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Hero’s Older Brother RAW novel - Chapter (103)
용사의 형으로 산다는 것 103화
103화 행동 개시
셰인과 아나스타샤, 그리고 올리시아와 오스튼의 회의는 늦은 밤까지 이어졌다.
이후 하루 일정을 끝마친 미미르까지 참석하며 그들의 계획은 점차 뼈대를 갖추고, 낮이 되었을 무렵에는 살점까지 완벽하게 붙은 상태가 되었다.
그러나 이 속도라는 것은 다른 시각으로 봤을 때 급진적인 이미지가 강했다.
행정 처리가 늦을 수밖에 없는 연합국의 특성상 법적으로 걸리는 점이 많았으나.
이는 오스튼의 단 한마디로 정리가 되었다.
“허락받는 것보다 쉬운 것이 용서입니다. 특히,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일수록, 그리고 결과가 좋으면 좋을수록 이 법칙은 효과적이죠.”
말보단 행동으로 나선다는 의미였다.
* * *
연합국의 현 의장인 헤일로 마일드는 최근 연달아 일어난 이종족 폭주 사태로 인해 곤욕을 치르고 있었다.
아닌 게 아니라, 이번 사태로 인해 사상자만 30명이 넘어갔기 때문이다. 그중 대부분이 일반인이었기에, 이는 당연히 연합국 시민들에게 공포로 다가왔다.
거기에 그중 몇몇은 귀족도 껴있던 탓에, 가족을 잃은 이들 귀족들의 분노는 대단했다.
또 연합국의 특성상 다음 의장을 시민들의 투표로 선거를 하는 만큼, 이번 일을 잘 해결하지 못했다간 마일드의 위상이 시궁창까지 떨어지는 수가 있었다.
그런 만큼, 마일드는 발 빠르게 대응했다.
“알아낸 정보는?”
마일드의 물음에 그의 부관인 피에르가 서둘러 답했다.
“아무래도 이번 사태는 지하도시와 관련이 있는 것 같습니다.”
“후우, 그 빌어먹을 장부 때문인가?”
“예.”
이미 연합국에서도 지하도시에서 일어난 소동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관측하고 있었다.
살리에르 백작의 거래 장부.
나타나선 안 될 물건이 세상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고야만 것이다.
때문에 연합국에서도 그 장부를 획득할 방법에 대해 모색했으나, 결과적으로는 실패했다.
경매 자체가 망해 버리고 말았으니.
“경매장에서 사태가 일어난 이후 어떤 연유에서인지 포 패밀리 중 시궁쥐와 미스 슈가 모습을 감췄습니다. 그 직후부터 계속 관측되고 있던 이종족 노예의 거래량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는 보고입니다.”
“그럼 이 빌어먹을 짓거리를 한 게 바로 그 쥐새끼와 약쟁이라는 거군.”
“당장 판단을 내리기에는 그렇습니다.”
사건의 범인은 찾았으나 문제는 그 범인들이 쥐도 새도 모르게 모습을 감췄다는 게 주된 문제였다.
“놈들의 근거지 수색은?”
“지하에 심어 뒀던 이들을 통해 알아봤습니다만, 텅 비었다고 합니다. 종이 한 장 남아 있지 않다고 하더군요.”
“쯧. 어쩔 수 없지. 그때 다녀간 제국의 1황녀로부터 돌아온 것은 없었나?”
“예. 당시 악어 수인의 증언만 확보한 후에 높은 수준의 경비를 요구하고 홀연히 떠났습니다.”
“높은 수준의 경비를 요구한다는 것 자체가 무언가 알고 있다는 의미인데. 그게 도대체 뭘지 감이 안 잡히는군.”
“아무래도 유일한 증인이라 그런 듯합니다. 물론 현재 경비는 최고 수준으로 유지 중입니다.”
“그 이후 추가적인 증언은 없었고?”
“예. 이종족에 관해 능통한 마법사를 불러 치료를 진행 중입니다만, 아직 제정신을 찾지는 못했습니다.”
답답한 상황이었다.
적이 작정하고 숨어 버린 지금, 연합국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너무도 제한적이었다.
“후우…….”
그때, 마일드의 머릿속에 강경책이 떠올랐다.
적어도 적의 꼬리를 잡는 그때까지는 연합국에서 속한 모든 이종족의 활동을 정지시키는 것.
‘연합국에서 거주 중인 이종족의 데이터는 모두 기록되어 있지. 지하에 노예로 들어간 이들까지는 모르지만…….’
그러나 연합국은 그 무엇보다 자유를 중시하는 국가다.
이러한 강경책은 이종족이 아닌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일이다.
하나 최소한 이 이상의 피해가 커지는 사달은 막을 수 있었다.
‘문제는 그렇게 하고도 놈들의 꼬리를 잡을 수 있느냐인데.’
거기에 그러한 사안을 올리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많은 정치 귀족들이 목소리를 높여 가며 반대를 하겠나.
분명 독재라는 필름을 씌우고 마일드를 마구 두들겨 팰 게 분명했다.
“쯧…… 승부수를 던져야겠군.”
고민도 잠깐.
마일드는 끝내 결심했다.
위기의 상황에 그저 앉아서 해결되길 기다리기보다, 주도적으로 움직이는 게 차라리 낫다는 것을 오랜 경험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부관에게 명령을 내리려던 그때였다.
“의, 의장님!”
집무실 밖에서 소란스러운 발소리가 들리는가 싶었더니, 그의 밑에 있는 청년 귀족이 문을 벌컥 열며 들어왔다.
아무리 현재 마일드가 정치 귀족들 사이에서 욕을 먹고 있다한들 이렇게 무턱대고 들어오는 것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었으나, 그 내용을 들어 보면 차라리 잘한 일이었다.
“또, 또다시 이종족의 폭력 사태가 일어났습니다!”
“뭣! 어디냐!”
“그, 그것이…….”
“왜 말을 더듬어!”
“이, 2구역과 5구역, 그리고 7구역과 14구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습니다.”
“네 군데에서? 젠장, 저번보다 늘었군.”
“그, 근데…….”
“근데?”
“사상자가 단 한 명도 집계되지 않았습니다.”
“……뭐라?”
이번 테러에 동원된 이종족의 수는 오히려 늘었는데 어째서 사상자는 단 하나도 없단 말인가.
“이종족이 폭주하기 직전에 나타난 일단의 무리들이 제압했다는 보고입니다.”
“일단의 무리……?”
그게 도대체 누구인가 묻기 직전.
또다시 바깥으로부터 소란스러운 발걸음이 들려왔다.
“의장님!”
“또 뭐야!”
이젠 슬슬 저 의장이라는 소리가 무서워지려는 무렵, 뜻밖의 손님이 찾아왔다.
“제국의 1황녀가 찾아왔습니다!”
“뭐?”
“어머, 의장님. 제가 많이 바쁘실 때 찾아왔나요?”
그리고 그런 수하의 뒤로 보리빛 머리카락의 소녀가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걸어 들어왔다.
* * *
2차 이종족 폭력 사태가 일어나기 며칠 전.
이번 일의 핵심은 무엇보다 인명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는데 있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적보다 앞서 움직여야 했으나, 상식적으로 이는 불가능한 일에 가까웠다.
조직이 어디에 이종족을 보낼지 어떻게 미리 파악한단 말인가.
테러와 관련된 상세적인 정보는 시궁쥐와 미스 슈의 수하들에게서도 얻을 수 없는 정보였다.
“이전 테러의 대상이 된 지역의 공통점을 찾아봤습니다.”
때문에 오스튼은 적들이 테러를 일으키기에 선호할 만한 장소를 특정했는데, 대부분이 사람 많은 번화가가 주를 이뤘다.
“너무 외진 곳은 또 기피하는 것 같습니다. 아마 소문을 내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겠지요. 시골 마을 주민이 모두 몰살되면 그게 몬스터의 소행인지 이종족의 소행인지 알 턱이 없을 테니 말입니다.”
“그렇다 해도 특정되는 지역이 너무 많군.”
아나스타샤의 말처럼 당장 그것만으로 테러를 일으킬 자리를 미리 파악하기에는 힘들었다.
연합국은 지역별로 분포되어 있는 인구의 수가 상당히 많았으니까.
더군다나 각 지역별 시간대에 인구 분포도도 다른 상황이니, 언제 공격이 들어올지도 모르는 상황.
거기에 테러가 반드시 연합국에서만 일어나라는 이유는 없었다.
“해서 당장 무명이라는 조직원을 수색하는 게 중요하겠습니다만, 현재로서 특정이 가능한 인원은 이 사람입니다.”
오스튼은 클라인이 찍혀 있는 신문 속 사진의 한쪽 구석을 가리키며 말했다.
“음?”
그 손끝이 가리킨 방향에는 평범한 인상의 청년이 서 있었다.
그러자 아나스타샤의 질문이 이어졌다.
“어째서지?”
“클라인 님의 증언이 있었습니다. 처음 악어 수인과 대치했을 때, 이종족을 죽이라고 소리친 인물이 바로 이 사람이라더군요.”
“바람잡이로군.”
“예. 그렇습니다.”
셰인의 확언에 오스튼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장 현장에서 이종족에 대한 증오감을 선동하고 있던 유일한 인물.
그러나 올리시아가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만약 아니라면 어쩌죠?”
“그럴 확률도 물론 예상에 둬야겠지만, 아마 가능성이 적을 겁니다. 다른 지역에서 일어난 폭주를 막은 이들도 누군가 선동을 시작했다고 증언했으니 말입니다.”
“음. 그럼 확률이 확 높아지겠네요.”
“예. 이제 문제는 이자를 찾는 것입니다만…….”
“그거라면 문제가 없겠군.”
그에 답한 이는 다름 아닌 셰인이었다.
“나무는 어디에도 존재하니.”
셰인은 곧바로 다크엘프를 호출했다.
* * *
“…….”
22-11.
사내가 조직의 말단으로 입단한 번호이자, 이제는 그의 이름이 되어 버린 숫자다.
같은 기수들 사이에서는 일레븐이라 불리는 그는 새롭게 지정된 여관을 향해 걸었다.
“이 짓도 쉬운 일은 아니군.”
그는 답답한 얼굴을 매만지며 그리 중얼거렸다.
사실 말은 그렇게 했으나, 일레븐은 이번 임무가 정말 별거 없다고 생각했다.
정교한 인피면구로 가린 얼굴이 답답하긴 했으나, 다른 기수들처럼 던전을 전전하다 죽을 위험은 없었으니까.
“이건가.”
때문에 평소처럼 지령이 내려온 장소로 향해 쪽지를 확인한 그는 그것을 잘게 찢어 난로에 던진 후, 평소처럼 침대에 누워 명상을 취했다.
“이 짓도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 원…….”
사치스러운 말이었으나, 이렇게 가만히 대기만 하고 있는 것도 고역이라면 고역이었다.
“그래도 1년만 더 견디면 나도 팀장이 될 수─.”
“그럴 날은 오지 않을 거다.”
“……?!”
분명 아무도 없던 방에서 소름 끼치는 목소리가 들려오자, 일레븐은 곧장 몸을 일으켜 주변을 둘러봤다.
그러나 어디를 둘러봐도 사람은커녕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고, 그는 놀란 마음을 추스르며 문을 열어 복도를 확인했다.
하지만 역시 보이는 것은 없는 상황.
“뭐, 뭐야. 잘못 들었나?”
이번 임무지로 찾아오는 동안 피로가 쌓였던 것일까.
그렇게 한숨을 내쉬며 그가 문을 닫고 뒤를 돌아본 순간.
“히, 히이이익?!”
벽과 바닥, 창문 할 것 없이 모든 공간이 뾰족한 이빨로 가득 찬 장면이 망막에 새겨지자 일레븐은 본능적으로 뒷걸음을 치다 넘어지고 말았다.
“아악?!”
그러자 바닥의 이빨이 그의 몸을 집어삼키기 시작했고, 일레븐은 제대로 된 비명도 채 지르지 못하고 이빨에 씹어 삼켜졌다.
“이걸로 네 명째로군.”
그 말을 끝으로, 여관의 어느 한 방은 언제 그랬냐는 듯,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타오르는 난로만이 타닥 소리를 내고 있을 따름이었다.
* * *
이후부터는 일이 쉽게 돌아갔다.
“논문으로만 봤던 마도구로군요. 흥미롭습니다.”
선동을 주도하던 조직원을 처리한 이후, 카비르 마탑에 들렀다가 아룬비다로 돌아온 셰인은 놀라운 표정을 짓고 있는 오스튼에게 물었다.
“이걸 알고 있나?”
“예. 카비르 마탑은 지난 2년 동안 상당한 수준의 마도구를 발명해서 세상에 내놓지 않았습니까. 정기 구독까지 해서 매달 월간 잡지도 꼬박꼬박 읽고 있습니다.”
“케이튼 장로가 좋아하겠군.”
“그 사람은 절 알지도 못할 텐데요.”
“곧 알게 되겠지.”
아무튼, 셰인이 카비르 마탑에서 가지고 온 물건은 이런 날을 대비해서 셰인이 미리 개발해 둔 마력 탐지 장치였다.
사물에 깃든 마력을 뽑아내 플라스크에 담아 내고, 그걸을 탐지 장치에 넣어 두면 일정 범위 내에 같은 종류의 마력을 탐지하는 장치다.
“다만 양산이 안 되는 탓에 비용이 상당하지 않습니까? 이 장치를 구비한 국가는 얼마 없다고 들었습니다만…….”
이제 흑마법사들의 도움을 받아 이 장치를 발동시키기만 하면 되는데, 문제는 오스튼의 말처럼 이 장치는 상당한 가격을 자랑했다.
현재 셰인이 알아 온 정보만 하더라도, 네 군데에 위치했으니 장치도 네 개나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추가적으로 예상치 못한 곳에서 일어나는 사태를 대비하려면 보다 많은 수가 필요할 터.
당장 오스튼이 테러를 일으키기에 최적의 장소라 정해 둔 곳들을 살피려면 이거 하나로는 숫자가 턱없이 부족했다.
“내가 돈이 없진 않지.”
그러자 셰인이 한쪽을 가리키자, 미미르와 펠리스가 그와 같은 마력 탐지 장치를 옮겨 오고 있었다.
“아…… 그, 그렇지요.”
클레이튼 가문 앞에서 돈이 무슨 문제가 되겠는가?
“그럼, 빈틈없이 대비하는 일만이 남았군.”
그렇게 많은 자본과 준비과정을 걸친 작전은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그 결과가 지금이었다.
“제법 흥미로운 소식이 들려왔지요, 마일드 의장님?”
정치 쪽을 담당한 올리시아가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그리 말했고.
연합국의 의장, 헤일로 마일드는 복잡한 표정을 지으며 그런 황녀를 향해 입을 열었다.
“……상황의 설명을 좀 들어 봐도 되겠습니까?”
“얼마든지요.”
오