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Hero’s Older Brother RAW novel - Chapter (100)
용사의 형으로 산다는 것 100화
100화 흑마법사의 비사
셰인은 풀린 눈을 한 채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1호를 바라봤다.
그리고 그런 그의 품에서 약 케이스를 꺼낸 셰인은 이리저리 약을 훑어보고는, 애덤에게 넘겼다.
“이게 뭡니까?”
“이종족의 피를 정제하여 만든 도핑제더군.”
“피, 피를 정제합니까?”
“그래.”
도핑제를 유통하는 인물은 다름 아닌 미스 슈였으니, 어쩌면 그녀가 흑마법사와 커넥션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애덤은 그런 약 케이스를 꺼림칙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혹, 부작용은 없는 겁니까?”
“보아하니 같은 혈통의 수인족을 대상으로는 부작용이 거의 없던 것 같더군.”
적어도 1호는 허무하게 죽은 경비대장과 다르게, 두 번이나 약을 먹었음에도 멀쩡하게 돌아다녔다고 한다.
물론 연속해서 복용한다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안 좋을 수도 있겠지만…….
“어차피 복용은 한 번만 할 거다. 자기가 가진 힘을 약에 의지해야만 쓸 수 있는 반푼이 같은 능력은 아무런 소용도 없지.”
당장 경비대장이 어떻게 죽었는지 떠올린다면, 셰인의 입장에서는 가치를 논할 이유가 없었다.
“다만 저것과 다르게 네가 가진 수인족의 피가 더 옅은 것 같으니 그걸 손봐야겠지. 지금은 단지 피가 가지고 있는 수인족의 힘을 한차례 일깨우는 용도에 불과하다.”
“음…… 알겠습니다.”
셰인의 말에 애덤은 표정을 바로하고 진지하게 붉은 알약을 바라보다, 망설임 없이 입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크, 크윽……!”
애덤의 피에 깃든 수인족의 피가 도핑제에 깃든 수인족의 혈마력에 반응하며 전신에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그때 애덤은 압도적으로 밀려오는 고통에 순간 정신의 끈을 놓치고 말았다.
기사로서 단련된 단단한 근육이 찢어졌다 재생되길 수십 차례 반복하고, 그럴 때마다 그의 신장이 비정상적으로 크기를 부풀렸다.
시야가 붉게 물들며 동시에 그의 정신은 순식간에 수인족의 야성에 물들어 갔다.
이윽고 인간의 세상이 아닌 야생에서 살아남기 위한 은빛 털이 애덤을 감쌌다.
“은랑족이라…….”
셰인은 잠시 전생에 만나 봤던 수인족, 그것도 견족 수인 중에서 가장 서열이 높아 숭배를 받던 은랑족을 떠올렸다.
은랑족은 모든 견족 중에서도 가장 강력하지만, 그들이 견족에게 숭배를 받는 이유는 다름 아닌 뛰어난 육감 때문이다.
제대로 밝혀진 것은 없으나, 은랑족은 자신들이 가진 육감으로 위기를 예지하고 동족들을 챙겼기에 견족에 숭배를 받을 수 있던 것이다.
애덤은 바로 그 은랑족의 피를 이어받은 존재였다.
“근데 역시 반푼이로군.”
하지만 그 피를 일깨우는 데 들어간 혈액이 일반 견족에 불과한 것이기 때문일까.
애덤은 이지를 상실하고 앞으로 돌출된 주둥이를 으르렁거리며 셰인을 향해 적의를 보였다.
그러자 그 적의를 감지한 어둠의 정령, 아르카네가 셰인의 그림자에서 튀어나와 그런 애덤과 대치했다.
“아르카네. 정신 차리게 해 줘라.”
“예, 주인님.”
“……멍멍이. 털이 부드러워 보여.”
한편 에블린은 그런 애덤을 바라보며 두 눈을 빛냈다.
아무리 수인족 중에서도 알아주는 은랑족이라지만, 고귀한 진혈의 흡혈귀 앞에서는 그저 은빛 강아지로 보일 따름이었다.
* * *
애덤은 금방 아르카네에 의해 제압되었다.
한편 셰인은 에블린이 데리고 온 미스 슈와 시궁쥐의 수하들의 기억을 쭉 훑으며 머릿속의 계획을 차곡차곡 정리해 나갔다.
“이때부터였군. 시궁쥐가 무명에 가담하게 된 건. 아니, 어쩌면 무명에서 보낸 게 시궁쥐였을 수도 있겠어.”
전생의 기억대로, 시궁쥐는 이 시점부터 무명에 가담하고 있었다.
다만 전생의 이 시점에 셰인은 아직 말단에 불과한 조직원이었기에 시궁쥐와 얽힐 일이 없어서 확신하진 못했다.
‘미스 슈가 개장수로부터 암시장의 정보를 파악하고 시궁쥐가 이종족을 긁어모은 건가.’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던 셰인은 어느새 도착한 목적지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미스 슈의 본거지.
그녀의 본거지는 금광과 개장수의 성하고 제법 비슷한 구석이 많았다.
지하에 있는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휘황찬란한 건물.
내부로 들어가니 외부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았다.
철저하게 귀족의 흉내를 내는 것 같다고 할까.
한눈에 봐도 복도마다 미술품과 값비싼 풀 플레이트 갑옷 거치대를 마련해 둔 것이 황실의 복도를 걷는 것만 같았다.
“추하군.”
하지만 그래 봐야 모든 게 한순간에 사그라들 거품이다.
셰인은 그리 짧은 평을 내리고는 복도를 걸어갔다.
전투가 있을 줄 알았으나, 미스 슈의 수하들은 사라진 자신들의 보스를 찾기 위함인지, 아니면 애초에 자신의 거처에는 사람을 두지 않는 것인지 아무런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 저택을 수색하고 다니던 셰인은 1층 중앙 로비로 돌아와 주변을 훑어봤다.
“흐음.”
로비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벽에 걸린 거대한 그림이었다.
미스 슈의 초상화.
뇌쇄적인 차림새와 포즈를 취한 채 그려진 그림을 잠시 바라본다.
“찢어라.”
“예, 주인님.”
명령을 받은 아르카네가 즉시 반응해 그림을 찢어발기자, 그 너머로 나무 문이 모습을 드러냈다.
귀에 마력을 집중하자, 내부로부터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 무슨 소리지?”
“글쎄…… 오늘따라 위가 조용하던데.”
“그 미친년이 다시 돌아오려나 보군.”
“쉿, 조용히 해.”
“젠장. 어쩌다 우리가 이런 꼴을…….”
초조, 분노, 절망, 회한 등등.
다양한 부정적 감정이 느껴지는 목소리였다.
그렇게 문을 열고 내부를 들여다보자, 그곳에는 역한 냄새와 함께 비쩍 마른 20여 명의 노인들이 메마른 눈으로 셰인에게 시선을 보내 왔다.
“흑마법사들인가.”
“……?”
“처음 보는 사람인데.”
“누구시오?”
문 너머는 작업실에 비루한 차림의 노인들이 그런 셰인을 바라보고 물었다.
평소 자신들을 찾아오는 미스 슈나 그녀의 수하와는 전혀 다른 복장을 하고 있지 않나.
“그렇군. 38년 전으로부터 살아남은 흑마법사들인가.”
“……!”
“어, 어디서 뭐 하는 누구시오!”
“정체를 밝히시오!”
흑마법사들 사이에서 큰 동요가 일어났다.
흑마력을 양손으로 두른 채 이쪽을 노려보고 있었으나, 셰인은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감정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흑마법사라면 일단 공격부터 하고 봤을 텐데, 그들은 어째서인지 두려움을 먼저 느끼고 있던 것이다.
“흑마법의 패턴도 이상하군. 고든의 그것과는 달라.”
“……! 고든!”
“그 개밥으로 줘도 시원찮은 놈을 아는 것이냐!”
그 말에, 그제야 그들의 감정이 보다 격해졌다.
그것은 그들이 가진 두려움보다도 뿌리 깊은 분노였다.
“고든을 아나?”
“그걸 말이라고 묻는 것인가?”
“그놈으로 인해 우리가 어떤 일을 겪었는데!”
흑마법사들의 반응은 셰인에게 있어 퍽 재미있게 다가왔다.
고든은 모든 흑마법사들의 스승이자 존경의 대상이고 또 두려움을 선사하는 존재이지 않나.
그러나 저렇게 분노를 가지고 있는 이들은 셰인도 처음 봤다.
“고든은 죽었다.”
해서 셰인은 먼저 대화를 선택했다.
그러나 그들은 셰인의 말을 전혀 믿지 않았다.
“흐흐, 그래. 그렇게 생각하겠지. 무식한 놈들이 뭘 알겠느냐.”
“놈은 살아 있다. 고작 날붙이 따위에 베였다고 죽을 작자가 아니란 말이다!”
“마력을 죽이는 백염이라 해서 놈의 영혼마저 파괴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저들의 불신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전대 흑마법사의 수장이었던 고든은 그만한 인간이었으니.
하지만 셰인은 알고 있었다.
고든의 영혼이 어떻게 분해되어 사라져 갔는지.
“그렇겠지. 네크로노미 마스크를 연구하며 영혼 분리 마법에 통달한 작자였으니.”
“……! 그걸 어떻게!”
“혈마법의 존재를 알고 있단 말인가?”
흑마법사들 사이에서 동요가 일어났다.
38년 전, 제국과 흑마법사들의 전쟁에서 고든은 혈마법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에 아직 완성되지 못한 네크로노미 마스크의 불안정한 실험으로 인해 테러처럼 보이는 사고가 일어났고, 그에 분노한 제국이 지하도시까지 처들어와 무차별적인 학살을 벌인 것이지 않나.
38년 전의 진상을 알고 있던 흑마법사들은 들끓는 감정을 조율하며 다시금 셰인을 바라봤다.
“다시 묻겠소. 그대는 누구시오?”
“고든을 죽인 자. 그리고 놈의 영혼을 완전히 파괴한 사람이다.”
“……믿을 수 없군. 이곳은 어떤 연유로 찾아오게 된 것이오? 미스 슈의 허가를 받은 것인가?”
“그 여자의 허가를 받을 이유가 없지. 꼬리를 만 개처럼 이미 도망쳤는데.”
“도망……? 그 여자가?”
흑마법사들이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셰인을 바라봤으나, 셰인은 이를 설명하기보단 행동으로 보였다.
“에블린.”
“네, 주인님.”
셰인의 부름을 받은 에블린이 그림자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소, 소녀……?”
“그림자에서 나왔다고? 음차원을 저렇게 쓸 수도 있는 건가?”
“느껴지는 저 영혼의 격은 도대체…….”
남루한 저 차림세와는 다르게 흑마법사들은 에블린의 격을 금방 알아보고 떨리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놈을 저들에게 보여 봐라.”
“알겠어요.”
그 말에 에블린은 다시금 그림자로 들어갔다가, 한 사람의 수급을 챙기고 나왔다.
“1…… 1호!”
“저 빌어먹을 개자식이 어떻게?”
“저자의 말에 사실인가?”
본래 이곳에 남아 있을 미스 슈의 수하들에게 보여 기를 꺾고 시작할 생각으로 들어왔던 1호의 수급은 흑마법사들에게도 잘 먹혀들었다.
“이제 대화를 나눌 생각이 좀 들었나?”
“……만약, 그대의 말대로 미스 슈가 없다면…….”
“지금이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인가.”
“이 빌어먹을 곳에서 드디어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오?”
대화를 나누는 것을 보아 그들은 이곳에 자체적으로 있던 게 아닌 감금과 비슷한 형태로 있던 모양이다.
“따라와라. 적어도 여기보단 비교적 안전한 곳이 있으니.”
“……이보게들. 일단 저자를 따르는 게 좋겠구먼.”
“하, 하지만 이렇게 나가도 괜찮은 것입니까? 만일 저자의 말이 사실이 아니라면…….”
“우리가 무슨 유리병에 갇힌 벼룩인가! 그 이상 뛸 수 있음에도 뛰지 못하는 병신은 아니지 않나. 우린 지금 바깥으로 도약해야 할 때일세!”
“아……!”
그나마 그들 중 가장 나이가 있어 보이는 흑마법사의 설득에 다른 이들도 고개를 끄덕였고, 굳은 결심이 보이는 표정으로 셰인을 따라 밖으로 나왔다.
그렇게 설득된 흑마법사를 데리고 조금 더 미스 슈의 저택을 탐색하던 셰인은 몇몇 자료를 찾아낸 것으로 만족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이후 금광의 저택으로 돌아가, 흑마법사들의 사정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우린 고든과 다른 학파의 흑마법사였다네.”
“다른 학파? 흑마법사에게도 그런 것이 있었나?”
“물론 일반인들이 보기에 우리 흑마법은 그저 음침한 이들이 모여 사악한 악마를 다룬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 하지만 고든 그 미친 작자가 가진 사상과 우리가 가진 사상은 전혀 다르다네.”
“사상이라.”
재미있는 이야기였다.
흔히들 흑마법이라 하면 방금 저 늙은 마법사가 말했던 것처럼 가까이 하는 것만으로도 저주에 걸린다는 편견이 있다.
하지만 흑마법 또한 마법에 불과했고, 세상의 이치 내에 존재하는 힘이며 인간의 능력으로 컨트롤이 가능하다.
“흥미가 생기는군. 자세히 듣고 싶은데.”
“……듣던 중 반가운 소리요.”
그리고 이어지는 늙은 흑마법사의 이야기는, 셰인도 처음 들어 보는 그들만의 비사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