이튼 R 셰인.
연합국에서 그 유명한 대상단이자 백작가 가문의 장남인 셰인 도련님.
고작 하녀의 입장에서 보자면 도련님은 그야말로 신과 같이 부러울 게 없는 사람처럼 보였으나, 그의 성격은 저택 내에서도 유명했다.
마리아는 올해로 5년 차 하녀로서 제법 짬을 먹은 상태였지만, 언제나 기분이 저기압인 셰인과 마주하는 일은 고통스럽기만 했다.
‘차라리 욕하고 때리기라도 하면 도망이라도 갈 텐데.’
마치 세상 모든 것을 저주하는 듯한 표정에, 한낱 미물을 보듯 자신을 바라보는 무심한 눈동자.
거기에 혹여 실수라도 하는 날에는 그 무심한 눈동자에 진득한 혐오감이 섞이는 걸 보노라면 소름이 끼쳤다..
마리아로서는 그 눈동자와 마주하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힘들었다.
특히나 지난 이틀.
이젠 하다하다 셰인에게서 살기마저 느낀 마리아는 정말이지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마리아의 동료 하녀 또한 그런 마리아의 사정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동료 하녀의 표정에서 동정이라는 감정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 고생 때문에 마리아는 집사장에게 무한한 신임을 받고 있었으니까.
그로 인한 질투로 저렇게 비꼬듯 말해 오는 것이었다.
어디 그뿐이던가?
동료 하녀가 모시는 사람은 이 가문의 둘째 도련님인 클라인이었다.
동 세대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천재라 알려진 천재 중의 천재.
지금에 들어서 10년 이상 검을 잡고 전장에서 살아온 가문의 기사들마저도 클라인 도련님을 상대할 수 있는 이들이 거의 없을 정도로 출중한 능력을 보이고 있었다.
모시는 사람의 위세에 따라 가문 내에서의 지위가 달라지는 게 고용인의 법도가 아니던가.
그런데, 동료 하녀로선 마리아가 자신의 주인보다 못한 주인을 모시면서도 집사장의 신임을 받고 있으니 아니꼽게 보인 것이다.
늘 그렇듯, 이번에도 화를 꾹 참은 마리아는 동료 하녀의 비웃음을 무시하고 자신이 모시는 도련님, 셰인의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 *
똑똑-
들려오는 노크 소리에 셰인이 가볍게 말했다.
“들어와라.”
“예, 도련님. 차를 가지고 왔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어제도 봤던 하녀, 마리아였다.
항상 들어올 때마다 긴장한 듯 얼굴이 굳어 있는 소녀.
셰인은 그런 소녀가 조금은 낯설면서도 익숙하다는 기묘한 감정에 휩싸였다.
그도 그럴 게, 셰인이 회귀한 지 오늘로서 3일 차다.
처음 이틀 동안에는 자신이 회귀했다는 사실을 믿지 못하고 끊임없이 주변을 의심했다.
혹여 조직이 자신에게 무슨 짓을 했을지 모른다는 의심이었다.
그 때문에, 그제와 어제도 저 하녀에게 매우 냉담한 표정으로 나가라 명했다.
그러나 오늘에서야 회귀했다는 사실을 현실적으로 체감하게 된 이상, 행동거지를 다르게 할 필요가 있었다.
“차향이 좋군.”
“예?”
“차향이 좋다고 말했다.”
“……?”
물론, 그런 셰인의 생각을 알 리가 없는 마리아는 도대체 왜 이 사람이 안 하던 칭찬을 하고 그러나 의심이 부풀어 올랐다.
“지난 이틀 동안에는 미안했다.”
“……!”
“좋지 못한 꿈을 꿨거든.”
“아, 아닙니다. 도련님.”
목소리에 딱히 진정성이 느껴지거나 한 것은 아니었다.
어쩐지 의무처럼 느껴지는 사과.
그러나 본래 나쁜 짓만 일삼던 사람이 어쩌다 한 번 착한 일을 하면 돋보이듯.
마리아는 정말 천지가 격변한 듯한 느낌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찻잔은 1시간 뒤에 다시 찾아가도록.”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방 밖으로 나온 마리아는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는 방금 자신을 바라보던 셰인의 눈동자를 떠올렸다.
“웬일이래…….”
그 눈동자는 여전히 무기질적으로 느껴졌지만.
어째서인지 조금은 감성적으로 느껴졌다.
* * *
세인은 오래간만에 감상에 잠겼다.
타락은 결코 이유 없이 찾아오지 않는다.
물론 조직에서 자신에게 심은 타락의 힘은 분명 강력했다.
하지만 마력이 인간의 마력기관이라는 매개체가 필요하듯, 타락 또한 성장을 위한 매개체가 필요한 법이다.
그리고 회귀 전의 셰인은, 그 누구보다 타락에 걸맞은 조건을 지니고 있었다.
질투.
다름 아닌 제 동생, 클라인을 향한 질투였다.
뛰어난 재능을 가졌던 자신의 동생보다 못하다는 현실.
그리고 주변 인물들이 보내오는 비교의 시선.
물론, 셰인이 처음부터 동생을 질투했던 것은 아니다.
아주 어릴 적의 셰인 또한, 명석한 두뇌로 사람들에게 천재라는 소리를 들어 왔으니까.
그러나 그의 동생 클라인은 셰인만큼은 아니더라도 충분히 지혜로운 사람이었고.
그에 더해 검술에 대한 타에 추종을 불허하는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그뿐인가.
마력의 사랑을 받는 천부적인 재능까지 지니고 있었으니, 가히 클라인은 기원 후 다신 찾아볼 수 없는 천재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그렇기에 훗날 조직이 본격적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인류의 희망으로서 용사가 될 수 있던 것이다.
그러한 재능을 가졌던 동생이기에.
셰인은 한때 질투에 미쳐 있었다.
그리고 타락이 성장하기에 그러한 셰인의 질투는 너무도 달콤한 영양제와도 같았을 터.
하지만 오랜 세월이 흘렀음일까.
아니면 전생에서 죽기 전, 동생이 자신의 심장에 찔러 넣은 성스러운 검의 기운 때문일까.
지금의 셰인으로선, 이 질투라는 감정은 거의 없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셰인은 옅게나마 자신의 마음에 남아 있는 질투를 마저 지우고 싶었다.
이미 질투는 질리도록 해 봤다.
그것도 질투의 화신이 되어.
수많은 인류를 학살하는 것으로.
그렇기에 셰인은 자신 안의 감정을 세밀하게 살펴봤다.
그리고, 회귀 전의 마지막.
타락의 힘에서 자신을 해방시켰던 자신의 동생을 떠올렸다.
그 얼굴에는 진한 슬픔이 담겨 있었다.
주체할 수 없는 슬픔.
그 당시, 유일하게 남은 혈족을 스스로의 검으로 찔러 죽였다는 죄책감.
그리고, 어깨 위에 잔뜩 짊어져 있는 사명감까지.
‘나는 동생을 질투하는가.’
그에 대한 해답은 아니오, 였다.
그러자 마음 깊숙이 조금이나마 남아 있던 마지막 질투의 감정마저 모래알처럼 사그라졌고.
생애 처음으로 셰인의 머리는 더없이 맑아져, 마치 광명을 맞이하는 기분이 들었다.
그때쯤, 또다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형님, 클라인입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고 했던가.
셰인은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로 오래전에 지었던 미소를 입에 걸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