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Hero’s Older Brother RAW novel - Chapter (101)
용사의 형으로 산다는 것 101화
101화 테러의 시작
“굳이 따지자면, 우리는 이단이오.”
자신을 아카덴이라 소개한 늙은 흑마법사가 입을 열었다.
“이단?”
“그렇소. 흑마법의 시초가 무엇인지 아시오?”
“고대 흡혈귀의 추종자들이 만든 혈마법의 열화판이지.”
“열화판…… 허허, 맞소. 그렇지. 거기까지 알고 있으니 이야기는 빠르겠군.”
셰인의 말에도 일말의 불쾌감도 느끼지 않은 아카덴은 이어서 말했다.
“혈마법이란 고대 흡혈귀를 경외한 이들이 만든 마법이오. 당연히 그 목적은 생명을 빼앗는 것에 있소. 그 혈마법으로부터 파생한 것이 바로 흑마법이니, 현재 대중들의 인식은 올바른 것이오.”
“틀린 말은 아니지.”
“그렇소. 그런데 경외라는 단어의 정확한 의미를 아시오?”
“존경과 두려움이 공존하는 감정이다.”
“바로 맞추셨소. 이렇듯, 인간을 포함한 수많은 이종족들은 이중적이오. 그런 존재들이 만든 혈마법 또한 이중적일 수밖에 없소.”
그러면서 아카덴은 품에서 시든 꽃을 꺼내어 테이블에 올리고는, 그 위에 흑마력을 뿌렸다.
“그들은 혈마법을 연구함과 동시에, 흡혈귀에 대항할 수 있는 수단을 생각했소. 빼앗기지 않을 방법을 강구한 것이지.”
그러자 흑마력을 받은 꽃은 조금씩 시간이 되감기듯 생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바짝 마른 줄기에 물기가 어리고, 색이 바랜 꽃잎에 색이 입혀졌다.
“그러한 연구가 이어지길 거듭되고, 다양한 학파들이 생겨났소. 그리고 바로 우리가 생명학파의 흑마법사들이오.”
“생명학파?”
“그렇소. 혈마법에서 흑마법으로 분리된 몇몇 흑마법사들은, 이 흑마법으로부터 생명의 근본이라 생각되는 편린을 보았소.”
“흐음.”
“나도 그 가능성에 매료되어 흑마법사가 되었지. 아니, 이곳에 있는 우리 모두가 그러했소.”
그러면서 아카덴은 회한에 젖은 눈동자로 과거를 회상하듯 말을 이었다.
“칼이라는 것은 누가 드느냐에 따라 다르지 않소? 전사가 든다면 그것은 다른 존재의 생명을 빼앗기 위한 것이나, 요리사가 든다면 배고픈 이들을 위해 따뜻한 한 끼를 대접할 수 있는 수단이 되오.”
“호오.”
제법, 재미있는 발상이었다.
셰인 또한 고든의 마법을 어느 정도 참고하여 2황녀인 아나스타샤의 영혼을 수복하는 데 쓰지 않았던가.
그러나 딱히 그 과정에서 생명의 근본 같은 것은 생각하지 못했다.
반면 이들은 파괴적인 흑마법에서 사람을 살릴 수 있는 생명력을 본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하는 연구와 실험은 어쩔 수 없이 다른 존재의 희생이 필요하오.”
그의 말은 틀림이 없었다.
실상 현재까지 포션의 발달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구했으나, 그전까지는 무수한 시행착오로 인해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거나 불구가 되어야만 했다.
흑마법도 그런 부분에서 본다면 비슷했으나…… 이미지가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것이 문제였다.
처음 포션이 세상에 등장했을 때도, 트롤의 피를 이용하는 만큼 많은 사람들이 꺼려하지 않았던가.
사람을 죽이고, 그 시체를 활용하는 데 근간을 둔 흑마법의 생명학파가 사람들의 여론에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기란 불가능에 가까웠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포기하지 않았소. 부작용이 있긴 했지만, 적당량만 복용한다면 인류의 목표인 던전 탐사에도 큰 도움이 될 도핑제를 여럿 연구했었지.”
덕분에 흑마법사들은 지하로 내려와 자리를 잡고, 자신들의 연구를 이어 갔다.
그럼에도 그들이 고든과 함께할 수밖에 없던 이유는 생명학파에 제대로 된 전투 인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애초에 그들이 다루는 흑마법 자체가 도핑제를 제외하면 전투에 큰 도움이 되는 일은 없었으니.
때문에 외부로부터 몸을 지키기 위해서 고든에게 협력했으나, 그것은 그들의 가장 큰 실수 중 하나였다.
“누가 알았겠소. 고든 그 미치광이가 제국을 대상으로 테러를 일으킬 줄은.”
사실 테러라고 하기에는 애매했다.
그저 고든의 연구실이 있던 제국 수도의 지하에서 실험의 실패로 인한 폭발이 일어났고, 그로 인해 지상에 있던 이들에게까지 영향이 끼쳐진 것이니.
“맹세컨대 우리는 그때의 일을 알지 못하오. 전부 고든의 독단적인 행동이었지. 하지만 고든의 추종자들은 오히려 그자의 행동을 정당화하며 전쟁을 부추겼소.”
그로 인해 제국은 분노했고, 끝내 그들은 토벌 대상이 되었다.
문제는 그 대상에 생명학파도 껴 있었다는 점이었다.
“우리는 서둘러 도망칠 준비를 했지. 하지만, 결국 우리가 고든의 손을 잡을 수밖에 없던 이유는 결국 사라지지 않았소. 힘이 없으니, 착취를 당하는 미래는 언뜻 당연한 일 아니었겠소?”
그렇게 생명학파의 흑마법사들은 미스 슈의 일당들에게 붙잡혀 지금껏 도핑제를 양산하듯 만드는 착취를 당해 온 것이다.
무려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렇단 말이지…….”
그렇게, 아카덴에게 모든 이야기를 듣게 된 셰인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셰인이 그리고 있는 미래는 조직으로부터 안전한 세상이었다.
그러나 조직은 아직 인류가 모르는 힘을 사용하여 인류를 결국 멸망에 이르게 한다.
이는 문제의 발단인 조직, 무명이 가장 큰 문제였으나, 그렇다고 다른 문제가 없던 것도 아니다.
‘황태자 같은 이들의 존재는 제쳐 두더라도.’
인류는 현재 마력이라는 힘에 너무 심취해 있었다.
고대서부터 마력을 쓰지 못했던 인류였던 만큼 마력에 대한 갈망은 당연하다 볼 수 있겠으나…….
그 외에 다른 힘을 배척해서는 의미가 없는 법.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는 생명체는 결국 멸종한다.
셰인은 직접 그러한 인류를 봐 왔고, 그렇기에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었다.
‘쓸모가 있겠어.’
방금까지 착취를 당해 온 자신들의 사정을 설명한 이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셰인 또한 이들을 인간적인 시선으로 보기보다 가치를 따지는 시선으로 바라봤다.
다만, 미스 슈와 다르게 셰인이 따지는 가치는 저들에게도, 더 나아가 인류에게도 좋은 방향이었다.
“유리에 갇힌 벼룩이라 했나. 재미있는 비유더군.”
“……고맙소.”
뜬금없이 아까 했던 얘기가 나오자 아카덴은 씁쓸하게 웃었다.
스스로를, 그리고 동료 흑마법사들을 벼룩과 비교했으니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다.
“제법 감명 깊게 들었다. 앞으로 나아갈 의지가 보이더군. 그러니, 어떻게 해 보겠나. 다시 한번 비상을 하겠나?”
“비상……?”
“벼룩이 아니라 하늘을 지배하는 새가 되어 보겠냐는 의미다.”
“으음……?”
“날개를 펼치고, 목숨을 건 첫 비행을 해 보는 게 어떻겠나. 이 손을 잡는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그 말에 아카덴이 제법 혹한 표정을 지었다.
물론 아직 그들에게 있어서 셰인은 미스 슈를 물리친 의문의 사내일 뿐이지만.
만약 이들이 수락하기만 한다면.
적어도 셰인이 생각했던 계획이 몇 단계나 앞서게 될 것이었다.
* * *
나른한 오후.
클라인은 오랜만에 아카데미의 수업을 받을 겸, 지난 1년 동안 바빴던 탓에 만나지 못한 친구들과 그간의 해후를 풀었다.
그렇게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얼굴을 마주하고 남는 시간에 인근 광장으로 나온 클라인은 근처 벤치에 앉아 주변의 풍경을 바라봤다.
딱히 누구와 약속이 있던 것은 아니었으나, 이렇듯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건 심신을 다스리는 데 꽤 좋았다.
자그마한 몸으로 하늘을 거니는 참새.
단란한 시간을 보내는 커플.
뛰어노는 형제와 그런 아이들을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부모까지.
사람들의 일상적인 풍경을 지켜보던 클라인은 문득 셰인을 떠올렸다.
‘형님도 잘 지내고 계시려나.’
근 2년째 못 만나고 있지 않은가.
그간 편지는 계속해서 주고받았으나, 그래도 슬슬 가족의 얼굴을 보고 싶었다.
‘지금도 마법에 매진하고 계시겠지.’
2년이 지난 지금, 셰인은 정말 과거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무뚝뚝한 말투는 여전했지만 이전처럼 날을 세우는 느낌도 없었고, 특히 마법사들 사이에서 굉장한 인기를 구사하고 있지 않던가.
가주이자 아버지인 로웰에게 듣자 하니 마법사 가문으로부터 무수한 약혼 제의가 들어오고 있다고 들었다.
‘그러고 보니 아네이스도 최근 바쁘다고 하던데.’
그렇게 생각에 흐름을 따라 생각하던 도중.
어느 순간부터 클라인은 모든 생각을 멈추고 거리를 걷고 있는 어느 한 행인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특이한 사람이었다.
허름한 거적때기를 걸치고, 비틀거리는 발걸음으로 광장 한복판을 걸어 다니고 있는 게 특이한 걸까?
이처럼 사람이 많은 시간에, 그것도 연합국의 중심에서 저런 차림으로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이 적기는 하다.
하지만 클라인은 고작 그런 것 때문에 그에게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뭔가…… 불길해.’
2년 전과는 판이하게 성장한 클라인은 저자로부터 불길함을 느꼈다.
이는 단순히 우연이나 초자연적인 힘이 아니라, 순전히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감각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감각을 언제 느껴 봤는지 떠올린 클라인이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분명 메자이아 대수림이랑 아룬비다의 오크와의 전쟁 당시에…….’
그리고 거의 그와 동시에 거적때기를 입은 사내가 고통스럽다는 듯 표정을 찡그리며 허리를 푹 숙였다.
지나가는 행인 몇몇이 그런 사내에게 다가갔다.
“이봐요. 괜찮아요?”
“어디가 아픈가?”
“마으그으으…… 가아…….”
“네? 뭐라고요?”
“도마아앙…… 가아아……!”
“도망……? 예?”
“끄아아아아아악!!”
평화롭던 광장에 거적때기 사내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동시에 많은 사람들의 이목이 끌리며, 수많은 비명이 터져 나왔다.
“꺄아아악!”
“저, 저게 뭐야?!”
“괴, 괴물! 괴물이다! 몬스터가 나타났다고!!”
“다들 도망쳐!”
왜소한 거적때기의 사내가 웅크렸던 몸을 펴내는 것과 동시에 옷이 찢겨져 나갔다.
순식간에, 왜소한 체구의 사내는 어디로 가고 거대한 괴물이 나타났다.
앞으로 지나치게 돌출된 주둥이.
세로로 선 동공과, 피처럼 붉은 눈.
다리 하나가 가로수에 비견될 만큼 거대한 덩치에, 오돌토돌하고 거친 피부는 마치 악어의 그것을 떠올리게 만들었으니.
사내의 정체는 악어 수인이었다.
흡사 리저드맨을 떠올리게 만드는 외형이었으나, 보다 더 흉악한 덩치를 내세운 그는 방금까지 자신의 안부를 걱정하던 행인에게 시선을 돌렸다.
“히, 히이익! 괴, 괴물!”
갑작스럽게 일어난 사태에 행인은 완전히 몸이 굳어 버렸는지 주저앉은 채로 그저 덜덜 떨기만 했다.
“그아아아아……!!”
완전히 이지를 상실한 것인지.
악어 수인은 그대로 두꺼운 팔을 들어 그런 행인을 향해 내려쳤다.
동시에 주변으로부터 수많은 비명이 터져 나왔다.
많은 사람들이 두 눈을 꼭 감았고, 모두가 행인이 다진 고기처럼 짓뭉개지는 것을 상상했으나.
“후우…….”
다행스럽게도 그러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어느새 금빛 오러를 넘실넘실 두른 클라인이 검집째로 악어 수인의 우악스러운 팔을 막아선 것이다.
클라인이 외쳤다.
“다들 대피하세요!”
“어, 저 금색 오러는!”
“황룡 클라인이다!”
“메자이아 대수림에서 활약했다는 그 초신성?!”
모험가의 성지라 불리는 연합국이었으니만큼, 최근 2년 동안 활약한 클라인은 독특한 오러의 색과 함께 사람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그 사이 몇몇 용기 있는 사람들이 쓰러진 행인을 뒤로 피신시켰고, 그제야 클라인은 자신과 대치 중인 악어 수인을 바라봤다.
그때, 몇몇 행인이 그런 클라인에게 외쳤다.
“이봐, 초신성! 그런 괴물은 빨리 죽여 버리라고!”
“맞아! 이러다가 피해가 더 커지겠어!”
그 외침에 사람들의 시선이 단번에 클라인에게서 악어 수인에게로 향했다.
방금까지 두려움과 혼란으로 가득했던 사람들의 머릿속에 악어 수인을 향한 악의가 차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마, 맞아! 저런 괴물은 빨리 죽여 버려야지!”
“뭐 하고 있어, 어서 죽이지 않고!”
그에 클라인은 생각에 잠긴 표정으로 악어 수인의 공격을 수차례 피하며 생각에 잠겼다.
‘어떻게 해야 하지.’
사람들의 외침과 다르게, 클라인은 이 악어 수인을 어떻게 제압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게, 분명히 듣지 않았나.
[도마아앙…… 가아아……!]이렇게 변하기 직전, 최선을 다해 주변 사람들을 물리려 했던 악어 수인의 외침을.
필시 눈앞의 악어 수인은 자의적으로 타인을 공격한 게 아니다.
무언가에 의해 이지를 상실한 것일 뿐.
클라인은 이와 같은 현상을 겪어 본 적이 있었다.
마력에 민감한 클라인은 악어 수인과 접촉하고 있는 지금, 그의 몸을 두르고 있는 마력에게서 익숙함을 느꼈기에 더더욱 확신할 수 있었다.
2년 전.
아룬비다의 전쟁 당시 혈마력을 통한 주술로 신체가 강화된 오크들이 이와 비슷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그때 그자는 어떻게 했더라.’
그러자 우습게도 이 순간, 클라인은 눈앞의 수인을 제압하기 위해 어느 한 존재를 떠올렸다.
아룬비다의 전쟁 당시 모습을 드러냈던 흰색 민무늬 가면의 존재.
그가 오크들을 제압하던 과정을 기억해 낸 클라인이 두 눈을 빛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